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왕이 나귀새끼를 타고 오신다
본문 - 요한복음 12:12-19


  여러분에게 사진을 한 장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1> 이 사진은 지난 2006년 북미프로미식축구(NFL) 슈퍼볼에서 우승한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들을 피츠버그 시민들이 환영하는 카퍼레이드 장면입니다. 이 때 24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선수들을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고 합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북미프로미식축구에서 우승한 것은 26년만이었기 때문에 시민들은 더욱 열광적으로 우승한 선수들을 환영했던 것입니다. 그 카퍼레이드가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하인스 워드 선수가 그 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고, 그 카퍼레이드에서도 가장 관심을 받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이런 대대적인 카퍼레이드는 주로 스포츠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만, 고대에서는 개선장군이나 왕의 취임식 때에 이런 열광적인 퍼레이드가 열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나 군주들은 전쟁 승리의 기념으로 크고 멋있는 개선문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로마 콜로세움 광장 앞에 세워져 있는 ‘로마의 개선문’은 콘스탄티누스가 로마의 폭군이던 막센티우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313년에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이 로마의 개선문을 본 따 만든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은 나폴레옹이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의 연합군과 싸워 이긴 오스테를리츠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서 세운 것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거대한 개선문이 그곳에 세워지기 전에 그 개선장군을 환영하는 인파가 얼마나 많았을까 가히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더 역사적으로 중요한 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때에 있었던 퍼레이드입니다. 또 하나의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2> 이 사진은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기 위해서 제자들을 보내 나귀를 끌어오게 하셨던 벳바게에 있는 기념교회 제단 정면에 그려져 있는 벽화입니다. 이 그림은 처음 나귀를 타시던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예수님과 12제자의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만, 그 나귀를 타고 가시는 예수님을 환영하는 퍼레이드는 오늘날에 비춰보거나 고대에 비춰보아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작은 퍼레이드입니다. 그러나 그 사건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중요한 퍼레이드였습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는 퍼레이드에는 오늘날처럼 최고급 차량도 없었습니다. 그저 작은 나귀새끼 한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온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은 각색 종류의 꽃가루도 없었습니다. 그저 사람들이 길바닥에 깔아주고 흔들어준 종려나무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고대 개선장군들처럼 화려한 옷차림도 아니었습니다. 로마의 개선장군들은 개선장군들만이 입는 ‘토가 픽타’라고 불리는 옷을 입었습니다. 이 옷은 황제나 개선장군만이 입는 금실로 수놓은 가장 화려한 옷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황제나 개선장군이 입는 그런 토가 픽타와 같이 화려한 옷을 입지 않으셨습니다. 로마의 개선장군들이 로마에 입성하는 퍼레이드를 펼칠 때에는 맨 앞에 개선장군과 함께 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원로원의 원로들이 행진하고, 그 뒤를 이어 전쟁에 참여했던 수많은 군사들이 따라옵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잡아온 포로들과 전리품을 가득 실은 마차들이 그 뒤를 따라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행렬은 그런 거대한 행렬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곁에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빛내줄 고위 관리도 없었습니다. 수많은 군사들과 전쟁포로들이 뒤따랐던 로마의 개선장군과는 달리 예수님의 뒤에는 12명의 제자들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규모나 화려함이나 겉으로 보여진 그 어떤 것으로 비교한다면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는 예수님의 행렬은 분명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것입니다. 그러나 화려함은 없어도, 규모는 작아도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것은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가시는 고난의 행렬이었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개선장군의 환영 퍼레이드나 하인스 워드를 중심으로 한 피츠버그 스틸러스 팀의 카퍼레이드는 곧 사람들의 관심과 기억 속에서 차츰차츰 사라져갑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고난을 위한 퍼레이드는 인류 역사가 끝나는 그날까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역사적인 퍼레이드에 예수님은 나귀새끼를 타셨습니다. 개선장군들처럼 4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화려한 마차를 타신 것도 아니고, 어떤 제왕들처럼 하루에도 천리를 달린다는 힘센 천리마를 타지도 않으셨습니다. 하인스 워드가 탔던 고급 차량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작고 볼품없는 나귀새끼를 타셨습니다.

