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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01-02 10:32

미문을 지나 성전 안으로 <1월 2일 - 신년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미문을 지나 성전 안으로
본문 - 사도행전 3:1-10

엊그제 뉴스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신년화두로 ‘일기가성’(一氣呵成)이란 말을 정했다고 합니다. ‘일기가성’이란 말은 16세기 중국 명나라의 시인 호응린(胡應麟)이란 사람이 쓴 글에 나오는 말로,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일을 단순에 매끄럽게 처리한다는 뜻입니다. 지난 3년 동안 미국발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 온 저력과 향상된 국가적 지위를 통해서 인류국가로 나아가자는 염원을 담아 이 말을 신년화두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사람에겐 일생에 세 번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기회는 언제나 있습니다. 어찌 평생에 기회가 세 번 밖에 없겠습니까? 그러나 이 말은 우리 일생에 정말 중요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을만큼의 절호의 기회가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여기 한 번의 기회에 일생을 바꾼 아주 귀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의 예루살렘 성전을 흔히 ‘헤롯 성전’이라고 부릅니다. 구약시대 스룹바벨이 지은 두 번째 성전을 유대왕 헤롯이 크고 화려하게 확장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려집니다. 이 헤롯 성전에는 문이 8개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남쪽에서 성전으로 들어가는 문이 ‘니가노르 문(Nicannor Gate)’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문을 ‘미문(美門)’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문은 이방인의 뜰에서 여인의 뜰로 통하는 문인데, 이 문을 미문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그 문이 말 그대로 너무너무 아름다운 문이기 때문입니다. 유대 역사가인 요세푸스의 기록에 의하면, 이 문은 높이 23미터나 되고, 넓이도 약 18미터나 되는 아주 큰 문입니다. 크고 웅장할 뿐만 아니라 아주 아름답게 지어진 문이기도 합니다. 당시 가장 값비싼 고린도산 황동으로 만들어진 이중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문 앞에는 그 아름다운 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앉은뱅이 걸인 하나가 거적을 깔고서 구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나면서부터 앉은뱅이였습니다. 사도행전 4:22절에 보면, 그의 나이가 40세쯤 되었습니다. 40여 년 동안 그는 한 번도 자기 발로 걸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가 거기에 앉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그를 거기에다 매일같이 메어다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미문을 통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여 그것으로 먹고 살도록 말입니다.
여러분, 상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크고 아름다운 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 한쪽 구석에 거적을 깔고 구걸하는 앉은뱅이 걸인이 있습니다. 그 화려한 문과 거적을 깔고 구걸하는 걸인의 모습이 조화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인데, 사람들은 그 상황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갈 뿐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문을 통해 성전에 들락거립니다. 기도하러 들어가기도 하고,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을 항하여 한 사람이 소리를 칩니다. “한 푼만 적선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절규가 아닙니다. ‘주면 좋고 안 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형식적으로 외치는 말일 뿐입니다.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 말을 별로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40여년을 매일같이 그 자리에 와서 구걸하는 그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외침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는 그냥 그곳에 있는 한 장식품과도 같은 풍경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오후 3시 기도시간이 되었을 때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기 위해서 예루살렘 성전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걸인은 성전 안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성전 안에서 들려오는 기도 소리나 찬송소리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는 평생 성전 안에 들어가본 적도 없을뿐더러,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기 앞에 있는 빈 깡통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누군가 얄팍한 동정심으로 동전 몇 푼 던져주지 않나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날도 그는 이른 아침부터 와서 하루 종일 구걸을 해보지만 그날따라 그의 깡통에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후 3시가 되자 마음을 초초해졌습니다. 이제 곧 하루 해가 넘어가게 될 것이고, 어쩌면 빈털터리로 하루를 끝내야 할지 모릅니다. 그의 깡통이 비었다는 것은 그날 그는 굶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제 마지막 희망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후 3시가 되면 유대인의 기도시간입니다. 다른 시간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기 위해서 성전을 찾아올 것입니다. 그는 소리를 높여보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아무도 그에게 관심 가져 주지 않았고, 그의 깡통 역시 여전히 비어 있었습니다. 이제 그나마 마지막 희망조차 사라질 즈음입니다. 그는 힘없이, 늘 하던 습관대로 ‘한 푼만 적선해 달라’고 읍조리고 있습니다.

그 때 성전으로 들어가던 두 사람이 그의 앞에 우뚝 멈춰 섰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앉은뱅이 걸인을 향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를 보라!” 그는 그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자기를 향해 그렇게 불러 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저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말없이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은 있었지만, ‘우리를 보라’고 힘주어 말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것을 보면 아마도 자기에게 큰돈을 주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는 그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본 것입니다.

