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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3-08 13:47

숨겨진 죄와 드러난 죄 <3월 8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숨겨진 죄와 드러난 죄
본문 - 요한복음 8:1-11

미국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이 쓴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17세기 중엽 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 지방에 미모와 재력을 겸비한 헤스터 프린이라는 젊은 유부녀가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나이 많은 의사와 결혼한 후 남편보다 먼저 미국으로 건너와 살던 그녀는 덕망 높은 청년 목사인 아서 딤즈테일과 사랑에 빠져 불륜을 저질러 아이를 낳았고,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 때문에 공개재판을 받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시장 한 가운데 마련된 교수대 위로 끌려올라간 그녀는 불륜 상대가 누구인지 밝히기를 끝내 거부했고, 그녀는 간통녀임을 나타내는 ‘A’(Adultery)라는 주홍글씨를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한다는 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 후 그녀는 도시 변두리 오두막집에서 삯바느질을 하며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면서 딤즈테일과 사랑하여 낳은 딸을 키우는 것을 유일한 보람으로 느끼며 성실하게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그녀 가슴에 새겨진 간통녀를 뜻하는 A를 천사를 뜻하는 Angel나 유능한 사람을 뜻하는 Able로 해석할 정도로 그녀는 좋은 일을 하며 살아갔습니다.
영국에서 돌아온 그녀의 남편 칠링워드는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 딤즈테일이라는 젊은 목사라는 것을 눈치 채고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서 그 불륜을 밝혀 복수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술과 학식을 사람들을 돕고 살리는데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개인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 혈안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헤스터와 불륜을 저질렀던 젊은 목사 딤즈테일은 좋은 설교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어가지만,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한 양심의 가책을 이기기 위해 채찍질과 단식, 철야 등 고행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다가 뼈만 앙상하게 남게 된 그는 7년 만에 군중들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는 쓰러져 죽고 맙니다.
딤즈테일이 죽자 복수할 기회를 잃어버린 헤스터의 남편 칠링워드는 복수의 대상이 없어지자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불륜을 통해 낳은 딸 펄에서 자신의 재산을 유산으로 남기고 그 역시 세상을 뜨고 맙니다.

