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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03-28 10:42

십자가를 준비한 사람들 <3월 28일 종려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십자가를 준비한 사람들
본문 - 요한복음 12:1-8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종려주일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날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수많은 군중들이 “호산나”를 외치며 종려가지를 흔들었는데, 이 때 군중들이 흔든 나무 가지가 종려나무였기에 종려주일이라고 부릅니다.
마태복음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세 번에 걸쳐 “내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씀하셨습니다.(마태복음 16:21, 17:22-23, 20:18-19)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 중 어느 누구도 예수님의 이 말씀을 귀에 담아 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태복음 16장에 의하면, 처음 그 말씀을 하실 때 베드로가 “주님, 그러실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주님에게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하고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말씀하실 때 보인 제자들의 반응은 예수님의 말씀과 전혀 상반된 것이었습니다. 마태복음 17장에서 두 번째로 십자가를 지고 죽으셔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에는 제자들이 근심했습니다. 성경은 “제자들이 매우 근심하더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로 말씀하신 마태복음 20장에서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예수님을 찾아와서 “내 두 아들을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해 달라”고 청탁을 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길이 십자가와 죽음의 길이 아니라 큰 영광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십자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제자들의 마음속에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죽으셔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셨습니다. 수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하고 소리쳤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것을 개선장군이 온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큰 명예와 권세를 얻기 위해서 가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신 진짜 이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심지어 ‘고난당하고 십자가를 지고 죽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간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들은 제자들조차도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죽으시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가신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예수님께서 죽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와중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준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늘 본문에 나오는 마리아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기 전날이었습니다. 베다니에 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환영하는 잔치입니다. 이 잔치는 결코 흥겨운 잔치만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현상수배자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요한복음 11:57절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는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누구든지 예수 있는 곳을 알거든 신고하여 잡게 하라 명령하였음이러라.” 또 11:53절에 보면 “이 날부터는 그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모의하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시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이 내부적으로는 예수님을 죽일 작전을 다 짜놓고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마다 예수님을 현상수배한다는 전단을 붙여놓았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예수님을 바로 체포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예수님이 계신 곳에 가지 못하도록 -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에게 밉보이면 엄청난 피해와 박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을 위해 잔치를 베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지금 잔치가 열리고 있는 베다니는 예루살렘에서 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예루살렘 바로 코앞에서 예수님을 위해서 잔치를 베푼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잔치를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래 전부터 잔치를 베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그 집에 아주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나사로가 죽은 것입니다. 마리아와 마르다, 그리고 나사로 3남매가 사는 집에 나사로가 죽었다는 것은 여간 슬픈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이들 남매의 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난 모양입니다. 힘든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고 살았는데, 오라버니인 나사로가 죽었으니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그런데 나사로가 죽어 무덤에 장사된 지 사흘 되던 날에 예수님께서 베다니에 찾아오셨습니다. 그들의 슬픔으로 인해 마음 아파하시던 주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나사로의 무덤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는 무덤에 장사된 지 사흘이나 지난 죽은 나사로를 살려주셨습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예수님은 더욱 곤란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후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따르게 되자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죽이려고 모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사로를 살려주신 예수님을 위해 잔치를 베풀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으로 가시던 예수님께서 다시 베다니 마리아의 집에 찾아오셨습니다. 