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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07-04 10:24

베드로에게 이르라 <7월 4일 - 맥추감사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베드로에게 이르라 <부제 : '다시 한 번'의 은혜>
본문 - 마가복음 16:1-8

지금으로부터 약 230년 전, 영국에 구두를 만드는 한 가난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아버지의 강권에 못 이겨 그는 구두수선공이 되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두 발이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에 구두수선공은 가장 유망 직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한 채 구두를 만들면서 혼자서 그리스어, 히브리어, 라틴어를 공부했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선교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1794년 34살의 나이에 선교사가 되어 인도로 떠났습니다. 이 소년이 바로 ‘현대 선교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윌리엄 캐리(William Carrey, 1761-1834)입니다.
그는 인도 선교에서 아주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7년 동안 복음을 전했는데, 단 한 사람에게도 세례를 베풀지 못했습니다. 그가 겪은 가장 큰 시련 가운데 하나는 1812년에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배운 어학 실력과 현지 언어를 익힌 후에 성경을 현지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두 권의 문법책과 여러 권의 사전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런데 1812년, 8년의 시간을 투자해서 거의 완성된 성경번역과 사전 등이 전부 불에 타버린 것입니다.
이 사건은 캐리에게 굉장한 절망과 고통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길을 두 번 가는 것이 비록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처음보다 훨씬 더 충실한 결과를 낳아 더 유익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벌써 다시 시작했습니다.”

8년여 시간을 투자해서 이루어놓은 것들이 화재로 인해 한 순간에 없어져버렸지만,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졌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쓴 원고가 부족한 것이 많기에 하나님께서 새롭게 번역하라고 하신 뜻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해서 마침내 성경 번역을 완성해내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때로 내 실수든 아니든 관계없이 깊은 절망 가운데 빠지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떤 절망의 자리에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사상가 중에 토마스 카알라일(Thomas Carlyle, 1795-1881)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의 평생 소원은 프랑스 혁명사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수많은 자료를 수집해서 약 10년에 걸쳐서 프랑스 혁명사를 썼습니다. 원고가 거의 완성되었을 때 그는 그 원고를 가장 절친한 친구인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1-1873)에게 ‘검토해 달라’고 주었습니다. 그런데 존 스튜어트가 잠깐 외출하고 온 사이에 그의 하녀가 책상을 정리하다가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그 원고를 버릴 휴지인줄 알고 벽난로에 집어넣고 다 태워버렸습니다. 자신이 10년에 걸쳐 쓴 원고가 다 불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카알라일은 굉장히 낙담했습니다. 넉 달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의욕을 상실한 채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이웃집이 새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벽돌을 쌓는 사람이 줄을 쳐 놓고 줄에 맞춰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았습니다. 그러다가 뭔가 잘 맞지 않았는지 쌓았던 벽돌을 다 헐어버리고 다시 쌓는 것입니다.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서 카알라일은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한 채의 집을 짓기 위해서도 저렇게 몇 번씩 작업을 하는데, 세계의 역사를 바꾸기 위한 일이 한 번에 이루어질 리가 없지.’ 그리고는 다시 용기를 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첫 번째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불후의 명작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용기 - 이것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우리가 잘 아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현장을 사진처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께서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에 묻히셨습니다. 안식일이 지나자 여인들이 예수님의 시신에 바를 향품을 가지고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돌로 굳게 닫혀 있어야 할 무덤의 문이 열려 있고, 여인들이 무덤 안에 들어갔을 때 예수님의 시체는 온데 간데 없어졌습니다. 대신 흰옷을 입은 천사가 여인들에게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알려줍니다.
그리고는 그 천사는 여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가서 그의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르기를 예수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전에 너희에게 말씀하신 대로 너희가 거기서 뵈오리라 하라.”(7절)
마태복음 28장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마태복음 28장과 오늘 본문과 다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본문에서는 “베드로”라는 이름이 강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본문 7절을 본문의 의도대로 번역한다면 이런 말입니다. “가서 제자들에게, 특별히 베드로에게 분명히 알려주어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그분이 살아계실 때 말씀하신 것처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셨으니 갈릴리에 가서 주님을 뵈도록 해라.”

