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엔게디의 다윗
본문 - 사무엘상 24:1-7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의 깊이를 아는 방법은 우물 안에다 돌맹이를 던져보는 것입니다. 돌맹이 하나를 던져 놓고 그 돌맹이가 우물물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그 우물의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돌맹이를 던져 놓고 그 돌맹이가 우물물에 닿는 소리가 늦게 들릴수록 그 우물은 깊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얕은 우물은 돌맹이가 우물물에 닿는 소리가 금새 들려옵니다. 그리고 그 돌맹이가 우물물에 닿을 때 내는 소리를 통해서 그 우물물의 양을 알 수 있습니다. 우물 안에 물이 많으면 무겁고 깊은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깊지 않은 우물에서는 돌맹이가 깨어지는 듯한 얕은 소리가 납니다.
  돌맹이 하나로 우물의 깊이와 양을 알 수 있듯이, 다른 사람이 던진 말 한마디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의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불쾌한 말을 했을 때 그 말에 쉽게 동요하거나 흥분하는 사람은 마음이 깊지 못한 사람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향하여 잘못된 점을 지적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쉽게 변명하거나 반응하는 사람은 마음이 넓지 못한 사람입니다.
  마음이 깊고 넓은 사람은 누군가가 내 마음에 비난하는 말이나 불쾌한 말의 돌맹이를 던졌을 때에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반응합니다. 그 말이 내 마음 깊숙이에 들어와서 깊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가 왜 내게 그렇게 말했을까? 내가 그에게 잘못 비쳐진 모습이 무엇일까? 그가 그렇게 오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마음이 깊고 큰 사람에게는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습니다.

  다윗은 마음이 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깊은 우물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다윗이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서 우리는 다윗이 얼마나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는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다윗은 사무엘 선지자로부터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 때 이스라엘은 사울 왕이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불순종하고 하나님을 업신여긴 사울을 버리셨습니다. 그래서 사울이 아직도 왕좌에 앉아 있는데도 다윗을 차기 왕으로 세우신 것입니다. 사무엘 선지자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았다고 해서 다윗이 곧바로 이스라엘의 왕이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무엘상 16장에서 다윗이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은 것은 하나님께서 다윗을 왕으로 세우신다는 약속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름부음을 받고난 후 다윗은 이전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는 블레셋 장수 골리앗을 죽인 공로로 이스라엘 백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사울 왕은 다윗이 백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다윗이 언제 자신의 왕위를 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을 죽이려 했습니다. 다윗을 죽이려 하다가 마음대로 잘 되지 않자, 다윗을 자신의 사위로 삼았습니다. 다윗을 사위로 삼은 데에는 사울의 계략이 숨어 있었습니다. 다윗을 사위로 삼은 후 다윗에게 장군이라는 큰 지위를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군대를 붙여 전쟁에 보냈습니다. 전쟁을 하다가 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다윗이 군대를 이끌고 가서 싸운 전쟁마다 승리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계략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사울왕은 노골적으로 다윗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자신의 사위인데도 말입니다. 그러자 도저히 왕궁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한 다윗은 도망자 생활을 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다윗이 도망자 생활을 하던 때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다윗이 도망자 생활을 할 때 다윗과 함께 도망자 생활을 자처하던 사람들이 600명이나 되었습니다. 그 600명은 사울 왕을 중심으로 한 왕정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도망자 생활을 하는 다윗의 입장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몰려오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기 혼자일 때에는 쉽게 빨리 빨리 도망을 칠 수 있습니다. 혼자 있으면 위험한 순간에 재빨리 몸을 숨기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600명이 함께 한다면 빨리 도망칠 수도 없고, 그 많은 사람이 재빨리 몸을 숨길 수도 없습니다. 또 그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윗은 사울 왕이 싫어서 자신에게 몰려온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도망자 생활을 한 것입니다.