  그 역사적인 퍼레이드에서 왜 예수님은 나귀새끼를 타셨을까요? 그것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 것은 전쟁을 위한 것도 아니요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도 아니라, 오직 평화를 위한 사역의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나귀는 평화의 상징입니다. 고대근동에서 나귀는 아주 귀한 동물이었습니다. 사람을 태우고 짐을 나르는데 가장 유용한 짐승이 나귀였습니다. 제왕들은 정복자로 어떤 성에 들어갈 때 백마를 탔습니다. 그러나 평화의 목적으로 갈 때에는 나귀를 타곤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정복자로 예루살렘에 가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예루살렘에 가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나귀를 타셨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백마를 탄 메시야를 기다렸습니다. 엄청난 힘과 권세를 가지고 로마와 결탁된 현 정부를 무너뜨리고 ‘로마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주실 분으로 생각했습니다. 오늘 본문 12절에 보면 명절을 지키기 위해서 온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맞아들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문 17-18절에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이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릴 정도로 큰 능력을 가지신 분이라면 우리의 메시야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런 분이 우리의 메시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다고 하니까 그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19절 말씀에 보면 당시 종교지도자들이었던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하는 무리들을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 분위기를 자기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마만큼 백성들은 예수님께서 강한 권능과 힘으로 뭔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기를 열망하고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예수님을 환영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 다른 복음서들과 조금 다른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에 주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이야기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4복음서 모두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마태복음과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가까이 오셨을 때에 제자 가운데 두 명을 앞서 보내시면서 나귀새끼를 끌고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나귀새끼를 타고 가시는 예수님을 수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맞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조금 다르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본문 12-14절을 유의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예수님을 맞으러 나갔습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했습니다.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라고 외쳤습니다. 그들은 왕으로 오신 메시야를 기다렸습니다. 로마와 결탁되어 있는 지금의 정권을 무너뜨릴 메시야, 정치적인 쿠데타를 통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메시야를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노래했습니다. 예수님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14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예수는 한 어린 나귀를 만나서 타시니.” 다른 복음서들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이 환영하기 전에 먼저 나귀를 타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는 군중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자 예수님께서 의도적으로 나귀 새끼를 타신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왜 요한복음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을까? 그렇게 기록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의도적으로 군중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원하셨다는 것을 말합니다. 군중들은 말을 타고 왕적 권위를 가진 메시야로 예수님을 환영하고 있는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치적 쿠데타를 일으킬 왕이 아니라 이 땅에 평화를 주시기 위해서 오신 메시야이심을 보여주시기 위해 일부러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나귀 새끼를 타신 것입니다.
  요한복음 6장에 보면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킨 모습을 본 사람들이 예수님을 억지로 왕을 삼으려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원치 않으셨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기적을 일으키고 또 나사로를 살리신 큰 능력을 가진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왕이 되어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들의 기대처럼 왕이 되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가신 것이 아닙니다. 평화를 주기 위해 오신 메시야로 가신 것입니다.

