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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11-29 13:11

왕을 만나고 싶지 않으세요? <11월 29일 강림절 첫째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왕을 만나고 싶지 않으세요?
본문 - 마태복음 2:1-12

조선시대 성종 임금님은 남달리 심성이 너그럽고 인자한 분이었다고 합니다. 13살에 임금이 되어, 처음에는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세조의 비(妃)였던 정희대비(貞喜大妃)가 수렴청정을 했지만, 영특하고 마음이 고와서 대비가 수렴청정을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성종은 나라 일로 늘 분주하게 보내면서도 가끔 틈을 내어 평상복 차림으로 일반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둘러보곤 했습니다.
한번은 달이 밝게 뜬 어느 날 밤, 그날도 역시 평상복 차림으로 종로 거리를 지나다가 광통교 다리 아래에 어떤 초라한 차림을 한 시골 사람 하나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성종 임금은 가까이 다가가서 “당신은 누구시오?”라고 물었습니다. 그 시골 사람은 평상복을 입은 그분이 임금님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경상도 흥해 땅에서 온 김희동이라는 사람올시다. 내 나이 40이 넘도록 임금님이 계신 한양을 구경 한 번 못했기에, 벼르고 벼르다가 간신히 노자돈을 얻어 이렇게 먼 길을 올라왔습니다. 막상 올라와 보니 저녁 식사는 했는데 잠잘 곳이 마땅치 않아 여기서 밤을 새우고 있는 것이라오.” 그리고는 이어서 가만히 자신의 말을 듣고 있던 성종 임금에게 이렇게 말을 이어갑니다. “혹 임금님이 계신 집이 어디쯤 있는지 알거든 좀 가르쳐 주시오. 먼 길을 왔으니 임금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올리고 가야 도리가 아니겠소. 그런데 댁은 누구시오?”

성종 임금은 그가 참 순진한 백성인지라 기특한 생각이 들어서, 시치미를 뚝 떼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동관골에 사는 이첨지란 사람이오. 임금님이 계신 곳을 알긴 하지만, 거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라오. 그런데 임금님을 뵈옵고 무슨 말씀을 하려는거요?” 그러자 김희동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뭐 특별히 간청할 말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임금님께서 어질고 착하셔서 백성들이 걱정 없이 살게 되니, 그것이 고마워서 인사나 여쭙자는 것이지요. 고마운 마음에 우리 고장에서 나는 해삼과 전복을 좀 가지고 왔는데, 한끼 반찬이나 하시라고 드릴 참입니다.” 성종 임금은 그 사람에게 ‘임금님을 만나 뵐 수 있겠는지 알아보겠노라.’고 말하고선, 동행한 신하의 집에서 하루 저녁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다음날, 성종은 전날 저녁에 입었던 옷을 입고는 그 신하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김희동이 반갑게 맞이하며 “그래 임금님을 뵈올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성종 임금은 시치미를 떼며 “그게 좀 어려울 것 같소. 벼슬이 없는 사람은 임금님을 뵐 수 없다는 게 이 나라의 법이라오. 하지만 내게 벼슬 한 자리를 말해 보구려. 내가 힘을 좀 써 보리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김희동은 풀이 죽어 말합니다. “나같이 무식한 놈이 무슨 벼슬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동네에 박충의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충의’라는 벼슬이 좋습디다. 하지만 이첨지가 어떻게 나에게 그런 벼슬을 시켜줄 수가 있겠습니까? 난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러자 성종 임금은 “하루만 더 기다려 보시구려. 내가 어떻게든지 힘을 써 보리이다.” 그렇게 말하고선 궁궐로 돌아왔습니다.

이튿날 성종은 이조판서에게 명을 내려 김희동에게 ‘충의’라는 벼슬을 내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옷을 갈아입히고는 궁궐로 입궐하도록 했습니다. 이윽고 김희동은 그렇게도 보고 싶던 궁궐로 들어서서 임금님께로 인도되었습니다. 감히 얼굴도 들지 못하고 임금님께 절을 하고 꿇어 엎드려 있는데, 용상에서 임금님의 준엄한 음성이 들려옵니다. “네가 임금을 뵙고자 한다니 얼굴을 들어 보거라. 내가 임금이니라.” 김희동이 얼굴을 들어 임금님을 보고는 깜짝 놀라 묻습니다. “아니 이첨지, 이첨지가 어찌 그 자리에 앉아 계시오? 지금 나를 놀리는거요?”
성종 임금은 자상하게 그 동안의 일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김희동은 임금님은 큰 은혜에 감동하며 ‘충의’의 벼슬을 받고 시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임금님을 만나보고 싶어 시골에서 올라온 김희동이란 사람은 결국 임금님을 만나게 되었고, 벼슬까지 얻어 돌아간 것입니다.

