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광야길을 되돌아보며

< 본문 – 신명기 8:1-4 >

우리가 성경을 읽다보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에는 잘 와닿지 않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그런 말씀 가운데 하나가 시편 119:71절의 말씀입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가운데 고난당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편안하고 형통한 삶의 길을 가길 원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고난이나 힘든 과정을 겪어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고난을 겪고, 모든 사람이 힘든 삶의 과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때로는 너무 견디기 힘든 상황, 도저히 내 힘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순간 앞에 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왜 내게 이런 시련이 닥쳐왔느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내가 뭐를 잘못했기에 이런 고난을 겪어야 하느냐’고 고함을 지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겪어낼 때에는 염려하는 마음으로 충고를 하기도 하고 격려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하게 되면 그 어려움과 고통이 작을 지라도 견디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남들이 당하는 납덩이처럼 무거운 고통보다도 내가 겪는 솜털처럼 가벼운 고통이 더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작은 고난이나 고통조차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고난 당한 것이 유익이라’는 시편 기자의 고백을 그대로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상당히 오랜 연단과 훈련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어떻습니까?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는 시인의 고백에 깊이 공감하십니까? 그 말에 공감한다면 우리 역시 고난을 통해서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이어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시 119:71) 고난의 때에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고난을 겪고 난 후에 생각해보니 그 고난의 과정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점점 가까이 가게 되었고, 하나님의 말씀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분명 시인도 고난의 과정은 힘들고 괴로웠을 것입니다. 그런 고난을 겪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겪고 난 후에 생각해보니 고난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깨달을 수 없는 은혜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난이 유익이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고난의 길을 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찾아오는 고난이 있습니다. 그 고난도 우리에게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지내고 나면 거기에서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아니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난이 유익이라는 고백을 할 수 있습니다. 기왕 겪어야 하는 고난이라면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더 낳지 않겠습니까? 고난 속에서 유익됨을 발견한 사람은 고난을 좋아하진 않지만 고난을 당할 때에 좌절하거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다시금 새로운 고난의 길을 가야 한다 하더라도 묵묵히 그 고난의 길을 맞이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고난의 길 가는 것을 원치 않지만, 고난의 길을 자처하여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과정을 겪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운동선수들은 힘든 훈련의 과정을 기꺼이 겪어냅니다. 그 과정이 없이는 올림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국가대표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도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참아내며, 힘들더라도 운동을 해서 목표한 다이어트를 성공하려 합니다. 그런 힘든 고난의 과정을 겪지 않으면 다이어트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고 싶다는 거룩한 마음을 품는다면 우리도 고난의 과정을 반드시 겪어내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나님 백성으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난과 시련의 연단 과정 없이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후에 광야를 통과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생활을 무려 40년 동안이나 했습니다. 애굽에서 탈출하여 가나안까지 빠르게 가려 한다면 3주 안에 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빠른 길로 인도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이유를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바로가 백성을 보낸 후에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은 가까울지라도 하나님이 그들을 그 길로 인도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백성이 전쟁을 하게 되면 마음을 돌이켜 애굽으로 돌아갈까 하셨음이라.”(출애굽기 13:17) 애굽에서 블레셋 땅을 통과하여 가면 빠르면 1주일 안에 갈 수 있고,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대규모의 인구가 이동한다 하더라도 3주면 충분히 가나안 땅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지중해 해변을 따라 나 있는 평야지대를 통과해 가기 때문에 걷는데 힘들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빠른 길로 인도하지 않으셨습니다. 가나안에 도착하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이 가나안이 아닌 애굽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노예로 살면서 전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블레셋 사람들은 이미 철기 문명을 일찍이 받아들여 비록 인구는 적지만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전쟁을 치른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차라리 애굽 땅으로 돌아가자고 말할 것입니다. 가나안으로 가길 포기해버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빠른 길이 아니라 광야길로 인도하신 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 2절입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낮추시며 시험하신다는 말씀을 다르게 표현하면 하나님의 백성을 훈련시키시기 위함이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400년을 살면서 바로의 노예가 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생각 속에는 노예의식이 가득 차 있고, 그들의 삶은 노예가 습관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는 그런 마음과 그런 습관을 가지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노예의식을 완전히 버리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존귀한 자요, 하나님 앞에 책임적인 존재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예의식에 찌들어 있는 그들의 사고를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바로의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 훈련시키시기 위해서 광야길을 걷게 하신 것입니다. 그것도 40년 동안이나 말입니다.

