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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02-18 10:15

자기를 위하여 세운 기념비 <2월 18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자기를 위하여 세운 기념비
본문 - 사무엘상 15:10-16

두 명의 프랑스인이 모험 삼아 아프리카의 사막을 횡단하게 되었습니다. 사막을 횡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 거란 것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사막은 그들의 기대 이상으로 삭막하고 험난했습니다. 물도 없고,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문화생활도 전혀 누릴 수 없는 사막 여행은 고달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으로 힘든 여행이었지만 서로 인내하면서 마침내 사막 여행을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사막 여행을 끝마친 두 사람은 “우리가 어려운 일을 했으니, 기념할 만한 것을 남기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남겨 기념할 것인가 하는데서는 서로 의견이 달랐습니다. 한 사람은 “우리 두 사람의 이름으로 기념비를 세우자”고 말하고, 한 사람은 “기념비도 좋지만 우리가 사막을 여행하는 동안 물이 없어 고생했으니 다른 여행객들을 위해 우물을 하나 만들어 놓는 것이 더 보람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다가, 결국엔 그 두 가지를 다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사막에 기념비와 우물이 만들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뒤, 두 사람은 다시 아프리카의 사막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반겨주는 것은 기념비가 아니라 우물뿐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불어온 사막의 거센 모래 바람에 기념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지만, 우물은 많은 여행객들의 목을 적셔주며 사랑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기념비들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어떤 것은 별로 가치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념비를 세운 목적도 다양합니다.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세운 승전기념비도 있습니다. 서울 옆에 행주산성에 가면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이끄는 조선군이 왜군을 무찌른 ‘행주대첩’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승전기념비가 3개가 있습니다. 그런 것이 승전기념비입니다. 또 영토를 확장하고 난 후에 ‘여기까지가 우리의 영토’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세운 기념비도 있습니다. 중국 지린성(吉林省)에 있는 광개토대왕비가 그런 것입니다. 열녀나 효부를 기념하기 위해서 세운 기념비도 있습니다. 또 어떤 고을의 원님이나 감사가 백성들을 사랑하며 헌신적으로 일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세운 기념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념비들은 대부분 기념해야 할 사람이 죽은 다음에 세워진 것들입니다. 광개토대왕비도 광개토대왕이 죽은 후 그의 아들인 장수왕이 세운 기념비입니다. 원님이나 감사를 위해 세운 공적비 역시 그분이 떠나간 후에 그 은혜에 감사해서 고을 사람들이 세워줍니다. 열녀나 효부도 그들이 죽은 후에 그들의 절개나 효성에 감탄한 후세 사람들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기념하기 위해서 기념비를 세워준 것입니다.
역사는 대부분 당대보다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 후세에 의해서 평가되기 때문에, 당대에 기념비를 세우지 않습니다. 더구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 기념비를 세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별로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보면, 사울 왕은 자기 손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기념비를 세운 배경은 이렇습니다. 하루는 사무엘 선지자가 사울 왕을 찾아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말렉을 쳐서 그들의 모든 소유를 남기지 말고 진멸하라.”는 것입니다. 아말렉과 전쟁을 하라고 하신 이유는 예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후 광야생활을 할 때에 아말렉이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혔던 것에 대한 보복차원이었습니다.
출애굽기 17장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후에 가장 먼저 전쟁을 한 민족이 바로 아말렉이었습니다. 아마도 아말렉은 이스라엘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60만 명의 장정들이 애굽의 군대를 따돌리고 애굽을 탈출해 왔으니 아말렉으로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두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아말렉이 먼저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전쟁을 할만한 능력이 없었습니다.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그들이 전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그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합니다.

