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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02-21 10:44

내일을 준비하는 지혜 <2월 21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내일을 준비하는 지혜
본문 - 누가복음 16:1-8

어떤 사업가가 한 지혜자를 찾아갔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일을 하는데, 열심히 한 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찾아간 것입니다. 사업가는 지혜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사업가인데 하는 사업이 잘 풀리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는데도 목표한 것에 절반도 이루지 못합니다.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지혜를 가르쳐 주십시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지혜자가 책 한 권을 주면서 “이 책 몇 페이지를 보면 지혜를 얻게 될 것이오.” 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 사업가는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지혜자가 가르쳐준 곳을 찾아 펼쳐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온통 지난해 프로야구 선수의 타율이 적혀 있었습니다. 사업가는 이상했습니다. 혹시 지혜자가 책을 잘못 준 것은 아닌가 하고 그 책을 가지고 다시 지혜자를 찾아갔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읽어보라고 한 곳을 찾아보니까 온통 프로야구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데, 혹시 책을 잘못 주신 것은 아닌지요?” 그러자 지혜자가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거기에 기록된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 누가 제일 잘 했습니까?” 사업가가 다시 책을 펼쳐 보니까 어떤 야구 선수가 3할 2푼 7리를 쳤는데, 그게 지난해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 제일 잘 친 사람의 기록이었습니다. 3할 2푼 7리라고 하면 3번 나가서 1번은 안타를 쳤지만 2번은 삼진 아웃을 당했든지 플라이 아웃을 당했든지 - 세 번 중에 두 번은 살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입니다. 사업가가 지난해 최고 선수의 기록을 말하니까 지혜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 해 최고의 선수라고 하는 사람도 3번 중에 1번만 성공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많은 박수를 쳐 줍니다. 그 선수가 3번 중에 한번만 성공했다고 낙심해 있었다면 그는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최고로 홈런을 잘 치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도 삼진 아웃을 더 많이 당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삼진 아웃을 두려워하지 않고 힘 있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대니까 홈런이라는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입니다.
야구에서 3할 정도를 치는 선수는 잘 치는 선수입니다. 3번 중에 한 번만 쳐도 잘 치는 선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 사람은 세 번 중에 두 번은 공을 못치고 살아나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안타나 홈런보다도 공을 치지 못한 것이 훨씬 더 많은데도 사람들은 그를 훌륭한 선수라고 합니다.
사건을 거꾸로 보면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살아가다가 보면 그런 일들을 참 많이 보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 흔히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라고 말하는 이 비유에 등장하는 청지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전혀 잘한 것이 없는 청지기입니다. 그는 주인의 재산을 낭비했습니다. 그가 낭비한 재산은 자기의 것이 아닙니다. 주인의 것입니다. 주인이 그에게 잘 관리하라고 맡겨준 것입니다. 그는 그 주인에게 고용된 청지기일 뿐입니다. 주인의 재산을 잘 관리하도록 고용된 사람일 뿐입니다.
고대에 청지기는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주인이 자기의 종들 가운데서 똑똑하고 신임할 수 있는 사람을 하나 골라 그 집에 청지기로 삼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요셉이 그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보디발의 집에 종으로 팔려갔습니다. 그런데 보디발이 요셉이 지혜롭고 신실하게 일하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 청지기의 임무를 맡겼습니다.
