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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1-22 09:46

함께 울고 함께 춤을 춥시다. <1월 22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함께 울고 함께 춤을 춥시다.
본문 - 마태복음 11:15-19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관둥성 포산(佛山)이란 시의 한 시장 골목에서 혼자 놀고 있던 두 살배기 여자 아이가 승합차에 치어 앞바퀴에 깔리고 말았습니다. 운전자는 아이가 치어 바퀴에 깔려 있는 것을 알고서도, 잠시 멈칫거리는 듯하다가 그냥 도주하는 바람에 아이는 뒷바퀴에 다시 한 번 깔리고 말았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가 길에 쓰러져 있는데도 그 주변을 지나던 18명의 행인들은 아무도 그 아이를 돕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7분 후에 한 화물차가 이 아이를 치고는 뺑소니를 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그 때까지 아무도 이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에 폐지를 줍던 한 여성이 이 아이를 길가로 옮겨놓고 부모를 찾아 나섰고,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결국 8일 만에 죽고 말았습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인데, 중국에서는 그런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비에관셴스(別管閑事)’라고 해서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다가 오히려 곤란한 일을 겪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6년에 있었습니다. 장쑤성(江蘇省)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던 26살의 한 젊은이가 길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부축해 병원으로 옮겨주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오히려 그 젊은이의 차에 치었다고 그 젊은이를 고소했고, 법원은 그 젊은이에게 4만 5천 위안(한화 약 8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중국의 일반 노동자들이 하루에 약 60위안을 벌어들인다고 할 때, 4만 5천 위안이라는 벌금은 무려 2년을 꼬박 벌어서 단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모을 수 있는 큰돈입니다. 좋은 일을 하려다가 오히려 큰 피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갈수록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어떤 어려운 일을 당해도 모른 척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나 언론에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을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도덕적 상황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는 있으나 모든 감각이 마비되면 ‘식물인간’이라 부릅니다. 식물인간은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습니다.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심장과 맥박은 뛰지만 운동신경이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언어능력이나 학습능력, 인지능력도 정지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살아있으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병 가운데 하나가 나병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나병은 아주 무서운 병입니다. 나병이 무서운 것은 감각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자극이 있어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손이나 발 또는 몸에 상처가 나면 아픔을 느껴야 정상입니다. 아픔을 느껴야 고통을 주는 그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에 가시가 찔리면 아픔을 느껴야 빨리 손을 빼서 가시가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에 손에 빠졌을 때에는 뜨거움을 느껴야 빨리 손을 빼서 손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각을 잃어버리면 손에 불이 붙어도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큰 화상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병의 무서움은 그것입니다. 심지어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떨어져나가도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비록 식물인간처럼 온 몸의 감각이 마비되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촉각이나 통각, 온도 감각 등 일부 감각만 마비되는 나병 역시 무서운 병인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에는 나병환자들이 별로 없습니다. 의료기술이 발달되어 치료도 잘 될 뿐만 아니라 예방할 수 있는 여건도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적인 나병환자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대의 특징입니다. ‘현대인의 무서운 질병은 무감각과 무관심과 무감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각을 잃어버린 시대, 이웃에게 무관심한 시대가 오늘 우리 시대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영적인 나병환자로 살고 있는지 않는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지 못한다면 감각을 잃어버린 영적 나병환자입니다. 고통당하는 이웃을 보아도 아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적 나병환자입니다.

