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잊지 말아야 할 날
본문 - 누가복음 21:5-9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 오늘, 1910년 8월 29일은 우리나라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날입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날이기 때문입니다.
  섬으로 된 일본은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넘봐 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임진왜란입니다. 근대에 들어서는 1875년 일본군함 운요호(雲揚號)가 강화도를 침범하면서 우리나라를 빼앗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러다가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우리나라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아, 우리나라에 보호조약을 체결할 것을 강요합니다. 고종황제를 비롯한 한규설, 이하영 등이 분명하게 반대의 뜻을 밝혔지만, 일본은 조약에 찬동한 이완용 등 을사5적 만으로 회의를 열어 을사늑약(을사조약)을 체결하고 맙니다. 그것이 1905년 11월 17일이었습니다. 이 조약으로 우리나라는 모든 행정권과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사실상 통치권을 일본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는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5년 후인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조약(韓日倂合條約)이 체결되고, 일주일 후인 1910년 8월 29일 이 조약이 공포되면서 우리나라는 국권을 일본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 조약은 순종황제의 날인이 조작되는 등 철저하게 불법적인 것이었지만, 일본은 그것을 근거로 우리나라를 일본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켜버렸습니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 해방될 때까지 우리나라는 35년 동안 일본으로부터 이루 말 할 수 없는 약탈과 억압을 당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치욕스런 날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이 주후 70년 예루살렘이 로마에 의해서 멸망당한 날을 꼽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승천하신지 약 30년이 지난 주후 64년, 로마제국은 네로 황제가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그립바 2세를 이스라엘의 분봉왕으로 임명합니다. 이 아그립바 2세는 사도행전 25장에서 사도 바울을 심문하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리고 유대총독으로는 플로루스(Florus)가 임명되었는데, 그는 아주 탐욕스럽고 포악한 사람이었습니다. 유대에서 약탈과 학정을 펼치다 이에 항의하는 유대인 3천명 이상을 처형해버렸습니다. 이에 분개한 유대인들은 민중반란을 일으켜 로마군인 3백여 명을 죽이고 대대적인 독립운동을 전개하게 됩니다.
  네로 황제는 주후 66년 베스파시안(Vespasian) 장군을 유대 총독으로 임명함과 동시에 그에게 반란을 진압하도록 명령을 내립니다. 이것이 주후 66년에 일어난 ‘유대전쟁’입니다. 베스파시안은 아들인 티투스(Titus) 장군과 함께 유대를 공격하여 반란의 주 근거지였던 갈릴리 지방의 많은 주민들을 죽이고 동네를 불태워버립니다. 그 무렵 네로 황제가 죽고 유대반란군을 진압하던 베스파시안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황제가 된 베스파시안은 아들 티투스 장군에게 6만 명의 군대를 주어 예루살렘을 공격하게 합니다. 이 때 유대의 열심당원들과 군인들은 예루살렘에 들어가 시정을 장악하고, 예루살렘 성전을 점령하였으며, 헤롯 왕가의 사람들과 친로마 지도자들을 살해하거나 감옥에 가둬버리고 말았습니다.

  예루살렘으로 진격한 로마의 티투스 장군은 6만 명의 대군으로 예루살렘 성 주위에 토성을 쌓고 예루살렘을 완전히 포위했습니다. 성 안은 먹을 것이 다 떨어졌고,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성 밖으로 도망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성밖으로 도망쳐 나온 사람들 가운데 부자들은 금이나 보석을 집어 삼켜 뱃속에 감추고 나왔다고 합니다. 탈출에 성공하면 배설물과 함께 몸 밖으로 나온 그것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안 로마 군인들은 예루살렘 성에서 탈출한 사람들 가운데 부자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잡아 배를 갈라 뱃속에 든 금과 보석을 찾아내 빼앗아갔다고 합니다.
  오늘 본문 바로 뒤 이어 나오는 20절 이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너희가 예루살렘이 군대들에게 에워싸이는 것을 보거든 그 멸망이 가까운 줄을 알라.” 23-24절입니다. “그 날에는 아이 밴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니 이는 땅에 큰 환난과 이 백성에게 진노가 있겠음이로다. 그들이 칼날에 죽임을 당하며 모든 이방에 사로잡혀 가겠고, 예루살렘은 이방인의 때가 차기까지 이방인들에게 밟히리라.”
