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권리

< 본문 – 고린도전서 9:1-12 >

『파인애플 스토리』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네덜란드령의 뉴기니에서 미국의 한 선교사님이 7년 동안 사역하면서 경험한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한 선교사님 가정이 뉴기니에 의료선교를 가서 병원과 약국을 열어 원주민들을 치료하고 선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고국에서 먹던 파인애플이 먹고 싶었던 그들은 파인애플 묘목을 구입하여 원주민 인부를 사서 임금을 주고 척박한 땅에 심게 했습니다. 3년 동안 애써 키워 드디어 파인애플을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파인애플이 익어가자 원주민이 죄다 훔쳐갔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인내하며 인부를 사서 키워온 보람이 사라졌고, 더군다나 자신이 병을 치료해준 원주민들이 그것을 훔쳐가자 선교사 부부는 너무나도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원주민들에게 화를 냈습니다. ‘앞으로 훔쳐 가면 병원 문을 닫고 약도 주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원주민들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비록 자기들이 임금을 받고 파인애플을 심었지만, 자기들이 심었고 자기들이 재배했으니까 자기들이 먹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내 손이 심었으니 내 입이 먹는다.’는 게 밀립의 법칙이었습니다. 아무리 설득하고 협박해도 파인애플은 계속해서 없어졌습니다. 결국 무료로 운영하던 병원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그러자 원주민들과 아이들의 병을 치료할 수 없게 되자, 원주민들은 병원 문을 열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병원 문을 다시 열고 파인애플도 다시 심었습니다. 그런데도 원주민들은 계속해서 파인애플을 훔쳐갔습니다. 선교사가 파인애플 묘목을 사주고 품삯을 주었기 때문에 그 밭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설명했지만, 원주민들은 그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선교사님은 그 파인애플 밭을 원주민에게 주고 새로운 밭에다가 파인애플을 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원주민들에게 ‘심은 것의 반은 손을 대도 되지만 나머지 반은 내 것이니 손대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다시 파인애플을 심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파인애플이 익을 때에 밭에 가 보면 파인애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주민들이 다 가져가버린 것입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파인애플은 선교사의 입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안식년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와 한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모든 소유를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는 말씀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파인애플 밭을 모두 하나님께 드리자고 결단했습니다. 다시 선교지로 돌아와서 파인애플 밭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원주민들이 와서 파인애플을 훔쳐가도 이제 더 이상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주민들이 찾아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투완(외부인), 당신은 드디어 그리스도인이 되었군요.” 선교사는 속으로 ‘그리스도인이 된 지 20년이 되었다구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원주민들이 대답합니다. “우리가 파인애플을 훔쳐가도 화를 안 내니까요.” 그 순간 큰 깨달음을 얻은 선교사는 자신이 그들에게 가르쳐온 대로 모든 것을 하나님의 것으로 인정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원주민들은 그를 그리스도인으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자기들에게 사랑하라고 말만 하더니 이제는 정말 자기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파인애플 스토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어쩌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있는 우리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신앙으로 사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신앙인은 자기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할 때 진정한 신앙인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누려야 할 것을 당연히 누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누려야 할 것들 찾아서 누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생각입니다.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를 찾아누리지 못하면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받는 현대사회에서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인의 길이라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신앙으로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먼저 믿음의 조상이라고 하는 아브라함을 생각해 보십시다. 그는 갈대아 우르 출신입니다. 당시 갈대아 우르는 번성한 도시였습니다.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 하류에 위치해 있어 물이 많아 비옥한 토지로 인해 농작물도 풍부했고, 항구도시로서 페르시아 만을 통해 어업 뿐만 아니라 활발한 무역이 이루어져 부유한 도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명이 발달되어 살기 너무 좋은 도시였습니다. 그렇게 부유하고 살기 좋은 도시에 살던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땅으로 가라’(창세기 11:31)고 말씀합니다. 가나안 땅은 갈대아 우르에 비하면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그 말씀에 순종하여 갈대아 우르를 떠납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서 기꺼이 풍요로운 삶을 포기하고 가나안을 향해 떠나옵니다. 부유하고 번성한 도시에 사는 권리를 포기하고 말씀을 따랐던 것입니다. 그것을 히브리서 11장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 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히브리서 11:8) 한마디로 말하면 ‘믿음 때문에’ 자기가 누리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모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바로의 왕궁에서 40년 동안 왕자로 자랐습니다. 그가 계속해서 왕궁에 머물기를 원했다면 그는 아무런 부족함도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동족 히브리 민족이 고통당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왕궁을 포기하고 동족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런 모세를 히브리서 11장에서는 또 이렇게 말씀합니다. “믿음으로 모세는 장성하여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 받기를 거절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받기를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히브리서 11:24-25) 모세 역시 믿음 때문에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인 애굽의 왕궁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받는 길을 자처했다는 것입니다.

