제목 - 용서받은 자의 기쁨
본문 - 시편 32:1-5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있는 한 박물관에 특별한 그림 한 점이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로마 황제가 성당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주교(主敎)가 문을 가로막고 서서 황제가 성당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당시 사회적인 상황에서 주교가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 앞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은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이기에 더욱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그 그림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1600년 전인 주후 3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 데살로니가에서 로마에 항거하는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로마 황제였던 테오도시우스 1세(Theodosius I, 346-395)는 그 반란에서 자신의 부하 장수가 살해당하자 잔혹한 보복 명령을 내립니다.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던 황제는 보복 명령을 곧 철회하였지만, 이미 그곳에서는 1500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학살당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교회는 황제의 이런 끔찍한 대량학살을 엄히 정죄하였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밀라노에 갔다가 한 성당에 들어가려 했습니다. 그 성당의 주교는 암브로시우스(Ambrosius, 339-397)였습니다. 중세의 성자 어거스틴(Augustinus, 354-430)을 기독교로 개종시킨 위대한 분입니다. 암브로시우스는 황제의 끔찍한 학살에 대해서 탄핵하면서, 공식적으로 참회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황제는 암브로시우스의 탄핵과 참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황제가 그 암브로시우스가 사역하고 있는 성당에 들어가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자 암브로시우스는 성당 정문을 가로막고 서서 황제가 성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데살로니가에서 저지른 죄를 참회하지 않고는 이 성당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황제는 암브로시우스 주교 앞에서 땅바닥에 엎드려 참회하게 됩니다.

  죄를 참회하지 않는 황제를 성당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암브로시우스 주교도 위대한 분이지만, 주교 앞에서 권력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땅바닥에 엎드려 회개한 황제 테오도시우스도 위대한 분입니다.
  여러분,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성경의 인물 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었던 다윗입니다. 다윗 왕도 범죄한 후에 나단 선지자의 책망을 듣습니다. 그리고 책망을 듣고는 곧 회개하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이 바로 그 다윗이 쓴 시입니다. 나단 선지자에게 책망을 받고 회개한 후 쓴 시가 오늘 본문입니다.

  오늘날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은 다윗입니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국기 한 가운데 보면, 커다란 6각뿔의 별이 하나 그려져 있습니다.(사진) 그 별이 다윗의 별입니다. 그만큼 지금까지도 이스라엘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다윗 왕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만이 아니라 성경에서도 다윗은 훌륭한 왕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족보를 소개한 마태복음 1장에 보면, 예수님의 족보가 기록되어 있는데, 맨 앞인 1:1절에 예수님의 조상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두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예수님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다윗은 위대한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위대한 다윗 왕에게 치명적인 범죄사건이 있었습니다.

  사무엘하 11장에 기록되어 있는 다윗의 가장 큰 범죄는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 장수인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와의 간음사건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암몬 족속과 전쟁 중이었습니다. 충신 우리아도 요압 장군이 이끄는 군대에 소속되어 전장에 나가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다윗은 충성스러운 신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보고는 음욕을 품게 되었고, 그 여인을 왕궁으로 불러들여 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죄는 숨겨지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다윗의 범죄가 드러날 징조가 보였습니다.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가 임신을 하고 만 것입니다.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아내가 임신하게 되었다면 분명 부정한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추궁하다 보면 결국 왕인 다윗의 범죄가 드러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그 범죄를 숨기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래서 전장에 나가 있던 우리아를 불러들였습니다. 그리고는 위로를 한답시고 우리아에게 특별 휴가를 주어서 아내가 있는 집으로 보냈습니다. 오랫동안 전장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집에 가면 아내와 잠자리를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남편과의 관계에서 아이가 잉태한 것처럼 꾸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윗의 그런 멋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맙니다. 충신이었던 우리아는 전장에서 고생하는 전우들을 생각하면서, ‘어찌 내가 이런 전쟁통에 집에 들어가 편안하게 아내와 함께 잠을 잘 수 있겠느냐’ 그러면서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우리아가 얼마나 충성스러운 신하입니까? 왕이 특별 휴가까지 주었는데도, 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편안한 잠자리를 거부할 정도로 충성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그런 우리아를 죽이고 맙니다. 남편이 죽어야 밧세바를 왕궁으로 불러들여 공식적으로 아내를 삼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예전의 범죄 사건을 감출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압을 사주해서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죽게 만들고, 계획대로 밧세바를 왕궁으로 불러들여 아내로 삼았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아무도 자기의 범죄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모든 죄가 덮어지고, 자기 계획대로 다 되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이게 죄의 특성입니다. 죄는 스스로 감출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감출 수 있어. 아무도 몰라. 감쪽같이 숨길 수 있어’ 그렇게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것을 기억하십시다. 혹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절대로 속일 수 없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의 눈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양심입니다. 다윗의 그런 범죄를 하나님께서 다 보고 계셨습니다. 절대로 하나님의 눈을 속일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완전범죄처럼 완벽하게 감춘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습니다.