오늘은 교회력으로는 강림절 첫째주일입니다. 오늘부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성탄절 전까지 4주를 강림절로 지킵니다. 강림절은 2000년 전에 죄악의 어둠이 짙게 깔린 이 사망의 땅에 하나님께서 아기 예수를 보내주셔서 그분을 통해서 세상에 빛을 비춰주시고, 죄악 가운데 살던 우리를 구원해 주심을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오늘부터 성탄절을 준비하는 절기가 됩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강림절이 되면 교회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불을 밝힙니다. 바로 강림절이 시작되는 오늘부터 성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성탄절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우리 마음에 만왕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만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2000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에 만왕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셨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메시아가 오시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렇게도 기다리던 메시야가 오셨는데, 그 메시아이신 아기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될 2009년 성탄절 절기에도 교회나 백화점에 성탄트리가 찬란한 불을 밝히게 될 것이고, 여기저기서 그리스마스 캐럴이 울려퍼질 것입니다. 그러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정말 이 세상에 구원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려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2000년 전 처음 성탄절 때처럼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처음 성탄절에 아기 예수님을 만났던 몇 되지 않는 사람 가운데 한 부류인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동방 박사들이 누구였느냐 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풀려지지 않는 수수께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많은 성경학자들은 당시 상황을 봐서 ‘아마도 바벨론에서 온 천문학자들이 아닐까’ 라고 추정합니다. 바벨론은 당시로부터 약 5-600년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가 살았던 곳입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던 사람들 가운데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바벨론에 여전히 머물러 살고 있었습니다. 성경학자들이 추정한 대로 이들이 바벨론에서 온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이 동방박사들은 그곳에 남아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다리고 있는 메시야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을 ‘박사들이었다’고 말씀하고 있는데, 박사라는 말은 그 지역에 굉장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고 천문학과 점성학에 정통한 사람들이었음을 말씀해 준 것입니다. 당시 바벨론은 천문학과 점성학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박사들은 그들이 관찰하던 별을 보고서 위대한 사람이 태어났음을 알게 되었고, 그 별을 따라 베들레헴까지 찾아온 것입니다.

성경학자들이 이야기한 대로 그 동방박사들이 정말 바벨론에서 온 사람들이었다면, 그들은 엄청나게 먼 길을 와서 아기 예수를 만난 것입니다. 바벨론에서 예루살렘까지는 굉장히 먼 길입니다. 바벨론에서 예루살렘까지가 얼마나 먼 길인가를 알려주는 성경이 있습니다. 구약성경 에스라 7:9절에 보면, 에스라와 함께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귀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정월 초하루에 바벨론에서 길을 떠났고,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을 입어 오월 초하루에 예루살렘에 이르렀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바벨론에서 예루살렘까지 오는 데 네 달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하나님의 선한 손이 도우셔서 아무 어려움이 없이 왔기 때문에 네 달 만에 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만나러 온 동방 박사들도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족히 네 달 이상 걸려 예루살렘에 왔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들의 오는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밤으로만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별을 보고 예루살렘까지 찾아왔습니다. 별은 밤중에만 나타납니다. 낮에는 별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쉬고, 별이 보이는 밤을 이용해서 별을 따라 찾아온 것입니다.
때로는 험한 산을 넘기도 하고, 끝없이 펼쳐져 있는 사막을 가로질러 가야 했습니다. 달이 없는 밤에는 돌맹이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가시덩쿨에 찔리기도 했을 것입니다. 때로는 강도나 도적떼의 위협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들이 예루살렘까지 오는 길에 어떤 난관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많은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그 먼 길을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왜 그렇게도 먼 길을, 더군다나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예루살렘까지 왔겠습니까? 그건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한 가지 열망 때문입니다. 무슨 열망입니까? 새로 태어나신 왕을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입니다. 천문학자인 그들은 하늘을 관찰하다가 이상한 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 별은 평범한 별이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에 아주 특별한 분이 태어나실 징조였습니다. 그리고 그 별을 관찰하던 그들은 그 별이 자기들에게 손짓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나를 따라 오라. 나를 따라오면 새로이 태어난 왕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자기들의 모든 일들을 뒤로 미뤄놓고 무작정 별만 쳐다보며 따라왔습니다. 그렇게 따라 온 길이 넉 달이나 걸리는 멀고 낯선 곳이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왕을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이 없었다면 그들은 애초 동방에서 출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왕을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이 없었다면, 노중(路中)에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에 쉽게 포기하고 돌아가 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왕을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에 이끌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어가면서도 예루살렘에까지 찾아왔던 것입니다.

