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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06-10 10:42

빈 자리에 찾아오시는 하나님 <6월 10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빈자리에 찾아오시는 하나님
본문 - 창세기 13:14-18

며칠 전에 전도연씨가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밀양’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자기 아들을 죽인 원수를 신앙적으로 용서하려 하지만 쉽게 용서가 되지 않는 한 어머니의 심리적, 신앙적 갈등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 영화의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한 여인이 남편의 고향에서 살고 싶다고 아들 하나를 데리고 밀양에 내려와 삽니다. 남편을 잃은 그 여인에게 아들은 자신의 인생 전부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랑하는 아들이 납치되고 맙니다. 그 여인은 자기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남치법이 요구대로 돈을 갖다 줍니다. 그러나 결국 자기 아들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맙니다.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아들이 죽자 이 여인은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방황합니다.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남편의 유일한 혈육인 아들과 함께 이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생각에 남편의 고향에 찾아왔지만 결국 그 남편의 고향에서 아들마저 잃어야 했던 그 여인의 마음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 이야기는 결코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도 종종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영화 속의 그 여인처럼 되돌아올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먼 이국땅으로 떠나보내기도 합니다.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놓은 자녀들이 부모님 곁을 떠날 때도 있습니다. 때론 직장을 따라서, 공부 때문에, 또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복무를 하기 위해서 부모님 곁을 떠나갑니다. 헤어짐은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둘도 없이 절친하게 지냈던 이웃이나 친구와 이별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떠나보내는 것이 ‘얼마 후에 다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그래도 떠나보내는 섭섭함이나 아쉬움은 덜할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보내거나 언제 다시 만날 것이란 기약을 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낼 때에는 그 떠나는 것이 우리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모릅니다.
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그렇게 마음에 아픔을 줍니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기 싫은 것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가 있음으로 해서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떠나보내고 나니까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헤어지거나 떠나보내고 나면 그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도 보면 사랑하는 조카 롯을 떠나보내 놓고 마음 아파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아브라함은 아버지와 함께 갈대아 우르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가족은 고향인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의 가족들이 ‘왜 고향 땅인 갈대아 우르를 떠났는지’는 사도행전 7장에 나오는 스데반의 설교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 7:2-4절에 보면 아브라함과 그 족이 메소포타미아에 살고 있을 때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네 고향과 친척을 떠나 내가 네게 보일 땅으로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창세기 12장에서 “너는 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는 말씀을 듣기 오래 전에 아브라함은 고향인 갈대아 우르에 있을 때에 “내가 네게 보일 땅으로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것입니다. 그 명령에 순종하여 아브라함이 메소포타미아인 갈대아 우르를 떠나왔습니다. 창세기 11:31절에 보면 그 때 아브라함의 가족을 이끌고 온 가족 대표는 아브라함의 아버지인 ‘데라’였습니다. 데라는 하나님께서 아들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네게 보일 땅”이 가나안 땅인 것으로 확신하고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하란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버지 데라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데라의 나이가 너무 많아 더 이상 장막을 옮겨간다는 것이 힘들었던 것입니다. 결국 데라는 하란에서 죽고 맙니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하란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도행전 7장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갈대아 우르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 말씀하실 때에 “네 고향과 친척을 떠나 내가 네게 보일 땅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아브라함은 자기 가족을 고향 땅에 놔두고 떠나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아버지가 너무 늙었기 때문입니다. 늙은 아버지를 고향에 놔두고 떠나온다는 것이 장자인 아브라함으로서는 도저히 할 짓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모시고 가나안 땅까지 가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인 갈대아 우르는 문명의 발상지입니다. 당시로서는 최고의 문명의 혜택 속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과 그 가족들에게 하나님께서 가라고 말씀하신 ‘가나안’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삶의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아브라함으로서는 미지의 세계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이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아버지를 모시고 가면 좀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아브라함의 마음에서 두려움과 불신앙을 제거하셨습니다. 그게 바로 아버지 데라를 하란에서 죽게 하신 것입니다. 두려워서 아버지를 모시고 왔는데, 하나님께서는 아버지를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라는 뜻에서 아버지 데라를 하란에서 데려 가신 것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아브라함은 갈등했습니다. 가나안 땅으로 계속 가야하나 아니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하란에 머물러 있어야 하느냐 하는 갈등입니다. 삶에 경험이 많으신 아버지를 의지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아버지 없이 미지의 세계인 가나안 땅으로 간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마치 갈대아 우르에서 고향 땅을 떠나와야 할 때와 같은 두려움이 또다시 아브라함의 마음을 지배했던 것입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비록 나이 많아 늙었어도 든든한 정신적 지주와 같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핵가족 시대에는 좀 다를지 몰라도, 거의 4000년 전쯤인 아브라함 시대에는 대가족 사회였기 때문에 아버지라는 존재의 영향력는 그 집안에서 대단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이제 가족의 모든 책임은 큰 아들인 아브라함이 짊어져야 합니다. 어쩌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이국땅에 가족들과 함께 남아 있는 아브라함은 정신적인 공황상태를 겪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장자인 아브라함이 의지할 곳은 오직 아버지뿐이었는데, 그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그 마음의 허전함과 두려움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고 의지할 곳이 없어 두려움과 공허감 속에 사로잡혀 있는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창세기 12:1절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자손의 축복과 땅의 축복, 그리고 복의 근원이 될 것이란 축복의 말씀을 약속으로 주셨습니다.