  사울에게 쫓기던 다윗도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자신의 원수와도 같은 사울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신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포기한 것입니다.

  다니엘도 페르시아 왕이 주는 최고급 음식과 포도주 마시기를 거부했습니다. 불과 15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다니엘에게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에 좋은 음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더군다나 왕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려면 당연히 먹어야 하는 그 음식입니다. 그런데 다니엘은 왕의 음식으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그 좋은 음식을 거부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성결하게 살겠다는 생각, 믿음 때문에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던 것입니다.

  그들만이 아닙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믿음을 위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을 따르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포기했습니다.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해야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기쁨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 역시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포기했다는 사실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인데, 당시 고린도교회 안에서는 자기들에게 복음을 전해준 사도 바울에 대해서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사도 바울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린도교회에 들어온 거짓 교사들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복음을 전한 고린도 교회에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듣고는 ‘내가 꼭 고린도에 가마!’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여건상 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써서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고린도 교회에 들어온 거짓 교사들은 그런 기회를 타서 ‘사도 바울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도가 아니라’고 말하며, 고린도교회 교인들로 하여금 사도 바울과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에게 자신은 분명히 그리스도의 사도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단순히 사도라는 사실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많지만 그런 권리를 다 사용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씀합니다.

오늘 본문은 계속해서 질문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린도 교회 교인들에게 그 사실을 강조하고 확인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본문에 나타난 질문 몇 가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본문 1절에서는 “내가 자유인이 아니냐?”라고 질문합니다. 여기에서 ‘자유인’은 노예와 반대되는 로마 시민권자를 말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로마 시민권자로서의 자유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죄로부터 자유를 얻은 자유인이라는 뜻입니다. 자유인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일부러 하지 않는 일들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본문 바로 앞인 고린도전서 8:13절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 자신은 고기를 먹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연약한 자가 자신으로 인해 실족하게 된다면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믿음이 연약한 자를 위해서 그 권리를 포기하고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그는 “사도가 아니냐? 예수 우리 주를 보지 못하였느냐? 주 안에서 행한 나의 일이 너희가 아니냐?”라고 질문합니다. 이 세 개의 질문은 모두 동일한 의도로 한 질문입니다. 자신이 사도임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도임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사도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 첫 번째는 자신도 주님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의 사도권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내세운 주장은 ‘사도 바울은 주님이 살아계실 때 주님을 뵙지도 못했고, 주님의 제자도 아니었기에 사도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만나 뵈었습니다. 아닌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셨고, 그를 사도로 불러주셨습니다. 그러니 사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이 사도로서 고린도에 복음을 전했고, 그 복음으로 인해 고린도교회에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기에 ‘예수님을 믿는 너희가 사도인 나의 열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너희가 나로 인해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이 곧 내가 사도라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2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사도가 아닐지라도 너희에게는 사도이니 나의 사도 됨을 주 안에서 인친 것이 너희라.”

  이어 4절에서는 이렇게 질문합니다. “우리가 먹고 마실 권리가 없겠느냐?” 여기에서 먹고 마실 권리라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도로서, 복음을 전하는 자로서 교회 공동체로부터 삶에 필요한 음식물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초대교회 당시 복음 전하러 다니는 전도자들은 교회 공동체로부터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았습니다. 복음전하는 일에만 전념하도록 말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사도요 복음전도자로서 교회로부터 그런 생활비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이 손수 천막만드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쓸 돈을 벌면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자신이 교회로부터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쓰지 않고 자신이 수고하고 땀 흘려 일해서 먹는 문제를 해결했던 것입니다. 6절의 질문도 같은 내용입니다.