오늘 본문은 영적 감각을 잃어버린 시대를 향한 우리 주님의 책망의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마태복음 11장 첫 부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러 다니실 때에 감옥에 갇혀 있던 세례 요한이 예수님께 사람들을 보냅니다.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 때에 세례 요한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하나님께서 세상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서 보낸 하나님의 어린양’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예수님이 정말로 메시야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이 메시야 맞습니까? 정말로 하나님께서 보내시기로 약속하신 그분이 맏습니까?’ 하고 묻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 요한이 보낸 사람들에게 ‘세례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듣고 본 그대로 전해 주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러면서 ‘나로 인하여 실족하지 않는 자가 복이 있다’는 말씀까지 하십니다. 이 말씀은 세례 요한이 예수님에 대해서 더 이상 의구심을 갖거나 의심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세례 요한이 보낸 사람들이 떠나가자 예수님께서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 세례 요한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말씀해 주십니다. 세례 요한이 지금은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메시야에 대해서 의심의 마음이 생겼지만, 세례 요한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세례 요한은 말라기 선지자를 통해 하나님께서 마지막 때에 메시야에 앞서 보내주시리라 약속하신 엘리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 대해서 그렇게 분명하게 말씀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세례 요한에 대한 세간의 소문 때문입니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말씀을 선포하고 세례를 베풀 때에는 ‘그가 메시야 아닐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세례 요한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습니다. “독사의 자식들아!”라는 호된 책망을 받으면서도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도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기 위해서 모여들 정도였습니다.(마태복음 3장)
그런데 세례 요한이 헤롯 왕에 의해서 감옥에 갇히게 되자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세례 요한을 지지했던 그 옛날의 마음이 다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종교지도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짓 소문에 현혹되었기 때문입니다. 종교지도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소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세례 요한이 유대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만 먹고 다른 음식은 먹지 않은 것은 그가 귀신이 들렸기 때문이야. 세례 요한은 귀신들린 사람일뿐 선지자도 아니고 하나님의 사람도 아니야.’ 그런데 그런 소문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세례 요한이 인정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어린양이라고,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분이라고 사람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이 인정한 예수님의 삶은 세례 요한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세례 요한은 철저하게 금욕적인 생활을 했는데, 예수님은 그렇게 살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잔치를 즐기셨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에 전혀 구애받지 않으셨습니다. 심지어 세리와 죄인들이 마련한 잔치에도 기꺼이 가셨습니다. 그러자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에 대해서도 이상한 소문을 만들어냈습니다. ‘예수님은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다. 죄인들과 가까이 지내는 그는 세례 요한이 말한 것처럼 메시야이거나 하나님의 어린양일 수 없다. 그저 세상을 즐기며 사는 사람일 뿐이다.’

예수님께서 그런 소문이 나돈다는 사실을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그런 소문이 나돈다는 사실을 아신 예수님은 그런 소문을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그런 소문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을 향하여 오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무감각의 시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시장터에서 손꼽놀이를 하던 모습을 비유로 들으셨습니다.
시장터에 부모님을 따라 온 아이들이 부모들이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하는 동안에 무료한 시간을 틈타 손꼽놀이를 합니다. 한 그룹의 아이들이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 결혼식놀이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유대인들의 결혼식은 요란하게 치러집니다. 먼저 신랑집에서 신랑과 신랑친구들이 잔치를 벌입니다. 그러다가 신랑과 신랑 친구들이 신부의 집으로 와서 또 한 번 잔치를 여는데, 그런 결혼잔치는 보통 일주일 정도 열립니다. 신랑과 신랑 친구들이 신부의 집으로 올 때에는 주로 밤에 옵니다. 팔레스틴 땅은 낮에 너무 덥기 때문에 잔치도 주로 밤에 하고,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오는 것도 밤에 옵니다. 신랑이 신부의 집에 올 때에는 악기팀을 데리고 와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춥니다.
이것을 아이들이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이아들이 한 쪽에서 피리를 부는 시늉을 하면 다른 무리의 아이들은 즐겁게 춤을 추며 노는 놀이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 아이가 ‘애들아, 우리 결혼식 놀이 하자’라고 말하며, 피리를 부는 흉내를 냅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큰둥할 뿐입니다.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놀이를 하지고 제안한 아이가 얼마나 무안하겠습니까? 즐겁게 놀고 싶다는 마음은 다 사라져버리고 시장 놀이터에는 찬바람만 불어옵니다.

