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서야 눈이 밝아져

< 본문 – 누가복음 24:28-31 >

먼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말씀드림에 용서를 구합니다. 저희 가족은 매해 4월이 되면 햄버거를 먹는 날이 있습니다. 올해에는 부활주일을 지낸 후 지난주 월요일에 제 아내와 딸 예나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이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4월에 햄버거를 먹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저희 세 사람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날이 4월 15일이었고,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한 날은 5월 18일이었습니다. 34일 동안 순례길을 걸은 것입니다. 34일 동안 800km를 걸으면서 힘든 순간들도 많았고, 행복한 순간들도 참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 순례길을 걷는 동안 가장 쉽게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이 햄버거였습니다. 많은 경우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여 해결하기도 했지만, 식사를 사 먹어야 할 때에는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스페인어를 모르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고 식사를 주문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음식의 메뉴가 사진으로 되어 있을 때에는 그나마 사진을 보고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스페인어로만 쓰여진 메뉴판을 보고는 식사를 주문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은 사진을 보고 메뉴를 정하지만 그게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쉽게 골라 먹을 수 있는 것이 햄버거였던 것입니다. 햄버거는 우리 입맛에서 잘 맞을 뿐만 아니라, 고기 패티가 들어가 있어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에도 최적이었습니다. 그전에는 햄버거를 잘 먹지 않았는데, 순례길을 다녀온 후에는 햄버거의 맛을 알게 되었고 종종 햄버거를 먹곤 합니다.

  4월에 햄버거를 먹는 날를 갖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순례길을 출발하는 날 전후로 셋이서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날에 햄버거를 먹으면서 순례길의 추억을 회상합니다. 벌써 7년의 시간이 흘러서 차츰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곤 하지만, 책을 펼쳐놓거나 핸드폰의 사진을 들춰보면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회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다. 제 가족은 네 명입니다. 아들 요한이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햄버거를 먹는 날에 요한이가 그 자리에 끼면 어떻게 될까요? 나머지 세 명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추억하면서 기쁘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함께 순례길을 걷지 않았던 요한이는 그 시간 외톨이가 될 것입니다. 나머지 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며칠 전 햄버거를 먹으면서 ‘34일의 일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어디인가?’라는 주제가 나와 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자 특별하게 인상이 깊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특별한 기억이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전혀 낯설진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이 느끼는 바가 달랐을 뿐입니다. 그런데 요한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에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같은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가족이라 하더라도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면 추억을 공유할 수 없고, 그 이야기에서는 외인일 뿐입니다. 함께 하지 않으면 나눌 수 없는 추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은 비단 순레길 걷은 경험이나 여행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의 삶을 살면서 경험하는 많은 일들도 그것을 서로 공유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가는 인생살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동일합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동시대에 같이 중고등부 시절을 보냈다거나 청년의 때에 힘든 순간을 함께 했다면, 그것은 나중에 서로에게 아주 중요한 추억이 됩니다. 그래서 몇십 년이 지난 후에도 그 추억을 꺼내 들고 금새 동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대에 같은 교회에 다녔지만 수련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힘든 순간에 함께 하지 않았다면, 서로의 얼굴은 기억할지 몰라도 나눌 추억이 없어 여전히 어색한 관계로 남게 됩니다. 그만큼 추억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추억을 나눈다는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 우리의 신앙이 약해지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같은 경험을 나누는 사람들이 그 추억을 통해서 신앙을 회복하거나 더욱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삶이 힘들 때 좋은 경험을 함께 했던 친구를 만나 옛추억을 나누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아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라고 잘 알려진 오늘 본문은 주님께서 부활하시던 날에 일어난 사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13절에 기록된 ‘그날에’라는 말로 시작됩니다. 그 날이 바로 주님께서 부활하시던 날입니다.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는 그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14절에서는 ‘이 모든 된 일’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엠마오로 내려가고 있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된 일’이란 이런 것입니다. 안식 후 첫날 이른 아침에 여인들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지만, 무덤 문은 열려 있고 예수님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천사들로부터 ‘예수님께서 살아나셨다.’는 말만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곤 제자들에게 가서 천사들의 말을 전했지만,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천사들의 말도 믿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인들이 헛것을 보고 와서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였던 베드로와 요한도 무덤을 찾아갔지만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가 들은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그 이야기까지 듣고 두 제자는 실망하여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내려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실망한 채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 앞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 앞에 나타나신 분이 주님이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이 그들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들이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이렇게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들의 눈이 가리어져서 그(부활의 주님)인 줄 알아보지 못하거늘”(누가복음 24:16) ‘눈이 가리어졌다’는 말은 그들의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왜 그렇게 실망감이 컸을까요? 그들의 실망감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21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람(예수님)이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라고 바랐노라.”(누가복음 24:21) 여기서 ‘속량’이라는 말은 로마의 억압과 통치로부터의 해방을 뜻합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 주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은 너무나도 간절했습니다. 여기서 ‘바랐노라’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한다면 ‘바라고 또 바랐노라.’입니다. 마음에 간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실 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권력자들의 손에 붙잡혀 힘없이 죽으시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가졌던 모든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너무나도 실망감이 커서 며칠을 예루살렘에서 낙심된 채 보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고 말입니다. 그것도 여인들의 입을 통해서 말입니다. 당시에는 여인들이 법정에서 증언할 수 없었고, 증언하더라도 법적인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여인들의 말은 당시 사회에서 별로 신빙성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무덤을 찾아갔던 여인들만 주님의 살아나심을 증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덤을 직접 찾아갔던 제자들(남자들)도 여인들의 말대로 무덤이 비어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하고 말입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은 그들의 실망감을 벗겨내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예루살렘, 실망의 자리인 예루살렘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게 두 제자는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큰 혼란과 깊은 실망감으로 인해 그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눈이 가리어진’ 모습이었고, 예수님께서 자기들 곁에 찾아오셔서 함께 길을 걷고 계심에도 예수님을 알아볼 수가 없었던 이유입니다.