또 한 종류의 청지기는 종이 아닌 자유인 가운데서 청지기로 고용하는 것입니다. 마치 오늘날 임시직원을 고용하는 것처럼 일정한 계약을 통해서 청지기의 직무를 맡깁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청지기는 이 두 번째 경우의 청지기입니다. 그는 주인과 계약을 했습니다. 모든 청지기가 그렇지만, 청지기의 가장 큰 임무는 주인의 재산을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에 나오는 청지기는 계약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임무를 게을리 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인의 재산을 낭비함으로 주인에게 손해를 입혔습니다. 이럴 경우 주인과 맺은 청지기의 계약이 파기되고, 의도적으로 주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혔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을 잘못 관리 했습니다. 1절에 “주인의 소유를 낭비했다” 그랬는데, ‘낭비했다’는 말은 돈이나 재물을 탕진했다고 할 때 사용된 말입니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에서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미리 물려받아 집을 나간 탕자가 자신이 물려받은 아버지의 재산을 허랑방탕하여 다 탕진했던 것처럼, 그렇게 탕진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장부도 조작했습니다. 주인의 재산 중에서 기름 100말을 빌려간 사람을 불러다가는 ‘50말만 빌려갔다고 써라’ 그러고, 밀 100석을 빌려간 사람에게는 ‘80석만 빌려갔다고 써라’ 그랬습니다. 자신이 주인이 아닌데도 마치 주인인 것처럼 빚을 탕감해 주었습니다. 청지기는 빚을 탕감해 줄 자격이 없습니다. 주인만이 빚을 탕감해 줄 수 있습니다. 이 청지기는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장부를 조작했습니다. 장부를 조작했다는 것은 자기가 주인의 재산을 낭비한 것도 모자라, 나중에 주인이 받아야 할 빚을 자신이 탕감해 줌으로써 주인의 재산에 더 큰 손해를 입힌 것입니다. 그것도 자기가 주인의 재산을 낭비한 것이 들통 나면 분명히 청지기 직에서 잘릴 것인데, 그 때를 대비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순전히 자기의 살 길을 위해서 주인에게 더 많은 손해를 입힌 것입니다.
주인의 재산을 탕진했지요, 종이면서도 주인행세를 했지요, 주인의 장부를 조작해서 재산을 축냈지요, 그리고 자신이 살 길을 찾기 위해서 주인을 속였습니다. 그래서 8절에서는 그 청지기를 가리켜서 “옳지 않은 청지기”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그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게 이 비유에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자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겠습니다.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주인이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은 청지기에게 “내가 재정 감사를 해야겠다. 그러니 재정 장부 일체를 준비해 놓아라. 만일 들리는 소문대로 내 재산을 낭비했다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렇게 통보했습니다. 이 통보를 받은 청지기는 자신의 비리가 주인에게 알려졌다는 것을 알고 -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음을 알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3절 말씀에 이 청지기가 고민하는 말을 보니까 청지기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늙어서 일할 힘이 없습니다. 그는 또 평생 동안 청지기로 있었기 때문이 지금까지 쌓은 자신의 명예 때문에 거지처럼 남에게 얻어먹으며 살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주인에게 많은 빚을 진 사람들을 불러다가 빚의 일부를 탕감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주인에게 진 빚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갚을 길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빚의 일부를 탕감해 주면, 그들은 빚을 탕감해준 자신에게 고마워할 것이고, 나중에 자신이 청지기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찾아가면 그들이 고마운 마음으로 자신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차례로 불러다가 빚의 일부를 탕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청지기의 모습을 보시고 칭찬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불의를 행한 청지기를 칭찬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분명히 예수님은 그 청지기를 가리켜서 분명하게 “옳지 않은 청지기”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의를 행한 청지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무엇을 칭찬하신 것입니까? 불의를 행한 청지기를 칭찬한 것이 아니라, 청지기가 지혜롭게 행하는 그 모습, 그 청지기의 지혜를 칭찬한 것입니다. 우리가 불의한 청지기에게서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불의한 청지기를 닮으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8절 마지막에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롭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고 불의를 행하는 자들에게서도 우리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잠언 30장에 보면, 작은 미물에게서도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작고 힘이 없으면서도 여름 내내 겨울을 준비하는 개미, 집을 바위틈에 지어서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사반, 누군가가 앞에서 호령하는 이가 없지만 질서 있게 떼를 지어 다니는 메뚜기, 그리고 사람의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집이나 건물의 벽 속에다 집을 짓고서 살아가는 - 심지어는 왕궁 안에서도 생존하는 도마뱀, 그들에게서도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작은 미물에게서도 지혜를 배워야 한다면, 악한 사람에게서도 지혜를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대상을 막론하고 배울 수 있다면 꼭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오늘의 이야기인 ‘불의한 청지기’에게서 어떤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십니까?