유대인 아이들이 자주 하는 또 하나의 놀이가 있습니다. 장례식놀이입니다. 유대인들의 장례식에는 돈을 받고 울어주는 직업적인 울음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큰 소리를 내며 가슴을 치면서 울어줍니다. 그것을 아이들이 흉내내는 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한 아이가 시장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칩니다. ‘얘들아, 우리 장례식놀이 하자.’ 그러면서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는 흉내를 냅니다. 그러면 거기에 있는 아이들이 함께 가슴을 치면서 울어야 놀이가 됩니다. 맞장구를 쳐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장례식 놀이를 하자고 말하고서 가슴을 치며 우는 흉내를 내는데 다른 아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놀이를 하자고 제안한 아이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 말씀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결혼식놀이는 예수님에 대한 상황을 비유한 것이고, 장례식놀이는 세례 요한에 대한 것을 비유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심으로 이 땅에는 잔치가 베풀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결혼식 잔치든, 세리와 죄인들이 베푼 잔치든 마다하지 않고 가셔서 그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결혼식놀이를 하지고 제안하시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유대 지도자들은 시큰둥합니다.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듯이 쳐다볼 뿐 아무도 그 놀이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하면 예수님을 왕따 시켜버렸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장례식놀이에 함께 한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예수님보다 먼저 와서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고 회개할 것을 외쳤던 세례 요한을 미치광이라고 비웃었습니다. 가슴을 치며 회개해야 한다고 선포한 세례 요한을 ‘귀신 들려 미치고 말았다’고 조롱했습니다.

당시 유대의 지도자들은 영적으로 무감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슬피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왜 춤을 춰야 하는지도 모르고, 왜 가슴을 치며 울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아니 춤을 춰야하는 흥을 잃어버렸고, 눈에서는 눈물이 말라버렸습니다.
왜 그렇게 감각을 잃어버린 무미건조한 사람들이 되고 말았습니까? 자기들만의 특권의식 때문입니다. 자기들은 피리를 분다 하더라도 춤을 추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피리를 불 때 춤을 추는 것은 놀기 좋아하고 경건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하는 짓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고 분류해버렸습니다. 창녀들과 어울리는 사람, 먹고 마시는 것을 너무 즐기는 사람, 상종해서는 안 되는 죄인들과 가까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그런 예수님을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그런 예수님을 메시야라고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경건하게 살던 세례 요한은 인정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례 요한 역시 귀신들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세례 요한은 분명 경건하게 살았습니다.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면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세례 요한은 그 누구보다도 경건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세례 요한 역시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이 생각하는 경건과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여기에 큰 오류가 있습니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는 것, 여기에 판단의 실수가 있습니다. 나와 다르면 공감하지 못하고 별종으로 여겨버리는 것, 여기에서 자기만의 성을 쌓게 됩니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특권의식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특권의식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특권의식이 없어져야 합니다. 특권의식은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지 못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멀어지게 만듭니다. 마치 시장 놀이터에서 결혼식놀이나 장례식놀이를 하자고 해도 시큰둥하니, ‘그런 유치한 것은 유치한 너희들이나 하라’는 식으로 대하는 아이들과 같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지만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유대인에게 유대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유대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이고, 내가 율법 아내 있진 않지만 율법 아래 있는 자처럼 사는 것은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강한 자이지만 약한 자처럼 여기는 것은 약한 자들을 얻기 위함입니다.’(고린도전서 9:19-22) 사도 바울은 분명 자신이 가야할 길이 있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은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을 얻어 구원하기 위해서 그는 때로 자신의 길을 포기하기도 하고, 다른 모습으로 살기도 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것이 진정한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우리 신앙인들의 사고여야 하고, 삶이어야 합니다. 나와 다르다고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지만 그들을 품기 위해서 그들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특권의식이 없습니다.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뿐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무관심해지고, 무관심하기 때문에 무감각해집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 한 번 설 명절을 맞았습니다. 명절만 되면 늘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특별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말일 것입니다. 명절만 되면 며느리들은 골치가 아픕니다. 기쁜 명절이라고 하는데, 며느리들에게는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명절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앞섭니다. 왜 그렇습니까?
여러분, 이번 명절에는 며느리들, 아내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줍시다. 짐을 조금이라도 나눠집시다. 여자들은 부엌에서 죽도록 일만하고, 남자들은 고스톱을 치거나 TV 앞에 앉아서 여자들을 부려먹는 모습은 버려야 할 잘못된 문화입니다. 여자들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자들의 아픔과 힘듦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무감각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그래도 된다는 남자들의 특권의식이 그런 무감각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들의 정신적인 나병 때문입니다.