왜 저자 마가는 특별히 “베드로”라는 이름을 넣어 강조했을까요? 다른 제자들도 많은데 왜 특별히 베드로에게 분명하게 알리라는 사실을 강조했을까요?
마가복음서의 저자는 마가 요한입니다. 마가 요한은 예루살렘 출신으로 상당한 부와 지위를 가진 마리아의 아들입니다. 바나바의 조카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생전에 예수님을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면 예수님을 직접 만나보지도 못한 마가가 어떻게 예수님의 일생을 다루는 마가복음을 기록했을까? 그것은 베드로를 통해서입니다. 마가는 베드로의 제자였고, 베드로의 선교사역에 통역자로 동역했던 사람입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에 대해서 설교한 내용들을 모아서 마가복음서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러면 베드로가 설교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물론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예수님의 생애와 말씀은 전부 십자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설교하고 선포하면서 가장 뼈아프게 눈물을 흘리며 선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자신이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군병들에게 체포되어 대제사장의 집에서 심문을 당하고 계실 때, 베드로는 예수님의 예언처럼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절대로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주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주님을 절대로 부인하지 않겠다”(마가복음 14:31)고 힘주어 말했던 베드로입니다. 그리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께서 군병들에게 붙잡히실 때 칼을 빼서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잘라버리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을 지키겠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예수님을 지켜드리겠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에 그는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사람인가를 철저하게 깨달아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대제사장의 집에서 심문을 받고 계실 때, 대제사장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여종이 베드로를 알아보고는 ‘당신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던 사람 아닌가요?’라고 물어옵니다. 절대로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겠노라고, 주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노라고 호언장담하던 그 기세로 한다면 “그래, 나는 저 예수님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고, 나는 저 예수님의 제자다.”하고 당당하게 나서야 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그 여종 앞에서조차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아무 권력도 없고 힘도 없는 그 여종 앞에서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심지어 ‘저주하고 맹세하면서’ 예수님을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습니다. ‘저주했다’는 말은 자신이 한 말에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 저주를 선언하는 것입니다. ‘내 말이 진실이 아니라면, 거짓말이라면 나는 어떤 천벌이라도 받겠다’는 뜻입니다. ‘맹세했다’는 말은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하나님을 증인으로 내세우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부인하고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베드로는 그렇게 비참해지고 말았습니다.

베드로는 대제사장의 뜰에서 철저하게 무너졌습니다. 그의 인생에 그것보다 더 비참한 순간은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전에 밤새도록 고기잡이를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어부로서 실패했을 때에도 이만큼 비참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제사장의 뜰에서 예수님을 부인함으로써, 베드로는 지난 3년간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말씀을 듣고 기적을 체험했던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모든 자아가 완전히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호언장담했던 그 용기가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도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세 번씩이나 부인했다는 것은 단순히 당시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인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당시 분위기 때문에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변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베드로가 세 번 주님을 부인하자 닭이 울었습니다. 그 닭 울음소리를 들은 후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대제사장의 집 밖으로 나가 심히 통곡하며 울었습니다.(마태복음 26:75)
전해온 말에 의하면, 그 후 베드로는 복음을 전하다가도 닭 울음소리만 들리면 통곡하며 울었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부인했던 바로 그 사건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부족하고 연약한 나를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셔서 복음전도자로 삼아 주셨음을 감사’하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베드로가 닭 울음소리만 들리면 땅에 엎드려 통곡하면서 울던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 바로 마가일 것입니다.
그리고 베드로가 예수님의 부활을 설교하면서 ‘이렇게 부족한 나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만나 주셨노라’고, ‘그리고 용서받을 수 없는 나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셔서 복음 전도자로 삼아주셨노라’고 말한 것을 참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런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담고 있는 말씀입니다. “가서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르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베드로 너! 낙심하고 울고만 있지 마라. 갈릴리에서 만나자. 새롭게 시작해 보자. 한 번 실수했다고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니잖아. 다시 한 번 일어나라.’ 예수님은 지금 베드로에게 그렇게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런 베드로의 설교를 들을 때마다 저자 마가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마가 역시 지우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 13장에 보면, 안디옥 교회에서 최초로 선교사를 파송합니다. 안디옥 교회의 지도자였던 바나바와 바울에게 안수하고 선교사로 보냈습니다. 그 때 바나바와 바울과 함께 선교여행에 동행했던 사람이 바로 마가 요한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마가는 선교여행을 떠난 지 얼마 못돼 자기 고향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사도행전 13:13)
그리고 제2차 선교여행을 떠나려 할 때 이 마가 때문에 바나바와 바울 사이에 큰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바나바는 자기의 조카인 마가를 다시 한 번 선교여행에 데려가자고 했고, 사도 바울은 ‘한 번 배신한 사람을 어떻게 믿고 데려가느냐’고 데려갈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마가를 데리고 가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바나바와 사도 바울 사이에 큰 논쟁이 벌어진 끝에 바나바와 사도 바울은 결국 갈라서고 맙니다. 사도 바울은 실라를 데리고 소아시아로 떠나갔고,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구브로라는 섬 쪽으로 선교를 떠나갑니다.(사도행전 15:36-41)
물론 나중에 마가는 바울에게도 인정을 받아, 바울의 복음 사역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골로새서 4:10) 그리고 바울이 노년이 되었을 때 죽기 직전에 이 마가를 너무너무 보고 싶어 디모데에게 ‘마가를 꼭 좀 데리고 와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디모데후서 4:11)