우리는 이 불의한 청지기에게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청지기는 어디까지나 청지기입니다. 청지기는 주인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청지기는 주인이 없을 때 주인행세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자기 재산인양 마구 낭비했습니다. 또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의 빚을 자기 마음대로 탕감해 주었습니다. 아무리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청지기는 청지기기일 뿐입니다. 절대 주인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자신에게 ‘청지기직을 내놓아라’ 그런다면 자신은 그 자리를 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무리 그 자리가 좋다 하더라도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아야 합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버틸 힘이 자신에게는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불의가 드러난 이상 이 자리에 계속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한 때는 주인행세를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는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청지기들입니다.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제 모든 것을 내 놓아야 한다.’ 그러시면 우리는 미련 없이 다 내놓아야만 하는 청지기들입니다. ‘생명을 내놓으라.’ 그러시면 생명을 내 놓아야 합니다. ‘건강을 내놓으라.’ 그러시면 건강도 내놓아야 합니다. 재물이나 시간이나 무엇이든지 하나님께 ‘다시 내놓아야 한다.’ 그러시면 우리는 언제든지 내놓아야 합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연약함과 한계를 알고 하나님 앞에 겸손한 것이 지혜로운 삶을 사는 비결이라는 말씀입니다.

세계를 지배하려했던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1821)이 영국의 넬슨(Horatio Nelson, 1758-1805) 제독과 해전을 치루었는데, 나폴레옹 군대가 패배했습니다. 그 때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폴레옹 군대가 넬슨 제독의 군대와 싸우러 나가기 전에 누군가가 나폴레옹에게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출전합시다.” 그렇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그 제안을 한마디로 일축해 버렸습니다. “전쟁은 내가 하는 거야. 너희는 내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돼!” 그리고 전투에 나가서 참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나폴레옹이 월터루 해전에서 참패를 당한 것은 나폴레옹의 군대가 약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무기가 부족하거나 경험이 짧아서도 아니었습니다. 전술도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투를 시작하자마다 갑자기 하늘이 깜깜해지더니 전투가 끝나는 순간까지 억수 같은 소낙비가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전술이나 작전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전쟁은 내가 하는거야!” 하는 교만한 마음을 먹는 그 순간에 이미 나폴레옹 군대는 패배가 예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유한한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연약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거기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할 수도 없으면서 내가 한다고 고집하면 결국 더욱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불의한 청지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혜는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입니다. 주인의 재산을 탕진한 청지기는 자기가 해고당할 것이 너무나도 분명함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해고당한 후에 내가 어떻게 해야 되나’ 그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조치를 취합니다. 그는 아직 청지기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가 아닙니다. 청지기직에서 물러나기 전에 ‘물러난 후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 것입니다. 아직 자신에게 힘이 있을 때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 주었습니다. 이런 행동은 빚진 사람들이 불쌍해서가 아닙니다. 더더군다나 주인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순전히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주인으로부터 해고당한 후에 자신이 살아갈 길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준비할 수 있을 때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개미에게서 배워야 할 지혜가 무엇입니까? 개미는 여름에 먹을 것을 예비합니다. 겨울이 되면 먹을 것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먹을 것을 준비할 수 있는 때에 미리 준비를 해놓습니다. 먹을 것이 없을 때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 헛된 노력을 한 것이 아니라, 준비할 수 있을 때 준비했다고 하는 것 - 어쩌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잠언에서는 그것을 개미의 지혜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나중으로 미루다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교회에서 봉사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뤄 놓아도 되는 것과 미뤄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준비’는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우리는 인생의 종말을 준비해야 합니다. 