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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04-11 10:30

신앙인의 품격 <4월 11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신앙인의 품격
본문 - 창세기 14:17-24

오스트리아 출신의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 1905-1997)이란 정신과 의사가 있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독일 나치에게 붙들려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로 끌려가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여동생을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처형을 당하고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가 나중에 수용소에서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그가 수용소에 들어갔을 때 먼저 수용소에 끌려온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듣습니다. “유리 조각을 쓰더라고 매일 수염을 깎게나. 그러면 조금이라도 젊어 보일테고, 나치는 자네를 조금이라도 더 써먹으려고 살려둘테니까. 꼭 명심하게. 쓸모 있어 보이는 게 제일 중요하네.”
그는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생활하던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에는 약 3만 2천명의 유대인들이 수용되어 있었는데, 화장실은 단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하루에 10분씩 단 두 번밖에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 많은 포로들이 하루에 20분 만에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렇다면 화장실에 가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생리현상을 해결했겠습니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을 먹는 식기로 사용하던 깡통에다가 대변을 보았습니다. 식사시간에는 식기로 사용되다가 급할 때에는 그 식기 깡통에다가 대변을 보았다가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시간이 되면 화장실에 갖다 버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식기깡통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래도 점잖은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데나 배설을 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숙소 주변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마다 배설물들로 가득 찼습니다. 냄새가 진동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포로수용소를 그렇게 열악하게 만든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건 유대인들로 하여금 스스로 인간됨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비참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산다면, 유대인들 가운데 차라리 죽는 게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고, 독일 사람들은 그런 유대인을 죽이는 것에 별로 양심에 가책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짐승만도 못한 열악한 환경 속에 살면서 유대인들 스스로 터득한 생존의 중요한 원칙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빵의 원칙입니다. 조금 밖에 배급되지 않는 빵 한 부스러기라도 더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팔은 조금이라도 덜 움직여야 합니다. 몸의 활동이 많아지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고, 그렇게 되면 체력이 견디지 못해 결국 죽기 때문입니다. 또 남의 빵은 조금이라도 훔쳐 먹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빵 한 조각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살아남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세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포로수용소에서는 매일 오후 4시 반이 되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따뜻한 물 한 컵이 배급되었습니다. 말이 커피물이지 사실은 악취가 나는 오물물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마나 따뜻한 물 한 컵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던 유대인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물 한 컵을 다 커피 물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절반은 커피를 마시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으로는 세수를 했습니다. 반 컵밖에 남지 않는 물을 가지고 옷에 물을 적셔서 이를 닦고, 얼굴을 닦고, 몸을 씻었습니다. 반 컵의 물로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때론 배설물로 더러워진 몸을 씻는다는 것을 불가능했지만, 그렇게 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임을 알기에 그들을 그렇게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머지 반 컵으로 세수를 한들 무슨 소용이냐고 한 컵 전부를 마셔버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물을 마셔버린 사람은 거의 다 죽고 말았습니다. 그건 스스로 인간됨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유대인들은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독일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짐승처럼 살다가 죽지 않겠다고, 죽더라도 인간으로 살다가 인간처럼 죽겠다고 각오하고 세수를 하고 수염을 깎았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들이 대부분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자기들을 향해 총을 들고 서 있는 독일 군인들을 향하여 반 컵의 물을 들고 서서 이를 닦고 세수를 했습니다. 인간성을 박탈하려는 독일 사람들을 향해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항거하는 말없는 외침이었던 것입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게 무엇일까?’ 깊이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인간답게 사는 것입니까?
우리는 이 질문을 좀 다르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앙인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말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신앙인으로서의 품위와 품격을 유지하며 사는 것일까 우리는 깊이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포로수용소에서 독일 사람들이 유대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아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하게 만든 후에 짐승을 죽이는 것처럼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유대인을 죽이려 했던 것처럼, 오늘 우리 시대에 마귀는 우리 신앙인의 자존심을 건드려 신앙인으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우리가 신앙인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위협과 유혹 앞에서도 신앙인의 품격을 굳게 지켜야 합니다. 신앙인으로서의 품격을 굳게 지키는 것만이 유혹이 많은 세상에서 신앙인으로 살아남는 원칙이 될 것입니다. 험악한 세상을 이기는 방법은 신앙인이라는 자존심을 굳게 지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신앙인의 품위, 신앙인의 품격, 신앙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입니까?

