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금했을까?

< 본문 – 누가복음 9:49-50 >

르네상스 시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인물 두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빈치의 작품으로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과 같은 그림이 있고, 그 외에도 그는 과학자였고 발명가였으며 다방면에서 활약했던 다재다능한 천재였습니다. 다빈치보다 스물세 살이 적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는 시스티나 성당에 그려진 ‘천지창조’와 같은 그림이 있고, ‘다비드상’ ‘피에타’ 등 유명한 조각품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같은 시대에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같은 장소에서 활동하면서 서로 극심한 경쟁관계이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자신보다 스물세 살이나 많은 다빈치를 존경하기보다는 강력한 경쟁자로 생각했습니다. 다빈치 역시 미켈란젤로를 훌륭한 후배로 인정하기보다는 그의 명성을 깎아내려야 하는 경쟁자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한 일화가 있습니다. 다빈치가 하루는 추종자들과 대화하다가 우리에게 『신곡』이라는 작가로 잘 알려진 단테(Dante, 1265-1321)의 작품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때마침 그 곁을 미켈란젤로가 지나가자, 그 모습을 본 다빈치가 미켈란젤로를 가리키며 “저 친구가 더 잘 알 것이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은 다빈치가 미켈란젤로를 인정해주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라 ‘저 녀석이 단테에 대해서 알기나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는 당시 피렌체 공화국의 막강한 권력자이자 르네상스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 1449-1492) 아래에서 활동할 때부터 문학을 접했고, 미켈란젤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단테였습니다. 그러니 젊은 미켈란젤로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려다가 오히려 다빈치 자신이 수모를 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미켈란젤로는 다빈치를 향해 ‘밀라노에서 만들던 동상도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하고, 뭐든지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당신에게 동상을 만들도록 그 일을 맡긴 사람은 둘도 없는 바보 멍청이’라고 노발대발하며 날뛰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단지 하나의 일화일 뿐입니다. 그 외에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시뇨리아 궁전의 프레스코화를 그리는 것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두 사람의 경쟁이 그들이 예술활동을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 생각하면 꼭 그렇게까지 경쟁하며 남을 깎아내려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날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류 역사에 엄청난 유산을 남긴 사람들로 기억되지만, 두 사람이 가졌던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나 예술가로 인정해주는 마음이 부족했다는 점에서는 너무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러분, 우리 인간에게 경쟁심이 있다는 것이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경우처럼 동시대에 두 천재 예술가의 등장은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더욱 미술세계를 발전시켰던 것이 분명합니다. 운동선수들도 실력이 비숫한 경쟁자가 있을 때 서로를 의식하여 더욱 열심히 노력하기에 실력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때론 그 경쟁이 지나치면 서로에게 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일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서로의 예술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 격려해 주었다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작품들이 탄생했을지도 모릅니다. 경쟁하고 서로 깎아내리느라 거기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더 유익한 곳에 사용함으로써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류 역사는 경쟁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에도 보면 수없이 많은 경쟁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경쟁의 결과는 언제나 비극이었습니다. 인류 역사의 시작인 성경의 첫 이야기부터 경쟁의 이야기입니다.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을 때 아벨과 그의 제물은 하나님께서 받으셨지만, 가인과 그의 제물은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셨습니다. 가인은 그것을 경쟁으로 여겼고, 경쟁자인 아벨을 죽이고 맙니다. 인류 역사에 최초의 살인은 그런 경쟁심에서 만들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은 골리앗을 죽인 어린 소년 다윗이 백성들로부터 엄청난 칭찬을 받자 다윗을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로 생각합니다. 자신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여겨도 될 다윗인데 자신의 경쟁자라고 생각하고는 어떻게든 그를 제거하기 위해서 심혈을 다 쏟아붓다가, 목적을 성취하지 못하고 자신은 죽고 다윗이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예수님 시대에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던 대제사장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게 빌라도에게 넘겨준 이유를 마가복음 15:10절에서는 ‘시기’ 때문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대제사장들이 예수님을 시기했다는 말은 예수님을 자신들의 경쟁자로 여겼다는 말입니다.