그로부터 약 30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초대 왕인 사울에게 그 ‘아말렉을 진멸하라’는 명령을 내리신 것입니다. 사울 왕은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21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가서 아말렉과 전쟁을 합니다. 그리고 사울이 이끄는 이스라엘이 승리를 거둡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무엘을 통해 “아말렉을 쳐서 그들의 모든 소유를 남기지 말고 진멸하되 남녀와 소아와 젖 먹는 아이와 우양과 약대와 나귀를 죽이라.”(삼상 15:3)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도 남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울 왕은 그런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명령대로 행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사무엘상 15:9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사울과 백성이 아각과 그 양과 소의 가장 좋은 것 또는 기름진 것과 어린 양과 모든 좋은 것을 남기고 진멸키를 즐겨 아니하고 가치 없고 낮은 것은 진멸하니라.” 하나님께서는 분명 다 죽이라고 하셨는데, 사울 왕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진멸키를 즐겨 아니하고”라는 말씀은 사울 왕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하기를 싫어했다는 말씀입니다.
이 일로 인해서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신 것을 깊이 후회하셨습니다. 사울이 하나님을 실망시켜드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사무엘상 13장에 보면 사울이 왕이 된지 2년쯤 지났을 때 블레셋과 전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 때 사울에게는 블레셋과 싸울만한 군사력이 없었습니다. 블레셋이 엄청나게 많은 군대를 이끌고 이스라엘을 침공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무엘 선지자에게 전장에 와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달라고 요청합니다. 사무엘은 가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무슨 일인지 약속한 날짜에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을 기다리던 사울은 조급한 마음에 자신이 직접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버렸습니다. 제사는 제사장이 드려야 하는데, 왕인 사울이 월권을 한 것입니다. 이 일로 하나님께서는 크게 실망하셨습니다. 아무리 다급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데, 사울 왕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서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사울 왕에게 경고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왕에게 명하신 바를 왕이 지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그 백성의 지도자를 삼으셨느니라.”(삼상 13:14)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당신을 버리실 것’이란 말씀입니다. 이미 하나님께서는 사울 왕에게 단단히 경고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사울 왕이 하나님의 말씀을 어긴 것입니다. 비록 전쟁에서 승리하였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어긴 사람을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지 아니하십니다.
여러분, 분명히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무리 큰일을 행한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치 아니하는 사람을 결코 기뻐하지 아니하십니다.
마태복음 7장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마지막 날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 앞에 와서 “주님,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였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들을 향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그들은 선지자 노릇을 했습니다.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귀신을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주의 이름으로 많은 능력도 행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들을 모른다고 말씀하십니다. 왜 그렇습니까?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주님께서는 그들을 모른다고 말씀하십니까? 말씀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말씀대로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라고 말씀하신 것이 바로 그 말씀입니다. 선지자 노릇도 하고 귀신도 쫓아내고 많은 권능도 행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 마음대로 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상관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한 것을 주님은 결코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교회를 위해서 큰일을 했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릴 수 없습니다. 본문 바로 다음인 22-23절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 목소리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이는 거역하는 것은 사술의 죄와 같고 완고한 것은 사신 우상에게 절하는 죄와 같음이라.” 하나님께서는 말씀에 순종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신다는 말씀입니다. 말씀을 거역하는 것은 “사술의 죄”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말씀을 거역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하는 것은 점을 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완고하여 말씀을 듣지 않는 것은 우상을 숭배하는 것과 같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큰일을 행하는 것을 기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묵묵히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살아가는 것을 가장 기뻐하십니다.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엄청난 전과를 세웠다 하더라도 하나님은 그것을 기뻐하지 아니하십니다. 오히려 책망하십니다. 실망하시고 후회하십니다. 말씀대로 순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울에게 후회하셨는데, 사울은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갈멜에다가 승전기념비를 세웠습니다. 12절에 보면 “자기를 위하여 기념비를 세웠다”고 말씀합니다.
“자기를 위하여 기념비를 세웠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승리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말입니다. 내가 전쟁을 잘 해서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 작전이 좋았고, 내가 용감했기 때문에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사울 왕이 이끄는 이스라엘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이 사울 왕 때문입니까? 정말로 사울 왕이 용감했고, 사울 왕이 작전을 잘 짰기 때문에 전쟁에서 이긴 것입니까?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 전쟁은 너희에게 속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라.”(대상 20:15) 성경에서는 언제나 모든 전쟁의 승패는 하나님의 손에 달렸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숫자가 적고 전력이 약하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도우시면 이겼습니다. 기드온의 300 용사가 메뚜기 떼와 같이 많던 미디안 군대를 이긴 것처럼 말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군대가 많고 작전을 잘 짜 놓았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돕지 않으시면 이길 수 없습니다. ‘아이’라고 하는 성읍을 아주 작은 성읍이었습니다. 정탐꾼의 정보에 의하면 2-3천명만 가져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작은 성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군대가 아이성 전투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군사의 숫자가 적어서가 아닙니다. 작전을 잘못 짰기 때문도 아닙니다. 아간의 범죄 때문에 하나님께서 돕지 않으시니까 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아무리 똑똑하고 잘났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돕지 않으시면 인생의 승리자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반대로 나는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고,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어도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승리와 실패는 나의 재능이나 지혜,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셔야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분명하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울은 자신이 잘나서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승전기념비를 세웠습니다. 만약 그가 믿음의 사람이었다면 자신을 위해서 기념비를 세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위해 기념비를 세워야 했습니다.

