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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9-20 10:17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 <9월 20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
본문 - 요한복음 7:14-24

미국의 명문대학인 하버드대학 정문에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고 합니다. 대학 정문에 이런 글귀를 써놓은 데에는 이런 사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 허름한 양복을 입은 60세 가까운 한 신사 부부가 하버드대학 학장실에 들어섰습니다. 학장 비서는 이들 부부를 보자 시골뜨기라고 생각하고 아주 불친절하게 대했습니다. ‘학장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 왔다.’고 말하자, 비서는 ‘학장님은 하루 종일 바쁘시니 만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냥 돌아가라는 뜻으로 말했지만 그들 부부는 ‘그러면 기다리겠노라.’고 말하고는 비서실에서 오래 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그냥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비서는 그 부부를 학장님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학장님 역시 별 볼 일 없는 남루하게 보이는 부부를 퉁명스럽게 대했습니다.
부부는 학장님께 찾아온 경위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부부에겐 결혼한 후 18년 만에 태어난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16살이 되던 해에 그만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를 위해 뭔가 이 학교에 기념할 만한 것을 남기고 싶어 학장님을 찾아왔습니다.”
학장님은 이들 부부가 무얼 얼마나 할 수 있겠나 생각하고는 퉁명스럽게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사실 엄청난 부자였습니다. 남자는 미대륙 횡단철도건설에 성공하여 큰 부자가 되었는데, 오랜 기간 동안 너무 과중하게 일에만 몰두하는 바람이 건강이 아주 악화되었습니다. 의사는 그에게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사업에 대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유럽 여행을 다녀올 것을 권했습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아들을 데리고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들이 병에 걸리게 되었고, 16번째 생일을 며칠 남겨두고 1884년 3월 13일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결혼한 지 18년 만에 태어난 너무너무 사랑스런 아들이었는데, 이 아들이 유럽 여행 중에 죽게 되자 이들 부부는 ‘아들이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 세상을 떠났으니 자신들이 벌어놓은 돈을 대학을 위해서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하버드대학 학장을 찾아간 것입니다.
그런데 하버드대학 학장은 그들의 남루한 외모 때문에 그들 부부를 귀찮게 여겼던 것입니다. 하버드대학을 나온 그들은 ‘그러면 우리가 대학을 세우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세워진 대학이 지금 미국의 명문대학 가운데 하나인 스탠포드 대학입니다. 이 부부의 이름이 남편은 리랜드 스탠포드(Leland Stanford, 1824-1893)와 부인은 제인 스탠포드(Jane Stanford)였습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왔다는 이유로 문전박대하다 시피 쫓아낸 그 사람이 하버드대학에 버금가는 스탠포드 대학을 세우자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눈앞에 보이는 어떤 외적인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판단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판단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외적인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판단의 기준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외모나 어떤 외적인 조건을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특별히 사람을 판단할 때는 그렇습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 해서 31살의 한 남자가 검찰에 기소되었습니다. 그는 지난 7월 저녁 9시쯤 술에 취한 채 버스를 타고 가다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던 28살의 인도 사람에게 ‘더러운 놈아!’ ‘냄새난다’는 등 인종차별적인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단지 우리와 피부 색깔이 조금 다르다는 것 때문에 더럽다, 냄새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우리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그 인도 사람이 그 사람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한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 와서 한국 사회를 어지럽게 만드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 인도 사람은 현재 성공회대 연구교수로 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단지 우리보다 피부 색깔이 좀 더 검다는 것 때문에 더럽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인도 사람 후세인 성공회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만약 백인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자기 나라를 떠나서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먼 이국땅에 와서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피부색깔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 때문에, 우리보다 좀 더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것 때문에 차별한다는 것 - 이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차별이 오늘 우리 시대, 우리 문화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유대인의 큰 명절 중에 하나인 초막절이 되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습니다. 유대인들이 지키는 큰 명절 셋이 있는데,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입니다. 유월절은 출애굽과 관련된 절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400년 동안 종살이하던 애굽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탈출하게 된 것을 기념하여 지킨 절기입니다. 우리로 말하면 광복절(해방절)과 같은 날입니다. 이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지키는 여러 절기 가운데 1년 중 가장 먼저 지키는 절기입니다. 유월절은 유대인의 달력으로 아빕월에 지키는데, 이때는 보리 이삭이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이 유월절을 시작으로 초실절, 무교절, 오순절, 나팔절 등을 지키다가 마지막으로 지키는 절기가 초막절입니다. 초막절은 수장절과 함께 지킵니다. 초막절과 수장절은 같은 날짜에 지키긴 하지만, 그 의미는 다릅니다. 초막절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하면서 초막을 짓고 살았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지키는 절기입니다. 지금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들판이나 지붕 또는 베란다에 초막을 짓고 1주일 동안 거기 머물면서 조상들이 이런 초막을 짓고 힘든 광야생활했던 것을 추억하기도 하고, 또 하나님께서 광야 40년 동안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채워주셨던 것에 감사하며 지내기도 합니다.
같은 날짜에 지키지만 수장절은 우리로 말하면 추석과 같습니다. 1년 내내 농사지었던 보리와 밀 그리고 포도나 올리브 종려나무 등 여름 수확을 다 마친 후에, 그 곡식들을 저장하면서 하나님께 추수감사절로 지키는 절기가 수장절입니다. 그러기에 초막절 그러면 단순히 초막을 짓고 지키는 절기 이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감사와 기쁨이 충만한 축제와 같은 절기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유월절이나 초막절 이 두 절기 가운데 최소한 한 번은 예루살렘 성전에 찾아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농부였던 당시 사람들은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 추수기인 유월절보다, 한 해의 추수가 다 끝난 시기인 초막절에 예루살렘 성전을 찾아가는 것이 부담이 덜해 초막절에 예루살렘에 많이 찾았다고 합니다.