열망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그리고 그 열망을 따라가면 희망이 이루어집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향한 열망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만나보고 싶은 열망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열망이 있으면 왕이신 하나님을 만나 뵐 수 있습니다. 잠언 8:17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사랑한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니이다. 내 영혼이 하나님 곧 생존하시는 하나님을 갈망하나니 내가 어느 때에 나아가서 하나님 앞에 뵈올꼬.”(시편 42:1-2)

여러분, 여러분은 예수님 만나기를 얼마나 갈망해 보셨습니까?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갈급한 심령으로 주님을 찾아보셨습니까? 주님은 갈망하는 자를 만나주십니다. 반드시 만나주십니다. 누가복음 2장에 보면, 두 노인이 등장합니다. 시므온과 안나입니다. 이들은 하나님께로부터 메시야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메시야를 간절하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태어난 지 40일이 지난 후에 정결예식을 행하려고 어머니 마리아의 품에 안겨 성전에 찾아오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성전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북적거리며 성전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아기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만나고서 시므온이 한 첫 마디는 이것이었습니다.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대로 종을 평안이 놓아주시는도다.”(눅 2:29)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약속을 기다리기가 너무너무 힘들었다는 말입니다. 힘들었지만 메시야를 만날 수 있다는 열망 때문에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이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아 몸은 쇠약해졌습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메시야를 만나게 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기에 간절히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마음 졸이며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약속하신 대로 메시야를 만났습니다. 기다림에 대한 응답으로 아기 예수님을 만나보고 나서 “이제는 종을 평안히 놓아주시는군요.”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약속이 있기 때문에 기다렸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만날 것이란 열망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정말로 메시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기다림의 열망은 희망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우리를 아름다운 만남, 축복된 만남에로 인도합니다. 우리가 누구를 만나기를 열망하느냐에 따라서 만나는 사람이 달라집니다. 무엇을 간절히 기다리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만남의 현장이 달라집니다. 하나님 만나기를 갈망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님께서 만나주십니다.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다는 강한 갈망을 가진 사람에게는 예수님께서 만나주십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만남, 축복된 만남을 갖기 위해서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남습니다. 우리가 가진 열망이 반드시 우리를 아름다운 곳으로, 우리가 정말 가야할 곳으로 늘 인도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의 열망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따라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을 삶의 기준으로 삼느냐 하는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은 네 달이 넘게 걸리는 그 먼 길을 가면서 오직 한 곳에만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오직 별 하나만을 바라본 것입니다. 그 별이 자신들을 새로 태어나실 왕이 계신 곳으로 인도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서도 그들은 오직 오직 하나만 바라보았고, 그 하나만을 따라 왔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길로 간 것이 아닙니다. 힘들기 때문에 멈추고 싶다고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별이 이끄는대로 따라가야 합니다. 그래야 목적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습니다. 출애굽한 후 광야에서 40년 동안 지내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구름 기둥과 불기둥을 바라보며 광야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때의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구름이 성막 위에서 떠오를 때에는 이스라엘 자손이 그 모든 행하는 길에서 앞으로 발행하였고, 구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떠오르는 날까지 발행하지 아니하였으며.”(출 40:36-37) 무슨 말씀입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끄는 것은 구름 기둥이었습니다. 그 구름기둥이 움직이라고 사인(sign)을 보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사인을 따라 움직여야 했습니다. 반대로 구름기둥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구름기둥이 움직이도록 사인을 보낼 때까지 그냥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나안에 가는 길을 내가 잘 안다고 구름 기둥을 무시하고 길을 나서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며칠 또는 몇 달씩 같은 장소에 머물러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왜 빨리 가지 않느냐고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구름 기둥만 쳐다보고 있을 뿐입니다. 때로는 쉬지 않고 며칠씩 길을 걸어가야 할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럴지라도 왜 그렇게 빨리 가느냐고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 때도 있었지만, 불평하지도 않았고 자기 생각을 앞세워 내 맘대로 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그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가 있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길을 인도하십니다. 목자가 양을 인도하는 것처럼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구름기둥이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했던 것처럼 오늘날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의 길을 인도하십니다. 그 한 별이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것처럼 오늘날 하나님께서 우리가 열망하는 그것에 도착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주십니다.
그럴 때 때로는 답답하더라도 불평하지 맙시다. 묵묵히 따라가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선하게 인도하십니다. 우리 인생길을 하나님보다 더 정확하게 잘 아시는 분은 없습니다. 때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답답해 보일지라도 조금만 참고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보폭을 맞춰 가십시다. 그러면 내가 빨리 가려고 달려가는 것보다 더 빨리 더 안전하게 그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우리는 분명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야 합니다. 내 욕망을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우리를 인도하겠다고 나서는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저녁 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있듯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도 수없이 많은 것들이 우리를 향해 반짝거리며 유혹합니다. 그러나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만 바라보고 나아가야 합니다. 수많은 별들 중에서 오직 한 별, 자신들을 인도하는 그 한 별만을 보고 왔기 때문에 동방박사들은 예수님이 누워계신 곳까지 따라올 수 있었습니다.