『주홍글씨』라는 이 소설에서 우리는 세 가지 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불륜 사실이 드러나고 가슴에 A자를 평생 품고 살아야 했던 헤스터란 여인의 드러난 죄요, 두 번째는 양심의 고통을 받으면서 가슴 속에 깊이 감추어 놓은 딤즈테일의 숨겨진 죄요, 세 번째는 복수하기 위해서 혈안되어 있는 남편 칠링워드의 용서하지 못한 죄입니다.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의 죄악된 본성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헤스터의 모습을 통해 드러난 죄를 가진 죄인이 어느 정도 성스러울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특징짓는 말 가운데 하나가 죄를 죄로 느끼지 못한 ‘죄의 불감증 시대’라는 것입니다. 죄가 사회 전반에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죄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죄를 짓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죄가 밝혀지고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할 뿐입니다.
지지난 해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10억을 벌 수 있다면 감옥에 가더라도 부패를 저지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청소년 5명 가운데 한 명이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죄를 짓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죄에 대해서 너무 무감각해지다 보니까 우리 아이들까지도 죄짓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며칠 전 세계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와 국내 포털사이트에 인천 한 여중생의 폭행 장면이 올라와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한 여학생을 같은 또래 여학생 3-4명이 폭행한 것입니다. 폭행한 그 여학생들은 사건이 불거지자 사과하고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우리는 만 14세 이하라 소년원에도 가지 않으니 맘대로 해 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죄가 드러났음에도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풍토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고, 법을 판단하고 집행해야 하는 판사나 심지어 대법관까지도 불법을 저질러 놓고서 죄가 없다고 잡아떼는 세상이니, 아이들이 그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보면 큰 죄를 지은 한 여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여인 주변에는 그 여인에 못지 않는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당하게 여인을 죽이려고 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때는 유대인의 명절인 초막절 절기가 끝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초막절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예수님께서는 낮에는 성전에서 말씀을 가르치시고 밤에는 감람산으로 가셔서 기도도 하시고 쉬기도 하셨습니다. 초막절 마지막 날 저녁 예수님께서 감람산에 가셔서 기도하고 쉬고 계실 동안에 유대인들은 밤새 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음모는 다음날 아침에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셨을 때에 드러났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시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그 때 밤새 음모를 꾸미던 사람들이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예수님 앞으로 끌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을 예수님 앞에 세우고는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당시 유대인들이 예수님께 붙여준 별명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는 것입니다. 듣기 좋게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고 했지, 실제로는 “세리와 죄인들과 친해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로부터 못된 놈들이라고 버림받았던 세리나 죄인들을 사랑하셨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것을 알기에 유대인들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데리고 예수님께 와서 “이 여인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렇게 물어온 것입니다. 본문 6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이 그렇게 질문한 이유는 예수님을 고소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예수님이 간음한 여인을 보고서 ‘이 여인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면, 유대인들은 예수님께서 율법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과 함께 예수님도 돌로 칠 그런 기세입니다. 그리고 만일 예수님께서 ‘율법에 기록된 대로 그 여인을 돌로 치라.’ 그렇게 말씀하시면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그들의 친구인척 하면서 - 그들을 사랑한척 하면서 실제로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 위선자’라고 떠벌리고 다닐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몸을 굽혀 땅에다 무언가를 쓰셨습니다. 답답한 유대인들은 거듭거듭 예수님께 대답을 독촉했고, 예수님께서 이렇게 한 마디로 대답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그리고는 다시금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무언가를 쓰셨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죄인을 돌로 쳐 죽일 때에 가장 먼저 돌을 들어서 치는 사람이 그 일에 대해서 증인이 됩니다. 그 처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만일 누군가가 “왜 그를 죽였습니까?”라고 물으면 먼저 돌을 던지 그 사람이 그 모든 이유를 설명해 주고, 혹 죄가 없는데 처형했다면 먼저 돌을 던지 그 사람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말씀에 보면 분명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을 앞에 두고서도 어느 누구도 돌을 던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그 여인의 처형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모두들 눈치를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모두가 누군가가 돌을 던지면 그 때 돌을 던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앞장서서 돌을 던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상황을 연상해 보겠습니다. 가운데 예수님이 계시고 예수님 앞에는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이 죄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부끄럽게 서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그 여인 주변에는 수많은 유대인들이 손에 돌멩이를 들고 서 있습니다. 언제든지 누군가가 돌을 먼저 던지기만 하면 그 때부터는 앞 뒤 가리지 않고 돌을 던질 태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모함하기 위해서 밤새도록 작전을 짜느라고 눈이 충혈되어 있었고, 여인을 죽이겠다는 살기가 느껴지는 그런 눈으로 예수님과 여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씀하시자, 갑자기 태도가 바꿨습니다. 마음 속 깊이에 감추어 두었던 자신의 죄악들이 예수님 앞에서 모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처럼, 양심이 괴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돌을 던질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향하여 돌을 던지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무서운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것입니다. 비록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처럼 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에게도 죄가 있다는 것을 양심을 통해서 들을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이 많은 노인들부터 시작해서 젊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기 손에 들고 있던 돌멩이들을 땅에 내려놓고 하나 둘씩 그곳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적막했습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양심의 소리를 듣고는 두려움을 느끼며 그곳을 떠나갔습니다. 예수님께서 머리를 들어 주위를 바라 보셨을 때에는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겠다고 흥분하던 그 유대인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 여인만이 예수님 앞에 고개를 떨구고 남아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여러분! 왜 예수님께서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수님께서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면 모든 사람이 죄인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과 가까이하고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셔야 할 텐데, 왜 특별히 당시 사람들에게 세리와 죄인이라고 낙인찍힌 그들을 사랑하시고 그들과 가까이 지내셨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의 죄는 이미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죄를 감추고 사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신 것이 아니라, 죄가 드러나서 - 죄가 드러났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왕따를 당하고 있던 바로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셨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은 누가 보아도 큰 죄를 지은 사람입니다. 죄가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부정한 수 없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에게 사랑의 음성으로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여러분, 왜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을 정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큰 죄를 지은 그 여인에게 죄를 책망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여인의 죄는 이미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드러나 있기 때문에 여인 스스로도 자기의 죄를 알고 있습니다.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 여인은 사람들에 의해서 예수님 앞에까지 끌려오면서 자신의 죄에 대해서 충분히 벌을 받았습니다. 이미 죄의 대가로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분만을 기다리는 그 여인에게 예수님은 죄에 대해서 책망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사랑스런 음성으로 “나도 네 죄를 추궁하지 않겠다. 다만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 여인이 자기의 죄를 숨기려했고, 죄를 짓지 않았다고 우겼다면 예수님은 그 여인을 향하여 호되게 책망하셨을 것입니다.