이 말씀은 아버지 데라가 죽고 난 다음 마음이 아파 울적해 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떠나라는 말씀입니다. 아버지가 죽고 난 다음 두려움과 공허감에서 사로잡혀 있는 지금의 자리에서 빨리 떠나라는 것입니다. 축복을 약속하신 하나님만 믿고 떠나라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그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하란을 떠나 하나님께서 지시하실 땅으로 가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마음에 두려움이 온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가라고 말씀하신 가나안 땅은 아브라함에게 여전히 미지의 땅입니다. 더구나 자신에게는 자식도 없습니다. 결혼한 지는 꽤 됐지만 자식이 없습니다. 아내 사라와 단둘이 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 아직도 아브라함에게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더구나 이제 아브라함의 나이도 75살이나 되었습니다. 그 늙은 몸을 이끌고 멀리 여행을 한다는 것도 힘들뿐만 아니라 늙은 몸으로 어디 가서 제대로 정착하고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도 미지수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긴 가지만 모든 것이 불투명한 것뿐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는 말씀 외에는 분명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마음 깊이에 찾아오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이 조카 롯을 데리고 가자는 것입니다.
늙은 몸으로 아내와 단 둘이 미지의 땅인 먼 이국땅까지 여행한다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서도 정착하여 살려면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젊은 조카 롯을 데리고 가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롯이건 누구이건 모두 하란에 그대로 남겨두고 ‘너와 네 아내 사라만 데리고 가라’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늙은 자신에게는 젊은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젊은 조카 롯을 데리고 간 것입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여러분!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믿음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75세 때 부르심을 받은 이후로, 아니 갈대아 우리에서 부르심을 받은 것으로부터 하면 훨씬 더 일찍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줄곧 하나님으로부터 연단을 받고 믿음의 훈련을 받고 난 다음 40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하나님으로부터 “내가 이제야 네가 여호와를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하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이삭을 모리아산에서 번제물로 드리려 한 바로 그 때에 말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아브라함도 온전히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못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우리 자신을 바라보거나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너무 성급하게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믿음 없음을 나무랄 필요가 없습니다. 믿음의 조상이라는 아브라함도 40년 이상 훈련받고 나서야 그 믿음을 인정받았는데, 우리 같은 사람이야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훈련을 받아야 할 것인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것입니다.