  심지어 예수님께서 엠마오까지 25리, 약 11km의 먼길을 동행하시며 말씀을 풀어주시는데도 그들은 그 말씀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메시아가 고난을 받고 영광을 얻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말씀하실 때 그들의 마음에 뜨거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예수님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실망감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자기들을 찾아오실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포함한 세 사람이 엠마오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한 집에 들어가게 되었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두 제자는 낯선 이에게 식사의 상석을 양보했던 모양입니다. 우리가 식사하기 전에 누군가가 대표해서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유대인들도 공동식사를 할 경우에 무리를 대표하여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들이 예수님께 식사의 상석에 앉게 하고, 그분께 감사의 기도를 하시게 한 이유는 아마도 길에 오면서 말씀을 풀어주실 때 마음이 뜨거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씀을 정확하게 풀어주시고 그 말씀을 들을 때 자신들의 마음이 뜨거워진 것을 느끼면서 이 분은 랍비이거나 말씀에 권위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감사의 기도를 드릴 때 그들의 눈이 밝아졌습니다. 본문 30-31절입니다. “그들과 함께 음식 잡수실 때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그들에게 주시니 그들의 눈이 밝아져 그인 줄 알아보더니.” 여러분, 왜 두 제자는 식사시간에, 부활의 주님께서 떡을 가지고 축사하신 후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주실 때 비로소 눈이 밝아졌을까요? 왜 그 때서야 비로소 눈이 밝아져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을까요?

  ‘떡을 가지고 축사하신 후에 그것을 떼어 주셨다’를 말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떡을 가지고 축사하신 후 그것을 떼어 주실 때 그들의 기억 속에 분명한 두 가지 사건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그 첫 번째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실 때입니다. 누가복음 9:16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무리에게 나누어주게 하시니.”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실 때, 그 어마어마한 기적을 일으키실 때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가지시고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신 후에 떼어 제자들에게 나눠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예수님께 받은 그 떡과 물고기를 거기에 모인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 사건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예수님의 손에서 떡과 물고기가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분명 떡을 떼어 나눠주셨다면 떡덩이가 적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떡이 동이 나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축사하신 떡은 떼어 나눠줘도 끝이 없었습니다. 아마 제자들은 그 사건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 시간에 그들의 기억 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사건은 불과 며칠 전 예수님과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나누었던 일입니다. 그 유월절 만찬의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고.”(마태복음 26:26) 예수님께서 유월절 만찬 때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하신 행동, ‘축사하신 행동’은 늘상 예수님께서 하시던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오병이어 사건 때에 축사하셨다는 말씀이나, 마지막 유월절 만찬 때 축복하셨다는 말씀이나, 오늘 본문의 축사하셨다는 말씀이나 모두 같은 동사를 쓰고 있습니다. 율로게센(εὐλόγησεν)입니다. 이 말은 ‘감사하다. 찬송하다, 복 주시길 빌다.’라는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떡을 가지고 축사하셨다는 말씀은 ‘이 떡을 먹을 수 있음에 하나님께 감사할 뿐만 아니라 이 떡을 먹는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복 주시기를 원합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월절 만찬 때 뿐만 아니라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실 때에도 떡을 가지사 축사하셨습니다. 어쩌면 제자들과 식사하실 때에 자주 율로게센,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엠마오에서 두 제자는 예수님께서 떡을 가시고 축사하실 때 예수님과 식사를 할 때마다 예수님께서 자주 하셨던 그 모습을 떠올렸던 것입니다. ‘어 이거 익숙한데... 주님이 살아계실 때 식사하기 전에 자주 하셨던 행동인데...’라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주실 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먹던 생각이 떠오르면서 그들은 그 때서야 예수님을 알아보게 된 것입니다.

