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갈릴리에서 만나자
본문 - 마태복음 28:1-10


  서로 인사하겠습니다. “퀴리오스 아나스타시스” 이 말은 ‘마라나타’와 함께 초대교회 교인들이 인사말로 자주 사용했던 말입니다. “주님은 부활하셨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에게 사진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사진 1> 작은 뿌리에서 싹이 나는 것을 찍어 놓은 사진입니다. 그러나 이 식물의 뿌리는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약 7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식물의 뿌리입니다. 정확한 것은 좀더 과학적으로 검증한 다음 밝혀지겠지만, 이 식물을 발견한 한 문화재연구원은 이 식물의 뿌리가 7000년 전의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연구원 발굴조사팀은 이 뿌리를 지난 2월 28일에 발견하여 증류수에 넣어 보관해 오던 중 한 달 가량이 지난 4월 1일 보니까 이렇게 싹이 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5년 6월 11일 뉴욕타임즈(NYT)에는 2000년 된 종려나무 나무 씨앗이 싹을 틔웠다는 사실을 사진과 함께 보도한 적이 있었습니다.<사진 2> 이 종려나무 씨앗은 방사선 탄소 연대측정 결과 199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990년 전 마사다 항쟁 때 유대인들이 비상식량으로 창고에 보관해 두었던 것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과학자들은 이 씨앗의 이름을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 969세를 살았던 므두셀라의 이름을 따서 ‘므두셀라 씨앗’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여러분, 2000년 된 씨앗, 그리고 7000년 된 나무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 안에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더라도 그 안에 생명이 있으면 반드시 다시 살아나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우리 주님께서 죽음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승리의 날입니다. 주님께서 무덤을 깨뜨리시고 부활하실 수 있었던 것은 주님 안에 영원한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신 주님 자신이 영원한 생명이기에 무덤과 죽음이 주님을 가두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도 부활하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인자가 이방인들에게 넘기워 희롱을 받고 능욕을 받고 침 뱉음을 받겠으며 저희는 채찍질하고 죽일 것이니 저는 삼일 만에 살아나리라.”(눅 18:32-33) 십자가에 죽으시고 무덤에 묻히신 주님은 당신이 친히 말씀하신 것처럼 삼일 만에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그 말씀을 들었던 제자들은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신다’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군병들에게 붙잡히셨을 때에 주님을 버리고 다 도망쳐버렸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자 실망하여 뿔뿔이 흩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지 삼일 째 되던 날 이른 아침에 여인 둘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 여인들은 지난 금요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너무 놀라고 두려워서 예수님의 시신에 향품을 발라 드릴 수가 없었는데, 안식일이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이른 새벽에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간 것입니다. 예수님의 시산에 향품을 발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가면서 걱정을 했습니다. ‘무덤 입구를 막고 있는 커다란 돌문을 어떻게 열지? 누군가 그 무거운 돌문을 열어 주면 좋으련만...’ 그런데 여인들이 무덤에 도착했을 때에는 무덤을 막고 있어야 할 커다란 돌문이 열려져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천사가 그 돌문을 열어놓고, 그 돌문 위에 앉아 여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놀라운 광경 앞에서 깜짝 놀라 어리둥절하고 있는 여인들에게 천사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두려워 말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너희가 찾는 줄을 내가 아노라. 그는 여기 계시지 않고 그의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와서 그의 누우셨던 곳을 보라.”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 준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무덤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이 한 말씀은 세계 역사를 변화시키는 엄청난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만큼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천사는 이어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너희는 빨리 가서 제자들에게 일러라. 예수님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고,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셨다. 너희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기를 원한다면 갈릴리로 가라고 일러다오.”