그 해 유월절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않으셨던(요 6:4) 예수님께서 초막절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습니다. 처음에는 예수님께서 이번 초막절에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않으실 것처럼 하시더니, 명절이 다가오자 조용히 예루살렘에 가셨습니다.
명절에 예루살렘에 몰려든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 최대의 관심사는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예수님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을 ‘무리를 미혹케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이런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지만, 예수님께서 당시 종교지도자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던 때여서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분명 명절이 되면 예수님께서 나타나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보이지 않자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해져만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명절이 절반쯤 지났을 무렵 예수님께서 성전에 나타나셔서 말씀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성전 바깥에는 만남의 광장과도 같은 두 개의 큰 광장이 있습니다. 성전 남쪽에 ‘왕의 행각’이라는 것이 있고, 성전 동쪽에는 ‘솔로몬의 행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행각들은 주로 율법을 토론하고 말씀을 나누는 장소입니다. 이 행각에서 유명한 랍비들이 제자들과 모여든 사람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율법에 대해서 토론하곤 했습니다. 요한복음 10:22절 이하에 보면 예수님께서도 ‘솔로몬 행각’에서 말씀을 가르치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늘 본문에서도 명절 중간에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오신 예수님께서 솔로몬 행각에서 말씀을 가르치고 계셨을 것입니다.

명절 초반에는 보이지 않으시던 예수님께서 명절 중간쯤 되었을 때 성전에 나타나셔서 솔로몬 행각에서 말씀을 가르치시자, 사람들은 예수님께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이런 말을 합니다. “이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였거늘 어떻게 글을 아느냐?”(15절)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솔로몬 행각이나 왕의 행각에서 말씀을 가르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유명한 랍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유명한 랍비들처럼 많이 배우지 않았습니다. 비록 많이 배우지 않았지만 말씀을 가르치시는 것이 유명한 랍비들 이상으로 권세 있게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다른 어떤 랍비들보다 강력하게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그래서 산상설교를 마치셨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르치심에 놀랬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마 7:28-29)