그러자 마리아와 마르다는 예수님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나사로를 살려주시던 때와 상황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잔치를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이 잔치는 단순히 죽은 나사로를 살려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잔치만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잔치라는 말은 헬라어로 ‘데이프논’(δειπνον)이란 단어인데, 이 단어는 ‘만찬’이라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과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잡수셨는데, 그 만찬이 바로 데이프논이었습니다.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가 예수님을 위하여 베푼 잔치는 단순한 잔치가 아니라 예수님의 유월절 만찬과 같이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잔치였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이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을 느끼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주님을 위해 베풀 마지막 잔치임을 알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정성껏 준비된 음식으로 만찬을 나누고 있던 자리에 마리아가 나드 향유가 가득 담긴 옥합을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옥합을 깨뜨리더니 그 향유를 모두 예수님의 발에 부어드렸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 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부어드릴 때까지 아무도 마리아가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마리아가 향유가 담긴 옥합을 가지고 온 것을 본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 향유를 다 예수님의 발에 부어드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향유의 값은 최소한 300데나리온 이상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 하루 품삯이었습니다. 300데나리온이라고 하면 노동자의 일 년치 품삯에 해당되는 값비싼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마리아가 그 비싼 향유를 그렇게 허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리아가 향유를 다 예수님의 발에 부어드리자, 가롯 유다가 마리아를 책망했습니다. ‘그 비싼 향유를 왜 허비하느냐?’고 말입니다. ‘그것을 팔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여러분은 마리아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아마 저도 가롯 유다처럼 말했을 것입니다. 노동자의 일년치 연봉에 해당되는 그 귀한 것을 그렇게 허비하는 것을 보면서 ‘참 잘했다. 마리아가 참 좋은 일 했네.’라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요? 당시에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은 그래도 잘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벳새다 광야에서 예수님께서 한 어린아이가 가져온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이 사건을 뒤집어 보면, 남자 장정만 5천 명이 모인 그 자리에 도시락을 가지고 온 사람은 어린아이 하나밖에 없었다는 말입니다. 나머지 5천명은 다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기 스스로 먹을 것을 준비할 수 없는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그 비싼 향유를 허비하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쓴다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롯 유다의 말이 이치상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그를 가만 두어라. 그녀는 지금 나의 장례를 예비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마태복음 26장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어찌하여 이 여자를 괴롭게 하느냐?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 마리아를 칭찬하셨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쓰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 제자들을 책망하시면서, 오히려 마리아를 칭찬하셨습니다. 평소 예수님께서 가난한 자들을 보고서도 나몰라라 하신 분이었다면 이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시 어느 누구보다도 가난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셨고, 그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런 예수님께서 그 비싼 향유를 허비하는데도 오히려 마리아를 칭찬하셨습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값비싼 향유를 허비한 마리아를 칭찬하셨습니까? 폴 틸리히(P. Tillich)라는 신학자는 이 마리아의 행동을 ‘거룩한 낭비’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낭비는 낭비인데, 거룩한 의미가 있는 낭비라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칭찬하신 이유는 마리아의 이런 행동이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26장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여자가 내 몸에 이 향유를 부은 것은 내 장례를 위하여 함이니라.” 마리아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예수님께 향유를 부어드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리아의 정확한 의중은 잘 모릅니다. 정말로 마리아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실 것을 알고 미리 예수님에게 향유를 부어드린 것인지, 아니면 오라버니인 나사로를 살려주신 것에 대해 너무너무 고마워서 자기가 가진 향유 전부를 부어드렸는지.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오라버니를 살려주신 주님이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고마움을 단지 잔치로만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지금까지 모아놓은 향유를 모두 부어드린 것입니다. 당시 아가씨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자금으로 향유를 모으곤 했습니다. 은행제도가 발달하지 않는 시대였기 때문에 돈이 생길 때마다 향유를 사 모았다가, 결혼할 때가 되면 그 향유를 팔아 결혼자금으로 쓴 것입니다.
마리아가 300데나리온에 해당되는 많은 향유를 모은 것도 아마 결혼자금으로 쓰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그것을 모두 주님의 발에 부어드렸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예수님에게 부어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것을 ‘당신의 십자가 죽음과 장례를 준비한 것’이었다고 해석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때론 우리의 삶이나 행동에 대한 생각이 주님의 선하신 뜻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깊은 뜻을 생각하지 모하고 행동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이 담긴 희생을 주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이루는 거룩한 모습이라고 해석해 주십니다. 나는 그저 고마운 마음에 한 행동이었는데, 주님은 나의 그 행동을 더욱 크게 해석하시고 더욱 귀하게 여겨주십니다. 결국 마리아의 향유 부음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준비하는 거룩한 헌신이 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거룩한 헌신을 한 것입니다.