우리 주님은 자신의 죄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여인을 돌로 쳐 죽이겠다고 끌고 온 사람들은 여인에 비해서 자기들은 아무 죄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죄가 가져다주는 무서운 자기모순입니다. 죄의 특성은 자신을 감추고 다른 사람의 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죄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죄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무서운 죄의 특성입니다.

사람들이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끌고 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여인의 죄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그 여인의 죄는 이미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예수님은, 그 여인에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죄를 짓고서도 감추어져 있다는 이유로 여인의 죄만을 들춰내려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죄를 보고 계셨습니다. 감추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더 무서운 죄를 안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실 때 예수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듣고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다 슬그머니 도망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모두들 양심으로부터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양심으로부터 들려오는 죄의 대한 책망의 음성을 애써 외면하면서, 오히려 그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기 위해서 여인을 내세워 그녀의 죄를 드러냄으로 자기 자신을 감추었던 것입니다. 여인의 죄가 드러나야 자신들이 의로운 자가 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4월이 되면 우리 지역에 국회의원을 보선하는 선거가 있습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겪는 참으로 슬픈 모습 가운데 하나는 자기의 정책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 후보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관행입니다. 이번 선거에는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춰내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입니까? 그건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춰내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까발려야 내 약점과 실수가 드러나지 않고 공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인간의 못된 습성입니다.
여러분,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유별나게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잘 들춰내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더 많은 약점과 실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자꾸만 다른 사람의 약점과 실수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죄가 드러남으로 내 죄는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한 바로 그런 모습이 우리 인간을 더욱 깊은 파멸로 몰아넣는 것이고, 우리 인간 사회를 더욱 어둡고 죄악된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 인간을 더욱 파멸로 몰아넣는 그런 못된 죄의 습성을 가진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신앙의 첫 출발점은 죄를 자백하는 것입니다. 자기의 죄와 허물을 인정하고 자백하지 않는 한 신앙의 길에 들어설 수 없습니다. 우리를 무섭게 얽매고 있는 죄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역시 죄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미 다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까지 자신의 죄를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문화적으로 죄를 감추는 기술과 방법을 배워왔습니다. 하나님 앞에서까지 나의 죄는 감추고 자꾸만 다른 사람의 죄를 들춰내야 내가 산다고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죄 없다 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이요.”(요일 1:8-9)

우리의 신앙생활에 가장 큰 장애물은 죄의 고백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죄의 고백이 없는 곳에는 절대로 은혜가 임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예배를 드리면서 고백의 기도를 드립니다. 그 고백의 기도 시간에 자신의 죄를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용서를 구하면 그날 예배는 감격과 은혜 속에 드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죄를 고백하지 않고 드리는 예배에는 은혜가 없습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회복되어야 할 것이 바로 이 ‘죄의 고백’입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그렇게 활동을 많이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루살렘에 오셨다가도 금방 갈릴리로 돌아가버리셨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오늘 본문에서 보여준 대로 예루살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죄는 잘 드러냅니다. 그런데 자기 안에도 그런 죄가 있다는 것을 양심을 통해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기들의 죄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죄를 드러내지 않는 예루살렘에 예수님은 더 이상 머물지 않으셨습니다.