오늘 본문은 아브라함의 이야기입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소돔 성에 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때는 작은 부족국가들이었는데 소돔왕을 비롯한 사해 근처에 살던 5개의 나라가 엘람 왕 그돌라오멜에게 조공을 바치고 있었습니다. 12년 동안 조공을 바치다가 사해 주변의 5개 나라가 조공 바치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엘람 왕 그돌라오멜이 주변의 4개 나라와 연맹을 맺고서 사해 주변 5개 나라를 침공해 들어왔습니다. 그 전쟁에서 사해 연합군이 그돌라오멜의 연합군에게 참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돌라오멜 연합군은 사해 지역을 점령한 후 그 지역에 있는 재산과 양식을 다 빼앗아가고 일부를 포로로 잡아갔습니다. 그 때 소돔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의 조카 롯도 그돌라오멜 연합군에게 재산을 다 빼앗기고, 가족들과 함께 포로로 잡혀가고 말았습니다.
조카 롯이 사로잡혀 갔다는 말을 전해들은 아브라함은 자신의 집에서 훈련시키고 있던 318명의 군사를 이끌고 그돌라오멜 연합군의 뒤를 쫓아가서 조카 롯을 구해오고, 빼앗겼던 재산까지 다 되찾아왔습니다. 이게 오늘 본문 바로 앞에까지의 내용입니다.

아브라함이 그돌라오멜 연합군의 뒤를 쫓아가서 사로잡혀갔던 포로들과 빼앗겼던 재산을 다 되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두 사람이 아브라함을 영접하러 나왔습니다. 한 사람은 소돔 왕 ‘베라’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살렘 왕 ‘멜기세덱’입니다. 이 살렘 왕 멜기세덱을 성경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멜기세덱은 아브라함을 맞으러 나오면서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왔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아브라함을 위로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이 그돌라오멜 연합군을 무찌르고 돌아왔다’ 그러니까 ‘그냥 전쟁에서 승리하고 왔구나’ 그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아브라함이 치른 전쟁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전쟁이 치열했고, 힘든 전쟁이었다” 그렇게 설명한 것이 아니라, 히브리적 방식으로 전쟁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설명합니다. 14:13절에 보면 조카 롯이 사로잡혀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브라함은 “아모리 족속 마므레 상수리 수풀 근처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마므레 상수리 수풀’은 헤브론을 말합니다. 헤브론은 이스라엘 남쪽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14절에 의하면, 헤브론에 거주하고 있던 아브라함이 조카 롯을 되찾아오기 위해서 단까지 쫓아갔습니다. 단은 이스라엘 맨 북쪽을 가리킵니다. 성경에 종종 “단에서 브엘세바까지”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씀은 ‘이스라엘 가장 북쪽에서 가장 남쪽까지’라는 말입니다. 우리로 하면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스라엘 남단인 헤브론에서 이스라엘 맨 북쪽인 단까지는 약 240km(800리)나 됩니다. 그냥 걸어가도 1주일 이상 걸리는 먼 길입니다. 그곳까지 쫓아갔습니다. 그리고 조카 롯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북쪽인 다메섹까지 올라가야 했습니다. 이 말을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다면 전주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이 백두산까지 쫓아가서 전쟁을 했고, 만주에까지 가서 조카 롯을 구해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아브라함이 조카 롯과 포로로 잡혀간 다른 사람들을 되찾아오는 데에는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렸을 것입니다. 오가는 데만도 두 주가 걸렸습니다. 전쟁이 하루아침에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해 연합군을 무찌른 군대와 싸워야 했기 때문에 치열한 전쟁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브라함은 자기가 길리운 군사를 이끌고 전쟁하러 출발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거의 한 달은 걸렸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브라함뿐만 아니라 전쟁에 참여했던 아브라함의 군사들, 그리고 포로로 잡혀갔다 돌아온 사람들 모두 허기졌을 것입니다. 먹을 것 제대로 먹지 못하고, 먼 길 와야 했기 때문에 몸도 몹시 지쳐있었을 것입니다. 살렘 왕 멜기세덱은 그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는 그들이 먹을 수 있는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아브라함 일행을 맞으러 온 것입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을 축복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아브라함을 축복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도우셔서 전쟁에서 이기게 하셨기 때문에 하나님을 찬양하고, 목숨을 걸고 가서 포로들과 빼앗겼던 재산을 되찾아온 아브라함을 축복했습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고마운 마음에 전쟁에서 얻은 것 가운데 십분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주었습니다. 