사람들이 그것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많이 배우지 못한 예수님께서 어떻게 저렇게 권세 있게 말씀을 가르치시는지 놀랬습니다. 더군다나 예수님은 갈릴리 출신입니다. 당시 갈릴리는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당하던 지역이었습니다.
빌립으로부터 예수님을 소개받을 때 나다나엘이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요 1:46)고 되물었던 것처럼, 나사렛에서는 메시야나 훌륭한 사람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뒤인 41절에도 보면,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 어떤 이들이 ‘이 분이야말로 하나님의 선지자요 메시아다’라고 말하자 다른 사람들은 ‘이 사람은 갈릴리 사람이기 때문에 메시야일 수 없다. 갈릴리 출신이 어떻게 메시야가 될 수 있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52절에서도 당시 종교지도자인 바리새인들이 “갈릴리에서는 선지자가 나지 못한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마만큼 갈릴리는 천시 받는 곳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갈릴리에서 메시야는 고사하고 선지자도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갈릴리 출신이 메시야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본문 17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 하면 이 교훈이 하나님께로서 왔는지 내가 스스로 말함인지 알리라.” 갈릴리 출신이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 메시야이냐 아니냐 하는 것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하느냐 사람의 말을 하느냐 하는 것으로 메시야인가를 판단해야지, 갈릴리 출신이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18절에서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사람이지, 자기의 영광을 위해서 말하는 사람은 하나님께로서 온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종교지도자들이라고 하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영광과 칭찬을 받으려고 한다면 그는 하나님의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제사장, 신앙생활 잘 하고 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바리새인들, 그들의 겉으로 드러난 그런 모습으로 그들이 좋은 신앙의 사람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왜요? 그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보다는 자신들이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려하기 때문입니다.
구제를 해도 ‘저 사람은 참 훌륭한 사람이야. 어려운 사람을 저렇게 잘 도와주잖아.’ 그런 칭찬의 말을 듣고 싶어 구제를 했습니다. 구제를 하고나서 ‘구제 했네’ 하고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구제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칭찬을 받았습니다.
금식을 해도 일부터 금식한 티를 냈습니다.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금식을 많이 하는 경건한 사람이요.’라고 자랑하고, 사람들로부터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해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기도하기를 좋아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넓은 광장이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사거리에 서서 기도했습니다. 왜요? ‘나는 이렇게 기도 많이 하는 사람이요’라고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하라”(마 6:1)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하는 그것을 ‘너희 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의’라는 말씀입니다. 나를 드러내고, 내가 칭찬받고 내가 영광을 받는 짓이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의,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구제할 때에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사람, 금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고 하나님께만 보이려고 하는 사람, 골방에 들어가 은밀한 중에 계신 하나님께 은밀하게 기도하는 사람 - 이런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우리는 어떤 사람입니까?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 안달하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하나님께 보이기 위해서 숨은 노력을 하는 사람입니까?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칭찬 한 마디 받은 것으로 모든 것이 ‘끝’입니다. 더 이상 하늘의 상급이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급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의 상급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여러분, 어느 상급을 받으시겠습니까? 사람들에게서 받는 세상의 상급입니까?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는 하늘의 상급입니까? 사람들의 칭찬입니까? 하나님의 칭찬입니까?

예수님께서 갈릴리 출신이기 때문에 메시야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메시야는 갈릴리 출신일 수 없다는, 아니 메시야는 갈릴리 출신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짓된 환상이 메시야를 메시야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보고 판단하려는 사람들에 나타나는 큰 착오는 본질적인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글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보았습니다. 여러분, 심청이 이야기 잘 아시지요? 심청전의 마지막 이야기는 심청이의 아버지 심봉사의 눈이 떠졌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심봉사의 눈이 떠졌습니까?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해 준 것이 공양미 300석입니까? 아니면 아버지를 향한 심청이의 사랑(효성)입니까?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을 받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은 아버지를 향한 사랑(효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심청이의 효성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심봉사는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기 전에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효성많은 심청이가 언제나 심봉사 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심봉사는 심청이가 살아 있을 때에 눈을 뜨지 못했을까요? 그것은 공양미 300석 때문입니다. 공양미 300석이 있어야 눈을 뜰 수 있다는 환상이 아버지를 그렇게도 사랑하는 딸의 효성을 보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공양미 300석! 고양미 300석!’ 하다가, 나중에야 그 모든 것이 쓸 데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딸이 인당수에 빠진 후에 말입니다. 사랑하는 딸도 잃고, 공양미 300석도 아무런 효험이 없다는 것을 안 후에야 사랑하는 딸의 효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을 다시 만난 후에 그 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심봉사의 눈이 떠진 것입니다. 공양미 300석이 심봉사의 눈을 계속 봉사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눈을 뜨고 싶어서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공양미 300석이 오히려 눈을 뜨게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공양미 300석이라는 눈에 보이는, 손에 움켜쥘 수 있는 그 무엇 때문에 우리가 정말 갖고 싶은 더 중요한 것을 얻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외적인 것으로 판단하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더 중요한 본질적인 것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갈릴리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메시아를 메시아로 보지 못하는 영적인 소경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공의의 판단으로 판단하라.”

