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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12-23 10:39

주의 계집종이오니 <12월 23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주의 계집종이오니
본문 - 누가복음 1:26-38

러시아 공산주의 시대에 러시아 한 수용소에 보리스 콘펠드라는 의사가 배치되었습니다. 그가 수용소에서 해야 할 일은 아무리 심한 병에 걸린 환자라도 “건강함. 일할 수 있음”이라는 도장을 찍어 일터로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치료를 하지 말고 빨리 죽도록 내버려두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경제적으로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만일 이 명령을 어긴다면 그는 사형을 당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게 됩니다. 인간성이 완전히 무시된 채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삶 때문에 갈등하고 있던 어느 날 그는 한 죄수로부터 전도를 받게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을 갖게 된 그는 성경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 생명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날부터 그는 복음의 빚진 자임을 깨닫고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을 다해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수용소 관계자로부터 불필요한 환자를 치료하느라 의약품을 낭비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고, 그럼에도 환자 치료에 정성을 다하자 끝내 ‘다시 한 번 죽을 사람을 살리면 그 땐 네가 죽을 것’이라는 최후통첩까지 받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총명해 보이는 젊은 죄수를 진단하다가 그가 장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됩니다. 초기 장암이라 치료될 수 있다고 판단한 이 의사는 수용소의 수칙을 어기고 정성을 다해 치료해 줍니다. 암으로 인해 죽을 줄 알았던 이 환자는 점차 몸이 회복되자 의사인 보리스에게 ‘이렇게 하면 당신의 생명이 위험할텐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환자에게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괜찮아요. 당신과 나를 살리기 위해 이미 죽은 분이 있으니까요.” “그게 누구냐”고 묻는 환자의 귀에 대고 그는 “그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복음을 전하게 되었고, 그 환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의사 보리스에게 전도를 받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여 너무 기뻤던 이 환자는 그 날 저녁 한 간수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게 됩니다. 자기를 살린 바로 그 의사가 수용소의 규칙을 어겼다는 것 때문에 처형당했다고 하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그 청년은 흐느끼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보리스, 이제는 내 차례입니다. 이제는 내가 그 사랑을, 그 생명을 전하겠습니다.” 수용소 규칙을 어기고 귀한 생명들을 살리다가 처형당한 보리스가 살린 이 청년이 바로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우리 시대의 예언자적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는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Isayevich Solzhenitsyn, 1918-)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기의 생명을 희생했던 그 한 사람의 숭고한 신앙이 참으로 그리운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심리학의 종교성”이란 책을 쓴 폴 비츠(Paul C. Vitz)라는 심리학자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이단은 자기 숭배의 이단(cult of self-worship)이라고 지적합니다. 현대인들은 자아를 너무 소중하게 여긴 나머지 자기 자신이 신이 되어버렸고, 자신을 신으로 숭배하는 엄청난 비극에 빠져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세속 사회의 문화 속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세속 문화적 현상이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 신앙 세계에까지 침투해서 신앙인들 속에서도 희생은 두려운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마리아의 자기희생은 참으로 위대한 신앙인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마리아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마리아는 오늘 본문에서나 역사에서 결코 주인공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인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애 한 도구였을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희생적인 삶을 산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주인공의 자리에 서지 않습니다. 자신은 보이지 않는 무대 뒤로 숨고 주인공을 앞에 세울 뿐입니다. 자기를 희생한 보리스는 역사 뒤로 사라지고 위대한 문학가 솔제니친이 드러난 것처럼 말입니다. 마리아도 그랬습니다. 오늘 본문 31-32절에 보면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저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잉태를 알려주는 본문을 자세히 보면 결코 마리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마리아는 주인공이신 예수님을 잉태한 여인에 불과합니다. 마리아는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조연이지만 조연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조연이지만 조연으로서 자기역할에 충실했던 훌륭한 신앙을 가진 마리아의 몸을 통해서 이 땅에 태어나셨습니다. 마리아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예수님을 잉태할 수 있는 훌륭한 신앙인이었다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리아의 신앙을 보면서, 당시에 유대 땅에 있던 수많은 여인들이 있는데, 그 중에도 왜 하나님께서 마리아를 택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살고 있는 처녀였습니다. 오늘 본문 26-27절에 보면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들어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 가서 마리아라는 처녀를 찾았다.”고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마리아가 살고 있는 곳을 말씀하면서 “갈릴리 나사렛 동네”라고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갈릴리는 이스라엘 여러 지방 중에서도 가장 천대받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마태복음 4장에서는 갈릴리를 ‘이방의 땅’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스라엘 중에서도 소외된 지역이었다는 말입니다. 갈릴리는 갈릴리 호수가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천시 받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습니다. 그 천시 받은 사람들이 사는 갈릴리 중에서도, 마리아는 나사렛이란 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나사렛이란 동네는 아주 조그마한 동네입니다. 지금은 인구가 약 5만 명 가까이 되는 제법 큰 도시이지만 당시에는 인구가 1,00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시골마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네는 사람들로부터 평판도 그리 좋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요한복음 1장에 보면 빌립이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나다나엘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줍니다.