드러나지 않고 숨겨진 죄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숨겨진 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더 깊은 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결국에는 인생을 파멸로 이끌어가고 맙니다. 그러나 드러난 죄는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드러난 죄는 더 이상 힘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죄가 드러나 있는 이 여인을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죄가 드러나서 그 죄가 힘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드러난 죄인을 사랑하시고 동정하셨습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 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간음한 그 여인의 죄를 묵인하신 것입니까? 아니면 간음죄를 지어도 좋다는 말씀입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간음한 여인의 죄를 알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정죄하지 않는 것은 이미 드러난 죄는 치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러난 죄는 숨길 수 없기 때문에 치료와 용서가 가능합니다. 죄가 드러난 여인에게 필요한 것은 용서와 위로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숨겨져 있는 죄는 치료할 길이 없습니다. 하나님께 죄를 드러내 놓지 않으면 하나님께서도 그 죄를 용서하실 수 없으십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우리에게 죄를 회개하라고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죄를 하나님께 드러내 놓으라고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죄를 하나님 앞에 드러내 놓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고, 그 동안 죄악 때문에 고통당하고 아팠던 모든 것을 사랑의 손길로 감싸주시고 어루만져 주십니다. 그게 바로 회개하는 사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시편 32편에서 다윗은 “죄악을 토설치 않을 때에는 종일 신음하므로 뼈가 쇠하였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죄악을 품고 살 때에는 “주의 손이 주야로 누르시기 때문에 진액이 화하여 여름 가물에 마름같이 말라버렸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이어서 “허물을 여호와 하나님 앞에 자복하고 죄악을 숨기지 않았더니 하나님께서 용서하여 주셨습니다.”고 선언합니다.

물론 스스로 죄를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쉽지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죄를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자리에 용서가 임하고 평화가 임합니다.

여인을 향해서 던지려고 손에 돌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양심에 가책을 받아 돌멩이를 땅에 내려놓고 고개를 떨구고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돌아가는 발걸음에 마음 편안했겠습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 여인을 돌로 치려할 때에는 자신들의 죄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떳떳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든지 돌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에 의해서 더 이상 감출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돌아가는 그들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만큼이나 부끄러움 속에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나도 이 여인과 같이 죄인입니다.” 그렇게 고백하며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자여! 너를 고소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최소한 몇 명이라고 양심의 가책 때문에 자신의 죄가 감출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며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죄를 고백하지 않고, 그저 가슴속에 감추어두고 예수님 앞에서 떠나가고 말았습니다.
가슴속에 죄를 감춰놓고 떠나가는 그들을 향해서는 사죄의 은총이 선포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진정으로 불행한 사람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이 아니라, 예수님에 의해서 죄가 드러났음에 불구하고 죄를 감추고 되돌아간 그 유대인들입니다.

여러분! 하나님 앞에 감출 수 있는 죄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 다 드러내 놓으시기를 바랍니다. 죄를 드러내는 것은 큰 아픔일 수 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순간의 아픔이나 자존심 때문에 평생 죄에 종노릇하며 살 수가 없지 않습니까? 죄의 종노릇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 깊이에 남아 있는 죄가 자꾸만 자신을 괴롭히기 때문에 마음에 평화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죄를 들춰내고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춰냅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 자신의 죄를 드러내놓으면 다른 사람의 죄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 다른 사람의 죄를 보지 맙시다. 다른 사람의 죄를 들춰내는 그 눈으로 내 죄와 허물을 보고, 내 죄와 허물을 하나님 앞에 드러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용서하시는 은총을 경험할 수 있고, 죄인을 사랑하시는 우리 주님의 따뜻한 사랑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당신 앞에 드러내놓은 그 어떤 죄라 할지라도 책망하지 않으시고 용서하시며 사랑하시는 용서와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드러난 죄가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드러난 죄는 그 힘과 세력을 이미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감추어져 드러나기를 거부하는 그 죄가 무서운 힘으로 우리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갑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너희 안에 죄악이 감추였다고 의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감추인 죄를 드러내라. 그래야 너희가 나의 은총을 받을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 2009년 3월 8일 주일 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