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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12-13 10:44

아브라함 그러나 롯 <12월 13일 성서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아브라함 그러나 롯
본문 - 창세기 19:12-16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는 말이 있습니다. ‘로마의 평화’라는 말로, 주로 주전 27년부터 주후 180년까지 약 200년 동안 로마제국이 가장 흥왕하던 시기를 가리킵니다. 더 이상 정복할 땅이 없고, 더 이상 전쟁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당시 로마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이든 로마가 평화를 선언하면 그 나라는 평화롭게 살 수 있지만, 로마가 평화를 거부하면 평화를 누릴 수가 없습니다. 그마만큼 로마의 권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팍스 로마나’라고 불리던 그 로마제국도 결국은 망하고 말았습니다. 로마가 멸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원인을 말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도덕적 부패입니다. 로마가 흥왕하던 시기에 활동했던 유명한 시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는 ‘로마인들이 갈수록 점점 사악해져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또 로마의 유명한 정치가요 사상가였던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역시 ‘로마 제국은 병들어 이제 남은 것은 사멸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로마가 멸망하기 직전에 살았던 살비아누스(Salvianus, 390-484)라는 사제는 그의 책 『신정론』에서 ‘로마제국이 쇠망해져가는 것은 죄악과 부정부패에 대한 하늘의 심판’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로마제국은 도덕적인 부패가 굉장히 심했습니다. 비록 합법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도덕적으로 허용되는 불륜관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직 어린 나이의 청소년들과의 성적 관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동성애는 물론이고 남자들끼리 동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합니다. 도덕적 부패의 최첨단은 성적인 타락입니다. 그런데 로마제국에서는 성적인 타락이 별로 지탄받을만한 일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타락한 사회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두 번의 큰 심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아홍수로 인해 이 세상이 심판을 받을 때도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시의 세상을 이렇게 평가하셨습니다.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하여 넘쳐났고, 그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언제나 악한 것들뿐이었다.”(창 6:5) 창세기 6장에서는 세상에 죄악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사회가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보여주는 단 하나의 이야기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십니까?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하나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성적인 타락으로 인해 하나님 편에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입니다. 노아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더구나 창세기 6:3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사람들과 함께 거하지 않았다.” 하나님을 잃어버린 시대였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죄악에 빠진 사람일지라도 그 죄에서 돌이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이 떠나버린 땅에는 더 이상 회복의 가능성이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도덕적인 성적인 타락이 얼마나 심했는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다다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심판은 오늘 우리가 읽은 소돔성의 심판입니다. 소돔성의 성적인 타락이 얼마나 심했는지는 오늘 본문 바로 앞에 나옵니다. 두 천사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서 날이 저물 때 즈음에 소돔성을 찾아갔습니다. 낯선 사람의 방문을 보고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그들을 자기 집으로 영접해 들였습니다. 롯은 그들을 정성껏 대접했습니다. 그런데 저녁 늦은 시간에 소돔성 사람들이 롯의 집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소리칩니다. 19:5절입니다. “이 저녁에 네게 온 사람이 어디 있느냐? 이끌어 내라. 우리가 그들을 상관하리라.” ‘상관하리라’는 말은 성적 노리갯감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과 동성애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소돔성 사람들은 롯의 집에 찾아온 손님을 성적 노리갯감으로 삼으려 했습니까? 동성애를 한다면 자기들끼리 해도 되는데, 왜 굳이 낯선 사람을 대상으로 그런 짓을 하려 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낯선 사람을 끌어다가 성적 노리갯감으로 삼으려 하자 롯이 이렇게 제안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차라리 내 두 딸을 데려가시오. 그들은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녀들인데, 그 두 아이를 데려다가 어떻게 하든지 상관하지 않을테니, 이 분들에게만은 그런 짓을 하지 말아 주시오.” 롯은 자기 두 딸을 내어주면서 성적 노리갯감으로 삼으려면 내 두 딸을 데려다가 마음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소돔성 사람들은 롯의 딸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낯선 그 두 남자들 끌어내라고 소리쳤습니다. 왜요?

여러분, 성적으로 타락하면 그 강도가 갈수록 심해집니다. 어지간한 것을 가지고는 성적인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만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소돔성 사람들도 처음에는 여자들을 성적 노리갯감으로 삼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으로 만족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동성애를 시작한 것입니다. 남자들을 통해서 색다른 성적 만족을 얻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자꾸만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다가 낯선 두 남자가 자기들 소돔성에 들어왔고, 그들이 지금 롯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기들끼리로는 만족을 느끼지 못하니까 낯선 남자들을 데리고 놀아야 더 자극적인 쾌락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끌어내려 한 것입니다.