청지기에게 주인이 ‘회계 감사를 할테니 장부를 가져와라’ 그런 것처럼, 언제가 하나님께서 예고 없이 우리에게 ‘인생을 결산하자’ 그렇게 말씀하실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 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늘 준비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준비해야 합니까? 나에게 없는 것, 내가 모르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 그것으로 준비하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때로 내게 없는 것, 내가 모르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으로 준비하려고 하니까 힘들고 지치고, 때로는 괴로워하다가 포기하고 마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 - 내가 알고 있는 것, 작지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 그런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으로 마지막 때를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그게 지혜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래 전 미국 서부지역에 개척 정신을 가지고 외딴 산골에 살던 부부가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멀리 떨어진 마을에 나가면서 ‘필요한 물건도 좀 사오고, 그 동안 밀렸던 일들도 좀 처리하고 그러면 한 2-3일 후에야 올 것 같소.’ 그러면서 집을 떠나갔습니다. 남편이 떠나가자 부인은 마치 그날이 자기 가족들을 위해서 빵을 굽는 날이라 빵을 굽기 위해서 부엌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땔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인은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장작을 쪼개기 위해서 집 뒤로 돌아가 도끼를 들고는 큰 통나무 하나는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통나무 더미 속에 움크리고 숨어있던 큰 독사가 부인의 다리를 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부인은 순간적으로 당한 일이라 정신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곧 자신의 온 몸에 독사의 독이 퍼져서 자신은 오래지 않아 죽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죽으면 남편은 2-3일 후에나 돌아 올텐데, 그러면 이 아이들이 굶주려 죽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둘째는 태어난 지 겨우 12개월 밖에 되지 않는 아이이고, 큰애도 이제 네 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죽더라도 이 아이들이 남편이 올 때까지 살아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죽기 전에 아이들을 위해서 먹을 것을 충분히 만들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빵도 빨리 구워놔야 하겠고, 우유도 짜서 아이들 손에 닿을 곳에 준비해 두어야 했습니다. 뜨거운 여름 햇살에 땀을 뻘뻘 흘리며 부인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빵을 굽고, 외양간에 있는 젖소에게서 우유를 짜서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점점 부인의 눈은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독사의 독이 온 몸에 퍼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준비를 다 끝낸 후 네 살 난 딸아이를 불러놓고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아가, 이제 곧 엄마는 깊은 잠에 빠지게 될거야. 너는 네 동생 쟈니를 잘 보살펴주어야 한다. 빵도 먹이고 우유도 먹여 주고…” 부인은 네 살난 딸에게 여러 번 반복해서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정신이 몽롱해지던 부인의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먹을 것을 준비하려고 열심히 일하면서 땀이 줄줄 흘러 내렸는데, 혈관에 흐르던 독사의 독이 그 땀과 함께 씻겨 밖으로 빠져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부인은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만일 부인이 가만히 주저앉아 ‘독이 펴지니 이제 곧 죽게 될 거야’ 그렇게 기다리고만 있었다면 부인은 분명 죽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힘이 남아 있을 때 아이들을 위해서 먹을 것을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한 결과 독사의 독이 빠져나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만일 불의한 청지기가 “이제 모든 것이 들통 났다. 이제 나는 잘리게 될거야!” 그렇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만 하고 있었다면 그는 주인에게 그 지혜조차도 칭찬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본문에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본문 8절에 “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 있게 하였으므로 칭찬하였다”고 말씀한 것을 보면, 아마도 주인이 그 청지기의 지혜를 높이 사서 다시 청지기로 고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혜는 우리에게 미래를 잘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지혜롭게 준비한 미래는 우리의 불안한 미래를 희망으로 만들어줍니다.
여러분,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의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매일매일 주어지는 ‘오늘’이라는 이 선물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지혜로 사시겠습니까? 그저 낭비하며 사시겠습니까?

<2010년 2월 21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