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는데 그분은 나사렛 출신 예수라는 분이다.” 그러자 나다나엘이 무어라고 대답한지 아십니까? “나사렛에서 어떻게 그런 분이 나올 수 있느냐? 믿을 수 없어.” 이 말은 ‘나사렛이란 동네에서는 유명한 사람이 나올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천대받고 평판도 좋지 않는 동네가 나사렛이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이 땅에 보내시면서 그렇게 천대받고 버림받은 땅에 살고 있는 시골 처녀를 택하셨겠습니까? 당시 세계의 중심지인 로마도 있고, 이스라엘에도 예루살렘이라는 큰 도시가 있었습니다. 그런 도시에 가면 누구보다도 교양 있고 훌륭한 여인들이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나사렛 촌동네에 살고 있는 시골 처녀 마리아에게 천사 가브리엘을 보내셔서 그분으로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마리아를 선택하신 이유를 설명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은혜’라는 말입니다. 마리아를 선택하신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그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만한 마음과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여인이었습니다. 30절에 보면 “천사가 일러 가로되 마리아여 무서워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얻었느니라.” 그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를 가리켜서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단순히 하나님 편에서 마리아에게 일방적으로 은혜를 베푸셨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리아도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그 은혜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했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이스라엘 어느 동네에도 마리아만큼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여인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마리아를 택하셔서 예수님을 잉태하게 하셨던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은 누구에게 은혜를 주시고 누구를 사랑하십니까?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그건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하나님을 마음 깊이에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은 누구나를 사랑하십니다. 모든 사람에게 은혜 베풀어 주십니다. 그러나 잠언 8:17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하나님을 간절히 찾는 자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 말을 바꾸면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더 깊이 체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내 마음 속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리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아무리 크다 할찌라도 그 사랑을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가 없습니다. 마리아는 하나님을 깊이 사랑하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메시야를 잉태하는 축복된 여인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을 사랑하십니까?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깊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입술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하나님을 사랑하시면, 이번 성탄절에 이 땅에 찾아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우리 마음에 모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마리아에게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아기 예수가 네 몸에 잉태할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우리는 그 모습에서 마리아가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했는가 하는, 마리아의 아름다운 신앙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마리아의 아름다운 신앙의 모습은 겸손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찾아가서 그녀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라고 말했을 때, 마리아가 보인 태도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리아의 마음에 교만이 있었다면 천사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여!’ 그렇게 말할 때에, ‘그럼요 내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요. 나 말고 누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겠어요?’ 그렇게 대답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29절에 보면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아직 천사가 마리아에게 ‘네가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할 것’이라고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천사가 나타나서 ‘너는 은혜를 받은 자다’ 그렇게 말해 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마리아는 놀랐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천사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은 아주 큰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주 특별한 일을 맡기기 위해서 - 큰일을 할 사람들에게 천사를 보내신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에게 천사가 나타났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아주 특별한 은혜와 사랑을 입은 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나서 ‘너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마리아는 “내가 천사의 방문을 받을 만한, 그리고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를 입을 만한 자격이 있는 여인인가요?” 그런 뜻에서 놀랐던 것입니다. 황송했던 것입니다. 마리아의 겸손한 신앙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본문 마지막 절인 38절에도 보면 마리아는 자신을 가리켜서 “주의 계집종이오니” 그렇게 말합니다. 계집종이라는 말은 굉장히 낮은 계급의 여자 하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만큼 마리아는 자신을 낮추고 하나님 앞에 겸손했던 여인이었습니다.
이 땅에 겸손히 섬김의 종으로 오신 예수님이 겸손한 마리아의 몸을 빌려오신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오늘 이 땅에 오시는 하나님도 역시 겸손한 마음에 오십니다. 교만한 마음에는 하나님의 자리가 없기 때문에, 교만한 마음에는 하나님이 오실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2007년도 성탄절에는 마리아처럼 겸손한 마음을 가지셔서, 겸손한 자리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모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십니다. 결코 다른 사람보다 신앙이 좋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봉사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하나님께 사랑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높아져서도 안 됩니다. 모든 것에 겸손하여 머리를 숙일 수 있는 사람이 주님을 모실 수 있습니다.