  여인들은 이 놀라운 소식을 제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만나게 됩니다. 천사들이 말해준 것을 제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달려가던 여인들에게 주님이 친히 나타나신 것입니다. 여인들을 만나신 주님은 “평안하뇨?”라고 물으시고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서워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
  부활하신 주님은 주님 만나고 싶어 안식일이 지나자마자 이른 새벽에 무덤을 찾아온 여인들에게 다른 말씀은 하시지 않고, “내 제자들에게 가서 갈릴리로 가라고 말해다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슴 졸이며 찾아온 그 여인들에게 하실 말씀이 많으실텐데 다른 말씀은 하지 않으시고, “평안하뇨?”라고 인사 한 번 하신 후에는 “제자들에게 가서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해다오.”라는 말씀 외에는 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은 당신의 사랑하는 제자들을 만나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갈릴리에서 만나기를 원하셨을까요? 무덤 가까이에 예루살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예루살렘에서 만나자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좀 더 큰 꿈을 갖게 하시려 한다면 더 큰 도시에서 만나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당시 가장 큰 도시인 로마, 종교의 중심지인 예루살렘, 학문과 예술의 도시 아테네, 그런 크고 화려한 도시에서 제자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빈민촌이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당시 갈릴리는 천대받는 곳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유대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갈릴리는 멸시의 대상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이 정치와 문화, 종교의 중심지로 모든 권력과 부와 명예가 집결된 곳이라고 한다면, 갈릴리는 변두리 인생들이 모여 사는 버림받는 땅과도 같았습니다. 예루살렘과 유대에 비하면 변두리인 갈릴리, 예수님은 바로 그곳에서 제자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권력과 문화와 종교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에서 제자들을 만나기를 원치 않으시고 특별히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신 이유는 제자들에게 ‘새롭게 출발하자’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갈릴리는 예수님의 고향이자 제자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복음 사역을 시작하신 곳도 갈릴리였습니다. 예수님께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고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공생애를 시작하셨는데, 그곳 역시 갈릴리였습니다.
  예수님께서 3년 동안의 공생애 가운데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것은 불과 몇 번 되지 않습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그 기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갈릴리에서 사역하셨고, 활동하셨습니다. 그러기에 갈릴리는 예수님의 사역의 출발점이었고, 사역의 대부분을 차지한 곳이기도 합니다.

  제자들에게도 갈릴리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처음 예수님을 만난 곳이 갈릴리였고, 예수님으로부터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곳도 갈릴리였습니다. 예수님의 처음 이적을 목격하고 예수님을 믿기로 작정한 곳도 갈릴리였습니다.
  제자들은 특별한 꿈을 안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야망이 있었습니다. 로마로부터 압제를 당하고 있던 시대적 아픔뿐만 아니라, 유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멸시받는 갈릴리에서 살고 있는 그들에게는 새 시대를 건설해야 한다는 야망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 모든 야망을 예수님을 통해서 이루길 원했습니다. 언젠가 예수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오르실 날이 있을 텐데, 그 날이 자신들의 가슴 깊숙이에 감추어놓았던 그 야망을 이룰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올라가실 때에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주의 영광 중에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하여 주옵소서.”(막 10:37)라고 간구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더니, 자기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로마 군병들에 잡혀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이 압제와 설움의 땅에서 로마를 쫓아내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힘없이 체포되어 사형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예수님께서 붙잡히실 때에도, 또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에도 예수님을 외면했습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제자들은 나약한 패배자가 되고 만 것입니다. 아무 권력도 없는 계집 종 앞에서 주님을 세 번씩이나 부인했던 베드로처럼, 그들은 모두 주님을 버리고 부인한 배신자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로마 군병들에게 붙잡혀 가실 때에 주님을 버리고 도망쳤던 제자들이 멀리서나마 예수님께서 가장 치욕적인 십자가 처형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일이 지났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그 3일 동안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3년 동안이나 따라다녔던 제자인데 스승이신 주님께서 처형당하실 때에 나 몰라라 하는 것이 후회스러웠을 것입니다. 때로는 주님께 걸었던 기대와 희망이 이제는 다 산산이 깨어져버렸다는 것 때문에 깊은 절망 가운데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3년 동안 젊음을 바쳐 주님을 따라다녔던 시간들이 뇌리 속을 스쳐지나가면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그 3년이 후회스럽기도 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놀라운 주님의 능력을 보고 체험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자신들을 그렇게도 사랑해 주셨던 주님을 배신했다는 생각 때문에 깊이 자책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신 것입니다. 다신 한 번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출발해 보자는 것입니다. 좌절하고 후회스러운 지금의 모습은 잊어버리고 부활의 주님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기대와 꿈이 산산이 깨어져버려 절망 가운데 있는 제자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고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신 것은 그들을 책망하시거나 꾸짖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 번 제자들을 만나셨지만, 단 한 번도 꾸짖지 않으셨습니다.