  전에 울진에서 목회할 때에 몇몇 목사님 내외분들과 함께 삼척에 있는 환선굴에 간 적이 있습니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환선굴을 구경하고 마지막 지점쯤 이르렀을 때에, 옛날에 스님이 제자를 가르친 장면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형물 앞에 사람들이 동전이며 1000원짜리 지폐를 많이 던져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옆이 이런 경고 문구가 씌여 있었습니다. “가져가지 마시오. 촬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난기가 많은 어떤 사모님이 조형물 앞에 돈을 던져 놓은 것이 볼상 사나워서 그랬는지 장난으로 그랬는지, 거기에 있던 1000원짜리 지폐를 몇 장 주워 가지고 나왔습니다.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양쪽 호주머니에 지폐를 나눠넣고 나오는데, 입구에서 관리인이 조용히 부르더랍니다. 그리고는 사무실로 데리고 가더니 돈을 내 놓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사모님이 시치미를 뚝 떼고 ‘무슨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냐’고 반색을 하자, 모니터를 켜더니 사모님이 돈을 주워간 모습을 촬영한 것을 그대로 보여 주면서 ‘이래도 시치미를 떼겠느냐’고 다그치더랍니다. 하는 수 없이 한 쪽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 주었더니 ‘다른 쪽 호주머니에 있는 것도 내 놓으라’고 해서 양쪽 호주머니에 넣어왔던 돈을 다 돌려주고 나왔다는 것입니다.
  환선굴에서 내려오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어두침침한 동굴 안에서 한 행동도 다 카메라에 녹화되어 변명할 수 없는데,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때에도 우리의 죄가 그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나 감출 수 없을 때가 분명 올 것입니다. 우리는 마치 죄를 짓지 않는 것처럼 시치미를 뗀다 하더라도, 또 완전 범죄에 성공해서 아무도 자신의 죄를 눈치 채지 못했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변명할 수도, 감출 수도 없는 그 때가 꼭 반드시 것입니다.

  다윗의 죄도 하나님께서 이미 다 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나단 선지자를 다윗에게 보내 그 죄를 책망하셨습니다. “당신이 그 사람이라!” 엄중한 음성으로 다윗 왕을 책망하셨습니다. 이미 범죄로 인해서 마음에 엄청난 고뇌를 하고 있을 때에, 나단 선지자를 통해서 들려오는 그 책망의 소리를 들은 다윗은 하나님 앞에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였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범죄 현장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다윗은 나단 선지자 앞에서 시치미를 뗄 수도 있었습니다. 왕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을 책망하는 나단 선지자를 감옥에 가두어버리거나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나단 선지자의 입만 막으면 아무도 자신의 죄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자신의 죄를 하나님 앞에 내놓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나단 선지자의 책망이 아니라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의 책망으로 듣고 하나님께 자신의 죄를 실토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니까 다윗의 마음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죄를 인정하면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서 견딜 수 없는 마음의 고통에 시달릴 것만 같았는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안해졌습니다. 죄의 올무에서 놓여난 해방의 기쁨이 밀려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인 시편 32편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3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죄를 고백하지 않고 가슴에 품고 있을 때에는 양심의 책망하는 소리 때문에 종일 신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뼈가 다 썩어가는 것만 같았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4절에서도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津液)이 빠져서 여름 가뭄에 마름 같이 되었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범죄한 자신의 심령을 주님의 진노의 손이 누르고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가위 눌려보신 적 있으십니까? 잠을 자는데 무언가가 내 목을 꽉 조이고 있어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가위 누른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고함을 치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어서 답답함에 발만 동동 구릴 뿐입니다.