  한 번은 매일같이 사울왕이 군대를 보내 자신을 죽이려 하자 엔게디로 피신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23장 마지막 절에 보면 “다윗이 거기서 올라가서 엔게디 요새에 거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엔게디는 사해 서쪽 중앙부 - 사해와 유대광야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사진) ‘엔게디’라는 말은 ‘들염소의 샘’이라는 뜻입니다. 들염소들이 광야의 뜨거운 태양과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엔게디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엔게디에는 들염소나 산양 등이 많이 야생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엔게디에는 물이 많습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동굴들이 많이 있습니다. 600명과 함께 도망자 생활을 해야 했던 다윗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은신처는 없었습니다.

  다윗이 엔게디에 숨어 있다는 보고를 받은 사울은 군사 3000명을 이끌고 직접 다윗을 죽이러 엔게디로 찾아갑니다. 사무엘상 13장에 보면 사울 왕이 블레셋과 싸우러 갈 때에 데리고 간 군사가 3천명이었습니다. 그러데 오늘 본문에 보면 다윗 일행을 처치하기 위해서 데리고 간 군사도 3000명이었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갔습니다. 이것은 사울이 다윗을 죽이기 위해서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자기의 사위인 다윗을 죽이러 가는데 블레셋과 싸우러 갈 때 데리고 갔던 군사의 숫자만큼이나 데리고 갑니다. 그것도 왕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갔습니다. 사울은 다윗을 블레셋이나 주변 나라의 적군 이상의 원수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윗을 죽여야 한다는 사울의 집념이 얼마나 강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사울 왕이 3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온다는 소식을 들은 다윗은 일행과 함께 동굴 안으로 숨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엔게디에는 크고 작은 동굴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 다윗을 따르던 600명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동굴로 피신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크고 작은 여러 동굴에 나눠서 몸을 숨겼을 것입니다.
  3천명을 이끌고 엔게디에 도착한 사울은 그 수많은 동굴들을 보면서 난처했을 것입니다. 이 수많은 동굴 가운데 다윗이 어디에 숨었는지 쉽게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작전을 짜서 다윗을 잡아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사울에게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뒤가 마려운 것입니다. 본문 3절에 “사울이 그 발을 가리우러 한 굴에 들어갔다”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 말은 용변을 보기 위해서 굴에 들어갔다는 말입니다. 용변을 보는 데까지 호위병을 데리고 가진 않습니다. 사울은 호위병을 동굴 앞에 세워 지키게 하고, 혼자서 동굴 안에 들어가 용변을 보았습니다. 사울이 용변을 보러 들어간 그 동굴은 제법 깊고 컸던 모양입니다. 그 동굴 깊숙한 곳에는 다윗과 다윗을 따르던 사람 몇 명이 숨어 있었습니다.
  사울이 용변을 보고 있는 사이에 동굴 안쪽에 숨어 있던 다윗을 따르던 사람들은 ‘이것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주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다윗에게 주신 것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다윗을 재촉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 절호의 기회에 사울을 죽이라’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다윗은 칼을 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사울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혼자서 용변을 보기 위해 동굴에 들어온 사울은 분명 동굴 밖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그렇습니다만, 용변을 볼 때 벽쪽을 보고 용변을 보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심리가 그렇습니다. 환한 쪽을 향해 앉게 마련입니다. 사울도 컴컴한 동굴 안쪽을 향해 앉아서 용변을 본 것이 아니라, 환한 동굴 바깥쪽을 향해 용변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동굴 안쪽에 숨어 있던 다윗이 칼을 들고 사울을 향해서 가도 사울이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칼을 들고 사울의 등 뒤에까지 간 다윗은 사울이 용변을 보기 위해서 힘을 주는 사이에 사울의 옷자락을 베고는 다시 동굴 안쪽으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용변을 마친 후에 사울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동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사울 왕의 옷자락을 벤 다윗의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다윗을 따르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가 ‘원수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다윗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사울을 원수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본문 6절에 보면 다윗은 사울을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내 주’라고 말합니다. 여전히 사울을 왕으로, 자신이 섬겨야 할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왕, 자신이 섬겨야 할 주인의 옷자락을 베었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괴로웠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왜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사울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다윗이 왜 사울을 살려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울이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왕이기 때문에 죽일 수 없었습니까? 다윗은 신앙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쉽게 죽이지 못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성경 다른 곳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사무엘상 29장에 보면 블레셋이 사울 왕이 이끄는 이스라엘과 싸우러 갑니다. 그 때 다윗은 블레셋에 망명을 와 있는 상태였습니다. 블레셋이 사울 왕과 전쟁하러 간다는 소식을 들은 다윗은 자신이 이끌고 있던 군사 600명을 데리고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조국과 사울 왕을 돕기 위해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블레셋 편에서 싸우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블레셋 편에서 싸우겠다는 말은 사울과 싸우겠다는 것이고, 사울을 죽이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불레셋 방백들이 다윗의 전쟁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에 전쟁에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블레셋을 위해 전쟁하겠다고 하는 자신의 의도가 거부당하자, 다윗이 블레셋 왕에게 이렇게 항변합니다. “왜 나로 가서 내 주 왕(블레셋 왕 아기스)의 원수(사울 왕)와 싸우지 못하게 하시나이까?”(삼상 29:8) ‘왜 사울 왕과 싸우지 못하게 하십니까? 왜 사울을 죽이는데 나를 배제하십니까?’ 그런 항변입니다.
  분명히 사무엘상 29장에서는 다윗이 사울을 죽이기 위해서 군사를 이끌고 블레셋 편이 되어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가지 말라고 말리는 블레셋 왕에게 항변하면서까지 사울을 죽이기 위해서 전쟁에 나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사울 왕이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이기 때문에 죽일 수 없다는 오늘 본문의 말씀과 너무 대조적이지 않습니까?