“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가나안 땅까지 가긴 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온전한 믿음을 갖지 못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순종하지 못하고 롯을 데리고 간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에 도착했을 때에도, 또 가나안 땅에 기근이 들어서 먹을 것이 없어 애굽 땅으로 피난 갔을 때에도 언제나 조카 롯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아마 아브라함 생각에 조카 롯과 함께 한 여행길은 언제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전혀 낯선 땅에 - 자식도 없는 자신과 아내 두 사람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젊은 조카가 함께 있으니까 늘 마음이 든든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고대근동 지역에서는 자식이 없을 때에는 가까운 친척이나 가까운 사람 가운데서 양자를 삼아서 그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가족의 전통을 이어가게 만드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조카 롯을 데리고 다닌 이유 가운데 하나도 아마 그런 풍습을 따라, 롯을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큰 민족을 이룰’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아브라함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창세기 13장에 넘어와 보면 애굽 땅으로 피난 갔다가 가나안 땅으로 돌아온 아브라함과 조카 롯은 벧엘과 아이 사이에 머물렀습니다. 그 때 그들에게는 재산이 제법 많이 있었습니다. 당시 재산이 많다는 것은 가축이 많다는 것을 말합니다. 가축은 많은데 그들이 머문 땅은 그리 넓지 못했습니다. 좁은 지역에서 많은 가축을 먹여야했기 때문에 아브라함의 목자와 조카 롯의 목자들 사이에 종종 다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다가는 삼촌과 조카 사이에 문제가 생기겠구나. 사랑하는 조카와 의리가 상하면 안 되지. 어떤 대책을 세워야겠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불러놓고 서로 헤어지자고 제안합니다. “네가 동쪽을 택하여 가면 나는 서쪽으로 가겠고, 네가 서쪽을 택하면 나는 동쪽으로 가겠다. 선택하거라.” 그래서 둘은 결국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헤어지기 싫었지만 조카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게 더 나은 방법이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롯을 떠나보내고 나자 아브라함의 마음에는 뭔가 한 구석이 휑하니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란을 떠날 때부터 아브라함은 롯을 많이 의지했습니다. 늙은 아브라함에게 젊은 조카 롯은 언제나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자식같이 소중하게 여겼고 의지했던 롯이 떠나가자 아브라함은 홀로 쓸쓸히 산 위에 올라가서, 롯과 함께 가축을 치던 들판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롯 없이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떠나버린 롯 때문에 그렇게 마음 아파하던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게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의 말씀입니다.

아브라함에게서 롯을 떠나게 만든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구상이요 하나님의 작품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왔지만, 전적으로 순종하지 못하고 조카 롯을 의지하면서 그에게서 힘을 얻었던 아브라함을 바라보시면서, 하나님께서는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롯을 떼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롯이 아브라함 곁에 있는 한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하신 그 약속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을 통해서 아브라함을 복의 근원이 되게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계획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헤어지는 아픔이 있겠지만 - 아브라함의 마음에 한 구석이 휑하니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픔이 있겠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조카 롯과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되게 하셨던 것입니다.

롯과 헤어져서 상실감 때문에 허탈해 하고 있는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롯이 떠나버린 빈자리에 하나님께서 찾아오신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브라함은 롯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롯에게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에게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하고 롯을 의지했던 아브라함의 그 마음을 송두리째 하나님께로 향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도록 롯을 떠나가게 하셨고, 이제는 믿을 수 있는 분, 의지할 수 있는 분은 여호와 하나님 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 주시려고 친히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 것입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을 찾아오신 하나님께서 두 가지 약속을 확인시켜 주십니다. 첫 번째 약속은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동서남북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약속은 “내가 네 자손으로 땅의 티끌같이 하리라.” 하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했던 롯이 떠나자 ‘이제는 후손을 이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손이 없다면 땅이 있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으로 동서남북 넓은 들을 바라보게 하신 후에, ‘이 모든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고 분명하게 약속해 주십니다. 그리고 그 땅에 거하게 될 자손도 땅의 티끌처럼 많게 해 주시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약속은 하란에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하셨던 약속과 똑같은 것입니다. 롯이 떠나고 허탈한 마음으로 앉아 있는 아브라함에게 처음 하란 땅에서 하셨던 약속과 똑같은 약속을 해 주시면서 용기를 주고 계신 것입니다. 