아기 예수를 잉태하도록 선택된 마리아의 아름다운 신앙의 두 번째 모습은 믿음입니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요 이 땅에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야다’ 그렇게 말해주었을 때, 마리아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사내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이 말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마리아는 그 일이 자신에게 이루어지기를 원했습니다. 단지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내와 잠자리를 같이 해보지 않는 자신이 어떻게 아기를 잉태할 수 있는지 그것을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문 아닙니까? 처녀가 아이를 가질 것이라는데 그 말을 선뜻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천사가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그러면 가능하다 그런 말입니다.

정확한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성령이 임하시고 하나님께서 능력을 베푸시면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것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자 마리아는 “주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여러분, 이게 믿음입니다. 하나님이 하신다고 하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 그것이 믿음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그런 것을 우리가 일일이 다 알아야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하나님의 방법과 뜻은 정확히 다 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하시겠다고 하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는 것, 그게 믿음입니다.

사실 처녀가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잉태하게 된다는 것이 어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까? 오늘날에도 성경을 가르치고 신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 중에서도 마리아의 처녀 잉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나사렛 시골 처녀가 남자와 잠자리를 하지도 않았음에도 아이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마리아는 ‘하나님께서 하시겠다.’ 그러니까 무조건 - 더 이상 따져 묻지 않고 믿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게 마리아의 신앙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하신다고 하면 무조건 ‘아멘’ 하고 순종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우리가 일일이 그 방법과 수단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또 알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머리로 이해되는 것만 믿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신앙이 아닙니다. 이해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하신다 그러면 무조건 믿고 따르는 것이 신앙입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성숙한 믿음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세 번째로 마리아의 아름다운 신앙 - 예수님을 잉태하게 되는 아름다운 신앙은 순종에 있습니다. 오늘 본문 마지막 절에서 마리아는 최종적으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이 말은 믿음의 수락일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 말씀대로 순종하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면 저를 사용하십시오. 저는 하나님께서 저를 쓰신다면 언제든지 그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런 말입니다.
“주의 계집종이오니”라는 말은 ‘나는 주님의 것입니다. 주님께서 쓰신다면 이 천한 몸일지라도 주님께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그런 고백입니다.

사실 이게 지금 우리는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시 마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힘든 고백입니다. 마리아가 아직 결혼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를 잉태했다고 한다면 마리아는 아주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 가장 먼저 곧 결혼하게 될 요셉으로부터 버림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요셉은 정혼한 여인 마리아가 잉태했다는 사실을 알고 마리아와의 관계를 조용히 청산하려 했습니다.
- 또 소문이라는 게 얼마나 무섭습니까? ‘마리아가 남편 될 사람을 버려두고 어떤 외간 남자와 놀아나다가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다네.’ 하는 소문이 퍼지게 될 것이고, 그걸로 인해서 마리아가 받게 되는 수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좁은 동네에 소문이 한번 퍼지기만 하면 금새 온 동네뿐만 아니라 이웃 동네까지 쫙 퍼져나갈 것입니다.
말이라는 게 얼마나 빠릅니까? 더구나 좋지 않는 소문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눈덩이처럼 부풀려져서 사람들의 입에 금새 오르내립니다. 그런데 1,000여명 밖에 살지 않던 나사렛이란 시골 동네에서 처녀가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면 그 소문이 얼마나 빨리 퍼져 나가겠습니까? 그리고 그 소문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평생 동안 받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은 간음한 것으로 인식되어 율법에 따라서 돌에 맞아 줄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하나님께서 너를 사용하시겠단다.’ 그러니까 ‘하나님! 부족하지만 저를 사용하십시오. 모든 수모와 어떤 대가를 치룬다 하더라도 저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죽음까지도 각오하고 순종하겠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각오한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주님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사람 앞에는 그 어떤 것도 두려움이 되지 않습니다.
- 왜 우리가 주님의 일을 하면서 불평하고 짜증내고, 때로는 시험에 듭니까? 내 자아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마리아처럼 죽음도 각오하고 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려야 하는데, 여전히 내가 살아 있습니다. 내 욕망이 살아 있고, 내 욕심이 여전히 나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내 자존심이 살아 있습니다.
마리아처럼 “주의 계집종이오니”라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마리아에게 ‘메시야이신 아기 예수님을 탄생시키시기 위해서 네 처녀의 몸을 사용하시겠다.’고 말씀하실 때 마리아는 어떤 희생을 치룬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뜻을 따르겠노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 하나님을 위해서, 또 인류를 구원하신 메시야를 위해서 자기의 몸을 드렸고, 자기의 인생 전부를 드렸고, 자신의 생명까지도 드렸습니다.

여러분, 순종하는 데에는 희생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때로는 고난을 겪기도 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내놓아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뜻하신 바가 이루어진다면 내가 하나님의 도구가 되겠습니다.’ 그게 순종입니다.
우리 전주남성교회 모든 성도님들은 이번 성탄절을 준비하면서 마리아처럼 내 모든 것을 주님을 위해 드리는 희생의 믿음으로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2,000년 전 베들레헴 말구유에 나신 예수님은 이번 성탄절에도 우리 마음의 말구유에 오실 것입니다. 시골 처녀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잉태하는 인류 최대의 축복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 모두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면서 우리의 마음에 아기 예수님을 모시는 축복이 가득한 성탄으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비록 우리가 갈릴리 나사렛의 촌 동네에 사는 이름 없던 한 처녀처럼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많다 하더라도, 주님은 오늘도, 그리고 이번 성탄절에도 우리 마음 안에 있는 나사렛 촌 동네를 찾아오셔서 마리아와 같은 신앙을 가진 마음들을 찾으실 것입니다.
바라기는 이번 성탄절에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마리아처럼 아름답고 귀한 신앙의 자리가 되어서, 겸손한 마음과 순종하는 마음으로 우리 가운데 오시기를 원하시는 아기 예수님 영접하시고, 우리 주님과 함께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늘 기쁨을 잃지 않고 사는 복된 생애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2007년 12월 23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