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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10-31 10:30

이제 수건을 벗어야 합니다. <10월 31일 - 종교개혁기념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이제 수건을 벗어야 합니다
본문 - 고린도후서 3:12-18

오늘은 종교개혁 493주년 기념주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493년 전인 1517년 10월 31일, 독일 비텐베르그(Wittenberg) 대학교 교수였던 35살의 젊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로마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는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비텐베르그 성당 정문에 내걸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점으로 유럽에 종교개혁에 불같이 일어나게 되었고, 그 뒤를 이어서 칼빈(J. Calvin, 1509-1564)이나 쯔빙글리(U. Zwingli, 1484-1531)와 같은 수많은 종교개혁자들에 의해서 개혁교회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을 기념해서 우리 한국교회는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기념주일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종교개혁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공적은 바른 신앙으로의 회복입니다. 타락한 교권과 신앙을 개혁하여 바른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로마 카톨릭에 저항하여 바른 신앙을 회복하자고 외친 종교개혁자들을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 말로는 구교인 로마천주교에 반대한 개신교(改新敎)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 프로테스탄트라는 말은 ‘저항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입니다. 잘못된 것에 저항하여 바른 것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종교개혁이 우리에게 남겨준 과제도 있습니다. 그것은 종교개혁의 최대모토인 ‘개혁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는 과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종교개혁 시절에도 그렇거니와 지금도 역시 그렇습니다. 교회의 개혁은 500여 년 전 종교개혁으로 끝이 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교회는 오늘도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합니다. 낡은 제도와 관습에 얽매이려하는 잘못된 우리들의 습성과 세상적인 옷을 입고서 자랑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은 끊임없이 개혁되어져야 하고, 새롭게 바뀌어져야 합니다.
어쩌면 493년 전 루터가 로마 카톨릭을 향하여 ‘당신들은 틀렸습니다.’라고 외쳤던 그 음성과 외침을 오늘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의 교회를 향하여 외쳐야 하고, 우리 스스로를 향하여 외쳐야 합니다.