롯이 떠나갔다고 그 약속이 성취되지 못한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오히려 롯이 떠나갔기 때문에 그 약속이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롯을 떠나보낸 다음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땅을 주시겠다는 약속과 자손을 많게 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신 이유는 이제야 아브라함이 이 약속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롯은 하나님의 약속을 가로막고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비록 롯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브라함에는 큰 아픔이었지만, 하나님께서 롯을 떠나보내게 하시고 그 다음에 이 약속을 확인시켜 주신 것입니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잔칫집에 갔더니 제법 잘 차려진 밥상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밥상은 누군가가 한 번 먹고 난 것입니다. 배가 고픈 손님은 다른 사람이 먹고 남은 것이라 하더라도 아직까지 먹을 것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걸 먹으려고 합니다. 그냥 내가기 아깝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와서 그 밥상을 들고 나가버렸습니다. 여러분, 왜 아직도 먹을 것이 남아 있는 그 밥상을 내가버립니까? 예, 새로운 상을 차려오기 위해서입니다. 더 좋은 상을 차려오기 위해서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밥상을 차려주시기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지저분하고 더러운 밥상을 치우도록 하십니다. 어쩌면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롯은 더러운 밥상과도 같은 것입니다. 롯이 떠나가야 하나님의 언약의 약속이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이라는 새로운 밥상이 준비되어 있는데, 롯이라는 헌 밥상이 자리하고 있는 한 새로운 밥상을 가져다 줄 수 없습니다. 롯이 있으면 언약의 아들 이삭이 태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롯을 떠나가게 하셨고, 롯이 떠나버린 빈자리에 하나님께서 언약이라는 새로운 밥상을 들고 오셔서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그 언약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롯이 떠나버린 빈자리에 찾아오신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땅과 자손에 대한 약속을 주셨고, 그 약속을 믿고 아브라함은 슬픔의 자리에서 벗어나 장막을 헤브론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마므레 상수리 수풀에 거하면서 거기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위하여 단을 쌓았습니다.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는 이스라엘 신앙의 발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헤브론의 마므레는 아브라함이 긴 나그네 여정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정착한 땅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이 거기에 정착해 살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온갖 약속을 해 주셨습니다. 창세기 23장에 보면 아브라함은 그 약속의 장소인 마므레에 아내 사라를 위한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최초로 돈을 주고 산 땅이 바로 그곳입니다. 확실한 아브라함의 소유지입니다. 그곳 막벨라에 만든 아내의 무덤은 후에 아브라함 자신도 그곳에 장사되었고, 아브라함의 아들 부부인 이삭과 리브가, 그리고 손자인 야곱과 레아도 그 무덤에 장사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 모두 부부가 장사된 곳이 바로 헤브론에 있는 막벨라 굴입니다. 아브라함의 가문에 가장 중요한 성지가 된 것입니다.
롯이 떠나간 후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그네 여정을 마치고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주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영원히 잊지 못할 장소가 바로 헤브론 마므레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때로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과 헤어져야 할 때도 있고, 내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겼던 어떤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과 헤어지거나 내게 정말 필요한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 마음에는 허탈감이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슬픔에 잠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가 하나님께서 나에게 복을 주시기 위한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어리석어서 무엇을 놓아야 할지 모를 때에, 또는 믿음이 없어서 내 손에서 내려놓기가 두렵고 겁이 날 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방법으로 그것들을 제거하시기도 합니다. 그것이 제거 되어야 우리에게 하나님의 언약과 축복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소중한 것이 우리에게서 사라질 때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복을 받는 기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란에서 아버지를 여의고,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는 조카 롯과 헤어지게 하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삶을 살아가시다가 마음 한 구석에 뭔가 허전한 것이 느껴지거든, 그 허전한 마음에 하나님께서 찾아오심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늘의 놀라운 축복과 언약을 한 아름 가득 안고, 때론 절망하고 좌절해 있는 우리에게 찾아오십니다. 때론 두려워 떨고 있는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축복의 보따리를 보여주십니다. 내 삶에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일 때에 그 자리는 하나님의 자리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오시면 우리는 세상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기쁨으로 채움 받게 됩니다. 세상의 지혜나 세상 그 어떤 것으로 채울 수 없는 엄청난 것으로 채움 받을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간 후에 허전한 마음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해 힘든 분이 계십니까? 너무나도 내게 소중한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그것이 내게서 사라짐으로 허탈감에 사로잡혀 있는 분이 계십니까? 직장을 잃거나 하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낙심이 되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져 낙망 가운데 있는 분이 계십니까? 갑자기 건강을 잃거나 행복이 사라져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계신 분은 없습니까? 바로 그 빈자리가 하나님이 들어가셔야 하는 자리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그 빈자리에 반드시 하나님께서 찾아오십니다. 언약과 축복의 보따리를 가득 안고 말입니다.
롯이 떠나버린 빈자리에 찾아오신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들의 마음의 빈자리에 찾아오십니다. 그 하나님을 만나시고 그 하나님께서 주신 놀라운 축복을 누리며 사시는 복된 생애가 되시기 바랍니다.

< 2007년 6월 9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