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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09-12 10:25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9월 12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본문 - 고린도후서 6:1-2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1868-1918)가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외교와 정치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니콜라이 2세를 조정하던 ‘라스푸틴’(Grigory Yefimovich Rasputin, 1872-1916)이라는 수도사가 있었습니다.
본명이 노비흐(Grigory Yefimovich Novykh)인 그는 시베리아의 한 촌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에 다니긴 하였지만, 글을 모르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러시아 말로 ‘방탕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라스푸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방탕한 삶을 살던 그는 18세 때에 하나님의 크신 은총을 경험하고서 수도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그리스와 예루살렘 등 여러 곳에 떠돌며 생활하게 되었고, 가는 곳마다에서 병든 사람을 고쳐주고 예언를 해 줌으로서 농민들로부터 ‘성자 - 영적 지도자(starets)’라는 추앙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가 러시아로 돌아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정에 출입하다가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아들 알렉세이의 혈루병을 기도로 고쳐줍니다. 이 일로 인해서 그는 황제와 황후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게 되고, 점차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합니다. 정치의 달콤한 맛에 취한 라스푸틴은 정치적으로 자기의 세력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황제의 가족들 앞에서는 겸손하고 신성한 모습을 보이면서, 왕궁 밖에 나가서는 예전에 방탕했던 삶을 탐닉했습니다. 자신과 육체적으로 접촉을 하면 정화(淨化)와 치료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교하면서, 많은 여자들을 유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황후와의 염문이 나돌기도 했고, 주변에서 라스푸틴의 비행(非行)에 관한 보고서가 올라왔음에도 황제는 이를 묵살하고, 라스푸틴을 절대적인 신임하게 됩니다.
특별히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황제 리콜라이 2세는 직접 군대를 이끌기 위해서 전방 부대로 떠나면서 러시아의 모든 내정을 황후에게 맡기자, 라스푸틴은 황후의 개인고문 역을 맡으면서 실질적인 정치적 실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를 제거해야만 러시아의 재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그를 죽이기 위해서 몇 차례 살해 시도를 하다가, 마침내 그는 1916년 12월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그의 죽음에 대한 이런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황제의 사촌을 비롯한 그를 반대하는 무리가 그를 암살하기 위해서 한 파티에서 그에게 독약이 든 포도주와 케이크를 먹게 합니다. 독약이 든 포도주를 마셨음에도 죽지 않자 총을 쏘아 그를 죽이려 하였습니다. 총을 맞았음에도 죽지 않고 도망치자, 그를 붙잡아서 밧줄로 묶어 네바 강의 얼음 구덩이에 빠뜨려 죽이고 맙니다. 그리고 라스푸틴이 살해된 후 불과 몇 달 뒤에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나게 되었고, 라스푸틴의 농간에 놀아난 러시아 제국은 결국 망하고 말았습니다.

라스푸틴은 하나님께 큰 은혜를 받은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예언의 능력과 병 고치는 능력까지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그 귀한 은혜와 능력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그가 더 가난하고 더 연약한 사람들을 위해 그 은혜와 은사를 사용하기를 원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라스푸틴은 권력의 맛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그 귀한 능력과 은혜를 자신의 욕망과 야욕을 채우는데 사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신의 생애도 비참하게 끝나고 말았을 뿐만 아니라, 나라를 망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라스푸틴처럼 하나님께로부터 엄청난 능력이나 은사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평범한 매일의 삶 속에서 우리는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은혜와 축복을 감사함으로 받지 못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버립니다.