오늘 본문 3-5절에, ‘본다’는 동사가 네 번이나 나옵니다. 그런데 그 동사는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진 동사들입니다. 먼저 3절에 보면 “(그 앉은뱅이 걸인이)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보았다는 말은 별 의미 없이 보았다(see)는 뜻입니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기에, 그의 눈이 들어온 사람이기에 보였을 뿐입니다. 보고 싶어 본 것도 아니고, 관심이 있어 본 것도 아닙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습니다. 자기 앞을 지나 성전 안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걸인을 바라보는 베드로와 요한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4절에 “베드로와 요한이 그를 주목해 보았다”고 말씀합니다. ‘주목해 보았다’는 말은 응시했다(gaze)는 말입니다. 걸인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언뜻 그의 눈앞을 지나가는 행인 가운데 하나로 보였을 뿐인데, 베드로와 요한은 그를 응시해 보았습니다. 주목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를 보라!” 여기서 ‘보라’는 말은 주목하여 보라(look at)는 말입니다. 건성으로 아무 의미 없이 쳐다보는 걸인을 향하여 자신들을 똑똑히 보라는 것입니다. ‘똑바로 쳐다보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걸인이 두 사도를 바라보았습니다. 본문 5절에 “그들에게서 무엇을 얻을까 하여 바라보았다”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바라보았다는 말은 온 시선을 집중하여 보았다(give attention)는 뜻입니다. 시선을 고정시켰다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이 쳐다보다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주목하여 쳐다보는 두 사도가 ‘우리를 똑똑히 쳐다보라’고 말하자, 그들이 자신에게 뭔가 많은 돈을 주려고 하는가 하고 온 시선을 집중하여 쳐다본 것입니다. 이제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앉은뱅이 걸인은 오직 베드로와 요한 두 사도에게만 시건을 고정시켰습니다.