  범죄했을 때 다윗이 그랬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진노의 손길이 자신의 목을 누르는 것 같습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진액이 자신의 몸에서 다 빠져나가 여름 가뭄에 마름같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몸 안에서 피가 다 말라서 마치 여름 가뭄에 논바닥이 짝-짝- 갈라지는 것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는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는 고백입니다.
  남들은 알지 못하지만, 완벽하게 감추었기 때문에 아무도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한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는 있었지만, 하나님의 진노의 손길만은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손길이 자신의 목을 누르고 있어서 종일 신음해야 했고, 뼈가 다 썩은 것 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고, 온 몸에 피가 다 말라버린 것만 같은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나단 선지자의 책망을 듣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 다 고백했더니 하나님께서 모든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다윗이 나단 선지자 앞에서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고 고백하자마자 나단 선지자가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여호와께서도 당신의 죄를 사하셨나니.”(사무엘하 12:13)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죄를 고백하자마자 바로 용서를 선언해 주셨습니다. 물론 범죄의 씨앗으로 잉태된 아이의 생명은 하나님께서 가져가실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의 죄는 용서를 받았습니다.
  죄를 용서받았다는 것은 죄를 고백하지 않을 때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뜻합니다. 진노의 손길 아래서 종일 신음해야 했고, 뼈가 다 썩은 것 같은 고통과 온 몸이 피가 다 말라버린 것만 같은 아픔을 겪어야 했는데, 이제 그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죄를 고백하고 나니까 그렇게 마음이 평안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고백하고 나면 수치심 때문에 더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러울 것만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해방된 기쁨과 용서받은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본문 1-2절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마음에 간사함이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여러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죄를 지었음에도 죄가 발각되지 않은 사람이 더 복됩니까, 죄가 발각되어 죄를 고백하게 되고 고백한 죄에 대해서 용서를 받은 사람이 더 복되다고 생각합니까?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죄가 발각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죄가 드러나지 않으면 운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게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결코 복이 아닙니다. 그건 죄가 심어준 잘못된 생각일 뿐입니다. 죄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죄는 어둠에 속해 있기 때문에 빛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다윗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숨기는 것이 더 낫고, 감추어져 있는 것이 더 복될 것 같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죄를 감추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윗은 본문 3-4절에서 고백한 것처럼, 그 때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망을 듣고 고백하고 회개하고 나니까, 그래서 용서를 받고 나니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용서받은 기쁨과 감격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1절의 말씀을 좀 더 정확하게 번역하면 이렇게 번역할 수 있습니다. “복되어라. 거역한 죄를 용서받고, 죄의 허물이 벗겨진 자여.” 다윗은 시의 첫 마디를 “복되다”(ashirei)는 말로 시작합니다. 죄를 용서받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함을 받고”라는 말은 ‘무거운 짐이 옮겨졌다’는 뜻입니다. 죄를 자백하기 전까지는 죄의 짐이 자신의 생명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마치 무거운 바위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엄청난 죄악의 짐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죄를 고백하였더니 그 모든 죄악의 짐이 옮겨져 버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죄의 짐을 멀리 던져버리셨습니다. “동이 서에서 먼 것같이 우리의 죄과를 우리에게서 멀리 옮기셨으며.” 시편 103:12절에서 자신이 고백한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죄의 짐을 멀리 던져버리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죄를 고백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멀리 옮겨버리십니다. 우리의 마음에 무거운 죄의 짐을 멀리 던져버리십니다. 우리의 죄짐을 멀리 던지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죄와 허물이 전혀 없는 것처럼 눈을 감으십니다. “죄가 가려진다”는 말이 바로 그 말씀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죄를 고백하면 하나님은 우리의 죄를 덮으시고는 그 죄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우리를 대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죄를 가리려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가려주십니다. 덮어 주십니다. 용서해 주십니다.
  다윗은 자신의 죄를 고백함으로 용서함을 받았고, 용서받은 기쁨과 축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큰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요 존경받는 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 보면 죄를 고백하거나 인정하지 않음으로 해서 불쌍한 인생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창세기 4장에 나오는 가인은 자신의 제사를 하나님께서 거절하시자 마음에 분노가 치솟아 올랐습니다. 분노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마음에 분노가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경고하십니다.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 그 분노로 인해 죄를 짓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인은 그 하나님의 음성을 외면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동생 아벨을 죽이고 맙니다. 첫 번째 살인자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습니다.