평범함 속에 깃든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감사를 잃어버렸고,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매일매일 가슴 뛰는 환희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우리는 잠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것만큼 큰 기적과 축복은 또 없을 것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 나는 내 생명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심장에게 밤새도록 쉬지 말고 뛰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습니다. 잠자는 동안에 숨 쉬는 것 멈추지 말라고 주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밤새도록 심장은 계속 뛰었고, 내가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쉬지 않고 숨을 쉬어 아침에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지나간 밤에 심장이 힘들다고 잠시만 멈췄다고 생각해 보십시다.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우리는 오늘 여기에 나와 예배를 드릴 수 없습니다. 숨을 쉬어야 하는 순간에 침이 기도로 넘어갔다고 생각해 봅시다. 새래가 들리고 고통스러워 어쩌면 밤새 한 숨도 못 잤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난밤에 숨은 기도로 넘어가고 침은 식도로 넘어가서 편안하게 잠을 잤습니다. 너무나도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위대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자신이 죄인임을 알고 인정하며 사는 죄인이고, 다른 하나는 죄임임에도 자신은 죄인이 아니라고 고집부리며 사는 교만한 죄인이다.” 인간은 모두 죄인인데 ‘죄인인 줄 아는 죄인’이 있고, 죄인임에도 ‘죄인인줄 모르는 죄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생각해 봅니다.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만 은혜를 베푸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 착한 사람에게만 은혜를 베푸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마태복음 5:45)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십니다. 그런 하나님의 은혜 속에 살고 있으면서 그 은혜를 은혜로 알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누리며 살고 있으면서도 은혜를 은혜인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사람입니까? 은혜를 은혜로 알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은혜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은혜를 은혜인줄 모른 채 사는 사람입니까?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오늘 본문의 말씀은 특별히 교회에서 열심히 일한다고 하는 일꾼들에게 주신 권면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자로서 너희를 권하노니.” 하나님의 교회를 섬길 때에 잊지 말아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고린도교회에 거짓 교사들이 들어왔습니다. 거짓 교사들이 들어와 거짓된 가르침을 가르치는데도 고린도교회 교인들은 그게 거짓인줄 알지 못했습니다. 고린도후서 11:4절에서 그 상황을 이렇게 말씀합니다. “만일 누가 가서 우리가 전파하지 아니한 다른 예수를 전파하거나 혹은 너희가 받지 아니한 다른 영을 받게 하거나 혹은 너희가 받지 아니한 다른 복음을 받게 할 때에 너희가 잘 용납하는구나.”
그 거짓 교사들은 유대주의자들입니다. 유대주의자들의 특징은 예수만 믿어서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예수도 믿어야 하지만, 율법도 지켜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고린도교회에 들어온 유대주의자들은 사도 바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이 그것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의 사도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주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건 바울이 전한 복음에 권위가 상실된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전한 복음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의 모든 죄를 다 용서하셨고, 그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대주의자들은 그 복음만 가지고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율법을 지키지 않고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복음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입니다.

순수한 복음과 율법이 가미된 복음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인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십자가를 부정하는 것이 ‘율법이 가미된 복음’입니다. 십자가는 그 자체로 구원을 완전히 이룬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하나로 우리를 위한 모든 구원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유대주의자들은 십자가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조상 대대로 지켜오는 율법을 지켜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행위주의를 낳았고 보상주의를 낳았습니다.

행위주의와 보상주의의 특징은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선하게 살아야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율법을 잘 지켜야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많이 베풀어야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고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복음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복음이 되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온전하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게 은혜가 됩니다. 내가 무언가를 해서 얻어지는 구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은혜가 아니라 보상입니다. 열심히 신앙 생활했기 때문에 구원을 받은 것이라면 그것은 은혜가 아닙니다. 내가 열심히 신앙 생활한 것에 대한 보상일 뿐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선을 많이 베풀었기 때문에 구원이 주어진 것이라면 그 구원은 은혜가 아니라 내가 베푼 선행에 대한 보상입니다.
은혜라는 말은 공짜라는 말입니다. 내가 무언가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데 하나님께서 거저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게 은혜입니다. 우리가 구원을 받은 것은 은혜입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나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에베소서 2:8) 그렇습니다. 우리가 구원을 받은 것은 은혜에 의한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대가나 값을 지불한 것 없이 - 값없이 받은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받았느니라.”(로마서 3:24)

구원이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 때 우리는 은혜를 은혜로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면, 우리는 엄청난 부담 속에서 신앙생활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어떤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척이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값없이 우리에게 구원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바로 이 믿음에서 은혜가 출발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는 말씀은 내가 뭔가를 해서 하나님께서 내게 구원을 주시고 은혜를 베풀어주셨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가 뭔가를 해서 주신 것이라면 은혜가 은혜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은혜 풍성한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거저 주시는 은혜라는 사실을 먼저 고백해야 합니다. 나는 구원 받을 만한 어떤 자격도 갖추지 못했고, 구원을 받기 위해서 내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긍휼히 여기셔서 값없이 은혜를 주셨고 구원을 베풀어주셨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또 오늘 내 삶에 베푸신 모든 은혜 역시 하나님께서 내게 거저 주신 것임을 믿어야 합니다. 그 믿음만이 은혜를 은혜 되게 하는 것입니다.

