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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10-03 10:49

날이 저물 때 빈들에서 일어난 일 <10월 3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날이 저물 때 빈들에서 일어난 일
본문 - 누가복음 9:10-17

삼성경제연구소에 근무했던 강신장 씨가 쓴 『오리진이 되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오리진(origin)’이라는 것은 스스로 뭔가의 처음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사용하는 말로 한다면 원조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스스로 뭔가를 개척해 오리진이 되는 비결을 말하면서 그 10장 ‘High Action : 오리진이 되어 세상을 바꿔라’라는 챕터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75년 어느 날, 박정희 대통령이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을 불렀습니다.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중동국가에서 건설공사를 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중동국가에서는 너무 더워서 일을 할 수 없고, 건설공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거절한 상태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중동국가에서 건설공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미션을 받고 직접 중동지역에 다녀온 정주영 회장은 대통령에게 이렇게 보고했습니다. “중동은 이 세상에서 건설공사 하기에 제일 좋은 지역입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곳은 공사하기에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은 터인지라 박 대통령이 의아하다는 듯이 정주영 회장에게 물었습니다. “왜 중동지역이 건설공사 하기에 제일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러자 정주영 회장이 대답합니다. “1년 열 두 달 비가 오지 않으니 1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고요, 또 건설에 필요한 모래, 자갈이 현장에 있으니 자재 조달이 쉽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물은 어떻게 하구요?” “그거야 어디서든 실어오면 되고요.” “그러면 50도나 되는 더위는요?” “그야 낮에는 자고 밤에 시원해지면 그때 일하면 됩니다.” 1970년대 중동지역의 건설의 붐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도 중동지역에서는 건설공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정주영 회장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정주영 회장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어쩌면 오늘의 ‘현대그룹’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철학 가운데 하나가 ‘벼룩 철학’입니다.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에 이런 글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소를 훔친 돈으로 서울로 올라와서 공사판을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막노동 일을 하고는 저녁이 되면 용산역 근처에 있는 허름한 근로자 임시막사에서 지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집들이 그러긴 하겠지만, 그 임시막사에는 벼룩이 너무 많았습니다. 아무리 벼룩을 잡아도 밤마다 벼룩들이 물어대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거적을 걷어내고 상을 펴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잔 것입니다. 그런데 벼룩들이 상다리를 타고 올라와서 물어대는 것입니다. 그 때 누군가가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대야 4개를 구해서 거기에 물을 담아 상다리를 그 대야에 담그고서 자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벼룩들이 대야에 담긴 물을 건너지 못해서 상위로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더니 정말 며칠 동안은 평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벼룩들이 물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잠을 자다 말고 불을 켜고서 ‘벼룩들이 무슨 재주로 물을 건너 왔을까’ 궁금해서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벼룩들이 일렬로 벽을 타고 오르고 있었습니다. 벽을 타고 올라간 벼룩들이 천정에 가서는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을 겨냥하여 뛰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경험하면서 정주영 회장이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일개 미물인 벼룩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해 방법을 찾아내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뭔들 못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사업을 하다가 어려운 벽에 부딪힐 때마다 벼룩의 지혜를 생각하며 가능성을 찾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종종 어려운 상황 앞에서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정주영 회장은 중동지역에 건설의 붐을 일으켜 한국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했습니다.
우리는 신앙인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천지를 만드신 분이십니다. 아무 것도 없는데서 세상을 창조하셨고, 인간을 만드셨습니다. 그런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면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낙담할 상황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았던 정주영 회장도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오리진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벼룩조차도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보다가 천정까지 올라가서 뛰어내렸습니다.
믿음을 가졌다는 우리가 벼룩만도 못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지 않는지, 벼룩만도 못한 믿음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명을 먹이신 기적의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의 상황으로 본다면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보였습니다.
오늘 본문인 오병이어 사건은 4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4복음서에 기록된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조금씩 다른 정황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것들을 종합해서 오늘 본문의 이야기를 풀어 가보겠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9:1절 이하에 보면,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에게 귀신을 내쫓는 권세와 병을 고치는 능력을 주시면서 전도자로 파송하셨습니다. 파송을 받은 제자들이 가는 곳마다에서 복음이 전파되며 병을 고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 소문을 듣고 헤롯왕이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목 베어 죽인 세례요한이 다시 살나난 것 같은 착각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어 했습니다. 이 헤롯왕은 ‘헤롯 안티파스’로,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라 갈릴리와 베뢰아 지역의 분봉왕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자신이 통치하고 있는 갈릴리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것을 몹시 못마땅해 했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민란이 나거나 폭동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병든 사람을 고치시고 가는 곳마다에서 기적을 행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모여들었습니다. 더구나 세례 요한이 죽고 난 후 세례 요한을 따르던 수많은 무리들이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불법적으로 세례 요한을 죽인 헤롯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의 말 한 마디에 엄청난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본문 바로 앞 절인 9:9절 마지막에 나오는 “헤롯이 예수님을 보고자 하더라”는 말씀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예수님을 보고 싶어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제거하려고 하는 음모가 담긴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 10절에 “사도들이 돌아와서 자기들이 행한 모든 것을 예수께 여쭈니”라는 말씀에서 “여쭈었다”는 말은 제자들이 나가서 행한 일에 대한 보고를 예수님께 알려드렸다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헤롯이 예수님을 세례 요한과 비교하면서 예수님을 잡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예수님께 알려주었다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전도여행을 다녀온 제자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마가복음 6:31),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헤롯왕을 피해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이끌고 사람들이 별로 없는 벳새다 빈들로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시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벳새다로 모여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 일행보다도 먼저 벳새다로 가서 예수님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사람들이 남자들만 오천 명이나 되었습니다. 아마도 여자들과 어린아이들까지 한다면 최소한 1만 명에서 2만 명가량은 족히 되었을 것입니다.
이 숫자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2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가버나움에 당시 인구가 약 1만 5천명에서 2만 명가량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벳새다 빈들에 모인 사람들은 한 도시에 사는 인구 전체가 모인 것만큼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인 그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말씀을 들려주시고, 또 병자들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덧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입니다. 이들 가운데 점심을 먹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하루 종일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이들에게 뭔가 먹을 것을 해결해 주어야겠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금 거기 빈들에 모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장벽이 너무 많았습니다.
첫 번째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가버나움 도시 인구와 맞먹는 그 많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두 번째로 장소가 문제입니다. 그곳은 빈들입니다. 광야입니다. 빈들에는 먹을 것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습니다. 그것을 잘 알기에 제자들은 예수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무리를 보내어 두루 마을과 촌으로 가서 유하여 먹을 것을 얻게 하소서. 우리가 있는 여기는 빈들이니이다.”(12절) 여기 빈들에서는 먹을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시간이 문제입니다. 지금은 날이 저물 때입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먹을 것을 구해보려고 노력을 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이 다 흘러버렸습니다. 먹을 것을 구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네 번째는 돈의 문제입니다. 요한복음 6장에 보면, 빌립이 이렇게 말합니다.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요한복음 6:7) 넉넉하게 먹인다면 3백 데나리온쯤 들지 모르겠습니다. 한 데나리온은 노동자의 하루 품삯입니다. 그렇다면 넉넉하게 먹인다면 노동자들의 1년치 연봉의 돈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8개월치 월급을 들여야 겨우 허기를 없앨 만큼의 음식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예수님과 제자들에게는 그 많은 돈이 없습니다.