마르틴 루터가 로마교회를 향하여 ‘당신들은 틀렸습니다.’라고 외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복음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복음의 핵심은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로마서 1:17) 우리가 죄인이었을 때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게 하셨고, 우리는 그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 복음입니다. 흔히 복음에 대비되는 것을 ‘율법’이라고 말합니다. 율법의 특징은 뭔가 내게 요구한 것을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명령들을 지켜야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율법의 요구에 합당하게 응답하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고, 복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주장은 사도 바울 시대에도 이미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러 가는 곳마다 방해꾼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이방사람들이 아니라 유대주의자들이었습니다. 유대주의자들과 유대인들은 좀 다릅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고 구약의 율법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유대종교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반면 유대주의자들은 유대인들 가운데 예수를 믿는 유대인을 말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긴 믿지만, 예수님을 믿는 것만 가지고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주신 율법도 함께 지켜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선포하고, 그 복음을 전하러 다니는 사도 바울을 그들은 아주 싫어했습니다. 하나님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이 단지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구원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그들이 어렸을 때부터 율법을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은 어려서부터 힘들게 율법을 지켰는데 자기들이 지켜온 그 율법이 구원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한다면, 쉽게 말하면 억울한 것입니다. 자기들은 고생고생하면서 율법을 지켜왔는데 아무 공로도 없이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구원을 받는다면 그것만큼 비합리적이고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지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 받는 것이 아니라고 외친 사도 바울이 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대주의자들은 지난 날 자신들이 쌓아놓은 업적 때문에라도 복음을 복음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건 오늘 본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오늘 본문 14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이 완고하여 오늘까지도 구약을 읽을 때에 그 수건이 벗겨지지 아니하고 있으니, 그 수건은 그리스도 안에서 없어질 것이라.” 아직까지도 그들의 얼굴에 수건이 가리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출애굽기 34장의 사건을 근거로 한 말씀입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 사이에 언약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언약 백성이 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언약백성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계명을 요약한 십계명을 두 돌판에 새겨 모세의 손에 들려주셨습니다. 그런데 모세가 율법을 받기 위해서 시내산에 올라가 40일 동안 내려오지 않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산 아래서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고서 그것이 자신들을 애굽에서 인도해 낸 신이라고 하며 잔치를 베풀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시내산 아래로 내려가도록 재촉하시자, 모세는 하나님께서 직접 써 주신 돌판 두 개를 가지고 시내산 아래로 내려옵니다. 그리고는 시내산 아래서 금송아지를 만들어놓고 춤을 추며 잔치를 즐기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자 화가 나서, 손에 들려져 있는 돌판 두 개를 산 아래로 던져 깨뜨려버리고 맙니다.
그 사건이 일단락 된 후에 하나님께서 다시 모세를 시내산 위로 부르셨습니다. 이번에는 모세가 돌판 두 개를 직접 준비해서 가져갔고,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준비한 그 돌판에다가 다시금 십계명을 써 주십니다. 모세가 그 두 번째 돌판을 손에 들고 시내산에 내려오는데, 산을 내려오는 모세의 얼굴에 광채가 났습니다. 모세의 얼굴에 광채가 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를 두려워하여 모세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광채가 나는 그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습니다. 성막에 들어가 하나님을 뵈올 때에는 수건을 벗었다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칠 때에는 수건을 얼굴에 가리고 나와서 백성들을 만났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바로 그 사건을 언급하면서 모세의 얼굴에 가리웠던 수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세가 썼던 수건은 그의 얼굴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영광을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모세의 얼굴에 나타난 영광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율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씀입니다. 율법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완성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실 때까지 율법은 하나님의 뜻을 우리 인간들에게 보여준 계시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 해서 율법은 완전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마태복음 5:17) 그래서 이제 모든 율법과 구약의 말씀은 예수님을 통해서 해석되어야 합니다. 그게 율법을 완전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구약성경을 완전한 것으로 알고 구약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유대주의자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여전히 율법에 매여 있습니다. 율법이 없이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예수님을 통해서 ‘새롭고 살아있는 구원의 길’(히브리서 10:20)이 열려졌는데도, 그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통해서 열려진 복음의 길이 아니라, 복음에다가 율법이 더해진 길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율법에 매여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이 열렸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 길을 가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하여 사도 바울은 강력하게 선포합니다. 이제는 그 수건을 벗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직까지도 율법을 덮고 있는 수건을 벗지 못하고, 율법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답답한 사람들에게 그 수건을 제발 벗어버리라고 말씀합니다. 복음을 복음 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벗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복음을 복음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벗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 복음을 복음 되게 하지 못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는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합니다.

종교개혁 시절에는 교황의 사면권과 면죄부가 복음을 복음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교황 레오 10세는 성 베드로성당의 건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면죄부를 판매했습니다. 카톨릭의 교리에 의하면, 우리 인간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연옥으로 갑니다. 연옥에서 죄값을 치러야 합니다. 이 세상에 살 때 지은 죄에 따라서 고통의 형벌을 받게 되는데, 형벌을 다 받고난 다음에야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예수 믿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교황이 발행한 면죄부를 사면 연옥에서 형벌을 통해 씻어야 할 모든 죄를 용서받게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니까 면죄부를 사기만 하면 이 세상에서 죄를 지어도 다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자들은 많은 돈을 주고 많은 죄를 용서받는 면죄부를 샀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이미 죽은 부모님을 위해서 면죄부를 사면 연옥에 가 있는 부모님이 빨리 천국으로 가게 되고, 심지어는 지옥에 있는 영혼도 천국으로 옮겨지게 된다고 설교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들으면 어처구니없는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헌금을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서입니다. 크고 화려한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할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터무니없는 논리를 펴며 면죄부를 판매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루터는 강력하게 반대했습니다. 비텐베르그 대성당 정문에 내붙인 95개 반박문에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교황은 지옥에 있는 영혼에 대하여 그 어떤 형벌도 사할 수 없다.”(22조) “연보 궤안에 넣은 돈의 소리가 땡그랑 날 때마다 지옥에 간 영혼이 해방된다는 말은 인간의 학설에 지나지 않는다.”(27조) “하나님을 능욕한 죄까지도 면죄증으로 사할 수 있다는 교황의 발언은 정신 나간 발언들이다.”(75조)