미국 무디성경학교 교장을 역임했던 R. A. 토레이(Reuben Archer Torrey, 1856-1928)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여인이 목사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충만한 삶을 살고 싶은데 이것이 잘 되지 않습니다. 열심히 기도도 하고 예배 드리는 데에도 열심히 하고, 교회에서도 열심히 봉사하는데, 마음에 기쁨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은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이 때 목사님이 이렇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하나님 아버지, 나 자신을 알게 해주세요. 나 자신을 바로 알게 해주세요.” 그 여인은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가서 며칠 동안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나 자신을 바로 보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정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는데, 하나님의 거룩한 영광 속에서 자기 초라한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그러자 다시 목사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이제는 너무 창피해서 살 수가 없어요. 남편 보기도 부끄럽고, 아이들 보기도 부끄러워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성한 곳이 없어요.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요?” 그러자 목사님은 또 이렇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아주머니, 이제는 ‘십자가의 은혜를 알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해 보세요.” 그녀는 목사님의 말씀대로 ‘십자가의 은혜를 알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랬더니 초라하고 죄된 나를 위해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께서 “내가 너를 사랑하노라.”라고 말씀하시는 음성이 마음속에 들려왔습니다. 그 후 그 여인은 충만한 은혜의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십자가의 은혜를 은혜로 체험하지 않고는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은혜를 알 수 없습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은혜로 깨닫지 않고는 아무리 열심히 봉사해도 은혜가 은혜가 되지 않습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깨닫지 못하거나, 십자가의 은혜를 잊어버릴 때에 우리의 신앙적인 삶은 ‘자기 의’가 됩니다.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하고서 ‘내가 했노라’고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내세우고 싶어지고,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어집니다.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섭섭하고 서운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십자가의 은혜를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대로 한다면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는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은혜에 감격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은혜가 내 마음에서 점점 사라져버렸습니다. 십자가의 은혜로 감격했을 때에는 정말 기쁘게 봉사했습니다. 나 같은 죄인을 구원하신 그 은혜가 너무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구원의 감격이 점점 사라집니다. 그러면 나타나는 현상이 나를 내세우는 것입니다.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섭섭하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불평합니다. 십자가의 은혜로 교회를 섬길 때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십자가의 은혜가 상실되니까,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거슬립니다. 그러면 봉사를 해도 기쁨이 없습니다.

율법주의가 낳은 병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런 자기 의를 앞세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참으로 열심히 신앙 생활했습니다. 누가복음 18장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리새인과 세리의 비유’를 통해서 우리는 당시 바리새인들의 신앙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성전에 찾아간 바리새인이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합니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이 말은 사실입니다. 그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했습니다. 철저하게 십일조 생활했습니다. 하루에 세 번씩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했습니다. 또 어려운 사람들 돕고 구제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앞장섰습니다.
여러분, 우리 가운데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하시는 분 계십니까? 하루에 세 번씩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하십니까? 어려운 사람들 돕고 구제하는 일에 앞장서서 하십니까? 어쩌면 오늘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은 참 열심히 신앙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바리새인들을 책망하셨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금식하고 구제했는데, 무엇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책망하셨습니까?