여러분, 마리아가 그 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부어드릴 때에 아깝다는 생각을 했겠습니까? 안 했겠습니까? 마리아는 전혀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귀한 것을 드린 마리아는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왜 주변 사람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합니까? 그게 바로 사랑의 차이입니다.
사랑하면 무엇을 주든 아깝지 않습니다. 내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대로 이 향유가 마리아가 결혼자금으로 준비한 것이었다고 하면, 마리아는 자신의 앞날 전부를 주님께 부어드린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너무너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두 제자에게 십자가를 하나씩 주시면서 ‘내가 이 길 끝에서 기다릴테니 그곳까지 이 십자가를 지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제자는 가볍게 십자가를 매고 가는데 반해, 두 번째 제자는 지독히 힘들어하면서 뒤쳐져 따라왔습니다.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온 지 하루 만에 첫 번째 제자는 약속한 길 끝에 당도하여 십자가를 주님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제자의 등을 가볍게 안아주시면 “아들아, 아주 잘했다.”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제자는 그 다음 날 저녁이 되어서야 주님이 계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주님 앞에 도착한 제자는 십자가를 주님의 발아래 내동댕이치면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저한테는 다른 제자보다 훨씬 더 무거운 십자가를 내주시다니요! 제가 이제야 온 것도 다 그 때문이라구요!” 주님은 슬픈 얼굴로 두 번째 제자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는 둘 다 똑같은 무게였느니라.” 그러자 두 번째 제자는 항의하듯 물었습니다. “똑같은 무게의 십자가인데, 앞사람은 아주 쉽게 십자가를 옮겼는데 왜 저는 쩔쩔매며 십자가를 지고 와야 했습니까?” 그 때 주님께서 타이르듯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를 탓하지 말아라. 앞에 온 사람은 사랑의 마음으로 십자가를 지고 왔기 때문에 무게가 점점 줄어들었지만, 너는 십자가를 지고 오는 동안 줄곧 불평을 했기 때문에, 네가 불평할 때마다 십자가의 무게가 늘어난 것이란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지면 십자가도 가벼워집니다. 그러나 불평의 마음으로 지면 아무리 가벼운 십자가라 하더라도 내 어깨에서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무거운 십자가가 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값비싼 향유를 드렸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마음으로 주님의 십자가를 준비하는 여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이 없는 제자들은 마리아가 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불평했습니다. 여러분, 기쁜 마음으로 십자가를 준비하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십자가를 지는 사람은 그 어떤 십자가의 길이라도 기쁘게 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준비한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이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장면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께 향유를 부어드린 다음날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것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에서는 이 일을 아주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14절입니다. “예수는 한 어린 나귀를 보고 타시니.” 그런데 누가복음 19장에는 보다 자세하게 당시 상황을 말씀해 줍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가셨을 때에 제자 둘을 먼저 보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맞은편 마을로 가라. 그리로 들어가면 아직 아무도 타보지 않은 나귀새끼가 매여 있는 것을 보리니 풀어 끌고 오라.”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만일 누가 너희에게 어찌하여 푸느냐 묻거든 말하기를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러면 나귀와 나귀새끼를 풀어가도록 허락할 것이란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두 제자가 가보니, 정말 나귀와 나귀새끼가 매여 있었습니다. 나귀새끼를 풀려고 하자 나귀의 임자가 “왜 나귀새끼를 푸느냐?”고 물었습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주님께서 쓰시려고 한다’고 말하자 순순히 풀어가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 나귀새끼의 주인이 누구인지 성경은 말씀하지 않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그 나귀새끼를 어디에 쓰시려고 풀어오라고 하셨는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필요해서 가져오라 하신다’는 말만 듣고 나귀새끼를 순순히 내어주었습니다.