여러분, 갈 데까지 간 모습 아닙니까? 여기에서 더 갈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타락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소돔성을 심판하시려고 한 것이지요. 하나님께서는 두 천사를 보내셔서 소돔성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는 알아보고 싶으셨습니다. 그런데 와서 직접 경험해 보니까, 이건 더 이상 갈 데가 없을 정도로 타락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소돔성이 심판을 받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 둘이 소돔성을 방문하여 롯의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본문 바로 앞인 19:1절에 의하면, 두 천사가 소돔성 롯의 집에 들어갔을 때는 날이 저물 때였습니다. 소돔성이 멸망당하기 전날 저녁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15절에 보면 다음 날 동이 틀 때 천사들이 롯을 피신시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천사들이 롯을 피신시키려고 할 때 롯이 가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 롯이 가려하지 않았을까요? 날이 저물 때 롯의 집에 들어온 천사들은 다음 날 동이 틀 때까지 롯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롯의 집에 머물면서 롯과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예, 분명 두 천사는 롯에게 소돔성의 멸망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밤새도록 롯과 소돔성의 멸망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소돔성의 멸망에 대해서 롯을 설득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소돔성을 멸망시키려고 하시는데, 당신 빨리 도망가야 합니다. 도망가지 않으면 당신도 함께 멸망할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롯은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왜 이 성이 멸망당해야 하는지, 왜 내가 이 소돔성을 버려두고 도망가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천사는 밤새도록 롯을 설득합니다. 그런데 동틀 무렵이 되었음에도 롯은 소돔성을 떠나가려 하지 않습니다. 동틀 때까지도 롯은 천사의 말에 설득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천사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믿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자기 딸과 정혼한 두 사위를 찾아가서 이 비밀스러운 하나님의 심판 계획을 알려줍니다. 본문 14절입니다. “롯이 나가서 그 딸들과 정혼한 사위들에게 고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 성을 멸하실 터이니 너희는 일어나 이곳에서 떠나라’ 하되 그 사위들이 농담으로 여겼더라.”
왜 사위들은 장인이 한 말을 진지하게 듣지 못하고 농담으로 여겼을까요? 물론 사위들이 하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 성을 멸하려 하신다는 장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고, 그저 농담으로 여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롯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위들에게 소돔성의 멸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롯이 어떠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롯이 어떻게 말했길래 사위들이 장인의 말을 농담으로 치부해버렸을까?
아마도 사위들에게 ‘하나님께서 소돔성을 멸망시키실 것’이라고 말하는 롯의 말에 확신이 없었습니다.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면 사위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인데, 롯도 소돔성의 멸망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롯이 자신 없이 말하는데, 어떻게 사위들이 그 어마어마한 일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러면 왜 롯은 소돔성이 멸망당하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을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살기 좋은 세상이거든요. 인생을 즐기고 싶을 대로 즐기며 살 수 있거든요. 그러니 소돔성이 멸망당하는 것을 좋아할리 없을뿐더러, 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롯이 소돔 땅에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창세기 13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애굽에서 가나안으로 돌아온 뒤 삼촌 아브라함과 함께 벧엘과 아이 사이에 장막을 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들에게는 가축이 많았습니다. 많은 목자를 거느리고 양을 쳐야 할 만큼 가축이 많았습니다. 벧엘과 아이 사이에 있는 제법 넓은 골짜기로도 부족할 만큼 가축이 많아지자, 아브라함과 롯은 갈라서게 됩니다. 아브라함이 조카 롯에게 먼저 선택권을 줍니다. ‘네가 어느 쪽을 선택해 가도 좋다. 네가 먼저 선택해 가면 나는 다른 곳으로 가마.’ 그러자 롯이 언덕에 올라가서 주변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요단 들녘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물도 넉넉하고 양을 치기에도 좋은 목초지였습니다. 그래서 롯은 요단 들녘을 선택했습니다.

그 때 롯이 요단 들녘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요단 들녘이 롯에게는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이”(창 13:10) 보였습니다. 롯은 얼마 전에 삼촌 아브라함과 함께 애굽에 다녀왔습니다. 가나안 땅에 살다가 애굽 땅에 가서 보니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습니다. 나일강 삼각주 - 아주 유명한 곳 아닙니까? 아프리카 대륙 1/3을 걸쳐 6650km를 흘러오다가 애굽에서 거대한 삼각주를 이룹니다. 거기에서 엄청난 곡식이 생산되고, 그 강물로 인해 엄청난 목초지가 만들어집니다. 척박한 가나안 땅에 살다가 나일강이 흐르는 그 비옥한 애굽 땅을 보니까 마치 에덴동산 같아 보였습니다. 살기가 너무 좋습니다.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는 그런 하나님의 동산 같아 보였습니다.