마태복음 6장에 기록된 산상수훈의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그 해답을 주십니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받지 못하느리라.”(마태복음 6:1) 내 의 - 인간의 의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자기 의를 드러내려 했습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구제를 해도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 많이 사람이 보는 앞에서 구제했습니다. 회당이나 길거리에서 ‘나 이렇게 구제하네’ 하고 떠벌리며 구제했습니다. 기도할 때에도 사람들에게 자기는 기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회당이나 큰길 어귀에 서서 큰 소리로 기도했습니다. 오래 기도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중언부언(重言復言)했습니다. 금식할 때에도 자기가 금식한 것을 표시내기 위해서 일부러 배고픈 척하고 슬픈 얼굴을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자기 의를 드러내 보이고 칭찬을 받으려 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람들에게 상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마태복음 5:20절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여러분, 자기 의를 내세우려면 서기관이나 바리새인들보다 더 열심히 신앙 생활해야 합니다. 그래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한 바리새인들보다 더 많이 -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씩 금식하시고 난 후 ‘금식했다’고 자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바리새인보다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구제하고, 더 많이 십일조 한 다음에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자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일까?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한 방법을 열어 놓으셨습니다. 인간의 의를 가지고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서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의를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의 의를 의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의는 무엇입니까? 그게 복음입니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로마서 1:17)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복음을 통해서 보여진 하나님의 의를 의지하면, 우리 인간의 의가 없어도 우리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복음을 통해서 구원을 받은 우리는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내 의로 구원 받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를 힘입어 구원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내가 많은 것을 한다 해도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 앞에 비추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수백만원, 수천만원, 수억원을 헌금 했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의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봉사한다 하더라도 나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피 흘려 돌아가신 주님의 사랑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이 헌금을 해도, 아무리 열심히 봉사를 해도 우리에게는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그 은혜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게 신앙생활입니다.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은혜를 은혜로 알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곽선희 목사님으로부터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Fingal O'Flahertie Wills Wilde, 1854-1900)가 쓴 우화적인 단편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단편소설은 아주 특이한 소재에 착안해서 쓴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은혜 베풀어주신 사람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나병환자를 고쳐주셨습니다. 심지어 죽은 사람도 살리셨습니다. 수많은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그들이 예수님께 은혜를 받고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스카 와일드는 그것을 나름대로 추리해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과거에 은혜를 베풀어 고쳐주신 사람들이 그 후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만나보신다는 것이 소설의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입니다.
어떤 곳에서 예수님은 알코올 중독자를 만났습니다. 가만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묻습니다. “내가 당신을 어디서 본 일이 없습니까?” 그러자 그가 대답합니다. “있었지요. 나는 본래 절름발이였는데 예수님께서 고쳐주셔서 제가 이렇게 걷게 되었습니다. 절름발이였을 때에는 구걸하면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동냥을 해 줘서 사람들에게 얻어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건강해지고 나니까 할 일이 없어요. 또 누가 나를 환영하지도 않고구요. 그래 이럭저럭 하다보니 타락하고 타락해서 이렇게 알코올중독자가 되었습니다.”
또 예수님께서 한 창녀를 만나서 물었습니다. “네가 창녀일 때에 내가 너를 용서하고 구원했는데, 아직도 창녀 노릇을 하고 있느냐?”하고 꾸중하듯이 묻자, 그 창녀가 대답합니다. “물론이지요. 제가 예수님으로부터 구원받고 새사람이 되어서 하나님의 딸이 되고 감사해서 창녀생활을 청산했었지요. 그런데, 아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고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외로워서 살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다시 옛날 직업으로 돌아와서 삽니다.”
또 한 곳에서는 싸움질을 하고 있는 조폭을 하나 만났습니다. 가만히 보니 그도 역시 옛날에 본 사람이었습니다. “당신 어떻게 폭력배가 되었소?” 그러자 그가 대답합니다. “예수님 죄송하지만 저는 원래 시각장애인이었는데 예수님께서 저의 눈을 치료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감격하고 감사했습니다만 눈 감았을 때는 몰랐는데 눈뜨고 보니까 아니꼬운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더럽고 치사하고 모순되고 부조리하고 부정부패에 사치와 타락이 판을 치는 세상. 이런 모습을 보고 울분이 터져서 주먹을 쓰다 보니 조폭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말이 되는 이야기이지요? 예수님께로부터 은혜를 받았다, 십자가의 복음을 통해서 구원받았다 하는 사실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에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은혜를 헛되이 받으면 은혜를 다 쏟아버리고 이전보다 더 못한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2010년 9월 12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