흑인과 백인이 함께 사는 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에는 흑인 어린이와 백인 어린이가 함께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흑인 아이들과 백인 아이들이 하나로 융화되지 않았습니다. 교실에 앉아도 백인 아이들은 오른쪽에 앉고 흑인 아이들은 왼쪽에만 앉았습니다. 스쿨버스를 탈 때에도 백인 아이들은 통로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만 앉고, 흑인 아이들은 통로 왼쪽 왼쪽에만 앉았습니다. 하루는 선생님이 백인과 흑인의 차이는 없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중에 피부색이 하얀 사람 손 들어보세요.” 백인 아이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하얀 종이를 꺼내들고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잘 보세요. 여기 흰 종이가 있어요. 이 종이 만큼 하얀 사람은 있나요? 없지요? 여러분은 이 흰 종이보다는 조금 더 검어요. 그러니까 여러분의 피부는 회색이에요, 알았죠? 여러분의 피부는 무슨 색이라구요?” “회색이요.” 이어서 선생님은 “여러분 중에 피부색이 검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라고 말하자, 이번에는 흑인 아이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검정색 종이를 꺼내들고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잘 보세요. 여기 검은 종이가 있어요. 이 종이 만큼 검은 사람 있나요? 없지요? 여러분은 모두 이 검은 종이보다는 조금씩은 더 하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의 피부는 검은 색이 아니라 회색이에요. 알았죠? 여러분의 피부는 무슨 색이라구요?” “회색이요!” 그리고는 선생님께서 모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의 피부는 무슨 색이라구요?” 그러자 흑인 아이들과 백인 어린이들이 모두 다 함께 외쳤습니다. “회색이요!”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이 집에 가기 위해서 스쿨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밝은 회색은 오른쪽에 앉고, 짙은 회색은 왼쪽에 앉으세요.”

여러분, 우리의 사고구조를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신앙훈련이 필요합니다. 신앙적으로 사고하고, 신앙적인 눈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공의의 판단으로 판단하라.”는 말씀은 우리의 눈이 보는 대로, 우리의 감각이 느끼는 대로, 우리의 사고가 생각하는 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눈, 우리의 감각, 우리의 사고는 세상적인 방식으로 훈련되어왔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인 방식으로 훈련된 우리의 눈과 감각과 사고로 판단하면 우리는 결코 메시아를 메시아로 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하나님의 은혜로 느낄 수 없습니다. 지금의 내 상황에서 하나님의 섭리하시는 손길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나의 구세주로 모셔들이기 위해서는 세상 방식을 거부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방식으로 훈련해야 합니다. 요한복음 1:12-13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으로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서 난 자들이니라.”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결코 사람의 방식이나 세상적인 방식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방식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적인 시각으로 하나님을 바라보면 우리는 하나님을 만날 수도 없고,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느낄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외모로 판단하는 것 - 그것은 세상적인 방식입니다. 사람도, 하나님도, 은혜도, 축복도 세상적인 방법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적인 방법으로 판단하면 우리에게 결코 만족함이 없습니다. 우리의 심령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중심을 보시듯이 우리도 우리의 중심으로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과 우리는 중심과 중심으로 통합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통합니다. 우리는 껍데기만을 보려하는 우리의 눈에서 꺼풀을 벗겨내고 본질을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세상이 새롭게 보입니다. 은혜의 세계가 보입니다.

<2009년 9월 20일 주일 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