사무엘상 7장에 보면 이스라엘과 블레셋 사이에 전쟁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미스바에 모여서 부흥회를 하고 있을 때에 블레셋이 이스라엘을 침공해 온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전쟁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블레셋이 침공해 오자 사무엘과 온 백성들이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큰 우레를 통하여 블레셋 사람들을 어지럽게 만들어 놓으셨고, 그 틈을 이용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블레셋을 무찔렀습니다. 결국 이스라엘이 승리했습니다.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자 사무엘은 큰 돌을 하나 가져다가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그 기념비의 이름은 “에벤에셀”입니다. 에벤에셀이라는 말은 ‘도움의 돌’이라는 뜻입니다. 누가 도왔다는 말입니까? 하나님께서 도우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이겼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 기념비를 세운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믿음입니다.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에 들어간 후에 그들은 길갈에서 돌 12개로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요단강을 건너 후에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12 지파의 대표를 불러 요단강 한 가운데 있는 돌을 하나씩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길갈에다가 그 12개의 돌로 기념비를 세운 것입니다. 기념비를 세운 이유는 ‘우리가 이 요단강을 건너올 때에 하나님께서 도우셔서 이 요단강을 건널 수 있었다’는 것을 후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나중에 후손들이 “여기에 왜 이 돌들로 기념비를 세워놨습니까?”라고 물으면 하나님께서 도우셔서 이 요단을 건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입니다. 그 12개의 돌이 길갈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사울 왕이 갈멜에다가 자기를 위해서 기념비를 세운 후에 간 곳에 다름 아닌 바로 그 ‘길갈’입니다. 그 길갈에는 여호수아가 요단강 한 가운데서 가져다 세운 기념비가 있는 곳입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셔서 요단강을 건넜다는 감사의 기념비가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사울 왕은 갈멜에다가 자신을 위한 기념비를 세우고 여호수아가 하나님을 위해 세운 기념비가 있는 그 길갈로 간 것입니다.
여호수아와 사울 왕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갈멜과 길갈의 차이입니다. 자신을 위해 기념비를 세운 것과 하나님을 위해 감사의 기념비를 세운 차이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는 누구를 위해 기념비를 세우고 있습니까? 여호수아와 같이 길갈에다 세우고 있습니까? 아니면 사울 왕처럼 갈멜에다가 나를 위해 기념비를 세우고 있습니까?
나를 위해 세운 기념비는 결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나는 사울 왕처럼 어리석지 않아! 나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제로 우리의 삶에서는 하나님께서 받으셔야 할 영광을 내가 가로채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간혹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기도해서 그렇게 된 거야.” “아무개는 내가 전도했어.” “그 일은 내가 한 거야!”
여러분, 가능한 한 우리의 언어에서 “나”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나’라는 주어가 필요할 때는 “잘못했다”고 말할 때입니다. “내가 잘 못했습니다. 다 내 잘못입니다.” 그럴 때에는 나라는 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자랑할 거리가 있을 때에는 ‘나’는 감추어져야 합니다. 내가 드러나면 하나님이 보여지지 않습니다. 내가 드러나면 다른 사람의 공을 가로채는 것이 됩니다.

“내가 기도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된 것입니까? 물론 나도 기도했지요. 그런데 내가 기도한 것이 전부입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기도했고, 그 일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에 응답해 주셨기 때문에 된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기도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기도에 응답을 받았다면 내가 기도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보다 ‘나를 위해서 많은 사람이 기도해 주었구나.’라고 생각해야 하고, 하나님께서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는 것에 먼저 감사해야 합니다.

지난해에 전북교계신문을 읽다가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전주바울교회에서 개척교회와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의 건강검진을 위해서 예수병원에 매년 1,00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으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전북 교계신문에 어떤 목사님의 글이 실렸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자신이 바울교회 원팔연 목사님께 이야기를 해서 그런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바울교회가 그렇게 좋은 일을 하게 된 것이 다 자기 덕분이라는 식으로 자랑하는 글을 쓴 것입니다.
제가 정확하게 그 과정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이 바울교회 목사님께 아이디어를 주고 그렇게 하자고 권면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모르기는 몰라도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이 그 목사님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또 그 목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했다 하더라도 바울교회 목사님과 바울교회에서 그것을 결정해주지 않았다면 그런 좋은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공을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읽으면서 제 마음이 얼마나 씁쓸했는지 모릅니다.

여러분, 자랑은 내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없애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십니다. 내가 드러나고, 내가 자랑거리가 되면 거기에는 하나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하라.”(고전 10:17)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누구보다도 자랑할 것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그 자랑거리를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이 자신 있게 자랑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기의 연약함입니다. 바울은 자기의 약한 것을 자랑했습니다.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함이라.”(고후 12:9) 자신의 연약함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 안에 머물기 때문에 그 연약함이 자랑스럽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이 날마다 죽는 것을 자랑했습니다.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바 너희에게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자신이 그리스도 안에서 날마다 죽어져야만 하는 것을 자랑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것 외에는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자랑할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세상적인 자랑거리는 다 쓸데없을 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에 유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울 왕은 자신을 자랑했습니다.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위해서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아말렉 왕을 죽이지 않고 사로잡아 온 것이나 좋은 짐승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서 가지고 온 것도 모두 자랑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전투한 결과 이런 엄청난 수확을 거두었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한 나라의 왕을 사로잡아 왔으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사울 왕을 버리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 드려야 할 영광을 자신의 자랑거리로 가로채버린 사울 왕을 버리셨습니다.

오늘도 살아 계셔서 우리를 도우시는 주님은 우리를 통해서 영광 받으실 분입니다. 주님께 드려야 할 영광을 우리의 자랑거리로 삼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맙시다. 자신을 위해 기념비를 세운 사울 왕은 하나님께 버림 받았습니다. 그러나 주님만을 자랑거리로 삼고 주님의 영광을 위해 한 평생을 살았던 사도 바울은 하나님 앞에 참으로 값진 인생을 살았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삶은 어떤 삶입니까? 사울 왕처럼 ‘나를 위해 기념비’를 세우는 삶입니까? 아니면 사도 바울처럼 주님만을 자랑거리로 삼고 주님의 영광을 위해 나는 죽어지는 삶입니까?

< 2007년 2월 18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