  또 하나의 사건은 오늘 본문 바로 이어서 나오는 사무엘상 25장의 이야기입니다. 사무엘이 죽은 후에 다윗은 자신과 함께 있던 사람들을 이끌고 바란 광야로 도망을 칩니다. 엔게디에 비해 물이나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바란 광야에서, 다윗은 마침 나발이라는 사람이 양털을 깎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년 10명을 보내 나발에게 먹을 것을 좀 달라고 요청합니다. 당시 목축업을 하던 사람들에게 양털을 깎는 날은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추수하는 날과 같습니다. 우리나라로 하면 추석과 같습니다. 이 날은 아주 기쁜 날입니다. 동네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다가 큰 잔치를 베풉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푸짐하게 음식을 대접합니다.
  이 나발은 굉장히 부자였기에 다윗이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하면 제법 풍성히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발은 다윗은 정중한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아니 단호하게 거절한 것이 아니라 다윗을 모욕하면서 거절했습니다. 그런 놈한테는 먹을 것을 절대로 주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윗은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데리고 있던 600명 가운데 400명에게 칼을 채우고는 나발의 집을 향해 갔습니다. 나발의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것입니다.(삼상 25:34) 만약 나발의 아내인 아비가일이라는 여인만 아니었다면 다윗은 나발의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피비린내 나는 복수혈전을 벌였을 것입니다.
  한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든다고 해도 고작 몇 명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나발에게는 양에 3천 마리, 염소가 1천 마리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으로 나발의 집 식구들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 목동 한 사람이 돌볼 수 있는 양은 약 50마리 전후입니다. 적게는 30마리에서 양을 잘 돌보는 목동은 70마리 정도를 돌보았습니다. 그렇다면 3천 마리의 양을 갖고 있는 나발의 집에는 목동이 최소한 60명 이상은 된다는 뜻입니다. 목동들과 나발의 가족들까지 다 하면 그 집에 최소한 6-70명의 남자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윗이 그 6-70명을 다 죽이려 한 것입니다.
  사울 왕 한 사람의 목숨을 죽이는 것은 고사하고, 그 옷자락을 조금 베어냈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다윗의 모습과 너무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사울은 왕이었기 때문에 그렇고, 나발은 왕이 아니기 때문에 6-70명이나 되는 그 가족을 전부 죽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다윗이 사울 왕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사울 왕을 죽이지 않았고, 사울 왕의 옷자락을 베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 단순히 ‘사울이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합니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그건 다윗이 엔게디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에 말씀 드린 것처럼 엔게디는 물이 많은 곳입니다. 엔게디 골짜기에 있는 폭포는 그 높이가 19m나 된다고 합니다. 엔게디 주변은 광야입니다. 엔게디 골짜기 위쪽은 울창한 삼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물이 나는지 폭포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떨어집니다. 보통 광야지역에는 와디(wadi)라는 것이 있습니다. 와디는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만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말합니다. 광야는 나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는 빗물이 그대로 다 흘러내려가 버립니다.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는 메마른 골짜기였는데, 우기 때에만 큰 내(川)가 형성되는 곳을 와디라고 합니다.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른다는 것입니다. 유대 광야와 사해 사이에는 이런 와디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유독 엔게디 골짜기는 끊임없이 물이 흘러내려옵니다. 비가 오지 않는 건기 때에도 엔게디 골짜기에는 물이 끊이지 않습니다.