  3절에서는 때로 낮추시며 때론 주리게 하시고, 때론 만나를 주어 먹게 하신 이유를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하심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을 의지하여 살아간다면 아무리 광야와 같은 힘든 상황이라 하더라도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훈련시키시는 광야길에서 넉넉하고 풍요롭진 않지만,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매일 먹을 양식인 만나도 주시고, 4절의 말씀처럼 그 40년 동안 의복이 해어지지 않게 않게, 또 발이 부르트지 않게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들이 40년의 광야생활하던 도중 먹지 못해 굶어죽는 사람이 없었고, 물을 마시지 못해 목말라 죽는 이도 없었습니다. 뜨거운 태양에 고통당하지도 않았고, 밤의 추위로 인해 죽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훈련시키시는 과정에서 때론 힘들고 고통스럽긴 하지만, 그러나 하나님께선 생명과 삶을 지켜주셨습니다.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 주셨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2023년의 절반을 살아왔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우리의 삶은 어떠하셨습니까? 때로는 원치 않는 고난과 고통의 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때로는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하는 아픔의 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때로는 내 주변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 하나도 없는 것같아 외롭고 쓸쓸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이 때에 우리만 장사가 잘 되고 아무 근심 없이 살진 않으셨을 것입니다. 우리도 경제적으로 힘들고, 때로는 쪼들리고, 때로는 근근이 버티며 살기도 했을 것입니다. 때로는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우울감 때문에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그 모든 과정에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훈련시키셨습니다. 세상을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시고, 말씀과 세미한 음성으로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하나님께 감사할 조건이 됩니다. 택하신 당신의 자녀를 버리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여기까지 인도하셨기 때문입니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아니었을지라도 잠잠히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의 품으로 품어 여기까지 오게 하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하나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의 광야생활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들이 가야 할 길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가야할 길이 또 있습니다. 이젠 요단강을 건너야 하고,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그 땅에 살고 있는 거인인 아낙 자손들과 전쟁도 해야 합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도 결코 만만치 않은 길입니다. 그걸 생각하면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짓누르는 두려움에 삶의 자리를 내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광야 40년 동안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그들이 가야 할 길에도 동행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길에 능력으로 함께 하셔서, 그들이 살아갈 모든 삶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도우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여기까지 살아온 길이 힘들고 험한 길이었을지라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시고 힘 주셔서 여기까지 살아왔지만, 여기서 우리의 삶이 멈추는 것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그 길에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단강과 가나안 땅에서의 전쟁이 남아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건너야 할 문제도 있고, 치열하게 싸워야 할 삶도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막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나온 광야길에 함께 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 살아갈 또 다른 광야길에도 함께 하셔서 도우시고 힘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삶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였지만, 앞으로 살아갈 삶도 모두 은혜일 것입니다.

에수님이 걸으셨던 길은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때론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때론 능력을 행하기도 하셨지만 늘 십자가를 향해 가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 예수님께서도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하셨습니다. 간절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될 정도로 기도하셨습니다. 그 때 성경은 이렇게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천사가 하늘로부터 예수께 나타나 힘을 더하더라.”(누가복음 22:43) 기도하시던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시어 도우셨습니다. 힘을 더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천사가 힘을 더해 주어 힘을 얻으신 주님의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하나님께서 천사를 통해 예수님을 도와주셨기에 예수님께서 고통의 십자가를 지지 않으셔도 되셨나요? 십자가가 예수님에게서 사라졌나요? 아닙니다. 천사가 나타나 힘을 더해 준 이유는 십자가의 길을 감당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께 힘을 더해 주신 이유는 십자가의 길을 가지 않게 하시기 위함이 아니라 넉넉히 십자가의 길을 가시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분명 우리를 도우실 것입니다. 우리에게 힘을 더해 주실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도와주신다고 우리가 힘들 길을 가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광야길과 같은 삶을 더욱 힘을 내 살아가도록 힘을 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고난과 시련이 사라지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고난과 시련의 길을 잘 버텨내도록 도우실 것입니다.

여러분, 6개월 동안 우리가 광야길을 걸어왔기에 앞으로 남은 6개월은 고속도로가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어쩌면 계속해서 우리는 광야길을 또 걸어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오늘 맥추감사주일은 휴게소와 같은 시간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광야길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그 길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함께 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와 동행하셨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힘든 순간도 많았고, 가슴 아픈 일도 많았고, 견디기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러나 우리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 감사는 새로운 광야길을 가야 하는 우리에게 힘을 줄 것입니다. 마치 휴게소에서 떨어져가는 연료를 보충하고, 지친 몸에 원기를 회복하여 다시 가야할 길을 가는 것처럼, 감사는 우리의 심령에 하늘의 에너지를 보충하는 힘입니다. 감사는 우리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감사는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기대하게 만들어줍니다. 감사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하늘로부터 주어진 새로운 능력이 덧입혀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시어 예수님께 힘을 더해 주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힘을 더해 주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광야길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전에 걸어왔던 광야길과는 다른 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고, 하나님께서 은혜 베풀어주신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감사로 새로운 하늘의 에너지를 공급받아 2023년 남은 6개월도 예수님의 제자답게 멋지게 사십시다. 하나님의 능력을 공급받아 힘든 순간도 넉넉히 이기며 사십시다. 광야길은 내 힘을 갈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가는 길입니다. 걸어온 길도 그렇거니와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과 함께 힘차게 남은 길을 달려가십시다.

< 2023년 7월 2일 주일낮예배-맥추감사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