  이 외에도 성경은 많은 사람들이 서로 경쟁 관계에 있었고, 경쟁하며 사느라 인생을 허비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세상입니다. 그런데 더불어 살아감에 있어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며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주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텐데, 우리 인간은 서로를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자로 생각합니다. 마치 트리나 포올러스(Trina Paulus, 1931-2010)가 쓴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우화소설 속에 나오는 애벌레 기둥과도 같습니다. 넓은 들판에 수없이 많은 애벌레 기둥들이 있는데, 애벌레들은 서로를 짓밟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안간힘을 씁니다. 그러나 그 정상에 올라가 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같은 생각에 올라가지만, 그 경쟁에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혹 있을지 몰라도 그건 지극히 적을 뿐이고, 경쟁을 통해서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일까요? 서로 어울리고 힘을 합쳐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사회를 만들어가면 좋을텐데, 왜 사람들은 어울려 사는 것보다 경쟁하는 것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 해답을 오늘 본문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아주 단순합니다. 그러나 그 배경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요한이 예수님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이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을 우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주님의 제자가 아니었기에 주님의 이름을 함부로 도용하지 말라고 엄하게 책망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금하지 말아라. 그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냈다면 그는 너희를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굳이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렇게 가혹하게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오히려 그는 너희를 위하는 사람이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단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제자의 무리 속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가 예수님의 제자가 아닐지라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냈다면 그건 잘한 일입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예수님의 이름의 권능이 그를 통해서 드러났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귀신이 쫓겨난 그 사람은 귀신의 억압에서 벗어나 이제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건 분명 축복된 일이입니다. 그런데도 요한과 제자들은 그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 쫓아내는 것을 못하게 막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 본문이 놓인 상황을 우리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 앞인 누가복음 9:18절 이하에 그 유명한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나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마태복음 16:16)라는 신앙고백을 들으신 주님께서는 드디어 당신이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실 것에 대해서 밝히 드러내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곤 변화산에 올라가십니다. 변화산에서 황홀한 모습으로 변화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베드로는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여기에다 초막 셋을 짓고 여기서 오랫동안 사십시다.’라고 말합니다. 물론 베드로의 간청은 받으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가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변화산에서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 이후에도, 그리고 변화산에서 모세와 엘리야와 이야기를 나누실 때에도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죽으신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신다는 사실에만 집중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예루살렘에 올라가신다면 그것은 뭔가 큰 거사를 일으키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기들의 기대와 욕망의 소리에만 귀를 연 것입니다.

  그렇게 이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오던 제자들은 엉뚱한 짓을 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제자들 사시에 ‘누가 크냐’하는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46절의 말씀입니다. “제자 중에서 누가 크냐 하는 변론이 일어나니.” 여기서 ‘변론하다’는 말은 ‘토론하다’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논쟁하다, 말다툼을 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누가 크냐 하는 문제로 상당히 격양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 하나는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는 ‘어린아이와 같은 작은 자를 영접하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작은 자를 귀히 여기는 마음, 그 작은 자가 곧 큰 자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계속해서 큰 자가 되려 하지 말고 작은 자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이런 '누가 크냐' 하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마태복음 20장에 보면, 요한과 아고보의 어머니까지 등장하여 ‘내 두 아들을 주님의 우편과 좌편에 앉게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예루살렘에 거의 다다를 때까지 그들의 마음에는 계속해서 누가 크냐 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유월절 만찬 후에도 그들 사이에 ‘누가 크냐’하는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습니다.(누가복음 22:24)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직전까지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픈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뜻입니다. 내가 다른 제자들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권력에 대한 욕구, 그게 제자들의 마음에 늘 가득 차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태복음 20장의 기록처럼, 그 중심에는 야고보와 요한이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요한이 앞장 서서 ‘우리와 함께 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을 금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지금 요한의 마음에는 누가 크냐, 누가 주님의 인정을 받고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 혁명을 일으켜 권력을 잡으신다면 자신이 큰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 복병을 만났습니다. 그게 바로 ‘자기들과 함께 하지 않은 어떤 사람’입니다. 그는 주님의 제자 무리에 속하지 않지만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냈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낼 정도로 능력을 행하는 자라면 어쩌면 주님께서 그를 제자로 영입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경쟁자가 한 사람 더 늘어납니다. 자신이 욕망하는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집니다.