  유대인들에게 물은 생명수입니다. 물이 많은 우리는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아깝지 않게 마구 쓰는 것을 비유해서 ‘물 쓰듯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광야나 사막이 많은 중동지역에서 물은 생명의 젖줄입니다.
  강이 없는 광야에서 유대인들이 생명의 젖줄과도 같은 물을 얻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었습니다. 이슬과 비, 그리고 우물과 샘입니다.
① 이슬 - 이슬은 밤에 소리 없이 내리지만, 그 이슬 때문에 초목드이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슬을 잎사귀에 받아 사람의 목을 축이기도 했습니다. 밤에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은 소리 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상징합니다. 시편 133:3절에 말씀합니다. “헬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이슬은 은혜와 축복의 상징입니다.
② 비 - 성경에 ‘이른 비와 늦은 비’라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그것은 가장 적절 때에 하나님께서 비를 내려주신다는 뜻입니다. 이 ‘이른 비와 늦은 비’는 농사를 짓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살리는 물이기도 합니다.
③ 우물 - 우물은 사람이 땅을 파서 얻는 물입니다. 물론 땅을 판다고 다 물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수십 번은 파야 한 두 번 우물물을 얻을 수 있는 게 이스라엘 땅입니다. 창세기 26장에 이삭이 그랄 땅에 거할 때에 우물을 팠는데, 우물을 팔 때마다 물을 얻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이삭에게 주신 엄청난 축복입니다. 그만큼 우물 하나를 얻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 수가성에 있던 야곱의 우물은 그 깊이가 150m나 된다고 합니다. 최소한 160m나 되는 길 줄이 있어야 그 우물에서 물을 길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우물 하나 얻는 것이 힘이 듭니다.
④ 샘 - 샘은 우물과는 달리 사람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지만 비처럼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매일 계속해서 펑펑 쏟아집니다. 그래서 샘은 언제나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를 상징합니다. 샘이 있는 곳에는 물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요한복음 4장에 보면, 사마리아 수가성에 있던 야곱의 우물에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이 나누었던 대화가 나옵니다. 처음에 예수님께서 여인에게 물을 좀 달라고 하십니다. 우물물을 말합니다. 그러자 여인은 ‘유대인인 당신이 어찌 사마리아 여인인 나에게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라고 되묻습니다. 이 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이 말씀은 “내가 누구인줄 아느냐? 나는 매일 물을 길어올려야 하는 우물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물이 솟아나는 샘물이다” 그런 뜻입니다. 그러자 그 여인이 ‘그 물을 내게도 주소서. 그래서 다시는 물을 길러오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물을 얻을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대답합니다.
  샘물은 그렇게 중요합니다. 샘물은 끊임없이 공급되는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합니다.