여러분, 기적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기적이 시작되고, 그 하나님의 시선에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킬 때 기적의 역사는 일어납니다. 이 세상에 60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아니 바로 나에게 시선을 고정시키시고 나를 바라보십니다. 내가 앉은뱅이 걸인과 같이 비참한 현장에 내팽개쳐져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십니다. 내가 약하다고 하나님께서 내게서 시선을 거두시지 않습니다. 내가 약할 그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나를 주목하여 보십니다. 사람들은 나를 왕따시키고 나를 외면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나를 주목하여 보십니다. 직장에서는 나를 버리고 나를 거들떠보지 않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나를 주의하여 보십니다.
그 때 나의 시선을 하나님께 고정시키면 내 삶에 기적이 일어납니다. 새로운 창조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평생 걸어본 적이 없는 앉은뱅이 걸인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오늘 우리의 삶에도 기적이 일어납니다.
여러분, 내 삶이 힘들 때일수록 더욱 주님을 바라보십시다. 아무도 내게 관심 가져주지 않을 그 때에 나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우리 주님께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십시다. 무의미한 눈빛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온 시선을 집중하여 십자가만을 바라보며 사십시다. 그러면 반드시 우리의 삶에도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바라봄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바라봄 자체로 기적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온 시선을 집중하여 두 사도를 바라보자 베드로가 그 걸인을 향하여 이렇게 외칩니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그리고는 손을 내밉니다. 걸인은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을 내밀어 그 손을 붙잡았습니다. 이것은 걸인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동전 몇 푼 던져주면 그것으로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고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의 손을 그는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오른손을 내밀어 자신을 향해 내어민 베드로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그랬더니 발에 힘이 들어갑니다. 뭔가 발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발은 언제나 죽어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의 발은 지금까지 볼품없는 장식품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 날은 달랐습니다. 발바닥부터 뭔가 느껴졌습니다. 힘이 솟아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일어나 걸으라”는 낯선 이의 외침에 따라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일어서고 말았습니다. 단 한 번도 일어서 본적이 없었지만, 그의 손을 붙잡는 순간 발바닥부터 발목에 이르기까지 힘이 솟아나더니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본문 8절에 이렇게 그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뛰어 서서 걸으며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했다.” 여기 “뛰어 섰다”는 말은 뛰어갔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뛰듯이 벌떡 일어섰다는 말입니다. 발바닥에서부터 힘이 솟는 듯 하더니 자신도 모르게 벌떡 뛰어 일어선 것입니다. 그리고는 걷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일어서보았고, 태어나서 처음 걸어본 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라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그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걸어보았습니다. 미문 앞을 걸어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았습니다. 분명 꿈은 아니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앉은뱅이였기에 걷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지금 자신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는 성전 안에로 들어가는 두 사도를 따라 그도 성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면서 생각해보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내가 성전 안으로 들어오다니...’ 그는 기뻐서 이제 아예 뛰기까지 합니다. 기뻐 뛰면서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구약 말라기 선지자를 통해 주신 말씀대로 되어진 것입니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말락기 4:2)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까? 베드로와 요한이 ‘우리를 보라!’고 말하니까, 그들의 말대로 그들을 주목하여 본 것만으로 그런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베드로는 “은과 금은 내게 없지만,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그 걸인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걸인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어 그 손을 붙잡았습니다. 베드로가 걸인을 향하여 내민 손은 단순한 베드로의 손이 아닙니다. 수십 년 동안 어부 일을 하면서 굳은 살이 배긴 그 손을 말하지 않습니다. 베드로가 선포한 것처럼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치유의 손”입니다. 그 손을 걸인이 붙잡았습니다. 그 베드로의 손을 붙잡은 걸인의 손을 오른손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손을 붙잡았다고 해도 되는데, 성경은 오른손으로 잡았다고 말씀합니다. 오른손은 힘을 상징합니다. 그는 베드로의 손을 자신의 오른손으로 힘껏 잡았다는 것입니다.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의 힘이 보통사람보다 아주 강합니다. 특별히 오른손은 더 강합니다. 그 강한 손으로 베드로가 내민 손을 굳게 잡은 것입니다. 그 손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치유의 능력이 걸인에게로 전파를 타고 흐르듯 흘러왔습니다. 그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걸인의 발바닥부터 발목에 힘을 가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앉은뱅이 걸인이 뛰듯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께서 앉은뱅이와 같이 깊은 좌절과 절망 가운데 있는 우리를 향하여 손을 내밀어주십니다. 그 하나님께서 내미신 손을 우리가 굳게 붙잡아야 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능력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집니다. 태어나면서부터 40년 동안 앉은뱅이로 살았다는 것은 그는 자기의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 어떤 의술이나 세상의 방법으로는 걸을 수 없는 절망의 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능력이 역사하는 베드로의 손을 붙잡는 순간 그는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능력으로 말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도우심을 필요로 할 때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어주십니다. 베드로가 물에 빠졌을 때, 예수님께서는 즉시 손을 내밀어 베드로의 손을 잡아 물에서 건져주셨습니다. 소돔성이 멸망당할 때, 멸망당할 소돔성을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 롯과 그의 가족들을 하나님의 천사가 그들의 손을 붙잡고 소돔성 밖으로 인도해 내셨습니다. 그래서 롯의 가족들이 멸망 가운데서 건짐을 받았습니다. 성전 미문에 앉아 있는 앉은뱅이 걸인에게 베드로가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주님의 능력의 손을 말입니다. 그 손을 붙잡았을 때 그에게 치유의 역사가 완성되었습니다.
여러분, 나를 향하여 손을 내미시는 그 하나님의 손을 꼭 붙잡으시기 바랍니다. 깊은 절망의 바다에 빠지더라도 주님께서 내미신 손을 붙잡기만 하면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때론 롯의 가족들에게 그리하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 손을 낚아채듯이 잡아 이끄시기도 하십니다. 그 때 불평하지 말고 그 손에 이끌려 가십시다. 그러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함을 받게 됩니다.