  마가복음 6장에는 헤롯왕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세례 요한을 통해 책망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묵살해 버렸습니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서 동생의 아내를 빼앗는 죄를 범했습니다. 아무도 헤롯의 그러한 죄를 말하지 않고 있을 때에 세례 요한이 담대하게 헤롯의 죄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헤롯은 회개하기는커녕 세례 요한을 감옥이 가두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 6:20절에서 중요한 말씀을 해 주고 있습니다. 헤롯은 세례 요한이 책망하는 말씀을 들을 때에 크게 번민을 느꼈습니다. 양심에 가책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죄와 잘못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롯은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습니까? 당대에 가장 의로운 사람이었던 세례 요한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회개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회개하지 않은 결과 하나님의 선지자를 죽인 죄까지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을 은 30에 팔아버린 가롯 유다도 회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판 것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대제사장을 찾아가서 “내가 무죄한 피를 팔고 죄를 범하였다”(마태복음 27:4)고 말합니다. 그게 바로 회개할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가롯 유다는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목을 매어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를 보십시오. 그는 주님을 세 번씩이나 부인했습니다. 나중에는 저주하면서까지 주님을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주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자신이 지금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밖으로 나가서 “심히 통곡하며” 회개했습니다. 그 결과 베드로는 위대한 사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심판하시기 전에 반드시 회개할 기회를 주십니다. 회개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회개하지 않을 때에는 큰 불행과 비극이 뒤따라옵니다. 그러나 회개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회개하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은총이 베풀어집니다. 다윗은 간음죄와 살인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회개함으로 마음에 평안과 기쁨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주님을 세 번식이나 부인했지만 회개함으로 위대한 사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죄를 인정하고, 그 죄를 내어놓고 회개하는 것은 결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죄를 드러내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놓은 모든 것을 허무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죄는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드러내는 것은 수치’라고 속삭입니다. 그러나 회개를 통해서 용서의 은총을 경험했던 다윗은 이렇게 말합니다.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여러분, 다윗의 그 큰 죄를 용서하신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의 죄와 허물도 용서하십니다. 다윗은 정말로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간음죄를 저지르고, 살인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죄를 용서하셨습니다. 다윗의 마음에 용서받는 기쁨으로 가득하게 하셨습니다.
  사실 오늘 우리도 언제나 죄악 가운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다윗과 같이 간음죄와 살인죄처럼 드러난 큰 죄를 짓진 않았을지라도, 우리가 아무리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려고 해도 우리는 늘 모순덩어리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기심의 노예로 살기도 하고,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교만덩어리로 살게 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실수덩어리요 허물덩어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 자신을 진실되이 되돌아 보십시다. 과연 지금 우리는 하나님 앞에 얼마나 진실한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까? 얼마나 깨끗한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까? 우리는 여전히 못난이들입니다. 믿음으로 산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죄악 투성이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허물투성이이고, 교만덩어리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그런 모습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를 긍휼히 여기십니다. 우리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진노가 우리에게 임하는 것이 아니라, 죄에 대해 책망을 받고 회개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회개하지 않을 때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분노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늘의 기쁨을 주시길 원하십니다. 하늘의 평화를 주시길 원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마음에 담겨진 죄악을 다 털어버리도록 하십니다. 책망하심으로 회개하여 용서받기를 원하십니다. 그 때에만 우리가 하늘의 기쁨과 하늘의 평안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천문학자요 근대 자연과학의 지평을 열었던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가 죽음을 앞에 두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의 유언을 따라 그가 묻혀있는 묘비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나는 바울이 가진 특권을 구하지 않는다. 나는 베드로에게 주신 능력도 구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십자가에서 강도에게 주신 용서를 원한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그 어떤 위대한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는 것입니다. 우리의 죄와 허물을 용서받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죄와 허물을 하나님께 인정하고 고백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용서의 기쁨을 주십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기쁨은 용서받는 기쁨입니다. 다른 모든 기쁨은 그 용서받는 기쁨 위에 있을 때에만 진정한 것이 됩니다. 용서받는 기쁨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용서함으로 기쁨을 나눌 수 있습니다.
  용서받는 기쁨 - 그건 최고의 기쁨입니다. 용서받는 기쁨 - 그게 신앙인으로 살도록 하는 은총의 힘입니다.

<2011년 2월 13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