20절 “아브람이 그 얻은 것에서 십분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주었다.”는 말씀에서 “얻은 것에서”라는 말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 가운데’라는 말입니다. 아브라함은 빼앗긴 재산만 되찾아온 것이 아니라, 전쟁을 통해서 오히려 많은 것을 전리품으로 빼앗아 왔다는 뜻입니다. 그 전리품 가운데 십분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주었습니다.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와서 전쟁에서 지쳐 돌아온 아브라함 일행을 맞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을 축복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소돔 왕은 달랐습니다. 그는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내게 보내고 물품은 네가 가지라.” 이렇게 얄미울 수가 있습니까? “사람은 내게 보내고 물품은 네가 가지라.”는 말은 이번 전쟁에서 자신이 모든 명예를 가져가겠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한다면 ‘포로로 끌려갔다가 되찾아온 사람들은 내가 데리고 갈테니, 전쟁에서 얻은 노략물은 전부 네가 가지고 가라’는 뜻입니다. 마치 자신이 선심을 쓰듯이 노략물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당시 관습은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이 전리품을 다 가져갑니다. 그 전리품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눠줄 것인지는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이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돔 왕은 마치 자신이 전쟁에 직접 나가서 싸워 이기고 돌아온 것처럼, ‘사람만 내가 데리고 가고 노략물은 아브라함 너에게 주마’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소돔 왕이 속셈이 있었습니다. 소돔 왕이 성으로 돌아가면서 포로로 잡혀갔던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갈 때, 소돔성의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마치 소돔 왕이 전쟁에 가서 이기고 온 것처럼 생각할 것입니다. 더구나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왔다면 분명 노략물이 있어야 할텐데, 소돔 왕은 노략물을 하나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전쟁에서 얻은 노략물은 어떻게 했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면 소돔 왕은 뻐기면서 대답하겠지요. ‘다 아브라함에게 줘버렸노라.’고. 마치 자신이 아브라함에게 하사품을 준 것처럼 다 주었노라고 말한다면 사람들로부터 소돔 왕은 참 위대한 사람이라고 칭송을 받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소돔 왕의 그런 계략을 간파했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자신은 노략물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가져가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23절입니다. “네 말이 아브람으로 치부하게 하였다 할까 하여 네게 속한 것은 실 한 오라기나 들메끈 한 가닥도 내가 가지지 아니하리라.”
이 구절을 표준새번역 성경에서는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그대의 것은 실오라기 하나나, 신발 끈 하나라도 가지지 않겠습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 덕분에 아브람이 부자가 되었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소돔 왕의 계략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내가 노략물을 아브라함에게 주어서 아브라함이 그렇게 부자가 된 거야’ 그렇게 뻐기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당시 아브라함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아십니까? 아브라함이 이끌고 간 318명은 아브라함의 목장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목자들만 318명을 거느릴 정도로 부자였습니다. 목자 한 사람이 적게는 약 30마리의 양을 칩니다. 많은 경우는 300마리까지 치기도 한다는데, 보통은 약 50마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아브라함에게 속한 목자 318명이 한 명당 50마리의 양을 쳤다면, 양은 모두 몇 마리나 됩니까? 자그마치 만 6천 마리입니다.
욥기 1장에 보면 욥을 소개하면서 “이 사람은 동방 사람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자”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 성경에는 그렇게 말씀하지만, 표준새번역 성경은 보다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동방에서 으뜸가는 부자였다.” 그렇습니다. 욥은 동방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기도 했겠지만, 최고의 부자였습니다. 동방에서 최고의 부자였던 욥이 가지고 있었던 재산이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양이 7천 마리, 낙타가 3천 마리, 소가 5백 겨리, 암나귀가 5백 마리였습니다. 동방에서 최고의 부자인 욥이 소유한 양이 7천 마리였습니다. 물론 다른 짐승도 있었지만, 7천 마리의 양을 가진 욥이 동방에서 가장 큰 부자였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약 만 5천 마리의 양을 가진 부자였습니다.