여자들은 당연히 일해야 하고 남자들은 놀고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누가복음 16:19-31) 어느 마을에 큰 부자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설날 예쁜 설빔을 입는 것처럼 이 부자는 날마다 설빔과 같은 좋은 옷만 입었고, 우리가 설날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먹는 것처럼 이 부자는 매일 그런 좋은 음식만 먹었습니다. 그 집 대문 앞에는 거지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늘 배가 고팠습니다. 그 집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라도 먹고 싶어서 그 집 대문 앞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부자는 그 거지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배가 고파 굶어죽지는 않을지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얼마 후 부자와 거지 둘 다 죽었습니다. 부자는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고, 거지는 천국에 갔습니다. 여러분, 부자가 지옥에 간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부자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좋은 옷에 좋은 음식으로 날마다 호의호식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의 코앞에 있는 거지에게 무관심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자는 자기의 대문 앞에서 구걸하던 그 거지와 자신은 전혀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저런 가난뱅이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거지에게 무관심했고, 그랬기에 결국 지옥에 가고 말았습니다.

부엌에서 힘들게 일하는 며느리나 아내의 고통에 무관심한 채 나만 기쁜 날로 보낸다면, 그게 지옥에 간 부자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여자들은 고생해도 되고 나만 기쁘면 그만이고 생각한다면, 지옥에 간 그 부자와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부모님은 고생해도 되고 나만 만족스러우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자녀들이 있다면 깊이 생각하세요. 부모님의 고생에 감사가 없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녀된 도리가 아닙니다.
여러분, 이번 설 명절은 무관심했던 내 주변의 아픔에 함께 아파할 수 있고, 내 주변의 행복한 미소에 함께 웃을 수 있는 신앙이 되시기 바랍니다. 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기쁨에 무관심하면서, 에티오피아의 굶어죽는 아이들에게 돈 몇 푼 보낸다고 그게 선행이 되겠습니까? 관심은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눈물 흘리는 내 가족의 아픔부터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내 가까운 이웃의 행복에 시기와 질투가 아닌 함께 웃어줄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이가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해서 학교에 갔는데, 겨울방학 숙제로 일기장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기장에 겨울방학 동안에 가장 즐거웠던 일이 중이염에 걸린 것이라고 썼습니다. 여러분, 아이가 중이염에 걸렸으면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치료받기 위해서 여러 번 병원에 다녀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왜 중이염에 걸린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썼겠습니까? 그 아이는 방학 중에 스케이트도 타러갔고, 여러 곳에 구경도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중이염에 걸린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쓴 이유는 이렇습니다. ‘중이염에 걸리니까 가족들, 특히 엄마가 자기에게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의사 선생님도 친절하게 대해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가족에게조차 관심을 갖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는 오늘 우리시대의 슬프고 아픈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가족들조차도 이런저런 핑계로 서로에게 필요한 사랑을 충분히 공급해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애정결핍증에 걸려 있고, 관심결핍증에 걸렸습니다.

여러분, 관심은 우리 눈앞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뭔가를 보아야 합니다. 내 가족의 힘듦을 보아야 합니다. 눈물을 보아야 하고, 얼굴에 핀 웃음을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려줄 수 있고, 함께 웃어줄 수 있습니다. 내 가족과 내 가장 가까운 이웃의 눈물과 웃음에 무관심하다면, 우리의 마음에 사랑이 식어 있는 것입니다. 참된 믿음이 사라진 것입니다.
여러분, 이번 설 명절에는 무슨 놀이를 하며 지내시겠습니까? 결혼식놀이를 하자고 해도 시큰둥하고, 장례식놀이를 하자고 해도 시큰둥하는 사람들이 되진 마십시다. 가족의 힘듦을 조금이나마 분담하십시다. 그러면 모두가 함께 즐거운 명절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신앙에서 무관심, 무감각의 병을 떨쳐버리십시다. 그러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 2012년 1월 22일 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