지금 모든 상황으로 보면 거기에 모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예수님께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셔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까? 앞에 말씀드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예수님은 모르신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다 아십니다. 누구보다도 그 상황을 잘 아십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의 얼굴이 상상되십니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실 때 제자들의 얼굴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우리는 제자들의 표정을 마가복음 6장의 말씀을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시자 제자들이 이렇게 되묻습니다. “우리가 가서 이백 데나리온의 떡을 사다 먹이리이까?”(마가복음 6:37) 이 말은 ‘이백 데나리온을 가지고 가서 떡을 사 올까요?’라고 물어보는 말이 아닙니다. 빈정대는 말입니다. ‘참 예수님도 한심하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가 이 많은 사람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 지금 제정신입니까?’ 그런 뜻입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라고 하신 예수님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때 한 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조그마한 도시락 하나를 꺼내놓습니다. 거기에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그 아이가 내 놓은 것을 떡 다섯 개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요한복음에서는 ‘보리떡’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리떡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떡입니다. 우리로 말한다면 보리개떡 정도 될 것입니다. 물고기는 조금 큰 멸치만한 것으로 떡을 먹을 때 목이 메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먹는 것입니다. ‘물고기 두 마리’ 그러니까 커다란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밥 먹을 때 반찬으로 먹는 ‘볶은 멸치 두 마리’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어린아이의 도시락에 불과합니다. 어른 한 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한 양입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그것을 예수님께 내놓았습니다. 그것에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5천 명이 먹고도 열두 바구니가 남은 것입니다.