나중에는 그렇게 바울에게도 인정받는 복음의 일꾼이 되었고, 마가복음을 써서 예수님의 생애를 후대에 알려주는 굉장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마가 역시 그 때 큰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입니다. 바나바와 바울을 따라 나섰을 때에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목숨까지도 내놓을 것이라고 단단히 각오하고 선교여행에 동행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못되어 선교여행길이 너무 힘들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몸이 아파서 그랬는지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사도 바울이 마가에 대해서 단단히 화가 나서 제2차 선교여행 때에는 절대로 데려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첫 번째 선교여행 때 선교여행을 계속할 수 없을만큼 몸이 아프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마음이 변했던 모양입니다.

마가 역시 그런 뼈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에, 예수님을 부인했다는 것 때문에 늘 마음 아파하고, 한 편으로는 그런 자신을 다시금 사랑하셔서 복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를 잊지 않았던 베드로를 보면서 크게 공감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가복음을 쓰면서 다른 복음서에서는 기록되어 있지 않는 “베드로에게”라는 말을 특별히 집어넣은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냉혹한 교육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두 번째 기회는 절대로 없기에 단번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한 번 실패하면 인생이 끝장날 것같은 생각으로 살아가도록 말입니다. 한 번 실수한 것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한 번 실수했다고, 한 번 실패했다고 영원한 실패자로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십니다. 우리가 때로 세상 살아가다가 실수하여 넘어졌을 때 ‘왜 바보같이 넘어졌느냐?’고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조용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셔서 ‘다시 일어서라. 용기를 가지고 다시 한 번 해보라’고 말씀합니다.

어느 젊은 목사님이 교도소에서 설교를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죄수들을 모아놓고 설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젊은 목사님에게는 굉장히 부담이 되었습니다. ‘마음이 닫힌 그들에게 어떻게 설교를 해야 마음을 열고 복음을 받아들일까’ 고민하고 고민하던 목사님이 드디어 설교해야 할 날이 되자 교도소에 찾아갔습니다. 설교시간이 되어 설교단에 올라가려고 하다가 모여있는 죄수들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나님께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면서 설교단 위로 올라가다가, 그만 너무 긴장이 되어서 그랬는지 계단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순간 강당 안은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젊은 목사님은 아픔과 부끄러움에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 하나님께서 그에게 좋은 생각을 주셨습니다. 목사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씩씩하게 계단을 올라 강단 앞에 서서는 여전히 키득대며 웃고 있는 죄수를 바라보며 이렇게 설교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사람이 한 번의 실수로 넘어졌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실수하고 넘어졌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진정 부끄러운 일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늘 넘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넘어지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세상을 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베드로와 가롯 유다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지만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래서 주님으로부터 용서받고 다시 제자가 되어 복음을 증거하는 위대한 사도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가롯 유다는 달랐습니다. 그도 예수님을 배신한 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일어서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스스로 목매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더 깊은 멸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오늘은 맥추감사주일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2010년이라는 시간의 절반을 살아왔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우리에게는 기뻤던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싶은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는 부끄러운 일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계획했던 대로 일이 풀려지지 않아서 마음 상한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줄 알면서도 실수를 되풀이 했던 부끄러운 모습도 있습니다. 좀 더 열심히, 좀 더 부지런히, 좀 더 신중하게, 좀 더 기도하면서 살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할 때도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너 왜 그 때 그렇게 살았어? 왜 그 때 바보처럼 그렇게 생각했어? 왜 그렇게 멍청했어?’ 그렇게 따져 묻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괜찮아, 다시 하면 되잖아! 용기를 내! 힘을 내! 다시 일어나 뛰어봐! 내가 도와줄게. 내가 힘을 줄게. 내가 지켜 줄께!’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그게 감사할 뿐입니다. 좋은 길로 인도하신 것도 감사하지만, 실수했을 때 책망하시거나 꾸짖지 않으시고 다시 일어나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용기를 주신 것이 더 감사한 일입니다. 건강을 주신 것도 감사하지만, 건강을 잃어 더 많이 봉사하지 못했을지라도 꾸짖지 않으시고 ‘괜찮아, 지금도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라고 용기를 주시는 것이 더 감사한 일입니다. 게으르고 나태함 때문에 충성스럽게 살지 못했지만, 꾸짖지 아니하시고 ‘다시 힘을 내 살아가라’고 격려해 주심이 더 감사한 일입니다.