롯은 거기에 머물러 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라의 문제로 아브라함과 그 가족들은 애굽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애굽에서 쫓겨나 가나안 땅에 와 보니, 한 가족이 가축을 칠만한 공간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요단 들녘을 바라본 롯은 깜짝 놀랐습니다. ‘가나안 땅에도 저런 곳이 있다니’ 하고 말입니다. 비록 거대한 나일강 삼각주에 비견될 수는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옥한 땅입니다. 물도 넉넉합니다. 롯의 눈에 마치 얼마 전에 보았던 애굽 땅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두 번 다시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삼촌 아브라함에게 ‘나는 요단 들녘으로 가겠습니다.’ 하고 그곳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을 떠나 요단 들녘으로 간 롯은 점점 소돔성 가까이로 장막을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롯은 소돔성이 있는 요단 들녘을 하나님의 동산 같다고 생각했는데,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소돔 사람은 악하여 여호와 앞에 큰 죄인이었더라.”(창 13:13)
롯은 가축을 기를 수 있는 좋은 땅 - 에덴동산과도 같고 애굽 땅과도 같은 정말 좋은 땅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께서는 그 땅을 죄악이 만연된 땅 - 곧 심판을 받게 될 땅이라고 보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롯이 소돔성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소돔성은 그렇게 가나안 땅 중에서 가장 좋은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유했습니다. 부유했기 때문에 그들은 쉽게 범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소돔성에 들어가 살면서 롯은 돈도 많이 벌었을 것입니다. 또 소돔 사람들의 사치와 향락 문화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이제는 소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소돔 사람들이 사람의 모습을 한 천사들을 성적 노리갯감으로 삼겠다고 롯의 집에 찾아왔을 때, 롯이 시집도 가지 않은 자기 두 딸을 그들의 성적 노리갯감으로 주저하지 않고 내놓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롯도 성적으로 타락한 소돔의 문화에 깊이 물들어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만일 소돔의 타락한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 그 문화에 동화되지 않았다면 롯은 그 성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도 없었을 뿐더러, 혹 그곳에 살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자기의 두 딸을 성적 노리갯감으로 내놓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왜 롯은 그렇게 타락한 도시 소돔에 계속 머물러 있었을까요? 답은 분명합니다. 재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과 헤어질 때에 롯이 소돔 지역을 선택한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물이 많아 에덴동산과 같고 애굽 땅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가면 가축을 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롯은 그가 기대했던 대로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유함을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사치와 향락, 풍부와 부유함에 빠진 롯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고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두 천사가 ‘날이 저물 때’ 롯의 집에 들어가 ‘동이 틀 때’까지 롯을 설득해야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롯이 쉽게 현재의 삶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을 강력하게 경고해 주었음에도 그 말에 주저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내가 내 삶을 포기하지 못하겠는데, 그런 마음으로 사위들을 설득한들 사위들 또한 롯의 말을 진지하게 들을리 만무합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돔성이 멸망당하던 날 아침에 롯은 소돔성을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본문 15-16절에 보면 동이 틀 때 천사들이 마지막으로 롯에게 경고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성을 멸하실테니 네 가족들을 이끌고 빨리 이 성을 빠져나가라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롯은 지체합니다. 망설입니다.
여러분, 이게 망설일 일입니까? 곧 이 성이 멸망당하게 생겼는데, 빨리 피신 가야지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야 합니다. 그런데 롯은 갈 수가 없습니다. 그의 재물이 그의 발목을 잡습니다. 풍부하고 넉넉하게 쾌락을 누리며 살았던 그 삶의 잔영들이 그의 마음을 자꾸만 소돔성에 묶어 두려 합니다. 그러니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갈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세상의 쾌락에 도취되면 멸망이 눈 앞에 다가와 있는데도 망설이게 됩니다. 분명 이 길로 가면 망할 것이 분명한데도, 자꾸만 마음이 그리로 쏠립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대로 ‘귀신에 홀린 것처럼’ 자꾸만 그길로 빠져 들어갑니다.

두 천사는 밤새도록 롯을 설득했습니다. 심지어 소돔성 사람들이 롯의 집에 몰려와 두 사람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칠 때에, 두 천사가 롯을 대문 안으로 끌여들인 후에 대문 밖에 있던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기적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확실하게 이 성을 멸하실 것을 확인시켜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도 롯은 천사들의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심판하실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물질을 사랑하는 롯의 마음이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귀를 막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쾌락의 문화에 익숙한 롯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만한 영적인 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아브라함은 어떻습니까? 창세기 18:16절 이하에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브라함의 집에 들어가 대접을 잘 받은 천사들이 소돔성으로 떠난 후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슬쩍 지나가는 이야기로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중하니 내가 이제 내려가서 그 모든 행한 것이 과연 내게 들린 부르짖음과 같은지 그렇지 않은지 내가 보고 알려 하노라.”(18:20-21) 소돔성을 멸망시키겠다고 말씀하신 것도 아닙니다. 멸망시켜야 할지 아닌지 알아보러 가신다고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그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 금방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소돔성을 향해 가시려 하는 하나님의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그 성에 의인 있는데도, 그 성을 멸하시겠습니까?” 하고 질문합니다. 아브라함은 어떻게 해서든지 소돔성의 멸망을 막아보려고 ‘의인 50이 있다며 용서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시작해서 하나님으로부터 ‘의인 10명만 있어도 그 성을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여러분, 아브라함과 롯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롯은 천사들이 밤새도록 설득을 해도 설득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슬쩍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를 해도 하나님께서 지금 어떤 일을 하시려고 하는지를 단박에 알아 차렸습니다. 롯은 천사들이 이 성이 곧 망할 것이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아브라함은 다 말해주지 않아도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이해했습니다. 무엇이 이 둘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습니까?