  주후 70년 봄, 예루살렘은 로마 군인들에 의해서 함락되고 말았습니다. 예루살렘 시내는 피바다가 되었고, 로마 군대는 도망치는 유대군인들의 뒤를 쫓아가 섬멸하였습니다. 특히 이미 도망쳐나온 부자들의 뱃속에서 금과 보석을 찾아낸 로마 군인들은 제사장들과 유대인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배를 갈라 금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전 안에 있던 금과 성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엄청난 금은 예루살렘 성전이 불에 탈 때에 다 녹아내려 성전 벽의 돌들 사이로 흘러내렸고, 이 금을 캐가기 위해서 로마 군인들은 성전 벽의 돌들을 돌 위에 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파헤쳐버렸습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인 헤롯 성전은 참으로 화려하게 지어져 있었습니다. 헤롯은 본래 유대인이 아닙니다. 이방 이두매 출신인 헤롯은 로마 황제의 총애를 받아 유대의 왕이 됩니다. 유대인이 아니라는 약점 때문에 어떻게든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헤롯은 예루살렘 성전을 크고 화려하게 확장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이미 46년 동안이나 지었다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헤롯 성전은 70년 넘는 공사를 통해 주후 63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오늘 본문 5절에서 말씀한 것처럼 예루살렘 성전은 “아름다운 돌과 헌물”로 아주 화려하게 꾸며졌습니다. 성전이 완공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웅장하고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헤롯 성전을 보지 못한 사람은 건물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그만큼 헤롯성전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본문 6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보는 이것들이 날이 이르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 예수님의 이 말씀 그대로 예루살렘 성전은 완성된 지 7년만인 주후 70년 티투스 장군에 의해서 예루살렘에 함락될 때 철저하게 파괴되었습니다. 70년이 넘게 지은 성전이 지어진 지 7년 만에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파괴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주후 70년 예루살렘을 멸망시킨 티투스 장군은 유대 사람들을 하루에 500명씩 십자가에 달아 죽였다고 합니다. 더러는 성전 꼭대기로 끌고 올라가서 밑으로 떠밀어 떨어뜨려 죽였고, 수많은 유대인들을 노예로 내다 팔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집트 광산에 팔았고, 건강한 남자들은 로마의 투기장으로 끌고 가서 짐승들과 싸우다가 죽어 짐승의 밥이 되게 했습니다. 어린 소년소녀들은 노예시장으로 끌려갔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예로 끌려갔는지, 세계 노예시장에서 노예 값이 폭락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공짜로 데리고 가라고 해도 데려갈 사람이 없어서 수많은 노예들이 굶어 죽기도 했다고 합니다.
  티투스 장군은 예루살렘 성전을 헐어버린 후에 성전 한쪽 벽은 헐지 않고 남겨두었습니다. 후세 사람들에게 로마군의 위력을 과시하시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통곡의 벽’입니다.<사진> 예루살렘이 멸망당한 후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로마가 철저하게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예루살렘이 멸망당한 후 수백 년이 지난 비잔틴 시대에 이르러서야 1년에 한번 예루살렘에 올라가는 것이 허락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날인 아브달(태양력의 7-8월) 9일에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서 이 통곡의 벽 앞에서 지난 역사를 회고하며 통곡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때가 올 것을 미리 말씀하셨습니다. 누가복음 19장에 보면, 예루살렘 성에 들어오시기 전에 예루살렘을 바라보시고 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 날이 이를지라. 네 원수들이 토둔을 쌓고 너를 둘러 사면으로 가두고 또 너와 및 그 가운데 있는 네 자식들을 땅에 메어치며 돌 하나도 돌 위에 남기지 아니하리라.”(누가복음 19:42-44) 그리고 오늘 본문에서는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보는 이것들이 날이 이르면 돌 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

  여러분, 왜 우리나라가 일본에 의해 강제로 나라를 빼앗겨 35년 동안이나 약탈과 치욕스러운 일을 당해야만 했습니까? 역사를 해석하는 일은 역사학자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를 해석할 때 어느 측면에서 바라보느냐 따라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배경이나 원인을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원인도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먼저는 일본의 침략적 야욕이라는 외적인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다 그런 일본의 침략적 야욕을 막을 만한 힘이 우리에게는 없었다는 내적인 요인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국가를 생각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욕망을 앞세운 잘못된 지도자들 때문입니다. 어제 아침 신문에서 계명대학교 김기엽 교수가 쓴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았습니다. 그는 조선이 망한 이유를 정치원리가 쇠퇴하면서 나타난 ‘권력의 사유화’라고 말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종 황제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군부대신 조희연을 물러나게 하려하자, 대신들이 반대했습니다. 그러자 고종 황제는 화를 참지 못하고 “대신 하나도 물리치지 못한다면 어찌 임금 노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소리치며 국새를 집어 던졌다고 합니다. “짐은 임금이 아니니 경들이 이것을 가져가라.”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고종 황제 앞에 있던 대신들이 모두 벌벌 떨고 있는 중에 오늘날 재정경제부 장관 격인 탁지부대신인 어윤중(魚允中)이 고종황제에게 입바른 소리를 했습니다. “성인이 말하기를 ‘임금은 신하를 예(禮)로서 부리고, 신하는 임금을 충(忠)으로서 섬긴다’고 하였습니다. 폐하께서 신들을 이렇게 대하시니 장차 신들이 어떻게 페하를 섬기겠습니까? 바라건대 노여움을 푸시고 굽어 살피시어 공의를 펴소서.”