  이어 5절에서는 “자매 된 아내를 데리고 다닐 권리가 없겠느냐?”고 질문합니다. 당연히 사도라 하더라도 베드로처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복음전하는 일에 더욱 전념하기 위해서 결혼을 포기했던 것입니다.

  그런 질문들을 계속하다가 12절에서 이렇게 결론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다른 이들도 너희에게 이런 권리를 가졌거든 하물며 우리일까 보냐? 그러나 우리가 이 권리를 쓰지 아니하고 범사에 참는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아무 장애가 없게 하려 함이로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많이 있지만, 그 권리를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신이 복음을 전하는 데에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자신이 복음을 전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신이 쓸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입니다. 그런 사도 바울의 결단은 오늘 본문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옵니다.

  그러면 왜 사도 바울은 자신이 마땅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것일까요? 자신의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고린도 교회 교인들에게 의심을 사는 상황이 발생하는데도, 왜 사도 바울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그것은 자신이 주인 삼은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랬기에 주님은 우리의 구세주가 되셨습니다. 빌립보서 2장에서 노래한 것처럼, 예수님은 하나님과 본체이시고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영광을 동일하게 받으셔야 하는 분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영광을 받으실 하늘의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만물에게 찬송을 받으시고 만물을 통치하시는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사람들에게 냉대를 받으셨습니다. 당신이 창조한 인간들에게 버림을 당하시고 모욕을 당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오해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변명하지 않으셨습니다. 충분히 변명하실 수 있는데도 주님은 변명할 권리를 사용하지 않고 포기하셨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신 후 군병들에게 붙잡히실 때에 베드로가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귀를 잘라버립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두 군단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마태복음 26:53) 주님의 하나님의 아들로서 아버지 하나님께 구하여 자신이 무력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 하늘의 군대를 동원하실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시겠다는 것입니다. 하늘의 군대를 동원하실 권리가 있지만 포기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심지어 십자가의 죽음을 앞에 두고 빌라도에게 심문을 당하실 때에도, 그리고 산헤드린 공회에서 심문을 당하실 때에도 충분히 당신을 변호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변호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그렇게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십자가의 길을 가셨기에 주님은 인류의 죄를 용서하시는 구세주가 되셨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권리를 쓰지 않고 포기하신 주님으로 인해 자신이 변화되었고, 그런 주님의 제자요 사도가 된 이상 자신도 주님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다 쓰지 않겠다는 것이 사도 바울입니다.

  여러분, 사도 바울만 그럴까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이 땅을 살아갈 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다 누리려 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사는 데 분명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예수님의 제자요 사도인 바울이 그런 것처럼, 그리고 믿음의 선배들이 그런 것처럼, 자신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하나님께 복종할 때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집니다. 내게 주어졌다고 해서 다 써야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살겠다는 것입니다. 새상 사람과 다르지 않게 사는 한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게 주어진 권리를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처름부터 다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건의 훈련을 통해서 내게 주어진 권리를 주님을 위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가기 위해서 하나하나 포기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오늘은 우리 교단 총회가 정한 경건 절제 및 환경 주일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경건하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삶을 절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지구촌을 지켜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모든 것의 답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권리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그것을 다 사용하지 않고, 신앙을 위해서 포기할 것을 포기하는 것,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이지만 신앙인답게 살기 위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참된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물론 그렇게 살려면 지금보다 조금 더 불편하게 살아야 합니다. 지금보다 덜 누리며 살아야 합니다. 일회용품도 조금 덜 쓰고, 음식물도 남기지 않고, 과욕을 부리지 않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고, 에너지도 아껴 쓰고. 그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남들이 누리는 권리를 다 누리며 사는 삶에서는 결코 신앙의 향기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할 때, 『파인애플 스토리』에서 원주민들이 선교사님께 했던 말처럼 ‘드디어 당신은 그리스도인이 되었군요.’라고 인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게 그리스도의 삶이었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제자인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주어진 권리라고 다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주님을 위해서, 때로는 하나님의 뜻을 위해서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게 그리스도를 닮아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입니다.

< 2023년 6월 4일 주일낮예배-경전 절제 및 환경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