여러분,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오늘 우리 교회나 한국 교회가 면죄부를 파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면죄부를 만들고 있진 않습니까? 하나님 앞에 진실된 신앙과 믿음으로 살려하기보다, 뭔가 하나님께 뇌물을 써야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오늘의 면죄부입니다. 마땅히 경배 받으셔야 할 하나님이시기에 예배하기보다는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내게 뭔가 큰 어려움이 있을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에 예배를 드리는 것이 면죄부입니다.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봉사하고 섬기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봉사하는 것 역시 내 스스로 만든 면죄부입니다. 그런 면죄부를 얻기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은 섬김의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봉사하고 난 후에 ‘난 이렇게 했다’는 스스로의 만족감에 도취되는 것으로 만족해합니다. 십일조를 드리지 않고 헌금을 하지 않으면 벌을 받을 것만 같기에 십일조를 하고 헌금을 하는 것 역시 내가 만든 면죄부입니다. 십일조를 드리고 헌금을 드리면 하나님께서 내 실수와 죄를 용서해 주실 것만 같은 생각 역시 우리 스스로 만든 면죄부입니다. 작은 교회에 다니면 뭔가 부끄러운 것 같고, 큰 교회에 다니면 내 신앙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면죄부나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든 면죄부라는 수건을 벗어야 합니다. 진실된 신앙을 회복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바른 신앙을 통하여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 드리는 것에 우리 신앙의 목표를 삼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신 복음 안에 산다는 것은 모든 율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율법은 우리를 얽매게 하지만, 복음을 우리에게 해방을 선언하고 자유를 주기 때문입니다. 율법은 우리를 정죄할지라도, 복음을 우리를 살리는 것입니다. 율법은 우리에게 잘못한 것을 지적하지만, 복음은 우리가 잘못했을 때 격려하고 힘을 주면서 다시 일어서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인의 숫자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독교인의 숫자가 급작스럽게 감소했습니다. 교회 안팎에서는 그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연구했습니다. 종교사회학자들은 물질적인 풍요가 기독교 인구를 감소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민소득이 1인당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종교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이제 좀 살만 하면 레저를 즐기고 자기 삶을 즐기기 위해서 종교를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어서면 종교가 거의 필요 없다고 생각될 만큼 사람들이 종교에서 떠난다는 것입니다.
한 편으로는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대답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기독교 인구는 줄었지만, 천주교나 불교의 인구는 늘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이 줄어든 게 경제적인 풍요로 인한 사회적인 현상이라면 다른 종교의 인구도 함께 줄어야 맞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교는 늘었습니다. 지금 미국이나 유럽의 기독교 인구도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모든 종교의 인구가 감소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기독교 인구는 감소하는데 이슬람교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교회도 심각하게 대비해야 할 시점에 이를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기독교 자체 내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기독교 인구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교회가 세속화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기독교가 기독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 것입니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세상적인 가치를 따라가버린 것입니다.
지난 2008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08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보면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에 교회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사회가 교회에 대해서 믿음을 갖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인정은 고사하고 신뢰받지 못한 집단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생각하십니까? 교회가 교회답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도가 성도답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성도가 성도답지 못하니까 교회가 존경받기는 커녕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야 하는데 오히려 부끄러운 모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교회가 세속화되었다는 것은 교회 안에 자본주의의 논리가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중요한 가치기준이 되어버렸다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교회가 세상에 빛을 비추고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은 ‘교회가 얼마나 크냐?’ 하는 것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얼마나 복음에 합당한 사역을 하느냐 하는 것에 교회의 사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한국교회는 대형화되어갔고, 큰 교회가 좋은 교회라는 인식이 팽배해졌습니다. 큰 교회를 만든 목사는 성공한 목사라는 생각이 교계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교회를 크게 지으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교회가 교회당을 짓고 있는데, 여건상 더 크게 지을 수도 없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은 예배드리는 본당을 너무 크게 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회 교인들이 아이들까지 전부 함께 들어가서 좀 비좁지만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정도의 공간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짓고 있는 교회당이 딱 그 정도입니다. 그래서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손잡고 와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예배드리는 모습을 우리 손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예배를 종종 드리는 것이 참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예배당이 지어지면 아이들까지 모두 함께 예배드리는 기회를 자주 가지려고 합니다. 지금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분들이 다 같이 그렇게 함께 예배드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만 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배당을 건축하고 나서 교회가 더 부흥된다면 그 때는 함께 예배드리기에 공간이 좁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것은 그 때 가서 생각할 문제이고, 지금으로서는 온 교우들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됩니다.