여러분, 이제부터 시작되는 2010년 하반기는 다시 일어서도록 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새롭게 주신 은혜의 시간들입니다. 지난 시간들 속에서 넘어졌다면 우리 무릎에 힘을 주시며 ‘다시 일어서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다시 일어서십시다. 지난 시간들 속에서 실패의 경험이 너무 많았다면 ‘내가 너와 함께 하마’ 약속하시고 용기를 주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힘입어 다시 시작해 보십시다. 죄를 짓고 회개했는데 또 다시 죄를 짓고 실수했다 하더라도, ‘괜찮아, 나는 너를 여전히 사랑한단다.’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말씀으로 위로를 받고, 은혜의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십시다.

한두 번 실수하고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아니 교만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완전한 존재로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고, 실수해도 다시 용기를 갖는 희망의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21번의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무언가 목적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21번은 연습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공군 조종사를 전투에 투입하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법칙입니다. 전투기 조종사가 효과적으로 전투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1번은 연습하고 훈련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서 알아낸 것입니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유능한 전투기 조종사도 최소한 20번은 실패하고 실수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20번 실수했다고 낙심했다면 그는 유능한 조종사가 될 수 없습니다. 20번 실수해도, 20번 실패했어도 다시 시도하고 또다시 시도하면서 반복한 끝에 유능한 조종사가 될 수 있습니다.

또 ‘100번의 법칙’이란 말도 있습니다. 이것은 거머리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에서 얻어낸 법칙입니다. 전기 감전장치를 설치하고서 거머리가 달라붙으면 전류를 흐르게 합니다. 찌릿- 하고 전기를 흐르게 하면 거머리가 전기 충격으로 떨어져나갑니다. 붙으면 다시 전기를 흘러 보내 떨어지게 하고, 다시 붙으면 또 전기를 보내고... 그렇게 하기를 100번쯤 하니까 거머리가 더 이상 달라붙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미물도 100번쯤 하니까 달라붙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우리의 잘못된 습관이나 행동을 바꾸려고 하는데, 몇 번 시도하다가 안 된다고 끝내서는 안 됩니다. 에수 믿고 술 먹는 습과, 담배 비는 습관 끊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 한두 번 하고서 안 된다고 포기하면 안 됩니다. 100번까지라도 시도해야 합니다. 최소한 100번은 시도해봐야 합니다. 99번까지는 계속 실패하더라도 계속하다보면 언젠가 내 습관이 바뀌고 내 행동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꿔지게 됩니다.

또 ‘10년의 법칙’이란 말도 있습니다. 두뇌연구 분야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온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의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on) 박사가 한 말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정교한 훈련을 10년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습니까? 남들보다 더 힘을 다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 10년 동안, 최고가 되기까지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다시 용기를 내어 봅니다. 주저 않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섭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세계적인 권위자가 되고,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닭 울음소리를 듣게 하신 것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 것이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신 것도 다시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갈릴리에서 베드로를 만난 부활의 주님께서 베드로를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렇게 비겁했느냐’고 나무라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요한복음 21:15-17)
여러분, 주님을 사랑하십니까? 그러면 됩니다. 주님을 사랑한다면 그것으로 다 됩니다. 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그리하셨던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도 용기를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다시 하려무나. 용기를 내 다시 한 번 시작해보려무나. 내가 도와주마.”

<2010년 7월 4일 주일낮예배-맥추감사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