  더군다나 그 사람은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에서 예수님 일행이 변화산에서 내려올 때 제자들은 귀신들린 아이 하나를 고치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고 있는데, 예수님의 제자도 아닌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낸다는 사실이 예수님께 알려져 그를 제자로 영입한다면 어쩌면 그 사람이 자신들보다 더 인정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요한을 비롯해서 모든 제자들이 그 사람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일’을 금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귀신 쫓아내는 일 하는 것을 금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일까요?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금하지 말라.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너희를 위하는 자니라.”(본문 50절) ‘너희를 위한다’는 말씀의 뜻이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신 이유는 당신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에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실 것입니다. 그것으로 예수님께서 하실 사역은 완성됩니다. 그 나머지는 제자들이 감당해야 합니다. 십자가 사건 이후의 사역을 감당하도록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셨고, 그들을 지금까지 훈련시키셨습니다. 제자들이 해야 할 사명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낸 그 사람도 그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입니다. 제자들이나 그 사람이나 똑같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너희가 내 제자이니 너희만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라는 말씀입니다. 비록 그 사람이 제자의 무리에 속해 있진 않지만 그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일꾼이기에 그를 금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요한을 비롯한 제자들은 자기들만이 예수님께서 택하신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요한은 더했을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께 특별한 사랑을 받은 제자였기 때문입니다. 성경 여러 곳에서 요한을 가리켜 ‘주님의 사랑하시는 제자’(요한복음 13:23, 21:20)라고 말씀합니다. 주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자신이기에 ‘나는 너희들과 달라.’라는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요한만이 아니라 모든 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은 예수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니까 우리 제자의 무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너희라고 특별한 것이 아니야’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너희나 그 사람이나 모두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동역자야.’라고 말입니다.

  그 말씀이 가지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는 너희의 경쟁 대상이 아니야.’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자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낸 그 사람을 자신들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가 경쟁자가 아니라 동역자라고,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갈 동역자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우리도 종종 동역자들을 경쟁자라고 생각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계시진 않습니까?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워낙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이다 보니 우리 신앙인들조차도 그런 세상의 흐름에 익숙해져서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여기며 살곤 합니다. 함께 공부하며 젊음의 때를 보내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좋은 동무나 친구이긴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경쟁자로 인식되곤 합니다.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대학에 들어가기가 쉽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친구이면서도 경쟁자입니다. 취업할 때에도 다른 모든 청년들이 경쟁자처럼 여겨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내게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경쟁자처럼 생각됩니다.

  때로는 신앙에서도 그런 경쟁의식이 발동을 합니다. 가인이 아벨을 예배드림에 있어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아벨을 죽인 것처럼, 오늘도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는 우리도 누군가를 나의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경쟁하려는 마음이 우리 속에 있으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자들처럼, 누군가를 짓눌러야 내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신앙을 돕지 않고 나 홀로 독야청청하려는 듯 살아갑니다.

  그런 경쟁하려는 마음은 우리에게 인간의 죄성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내가 그보다 조금 낫다고 생각하면 우쭐해지면서 그를 업신여기려 합니다. 내가 그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면 비굴해지고 우울해집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경쟁의식을 갖고 있으면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야 할 믿음의 형제들과 어울리지 못합니다. 때로는 같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나는 너와 수준이 달라’라는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울리지 못합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받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내가 멸시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죄된 성품을 가진 우리 인간은 자꾸만 누군가를 업신여기려 하고, 누군가를 차별하려 합니다. 심지어 같은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믿음의 형제들에게까지 말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차별을 없애시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멸시당하는 여자들, 병자들, 세리와 죄인들을 가까이하시고, 심지어 이방인들에게도 동일한 사랑을 베풀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이유도 죄악에 묶여 살아가는 우리를 구원하시고 자유롭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차별과 경쟁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시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이 세상에 나에 의해서 차별되어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내가 차별하고 멸시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과 노예도 한 형제로 만드신 것이 주님의 사랑입니다. 사실 이 세상에는 내가 경쟁해야 할 대상이 없습니다. 세상은 우리로 자꾸만 경쟁을 부추길지라도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경쟁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협력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감에 있어 협력하지 못할 사람도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믿음의 사람,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기억하며 사십시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우쭐거림이 아니라 겸손으로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어가는 거룩한 일꾼들로 사십시다. 우리에게 경쟁자는 없습니다.

< 2023년 7월 1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