  요한복음 21장에 보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에 7명의 제자들이 디베랴 바다로 고기잡이 하러 간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금 옛날로 돌아가 버린 것입니다. 밤새도록 고기잡이를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실망과 좌절 가운데 실패의 쓴 잔을 마시고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부활의 주님께서 찾아가셨습니다. 그리고는 ‘왜 이렇게 어리석으냐?’고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밤새도록 고기잡이를 한 후에 지쳐있는 제자들을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떡과 고기를 구워놓고 제자들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것을 먹고 힘내라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떡과 고기를 먹고 있는 제자들은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사람들인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책망하지 않으셔도 자신들의 잘못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그 질문을 세 번 하셨습니다. 책망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대답한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 주님의 사역을 위임해 주신 것입니다.

  주님을 부인하고 버리고 도망갔던 제자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주님을 버리지 않겠노라”고 호언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천한 계집종 앞에서 주님을 부인한 베드로입니다. 더군다나 부활하신 주님을 친히 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옛날로 돌아가 버린 못한 제자입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베드로를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고는 오히려 그 베드로에게 위대한 주님의 사역을 맡겨주십니다.

  주님은 아십니다.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말입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예수님의 제자들이나 오늘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우리나 다름이 없습니다. 똑같이 나약합니다. 때로는 주님 앞에서 신앙생활 잘 할 것같이 호언장담하다가도, 우리의 삶에 놓인 작은 문제와 장애물 앞에서도 안절부절 못하며 낙심한 채 방황하는 우리들입니다. 때로는 참 믿음이 좋은 사람 같다가도 어느 순간엔가 그 믿음을 다 잃어버리고 껍데기만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별거 아닌 것 가지고도 절망하고 불평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우리를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말씀하십니다. 다시금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고 힘을 주시고자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했을 때 우리의 가슴이 뜨거웠던 바로 그 자리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해 보자고 말씀하십니다. 낙심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고 주님과 함께 힘차게 활동했던 바로 그 자리로 돌아가자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새롭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부활의 주님을 만난 제자들은 예전처럼 실패하고 낙심한 자로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인생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받고 새 사람이 되어 주님의 복음 사역에 목숨 걸고 일했던 사명자들이 되었습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가 낙심의 자리에 앉아 있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주님께서 새 힘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낙심한 자라 하더라도 새 힘을 주시며 새롭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하자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을 만나면 실패의 자리에 있던 사람이 승리자가 됩니다. 다시 주님을 만난 사람들은 인생이 바뀌어 집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오혜령씨를 아십니까? 수많은 희곡을 쓴 희곡 작가이자 방송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유명한 분입니다.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이신 아버지와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이신 어머니 아래서 유복하게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남부럽지 않게 자라왔습니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할 때에는 문과대학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고, 졸업할 때에는 전교 수석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대학 4학년 때 한 일간지 신춘문예에 “흘러간 목신”이라는 희곡으로 입선을 했습니다. 