  참 희한하지요?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32절의 말씀에 의하면 엠마오로 오는 길에서 주님께서 말씀을 풀어주실 때에 그들의 마음이 뜨거웠습니다. 뜨거웠다는 말은 불타듯 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마치 속에서 불이 일어나듯 뜨거움을 느꼈는데, 그 때에는 그들의 눈이 밝아지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들을 때 마음은 뜨거웠지만, 그 말씀을 하시는 분이 부활하신 주님이라는 것을 알아채 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식사 자리에서 예수님께서 떡을 가지고 축사하신 후에 떼어 주실 때, 그 때서야 그들의 눈이 밝아져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말씀을 들을 때 주님을 알아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들은 말씀을 들을 때가 아니라 떡을 떼어 주실 때 비로소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말씀을 들을 때가 아니라 떡을 떼어 주실 때 주님을 알아보게 된 것일까요?

그게 바로 신앙의 경험입니다. 신앙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말씀을 듣고 말씀에 순종하여 사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신앙의 경험입니다. 신앙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굳건한 말씀의 자리로 갈 수 있습니다. 떡을 가지고 축사하시고 떼어 주실 때 제자들의 눈이 밝아져 주님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말씀을 들을 때 마음이 뜨거웠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신앙은 말씀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그런데 말씀 위에 우리의 신앙이 세워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신앙의 경험입니다. 특별히 좋은 믿음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신앙의 공동경험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 경험을 통해서 서로를 말씀 위에 굳건하게 세워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 오해할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좋은 믿음의 친구들과 나누는 사랑의 교제 없이는 신앙이 바르게 자라기 쉽지 않습니다.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성도의 교제입니다. 서로 믿음 안에서 교제하고, 좋은 신앙의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약해진 마음에 힘을 더해 주고, 우리의 믿음이 흔들릴 때 우리를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흔히 교회의 사역 다섯 가지를 이야기할 때, 예배-교육-선교-친교-봉사를 말합니다. 이 다섯 가지는 교회가 결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사역입니다. 여러분, 성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예배입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선교입니다. 그런데 그 예배와 선교 못지않게 중요한 교회의 사역이 친교입니다. 친교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는 친교를 통해서 우리가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교를 통해서 서로를 격려하고 믿음을 세워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도들은 자주 만나야 합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참으로 아쉬웠던 것 가운데 하나가 친교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같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예배만 드리고 곧장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러니 친교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신앙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친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상으로 예배를 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영상으로 드리는 예배에서는 친교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신앙생활을 한다 하면서 친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와 여러 믿음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친교하며 지내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친교를 통해 친밀한 신앙의 동지가 있는 사람들의 신앙이 훨씬 더 성숙해지고, 기쁘게 신앙생활과 교회생활을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친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라고만 말할 순 없습니다. 그 친교 속에 주님의 사랑이 흘러 들어가고, 그 사귐 가운데 주님께서 역사하시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 17:21절에서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너희 안에 있다.’는 말은 ‘우리 마음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너희 사이에 있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의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교제할 때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우리로 성장하게 하고, 서로를 믿음의 끈으로 단단히 묶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믿음의 교제를 통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하고, 좋은 경험을 함께 해야 하고, 때로는 식사하거나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믿음의 한 공동체,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는 공동체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십시다. 그러면 서로가 힘이 되어 굳건하게 신앙생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쁘게 신앙생활할 수 있습니다.

< 2023년 4월 1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