여러분, 때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빈들과도 같습니다. 아니 우리의 처지가 벳새다 빈들 같을 때가 있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벳새다 빈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 벳새다 빈들 말입니다.
때로는 내 앞에 다가와 있는 문제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5천 명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의 먹을 것을 마련하지’라고 황당해 하는 제자들처럼, 우리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이 문제를 내가 어떻게 해결하지?’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장소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이 전혀 없습니다. 배경도 없고, 줄도 없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빈들처럼 말입니다.
때로는 시간이 문제가 될 때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아니 때로는 너무 바빠서 문제를 풀어갈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바빠서 교회 일을 할 수 없다고 핑계대기도 하고, 때로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핑계대기도 합니다. 시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는 돈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진 것이 너무 없습니다. 자본금이 없어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나 먹고 살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에 남들을 돌아볼 여유도 없을 뿐더러, 내 코앞에 닥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다 핑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문제가 너무 크고 내게 버겁다는 것도, 환경이 어렵고 배경이나 백이 없다는 것도, 시간도 없고 돈도 없다는 것도 모두 핑계일 뿐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비결은 아주 간단합니다. 내게 남이 있는 것을 모두 주님께 온전히 드리면 됩니다. 그것이 어린아이가 가지고 있는 작은 도시락처럼 아주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주님의 손에 들려지면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어집니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같아 보이던 것이 주님의 손에서 하나하나 풀려지게 됩니다.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안 된다고 한숨 쉬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 인생은 왜 이러냐?’고 원망하고 앉아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작은 것일지라도 내게 남아 있는 것을 모두 주님께 맡기면 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알아서 해 주십니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가지고 온 작은 도시락을 예수님께 드리는 것으로 그가 할 일은 다 끝났습니다. ‘그것으로 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먹일려고 하느냐?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런 것에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머지는 주님이 다 알아서 하십니다. 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제자들은 도시락을 예수님께 전달해 주면서 “이것으로 이 많은 사람들을 먹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말합니다. 그건 제자들이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저 예수님께 그것을 전달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예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십니다.

미국에 바비 힐(Bobby Hill)이라는 이름을 가진 13세의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미 공군 상사로서 유럽에 파견되어 근무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바비 힐은 유명한 슈바이처 박사가 아프리카에서 의료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의약품이 부족하여 곤란을 겪고 있다는 글을 잡지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 소년은 그 글을 읽고 유럽 지역의 미 공군 사령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산 아스피린 한 병을 보냅니다. 이 약을 아프리카에 계신 슈바이처 박사님의 병원에 낙하산으로 떨어뜨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린아이다운 천진난만한 생각이었지만 그러나 너무나 아름답고 고귀한 생각이었습니다. 사령관은 이 소년의 이야기를 유럽의 각 방송국에 전해 주었고 이 이야기가 방송에 나간 후에 유럽 사람들 사이에서 의약품을 모으는 운동이 시작되어 무려 40만 달러 어치의 의약품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바비 힐이라는 소년은 40만 달러 어치의 의약품을 가지고 비행기로 슈바이처 박사에게 의약품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후에 슈바이처 박사는 이 일을 기억하며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이런 큰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비록 작은 어린아이의 헌신이었지만 이 일이 아프리카 선교의 가장 큰 일을 이루게 했다.” 작은 것일지라도 내 손에 있는 것을 주님께 드리면 나머지는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하십니다. 주님께서 큰 역사를 이루십니다. 그것을 통해 기적을 일으키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요한복음 6장에서는 이 오병이어 사건이 유월절이 가까운 때에 일어났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요한복음 6:4)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에 세 번의 유월절을 맞게 됩니다. 그 세 번의 유월절 가운데 첫 번째 유월절에도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셨고,(요한복음 2:13) 그리고 세 번째 맞는 유월절에도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습니다.(요한복음 12:1) 그러나 두 번째 맞는 유월절에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않으셨습니다. 그 두 번째 유월절을 예수님께서는 벳새다 광야에서 보내셨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가장 크게 지키는 명절이 유월절입니다. 유월절에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 올라갑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유월절이 되었는데도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이 지키는 명절을 무시하지 않으셨습니다. 유월절이 되면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습니다. 다른 명절에도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 명절을 지키셨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맞는 유월절에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않으시고 벳새다 빈들에 머무시면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유월절에 진정한 유월절 어린양이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200 데나리온을 가지고도 배불리 먹일 수 없는 그 많은 무리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열두 바구니가 남을 정도로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생명의 떡으로 오신 분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마치 처음 유월절에서 어린양의 피가 문설주에 발리진 집은 죽음의 사자가 넘어가 그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지켜준 것처럼, 유월절 어린양이신 예수님께서 배고프고 가난한 심령들에게 배고픔을 해결해 주신 것입니다. 그들의 생명을 지켜주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보리떡 분만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떡을 주신 분이심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게 오병이어의 사건입니다.

오늘 우리는 또 한 번 성찬예식을 행합니다. 두 달에 한 번씩 행하는 성찬예식이 아니라,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리신 유월절 어린양이신 우리 주님을 다시금 만날 수 있는 성찬예식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삶이 빈들과 같을지라도 그 예수님을 만나면 우리의 삶은 열두 바구니가 남는 풍요의 삶으로 바뀌어질 것입니다. 내 삶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몰아낼 수 있는 비결은 생명의 주이신 예수님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결해 주십니다. 주님께 맡기기만 하면 모든 것 주님께서 풀어주십니다.
주님께 맡기고 기다리면 됩니다. 날이 저물어 갈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점점 더 허기질 때이고, 문제가 풀려지지 않을 것만 같아 보이는 때입니다. 그런데 밤이 되기 전에 주님께서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때로 빈들에 사는 우리의 문제가 빨리 풀려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곁에 머물다 보면, 어둠이 짙게 밀려오기 전에 주님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십니다. 주님의 때에, 주님의 방법으로 말입니다.

<2010년 10월 3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