소돔 왕도 아브라함이 얼마나 부자인지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니까, 그 기회를 이용해서 자기가 아브라함을 부자로 만들어주었노라고 생색을 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노략물은 다 네가 가지고 가’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아브라함이 가지고 있는 재산에 비하면 노략물은 얼마 안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것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그걸로 인해서 자신의 자존심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하나님을 믿는 백성으로서의 품격을 떨어뜨릴 이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당신이 다 가져가시오.”

여러분,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이런 자존심이 있어야 합니다. 신앙인으로서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서는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가 하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신앙인으로서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서 버리지 않는 것이 무엇입니까?
첫째는 희생하는 마음입니다. 사해 연합군이 전쟁에 패해서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로로 잡혀갔고, 많은 재산도 빼앗겼습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이 앞장서 나섰습니다. 자신이 가서 찾아오겠노라고 말입니다. 그 전쟁에서 아브라함이 위기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고, 내가 데리고 간 목자들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군사를 이끌고 나갔습니다.
둘째로 아브라함은 사랑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그 전쟁을 기꺼이 치렀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랑하는 조카 때문입니다. 비록 헤어질 때에는 좋은 땅을 찾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린 조카이지만, 여전히 그를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희생을 무릅쓰고 가서 구해 온 것입니다.
세 번째로 아브라함은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소돔 왕에게 전리품을 모두 가져가라고 하면서, 24절에 보면 ‘단 나와 함께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몫은 그들에게 주라’고 요구합니다. 내가 싫다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의 몫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소한 것까지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브라함이었습니다.
네 번째로 아브라함은 끝까지 믿음을 지켰습니다. 22절에 보면, “천지의 주재이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여호와께 내가 손을 들어 맹세하노니.”라고 말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신앙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신앙인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신앙인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면 우리는 신앙인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신앙인임을 숨기고 싶어지면 신앙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비참한 신앙인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신앙인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은 신앙인을 비참하게 만듭니다. 성경에 욕심으로 인해서 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여리고성을 무너뜨릴 때 아간은 여리고 성에 있는 보석과 고급 외투에 욕심을 냈다가 망하고 말았습니다. 엘리사의 종 게하시는 나아만 장군이 싸들고 돌아가는 금은보화에 눈이 멀어 몇 푼 챙기다가 나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는 자신의 재산 얼마를 감추고서 사도들 앞에 ‘모두를 가져왔노라’고 거짓말을 하다가 부부가 다 한 날에 죽고 말았습니다.
사실 욕심을 부려본들 그게 우리의 삶에 그렇게 많은 것을 안겨주는 것이 아닙니다. 욕심의 눈으로 볼 때는 엄청난 것처럼 보일지라도, 지나고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자존심을 지키고 품위를 지키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아브라함의 재산에 비하면 전쟁의 노략물이 결코 많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욕심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얻은 것인데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싸워서 빼앗아온 것입니다. 그걸 어떻게 다 줘버릴 수가 있습니까? 그런데 욕심을 버리면 자유로울 수 있고, 욕심을 버리면 품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엄청나게 부흥했습니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서 교회로서의 품위를 갖추고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솔직히 부끄러울 뿐입니다. 한국교회의 신앙인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신앙인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있느냐 그 말입니다.
왜 한국교회가, 왜 우리 신앙인들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신앙인으로서의 품위를 잃어버렸습니까? 욕심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포기하지 못하니까 희생할 수가 없습니다. 욕심을 포기하지 못하니까 사랑을 베풀 수가 없습니다. 욕심을 포기하지 못하니까 세상을 배려하지 못합니다. 욕심을 포기하지 못하니까 신앙인이 신앙인답지 못한 것입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 가운데 한 분이었던 율곡 이이(栗谷李珥, 1536-1584) 선생이 쓴 책 가운데 『학교모범(學校模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율곡의 교육사상을 요약한 책인데, 제자들을 가르치고 훈육하는 선비들이 가져야할 몸가짐과 생활의 원칙 16가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수의(守義)’라고 해서 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 내용 가운데 이런 글이 있습니다. “배우는 자는 털끝만큼의 이욕이라도 가슴 가운데 머물러 두게 해서는 안 된다. 옛 사람은 부모를 위해 노무(勞務)에 종사해서 품팔이와 쌀을 짊어지기도 하였지만, 그의 마음은 항상 성품이 깨끗하고 곧아서 이(利)의 더러움에 물드는 일이 없었건만, 오늘날의 선비는 온종일 성현(聖賢)의 글을 읽고도 오히려 이익을 버리지 못하니 슬프지 않을 수 없도다.”
선비들이 천히 여기던 노동자들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 일할 때에도 깨끗한 성품과 곧은 마음으로 일을 하는데, 매일 글방에 앉아서 성현의 좋은 말씀을 읽는 선비들이 오히려 마음에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하는 말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정직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살려 하는데, 하나님을 모시고 하나님 말씀을 듣고 하나님 중심으로 산다고 하는 우리 신앙인들이 오히려 욕심에 끌려 산다면, 그런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습니까? 우리가 욕심을 다 버릴 수는 없을지라도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보다 좀 더 욕심을 버리고 하나님 말씀 중심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에서 우리의 욕심을 자극하여 유혹한다 할지라도, 아브라함처럼 과감하게 ‘아니오’라고 외쳐야 할 때는 ‘아니오’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에게 절하면 천하만국의 영광을 다 주겠노라’고 유혹하는 마귀의 유혹 앞에서 우리 주님은 ‘No’라고 단호하게 거절하셨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닮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처럼 살 수는 없어도 주님을 조금씩 닮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삶 전부가 신앙으로 똘똘 뭉친 삶을 살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신앙 중심의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거절해야 할 것은 내가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거절할 때 우리는 신앙 중심의 삶으로 성숙해져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 ‘처럼’은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신앙인으로서의 자존심과 품위는 지키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때 우리의 신앙인으로서의 품격은 저절로 높아지게 됩니다.

<2010년 4월 11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