자본주의가 교회 안에 들어오니까 교회당도 커야 한다고 생각하고, 교인 수도 많아야 좋은 교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예수 믿지 않는 사람을 전도하려 하기보다는 다른 교회에 잘 다니고 있는 사람을 데리고 오는데 혈안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른 교회 교인을 빼앗아 오더라도 내 교회만 커지면 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우리 전주와 같이 크지 않는 도시에서는 그런 문제가 심각하지 않지만, 서울이나 수도권같이 큰 도시들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2007년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지금까지 전 세계가 아주 큰 어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가 연일 매스컴을 통해서 접하는 것처럼, 프랑스의 시위나 유럽의 시위도 모두 금융위기에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2007년 시작된 금융위기를 ‘자본주의가 불러온 위기’라고 평가합니다. 자본주의의 본산지라고 말할 수 있는 미국에서 그 위기에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로버트 새뮤얼슨(Robert Samuelson)이라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지의 유명한 칼럼니스트가 홍콩의 ‘싸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지에 이런 글을 기고했습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등이 가져온 미국 경제위기는 신자본주의 체제의 몰락’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 경제의 중심인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회사들이 몰락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첫째는 금융회사들이 자신들의 전통적인 역할을 잊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과거에는 투자은행들이 고객을 위해 투자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투자회사들이 은행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금융회사들이 공룡화되고 비도덕화 되면서 고객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탐욕스런 존재로 변질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금융종사자들을 쉽게 타락시키는 잘못된 보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년 연봉이 2-3억 원에 달하는 펀드 매니저가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키면 자신의 연봉에 5배(10억 원)에서 많게는 10배(20억 원) 이상의 보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다보니까 월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회사나 고객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연봉이나 보너스에 집착하게 되었고, 그게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무한 경쟁이 결국은 서로를 망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지나친 투자 욕망이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리먼 브라더스입니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기 직전 그 회사의 실제 자산은 230억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파산되기 전 해에 주식이나 펀드 등을 통해서 끌어들인 돈이 무려 7천억 달러였습니다. 마치 도박을 하듯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보다 무려 30배 가까이 끌어들여 투자하다보니까 망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이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생각해봅니다. 지나친 물량주의와 자본주의가 지금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 병이 언제 곪아 터질지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10년만 지나면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유럽의 거대한 성당처럼 관광객의 구경거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한국교회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오늘 본문은 거기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줍니다. 본문 16절입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주께로 돌아가면 그 수건이 벗겨지리라.” 해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예수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복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복음으로 돌아가서 복음의 능력으로 살아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힘입어 예수님을 닮는 교회가 되어야 하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희망이 있고, 거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종교개혁이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외침으로 시작되었다면, 오늘의 종교개혁 역시 복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복음으로 돌아가 복음의 능력 안에 거하면 세속주의의 유혹을 이길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거대한 물결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복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정신을 본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닮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세속에 물들게 됩니다. 예수님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유혹 앞에서 힘을 잃고 넘어가고 맙니다.

그리스신화에 헤라클레스(Heracles)가 아우기아스(Augias) 왕의 외양간을 청소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우기아스 왕의 외양간에는 3천 마리의 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거대한 외양간은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청소한 일이 없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이 외양간을 치워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이 센 헤라클레스라 하더라도 자기 힘만으로는 30년 동안 한 번도 치우지 않은 그 큰 외양간을 다 치울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 크고 더러운 외양간을 치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헤라클레스는 두 강의 물줄기를 끌어와서 외양간을 통과해 흐르게 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외양간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었습니다.

세속주의와 자본주의로 물든 우리의 신앙을 회복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앙을 개혁해야 한다고 설교한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 한국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해답은 예수님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로 돌아가서, 예수님의 능력을 우리의 심령과 우리의 교회에 끌어들어야 합니다. 거대한 두 강줄기를 외양간에 끌여들여 도저히 청소할 수 없었던 외양간을 청소했던 헤라클레스처럼, 우리 한국교회에도 성령의 새바람이 불어오게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로 돌아가서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능력으로 역사하시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신앙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 2010년 10월 31일 주일 낮예배-종교개혁기념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