  그래서 15절에서는 그런 예수님의 행동을 구약의 예언의 성취로 해석합니다. “이는 기록된바 ‘시온 딸아 두려워 말라. 보라, 너의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신다’ 함과 같더라.” 이 말씀은 구약성경 스가랴 9:9절의 말씀을 인용한 것입니다. 스가랴 9:9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할지어다. 예루살렘의 딸아, 즐거이 부를지어다.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공의로우며 구원을 베풀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보내실 왕은 제왕적 왕이 아닙니다. 나귀새끼를 타시는 겸손한 왕이십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정복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평화의 왕입니다.
  그 예언의 말씀대로 예수님께서는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고, 평화의 왕으로 예루살렘에 들어가신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나귀새끼를 타신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고, 평화의 왕으로 예루살렘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여기에 오시고, 평화의 왕으로 우리의 마음에 찾아오십니다. 예수님은 평화를 깨뜨리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공의로우신 분이지만 평화를 깨뜨리며 공의를 이루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정복자가 아니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모두 마음에 평화를 얻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만나주신 살아계신 예수님은 우리가 정복자가 되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산상수훈의 8복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화평케 하는 자’가 복이 있습니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복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원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입니까? 평화를 깨는 사람입니까? 아무리 공의를 위한다 하더라도 평화를 깨는 것은 예수님의 방법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당시 유대의 왕은 헤롯 안디바(안티파스)였습니다. 누가복음 13장에 보면 예수님을 죽이려 했던 그를 향하여 예수님께서는 “저 여우”라고 불렀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로마 황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갈릴리 연안에 로마 황제의 이름을 딴 디베랴(티베리우스)라는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를 싫어하는 백성들에게 그런 헤롯은 결코 좋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한 부도덕했습니다. 그는 자기의 욕망을 위해서 자기의 이복형제인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유혹하여 자기 아내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도덕한 행동을 지적한 세례 요한을 목 베어 죽이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로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부도덕한 생활을 했던 그 헤롯이 제거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다고 하니까 백성들이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헤롯을 몰아낼 적임자가 바로 예수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헤롯의 배경이 되어준 로마를 이 땅에서 몰아낼 적임자가 예수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헤롯을 쫓아내지 않으셨습니다. 로마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부도덕한 헤롯을 몰아내는 것이 어쩌면 정의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군사를 조직해서 헤롯을 제거하는 것이 정의를 이루는 더 손쉬운 방법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평화를 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깨고 헤롯을 제거함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헤롯에게 미움을 받고 죽으셨습니다. 죽으심으로 하나님 나라를 만드셨습니다.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합니다.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의가 아니라 희생입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상(賞) 하면 노벨평화상입니다. 노벨평화상을 가장 먼저 수상한 사람은 스위스의 장 앙리 뒤낭(Jean henri Durant, 1828-1910)이란 사람입니다. 그는 본래 스위스의 유명한 한 은행의 은행장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커다란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폴레옹을 만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의 프랑스와 함께 경제 협력의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꿈이 이루어질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859년 6월 스위스의 경제 사절로 프랑스에 간 그에게 나폴레옹 황제를 만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폴레옹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솔페리노의 전쟁터에 가고 없었습니다. 그러나 뒤낭은 실망하지 않고 꿈을 이루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터까지 직접 찾아갔습니다. 그는 프랑스 연합군과 오스트리아군 사이의 참혹한 전투가 막 끝난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뒹굴고 있는 수많은 시체를 보게 되었고,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 생명의 허무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뒤낭은 더 이상 나폴레옹을 만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그곳에 머물면서 의사를 도와 부상병을 돕고 시체들을 치우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거기서 뒤낭은 나폴레옹을 만나겠다는 꿈을 버리고 새로운 꿈 하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평화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전쟁은 이 세상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나는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이 생각을 잠시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1859년 적극적으로 이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제적십자 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국제적십자 운동을 전개하여 평화를 위해 일한 대가로 1901년 제1회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부상당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미래가 보장되고 안정된 직장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전쟁을 통해서는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올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힘과 권력으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희생이 평화를 만듭니다. 제1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뒤낭처럼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자기희생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바로 그런 희생적인 사랑을 통해서만이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희생하셨습니다. 전쟁을 통하여 평화를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싸움을 통해서 평화를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주심으로 평화를 만드셨습니다. 헤롯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헤롯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이 땅에 평화를 이루셨습니다. 강력한 무기를 소유해야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는 자기희생과 사랑만이 평화를 유지하고 가꾸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 가정에 평화가 깃들기를 원하십니까? 그러면 희생이 필요합니다. 우리 가정이 평화롭기 위해서는 누군가가가 희생해야 합니다. 누가 희생해야 하겠습니까? 나 말고 내 아내가 희생해야 합니까? 나 말고 내 남편이 희생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그리고 평화의 왕으로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그 예수님을 믿는 내가 먼저 희생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양보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 참된 평화가 이루어지길 원한다면 서로 물고 뜯고 싸워서는 안 됩니다. 서로 양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 희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를 포기하지 않고는 평화가 찾아올 수 없습니다.
  이 땅에 평화를 주시기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 자신이 먼저 희생하셨습니다. 당신이 먼저 당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땅에 평화를 만드셨습니다.
  여러분,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내가 먼저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희생하면 그곳이 평화로워집니다. 내가 먼저 양보하면 기쁨이 넘치는 곳이 됩니다. 폭력과 투쟁을 통해서 평화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싸워 이김으로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양보하고 희생하는 사람만이 평화를 맛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말씀합니다. 제자들조차도 예수님께서 왜 나귀를 타셨는지 그 때는 몰랐었다고 말입니다. 나중에야 - 예수님께서 영광을 얻으신 후에야 스가랴의 그 말씀이 바로 예수님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고, 예수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메시야로 이 땅에 평화를 주러 오신 분이었기에 나귀새끼를 타고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신앙의 철이 든 다음에야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희생은 지금 당장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내가 이것을 희생한다고 정말 평화가 찾아올지 확신도 서지 않습니다. 내가 왜 희생해야 하고 왜 내가 먼저 양보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앙이 성숙해지면 - 신앙적으로 철이 들면 희생이 평화를 만드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됩니다. 나 하나가 희생함으로 얼마나 큰 평화를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그러면 기쁨으로 희생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알지 못할 때에는 희생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희생해야 할 이유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철이 들면 다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을 이룰 수 있음을 아셨기에 헤롯과 맛서 싸우지 않으셨습니다. 로마와 싸우지도 않으셨고, 빌라도와 싸우려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억울한 누명을 씌워 죽이려 한 그들 앞에서 묵묵히 자기를 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죽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땅에 평화를 주셨습니다.

  영국 국립미술관에 가면 양손에 전선을 쥐고 쓰러져 죽어 있는 병사를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갑자기 통신이 두절되었습니다. 본부에 연락을 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한 통신병이 본부와 연락을 해야 하는데 전선이 끊어지는 바람에 연락할 수가 없었습니다. 통신병은 끊어진 전선을 양손에 쥐고 힘을 다해 끊어진 두 전선을 연결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적군이 쏜 총알에 통신병이 맞아 죽어가게 되었습니다. 통신병은 총에 맞아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양손에 쥔 전선을 놓지 않고 계속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있었지만 두 전선을 잡고 있던 통신병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 통신병은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면서 두 전선을 연결시켰던 것입니다.

  여러분, 예수님께서도 그 통신병처럼 십자가 위에서 양 손을 벌리셨습니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하나님 아버지의 손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우리의 손을 쥐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십자가에 죽으신 그 예수님께서 죄로 인하여 단절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평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갈보리산 위에서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의 못 박히신 그 손은 평화를 만드신 거룩한 손입니다.
  오늘 우리도 두 손을 펴십시다. 그리고 한 손은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주님의 손을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평화가 필요한 사람들, 평화가 필요한 곳을 꼭 붙잡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는 것에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 우리를 통해서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평화가 만들기 위해서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가신 우리 주님의 작은 제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2008년 3월 16일 주일 낮예배-종려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