  이 이야기에서 보듯이 당시 황제를 비롯하여 나라를 섬기는 대신들이 정말로 나라를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었나 하는 의심을 갖게 됩니다. 올바른 말을 하는 어윤중 같은 사람이 특별히 주목을 받을 만큼, 정도(正道)를 걷는 지도자가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고종 황제 역시 진상품을 얼마나 많이 냈느냐 하는 것으로 대신들을 평가하고, 위기의 순간에도 수시로 관리를 갈아 치우는가 하면 부과 권력 쌓기에만 몰두했던 군주였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일본이 주는 달콤한 떡밥에 정신을 잃고 나라를 팔아먹은 대신들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는 경술국치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맞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면서 ‘평화를 빼앗기고, 원수들에 의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으며,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파괴될 것’이라고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하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지고 있는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시면서 “이것들이 날이 이르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고 충격적인 말씀을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런 비참한 일이 자기들에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지어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이 무너진다?’ 그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단호하게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무도 그런 멸망이나 파괴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예수님께서는 무슨 근거로 그런 비극적인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오늘 본문과 같은 내용의 말씀이 마태복음 24장 1-2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하시기 바로 전인 마태복음 23장에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을 책망하시는 말씀이 나옵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라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마태복음 23장에만 “화 있을진저!” “어리석은 맹인들이여!”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라고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에게 책망을 외치신 말씀이 무려 12번이나 기록되어 있습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당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입니다. 특별히 종교지도자들입니다. 백성들을 바르게 인도해야 할 지도자들이 다 썩었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맹인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왕인 헤롯은 성전을 크고 화려하게 잘 지어주면 그것으로 백성들에게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성전을 지어줍니다. 또 한 편으로는 로마 황제에게 잘 보여 왕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많은 뇌물을 주고 아부하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지도자들이 그렇게 정치와 탐욕에 눈이 멀어 있는데 어찌 심판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헤롯 왕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부정한 범죄를 나무란 세례 요한을 감옥에 가둬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지도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런 헤롯 왕을 향하여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한다고 예수님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뿐입니다. 가장 바른 양심과 신앙으로 서 있어야 할 대제사장은 자기 사위에게 대제사장직을 불법으로 세습했습니다. 그리고 성전에서 돈 바꾸는 장사를 하게 해서 엄청난 부당이익을 취했습니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권력과 탐욕에 눈이 멀어버린 사회였습니다. 그런 사회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예수님께서 단호하게 선포하신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8월 29일이 무슨 날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답을 잘 못할 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2006년 강우석 감독이 만든 ‘한반도’라는 영화입니다. 그 영화 첫 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야사학자인 최민재가 주부 문화강좌에 온 아주머니들에게 ‘11월 17일일 무슨 날인지 아느냐?’고 묻습니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로즈데이 등 정체불명의 이상한 날들은 다 기억하는 아주머니 학생들은 강사가 묻는 11월 17일은 무슨 날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화가 난 최민재는 문화강좌에 온 아주머니 학생들에게 호통을 치며 그들을 쫓아 보내버립니다.