그 나귀새끼를 타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들어가신 예루살렘에 예수님께서는 나귀새끼를 타고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시자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찬송하리로다.”라고 외치며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예수님께서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것을 거북스럽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입니다. 그래서 한 바리새인이 예수님께 항의했습니다. “선생이여, 당신의 제자들을 책망하소서.” 좀 조용히 시키라는 것입니다. 그 바리새인은 의도적으로 예수님을 “선생이여”라고 부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오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주 다윗의 자손이여”라고 불렀습니다. 메시야라고 불렀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 바리새인은 ‘선생’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이 맘에 안 든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예루살렘 안에 있는 종교지도자들을 더욱 긴장시켰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죽이는데 더욱 혈안되게 만들었습니다.

나귀새끼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예비한 또 하나의 사건입니다. 나귀새끼를 순순히 예수님께 내어드린 그 이름 없는 사람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준비한 사람이었습니다.

여러분, 주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십자가를 이해해주지 못할 때 주님은 홀로 외롭게 십자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곁에서 주님을 너무너무 사랑했던 마리아는 주님의 십자가를 준비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미래나 진배없는 향유를 전부 주님의 발에 부어드림으로 주님의 십자가를 예비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자기의 나귀새끼를 기꺼이 주님께 드린 그 사람도 주님의 십자가를 준비한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그 이름이 성경에 언급되지 않았어도 주님의 십자가를 준비한 몇 되지 않는 믿음의 사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 주님이 지신 십자가를 위해 준비하신 것이 있습니까?
4세기 이집트 사막에서 수도했던 교부 가운데 마카리우스(Macarius the Egyptian)라고 하는 유명한 교부가 있습니다. 그 교부가 하루는 꿈을 꾸었는데, 주님께서 아주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본 마카리우스는 주님께로 달려가서 ‘십자가를 대신 져 드리겠노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마카리우스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걸어가실 따름이었습니다. 주님 뒤를 따라가며 마카리우스는 재차 주님께 간청했습니다. “주님, 제발 저에게 십자가를 넘기십시오. 제가 대신 지고 가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주님은 그를 모른 체하시며, 십자가를 양어깨에 걸쳐 메고 무척이나 힘겹게 묵묵히 걸어가실 뿐이었습니다. 마카리우스는 가슴이 아프고 당혹스러웠지만, 그래도 끈기 있게 주님 곁을 따라붙으며 십자가를 넘겨 달라고 다시 한 번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이윽고 주님은 여전히 십자가를 양어깨에 둘러맨 채 발걸음을 멈추시더니 마카리우스에게로 몸을 돌리셨습니다. 그러고는 마카리우스가 주님을 처음 목격했던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다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이것은 내 십자가란다. 네가 조금 전에 내려놓은 네 십자가는 저기 있지 않느냐? 내 십자가를 져 주려고 하기 전에 네 십자가부터 지고 오려무나.”
마카리우스는 뒤로 돌아 주님이 가리키신 지점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거기에 십자가 하나가 모래 바닥에 나둥그러져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자신이 져야할 자기의 십자가였습니다. 그는 얼른 그 십자가를 걸머지고 주님이 기다리시는 곳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와 보니 놀랍게도 주님의 어깨에 걸려 있던 십자가가 온데 간데 없어졌습니다. 마카리우스가 물었습니다. “주님, 주님의 십자가는 어디로 간 겁니까?”
그러자 주님께서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아들아, 네가 너의 십자가를 질 때는 내 십자가를 지는 것이나 다름없단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져야할 십자가가 무엇입니까? 주님이 십자가를 지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누가복음 9:23) 주님은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에 올라가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그것이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부어드린 값진 향유일 수도 있습니다. 주님께서 쓰시도록 기꺼이 내어드렸던 나귀새끼일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주님께서 오늘 내 어깨에 지워주신 그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주님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주님의 십자가 은혜에 보답하는 삶입니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내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시려고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습니다. 나를 위해 지신 그 십자가를 위해 여러분은 무엇을 준비하셨습니까?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느라 내 어깨에 지워진 내 십자가를 잊어버리진 않으셨습니까? 오늘 내가 지고 가야할 나의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2010년 3월 28일 주일낮예배-종려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