그 후 그녀는 영어교사로, 방송인으로, 또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을 했습니다. 누가보아도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미션 스쿨에 다니면서 신앙을 갖긴 했지만, 신앙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앙에 의지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급기야 그녀는 신앙생활은 인생의 실패자들이나 매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그녀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위암과 임파선 암에 걸려 의사로부터 ‘3개월 밖에 못 산다’는 사형선고를 듣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이제 날마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매일 달력에다 빨간 색연필로 빗금을 치면서 하루하루 죽음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만 먹어도 토하고 혈변을 토하는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녀에게 매주 꽃을 보내준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격려하는 짧은 메모와 함께 백합 50송이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그녀는 반 시간 가까이 그 꽃에 얼굴을 파묻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자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갑자기 그녀의 목덜미를 낚아채는 강한 손길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정신없이 방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습니다. 직감적으로 살아계신 예수님이 자신이 찾아오셨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왜 죽음의 한 복판에까지 따라 오시는 것입니까?” 그 말을 내뱉고 나자 그 동안 주님을 외면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살아왔던 죄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어디서부터 회개해야 할지 몰라 눈물만 한 없이 쏟아졌습니다. 그녀는 며칠 동안 화선지에 붓글씨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써내려갔습니다. 수십 개의 양초가 다 녹아내릴 때까지 회개하고 또 회개했습니다. 그렇게 회개하면서 반년 가까이 보내던 어느 날, 기도하며 찬양하고 있는데 온 몸에 오한이 덮쳐왔습니다. 그녀는 ‘이제 죽는 시간이 다가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이불을 잡아당기는데, 겨드랑이에 잡히던 임파선 암 덩어리가 만져지지 않은 것입니다. 어깨에 복숭아씨 만하던 멍울도 사라져버렸습니다. 또 복수로 가득 찼던 배가 꺼져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주님께서 자신을 찾아오신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서 버림받은 노인들을 돌보는 “평화의 집”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몸이 온전히 건강해 진 것은 아닙니다. 그녀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질병은 위암, 임파선암, 담석증, 류마티스관절염 등 무려 39가지나 됩니다. 그러기에 그녀는 지금도 하루에 9시간씩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쓴 『당신 없는 인생은 빈 그물이오니』라는 책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당신 없는 생의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물고기가 잡히기를 바랐던 지난 나날들은 죽은 시간이었습니다. 오 주님, 이제 당신께서 그물을 채워 주소서. 그러면 저는 비로소 살 것입니다. 인생의 가장자리에 서 계신 부활의 주님, 당신 없이 한평생 수고해 보아야 우리 인생은 빈 그물이옵니다. 비록 저희 인생의 가장자리에 서 계신 당신을 지금 당장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희의 계획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당신께 대한 신뢰 속에서 새로 시작하려는 각오가 설 때 저희 행위에 방향과 성취가 부여됩니다. 당신은 가장자리에 계시지만 늘 저희에게 그물을 이렇게 혹은 저렇게 던지라고 분부하고 계시기 때문이옵니다. 날마다 호숫가에서 저희를 기다리시는 당신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참으로 멋진 고백입니다.

  그녀의 고백처럼 주님을 만나지 못하고 주님 없이 산 우리의 모든 삶은 빈 그물일 뿐입니다. 아무리 수고해도 채워지지 않는 빈 그물만 바라보며 실망과 좌절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부활의 주님을 만나면 인생은 달라집니다. 39가지의 질병을 가진 여인이지만 노인들을 돌보는 하나님의 사역자로 쓰임 받는 오혜령씨처럼, 우리의 모습은 다 버려질 것밖에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주님을 만나면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인생을 살게 하시려고 오늘도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향해 ‘갈릴리에서 만나자’로 말씀하십니다. 다시금 처음부터 시작해보자고 말씀하십니다.
  실패와 좌절 가운데 있던 제자들을 갈릴리에서 만나주신 부활의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만나주십니다. 그 부활의 주님을 만나 힘 있게 인생을 사시기 바랍니다. 실패의 자리에서 일어나 승리의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2007년 4월 8일 주일낮예배-부활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