  우리는 너무 중요한 날을 쉽게 잊어버립니다. 그것을 기억조차 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국가적으로도 이런 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비참한 역사일지라도, 생각하기에도 고통스런 역사일지라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 바로 1910년 8월 29일입니다. 그날 이후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습니까? 그날 이후 나라를 빼앗긴 우리나라는 농사 짓은 것을 다 빼앗겨야 했습니다. 심지어 이름까지 바꿔야 했습니다. 그날 이후 35년 동안 36만 3천여 명의 젊은이들이 전쟁에 끌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20여만 명의 이 땅의 젊은 딸들이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독립을 꿈꾸던 수많은 애국자들이 이루 말 할 수 없는 고문을 받아야 했고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고향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사람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일본은 이 땅에서 수많은 문화재들을 약탈해 갔고, 우리나라의 문화를 말살하고 역사를 왜곡시켰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 날을 잊을 수 있습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난 뼈아픈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서 지금도 벽 하나밖에 남지 않는 예루살렘 성전을 찾아와서 기도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지금 모슬렘 사원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들이 성전에 가장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길은 통곡의 벽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하루에 수백 명 수천 명이 통곡의 벽을 찾아가서 기도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날이라고 알려진 아브월 9일이 되면 유대인들은 7월 10일 대속죄일처럼 25시간 동안 금식을 합니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아픈 과거를 잊지 않았기 때문에 2천여 년 동안 나라 없는 설움 가운데서도 그들은 마침내 1948년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국토는 우리나라 전라남북도 크기 밖에 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힘으로 세계 역사를 좌지우지하는 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 크고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져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주님께 제자들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선생님이여, 그러면 어느 때에 이런 일이 있겠사오며, 이런 일이 일어나려 할 때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이까?”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를 가르쳐 주십니다.

  첫 번째는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또 다시 그런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혹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미혹을 받지 말하는 말씀을 오늘 우리시대의 용어로 바꾼다면 잘못된 정보에 속지 말라는 것입니다. 현대를 정보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정보의 힘은 실로 엄청납니다. 그러나 때론 우리는 수없이 많은 잘못된 정보에 속으며 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시대를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한다면, 그 홍수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으며 목숨을 위협당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유익된 정보도 있는가 하면, 우리를 유혹하고 악에 빠지도록 하는 정보도 있습니다. 잘못된 신앙의 정보는 우리의 신앙을 무너뜨리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의 통로는 인터넷입니다. 그런데 그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잘못된 정보가 우리에게 들어오는지 모릅니다. 여러분, 우리 신앙인이 살기 위해서는 정보의 통로를 바르게 설정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정보는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으로부터 생명을 얻는 정보, 생명을 누리는 정보, 생명의 풍성함 속에 살아가는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현대의 정보 통로인 인터넷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음란한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우리를 공격해 오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선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야 합니다.,
  현대의 정보 통로인 인터넷을 통해서 거짓된 삶을 사는 방법, 남을 속이는 방법들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가까이 하여 세상에 빛을 비추며 사는 방법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세상에 희망을 주는 것인지를 배워 그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현대의 정보 통로인 인터넷을 통해서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들, 인격을 모독하는 일들이 얼마나 난무하는지 모릅니다. 악성 댓글(악플)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목숨을 잃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과 통하게 하는 성경말씀을 통해서 세상을 축복하며 사는 방법, 세상에 하늘나라의 향기를 풍기는 방법을 깨달아 세상을 축복하며 향기 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신 두 번째 내용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본문 9절입니다. “난리와 소요의 소문을 들을 때에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의 두려움이 어디에서 생겨납니까? 세상의 정보에 마음을 빼앗겨 ‘내가 하나님의 품 안에 있다’는 이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는 세상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엄마의 품만큼 행복하고 안전한 곳이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하나님의 품 안에 거할 때 가장 행복하고 평안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시편 131:2)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평안하십니까? 아니면 두려움이 여러분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습니까?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줄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바라보는 자에게는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하늘의 평강이 내 마음을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도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나아가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세상의 미혹하는 영이 우리의 마음을 두려움에 떨게 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애국가를 작곡한 분은 안익태 선생이라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사를 작사한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의견들이 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라고 하기도 하고, 윤치호 선생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윤치호 선생이라고 알고 있는데, 최근의 한 소책자에 의하면 서울 정릉교회 최초의 한국인 담임목사였던 최병헌 목사가 작곡했다고 합니다. 1905년 당시 정동교회 목사관은 남산을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애국가 2절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는 말은 남산을 바라보면서 우리 민족의 소나무와 같은 굳은 절개를 표현한 것이고, 4절에 “이 기상과 이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여”라는 말은 겨레에 대한 충성심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굳은 신앙심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하느님이 보우하사”라고 되어 있지만, 독립기념관에 보관된 원문에는 “하나님이 보호하사”로 되어 있습니다.
  당시 최병헌 목사님은 북감리교회의 대표격인 분이었고, 윤치호 선생은 남감리교회의 대표격인 분이었다고 합니다. 누가 애국가의 작사자이든, 우리나라 애국가에는 강한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애국심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신앙인들 역시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가졌던 아름다운 신앙 전통을 이어받아 나라 사랑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합니다. 나라 사랑하는 일의 첫걸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첫사랑과 구원의 감격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나라 사랑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1910년 8월 29일, 비록 치욕스럽고 가슴 아픈 날이지만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날입니다.
<2010년 8월 29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