자,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앉은뱅이 걸인은 고침을 받고 걷게 되자 베드로와 요한을 따라 성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기뻐 뛰면서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여러분, 이 앉은뱅이 걸인을 누가 고쳐주었습니까? 하나님께서 고쳐주셨다고 말하는 것은 신앙고백입니다. 신앙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베드로와 요한이 고쳐준 것입니다. 그런데 이 걸인은 베드로와 요한에게 고맙다고, 자신의 불치의 병을 고쳐줘서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병을 하나님께서 고쳐주셨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랬기에 베드로와 요한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고 하나님을 찬양할 뿐입니다. 그는 어떻게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었겠습니까? 분명 베드로가 손을 내밀어 자신의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워주었는데, 그래서 벌떡 일어서게 되었는데, 그는 왜 베드로가 자신을 고쳐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고쳐주셨다고 고백하게 되었습니까?
베드로의 손을 잡는 순간, 발바닥에서부터 힘이 솟아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건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구나.’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의 그 손이 단순한 인간의 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능력의 손임을 깨달았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베드로의 그 손은 비어있는 손이었습니다. 성전 미문 앞에 앉아 있는 앉은뱅이 걸인을 보면서 불쌍한 마음으로 베드로와 요한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손에 아무것도 잡힌 것이 없었습니다.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베드로는 은과 금은 비록 없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좌정하고 계신, 부활하셔서 오늘도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주님을 생각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주님의 이름으로 명하여 앉은뱅이 걸인을 고쳐주었습니다. 만약 그 때 베드로와 요한의 주머니에 동전이 있었다면, 그날 성전 미문에서 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손에 잡힌 동전 몇 개를 그 걸인의 깡통에 던져주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 손에 더 많은 돈이 잡혔다면, 그 걸인은 흔히 하는 말로 횡재했을지도 모릅니다. 평생 만져보지 못한 돈을 받고는 연신 고맙다고 허리를 숙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걸인은 다음 날에도 오늘과 똑같이 다른 사람들의 등에 업혀 성전 미문에 나와야 했고, 여전히 구걸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평생 구걸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베드로와 요한의 주머니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손은 빈털터리였습니다.
여러분, 베드로와 요한의 주머니에 아무 것도 없었기에, 그래서 그들의 손이 비어 있었기 때문에 앉은뱅이 걸인이 치유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외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베드로와 요한의 주머니에 동전 한 푼 없었다는 것이 축복입니까? 저주입니까? 베드로와 요한의 손이 비어 있었다는 것이 감사할 일입니까? 불평할 일입니까? 은혜입니까? 아닙니까?
때로 우리 손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축복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때론 우리 주머니가 비어 있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과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주머니에 돈이나 명예나 세상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면 우리는 주님을 향하여 손을 내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주님도 우리를 위해서 아무 것도 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손에 세상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움켜쥐고 있다면, 우리는 그 손으로 주님이 내미신 손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삶에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앉은뱅이 걸인은 치유를 받고서 성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그 감격은 세상 그 무엇을 가진다 하더라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의 깡통에 동전을 가득 채워주었다 한들 이런 감격을 맛볼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가 그를 불쌍히 여겨 으리으리한 집을 선물해 준다 하들 성전 안에서 뛰며 찬양하는 그 감격과 바꿀 수 있겠습니까?
그는 지금까지의 삶을 더 이상 반복해 살지 않아도 됩니다. 매일 누군가의 등에 업혀 성전 미문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동전 몇 닢 던져주지 않나 하고 마음 졸이며 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는 이제 마음껏 걷고 뛰면서 살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성전 미문에 앉아 그 문을 통해 성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했는데, 이제는 부러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는 이제 자신의 발로 당당히 성전 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의 신앙은 어디에 있습니까? 혹 아직도 성전 미문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구걸해야 하는 앉은뱅이 걸인과 같이 성전 미문 앞에만 앉아 있는 신앙은 아니었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성전 안에 들어가서 기도도 하고 찬송도 하는데, 여전히 성전 미문 앞에 처량하게 앉아 있던 앉은뱅이 걸인과 같은 모습으로 신앙생활하지 않으셨습니까?
2011년 새해에는 성전 미문에 앉아있던 우리의 거적때기를 치워버리고 마음껏 성전 안에 들어가 뛰며 찬양하는 신앙이 되시기 바랍니다. 남들이 성전 안에서 기도하는 소리를 듣고만 있는 신앙이 아니라, 내 발로 성전 안에 들어가 하나님을 향하여 두 손을 들고 기도하는 신앙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남들이 성전 안에서 찬양하는 그 찬양소리를 멀리서 듣는 신앙이 아니라, 기쁨과 감격으로 성전 안에 뛰어 들어가 함께 기쁨의 찬양을 부르는 신앙이 되시기 바랍니다.
성전 미문 앞에 일평생 앉아 있으면 그는 걸인일 뿐입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준다 하더라도 그는 내일 또 다시 누군가의 등에 업혀 그곳에 나와 구걸을 해야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전 미문 앞에 앉아 있는 신앙은 불쌍한 걸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고 하나님께서 내미시는 손을 붙잡고 살면, 우리는 성전 안에서 기쁨의 춤을 추며 감격의 찬양을 부르면서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성전 미문 앞에 앉아 구걸하고 계십니까? 성전 안으로 뛰어 들어가 기쁨으로 찬양하고 계십니까? 2011년 우리는 어디에 있기를 원하십니까? 성전 미문입니까? 성전 안입니까?

< 2011년 1월 2일 주일 낮예배-신년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