한 순간 동방박사들이 한 눈을 팔았던 적이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가까이 왔을 때입니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 가까이 왔을 때 그들은 별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 왕궁을 쳐다보았습니다. 별이 예루살렘 왕궁을 가리키지도 않았는데, 동방박사들은 왕으로 태어나신 분이 왕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왕궁으로 들어가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2절)라고 물었습니다. 한 순간 별을 놓쳐버리자 잘못된 곳으로 찾아들어간 것입니다.
여러분, 동방박사들이 한 순간 한눈 팔아 잘못된 곳으로 간 결과가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동방박사들은 단지 왕으로 나신 이가 왕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왕궁에 들어갔는데, 새로운 왕이 태어났다는 동방박사들의 말을 듣고 헤롯 왕은 메시야가 태어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을 불러놓고 ‘그리스도(메시야)가 어디에서 태어나시겠는가’ 묻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헤롯은 태어나신 메시야를 죽이려고 끔찍한 일을 계획합니다. 메시야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된 베들레헴을 중심으로 그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 - 2살 아래의 모든 사내아이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동방박사들이 왕궁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런 끔찍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직 별을 바라보고 가야할 길에서 별을 놓쳐버리니까, 딴 곳으로 들어가게 되고, 딴 곳으로 들어간 결과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선을 세상에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세상은 우리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서 온갖 유혹의 손길로 우리에게 손짓합니다. 성탄절이 가까이오고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세상은 더욱 우리에게 유혹의 손짓을 할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마음을 더욱 단단히 먹고 신앙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하나님에게서 우리의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합니다.

동방박사들이 왕궁에서 나오자 바벨론에서부터 자신들을 인도하던 그 별이 다시금 나타났습니다. 그 별을 따라 갔더니 베들레헴 아기 예수님이 계신 집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헤롯 왕이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을 가르쳐 준 것이 아닙니다. 대제사장이나 서기관들이 아기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으로 그들을 인도한 것이 아닙니다. 대제사장이나 서기관들은 성경에 대한 지식을 정확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메시야가 태어나신다면 분명히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실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동방박사들을 아기 예수님께 인도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화려한 왕궁에 아기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소란하게 떠들고 화려한 것들로 우리의 마음을 빼앗으려 하는 세상의 문화 속에서 우리는 아기 예수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세상 권력을 상징하는 헤롯이 동방박사를 아기 예수님께로 인도하지 못하는 것는 것처럼, 세상은 우리에게 참된 생명을 줄 수도 없을뿐더러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하지 못합니다. 성경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던 대제사장과 서시관들이 동방박사를 아기 예수님께로 인도하지 못한 것처럼, 우리가 성경에 대해서 아무리 많이 알아도 그 지식이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기 예수님을 만나야 하는 것은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만나야 성공할 수 있고, 예수님을 만나야 인생이 편해지기 때문에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만왕의 왕이십니다. 우리의 생명을 구원하시는 구원자이십니다. 그 예수님을 만나야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이 주어집니다. 그 예수님을 만나는 것은 세상 그 무엇을 얻는 것보다 더 큰 축복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을 만난다는 것 - 세상에 이것보다 더 영광스런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옛날에는 일반 백성이 임금님을 한 번 만나본다는 것이 일생일대에 최고의 영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물며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부터 시작된 강림절(대강절)은 그 만왕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 만나기를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만나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나기를 열망하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세상으로 빼앗기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바로 가기만 하면 우리는 이번 성탄절에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을 얻게 될 것입니다. 만왕의 왕이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축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2009년 11월 29일 주일낮예배-강림절 첫째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