세상에는 우리의 신앙을 마비시키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신앙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사고를 마비시켜버리고, 꼭 들어야 할 말씀을 듣지 못하도록 우리의 귀를 막아버리고,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도록 우리의 눈을 소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우리의 삶이 부유해질수록 그런 것들이 더욱 많습니다. 우리는 연약하기 때문에 쉽게 물질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고 세상을 더 많이 바라볼 때 우리는 그런 유혹 앞에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롯으로 하여금 천사들이 밤새도록 설득해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게 만든 것은 창세기 13장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요단 들녘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풍요로움에 마음 빼앗길 때부터 말입니다. 세상이 좋아지고, 세상의 물질이 우리의 마음을 빼앗으려 할 바로 그 때 빨리 바른 판단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재산 때문에 소돔성을 떠날 수가 없어 지체하던 롯과 그의 가족들은 결국 천사들이 그의 가족의 손을 잡아 이끌어 반 강제적으로 끌어내고서야 소돔성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17절에서 “롯의 손과 그 아내의 손과 두 딸의 손을 잡고 인도하여 성 밖에 두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롯의 가족들의 손을 전부 언급한 것은 롯의 가족들 모두가 곧 멸망하게 될 소돔성을 빠져나가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씀입니다. 또 그만큼 천사들이 강제적으로 롯의 가족들을 잡아끌어야만 했다는 것을 강조한 말씀입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소돔섬에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롯이 쌓아놓은 그 많은 재산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비같이 쏟아지는 유황과 불에 다 타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나도 건진 것이 없습니다. 그냥 가족들 맨 몸으로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심지어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습니다.

재산을 더 많게 하려고 찾아갔던 소돔 땅이었는데, 결국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맨 몸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재산을 더 많이 불려보려고 여호와의 동산 같은 소돔 땅을 선택했는데 다 망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그 재산 때문에 아무리 설득을 해도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롯의 비극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의 귀에 하나님의 말씀이 잘 들려옵니까?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에 우리의 귀가 활짝 열립니까? 혹 롯처럼 아무리 설득을 해도 귀에 들어오는 것 같은데 이해가 되지 않고 그 말씀이 용납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잘 위해서는 우리의 삶에 광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는 말씀을 듣는 장소였습니다. 성경언어 히브리어로 광야는 ‘미드바르’입니다. 이 말은 하나님의 말씀을 뜻하는 ‘다바르’라는 말과 같은 말에 온 것입니다. 우리는 광야 그러면 버려진 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는 버려진 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오는 곳’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광야가 어떤 곳입니까?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곳입니다. 물도 없습니다. 양식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는 곳이 광야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곳이 광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후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했다고 하면, 우리는 ‘너무너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구전율법을 집대성한 책인 ‘미쉬나’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 40년은 ‘하나님과의 허니문 기간’이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부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신혼여행을 떠나는 허니문 기간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 40년이 그런 기간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너무너무 깊은 영적인 관계가 맺어지는 기간이었습니다. 너무너무 행복하고 좋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비록 두 벌 옷도 없었습니다. 신발도 40년 동안 한 켤레만 가지고 신어야 했습니다. 금은보석으로 만든 액서사리도 없습니다. 40년 동안 매일 같은 것만 먹었습니다. 마실 물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이 허니문 기간이었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과 너무너무 가까워진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때로 우리는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영적인 광야로 말입니다. 세상이 주는 쾌락과 세상에서 누리는 기쁨을 내려놓고, 하나님과 깊은 영적인 교제를 통해서 하늘의 기쁨과 행복을 맛보기 위해서 영적인 광야로 떠나야 합니다.
지난 시간들 동안 롯에게는 영적인 광야가 없었습니다. 현재가 너무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에 찌들어 살다보니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나를 풍요롭게 하던 모든 것을 다 잃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귀에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지고 있습니까? 혹 지금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롯은 아닌가, 이 시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2009년 12월 13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