  다윗이 엔게디에 있었다는 말은 그런 하나님의 은혜를 끊임없이 공급받았다는 말입니다. 그는 엔게디에 거하면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을 마시면서 그 샘물과 같이 자신의 삶에 베풀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엔게디 샘물을 통해서 마실 물에 대한 걱정을 잊고 엔게디 샘물을 통해서 끊임없이 공급되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있던 다윗에게는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비록 도망자 신세이긴 했지만, 그는 하나님의 풍성하신 은혜로 인해 마음이 넉넉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울을 죽일 수 있는 - 원수를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원수 갚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풍성하신 은혜에 젖어 있는 사람은 마음이 넓어집니다.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풍성하신 은혜로 인해 마음이 넓어진 사람은 용서할 수 없는 사람까지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원수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나를 핍박하고 내 마음에 대못을 박은 그 사람이 복을 받고 형통하도록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습니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니 보통 사람의 감정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말씀하셨겠습니까? 할 수 있으니까 ‘원수를 사랑하고 핍박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면 언제 우리가 원수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언제 우리가 우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해서 기도해 줄 수 있습니까?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안에 풍성하게 체험될 때입니다.
  반대로 내 안에 은혜가 마르면 원수를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원수는 고사하고 내 가까운 이웃조차도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내 안에 하나님의 은혜가 메말라버리면 핍박하는 자를 위해서 기도해 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내 형제를 위해서도 기도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삶에 풍성하게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은혜의 보좌 앞에 나오는 모든 사람에게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공급해 주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은혜 안에 거하면서도 은혜를 은혜인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다윗과 함께 있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들도 다윗과 똑같이 엔게디에 있었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는 놀라운 은혜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사울을 죽이라고 말합니다.
  다윗과 똑같은 은혜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왜 그들은 다윗과 같이 용서하고 사랑하는 넓은 마음을 갖지 못했습니까? 은혜 안에 있으면서도 은혜를 은혜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은 은혜 없이 사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고합니다. 그래서 용서를 모릅니다. 용서 받으려고만 합니다. 사랑할 줄을 모릅니다. 사랑 받으려고만 합니다. 이해해 줄 줄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해주어야 한다고만 생각합니다. 나누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더 많이 움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은혜를 잊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마귀는 은혜를 잊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찾아다닙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서 나갔을 때에 물 없는 곳으로 다니며 쉬기를 구하되 얻지 못하고.”(마 12:43) 마귀는 왜 물 없는 곳만을 찾아다닙니까? 물을 싫어해서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물은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합니다. 더러운 귀신이 물 없는 곳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린 메마른 심령 속에 들어가려고 찾아다닌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면 마음이 사막과 같이 됩니다. 물이 없는 메마른 곳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마음에 마귀가 역사합니다.
  여러분,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할 때 말씀대로 살아갈 용기가 생겨납니다. 하나님의 풍성하신 은혜 안에 거할 때 사랑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샘물 안에 있을 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나누어줄 여유가 생겨납니다.
  은혜를 잊어버리면 엔게디를 떠난 다윗이 나발의 가정을 쑥대밭으로 만들려 했던 것처럼, 사울 왕을 죽이는 전쟁에 나가겠다고 우겨댔던 것처럼 그런 사람이 되고 맙니다.

  어떤 성서학자들은 시편 23편이 다윗이 이 엔게디 있을 때 지은 시라고 말합니다.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 “부족함이 없고 두려움이 없는 것”이 엔게디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엔게디에 있는 다윗은 정말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한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엔게디의 샘물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끊임없이 공급되었기 때문입니다.

  엔게디 - 여러분, 엔게디는 풍성한 은혜의 장소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는 놀라운 축복의 자리입니다. 그 안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원수가 찾아와도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심령은 어디에 머물러 있습니까? 하나님의 은혜가 샘물처럼 넘쳐흐르는 엔게디에 있습니까? 아니면 은혜를 잃어버린 물이 없는 메마른 땅에 있습니까?

<2009년 8월 23일 주일 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