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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12-06 10:44

나에게 나이를 묻는다면 <12월 6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나에게 나이를 묻는다면?
본문 - 창세기 47:7-10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야곱만큼 험난한 생애를 살았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배속에 있을 때부터 쌍둥이 형 에서와 싸웠습니다.(창 25:22) 그리고 태어날 때에도 에서와 서로 먼저 태어나려고, 앞서 태어난 형의 발뒤꿈치를 붙잡고 태어났습니다. 태어날 때의 그런 모습이 야곱의 평생의 삶과 같았습니다.
부모님의 품 안에서 자랄 때까지 야곱은 별로 큰 어려움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나 형 에서로부터 떡과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사고, 또 아버지 이삭에게서 형 에서가 받아야 할 축복을 가로챈 다음부터는 인생이 뒤틀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워서 앞을 보지 못한 아버지로부터 형이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다음, 야곱은 20년 동안 타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자신이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동생 야곱이 가로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에서는 야곱을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창 27:41) 에서가 ‘야곱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것을 듣게 된 어머니 리브가가 사랑하는 아들 야곱을 야곱의 외삼촌이 살고 있는 밧단아람으로 피신을 보냅니다. 아들을 피신시킨 어머니 리브가나 죽여버리겠노라고 마음먹은 형이 무서워서 피난을 가야 하는 야곱이나, 둘 다 그 피난길이 그렇게 오래 걸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에서의 분노가 풀리면 곧 고향땅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밧단아람 외삼촌의 집에서 야곱은 20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외삼촌의 집에서 살았던 20년 동안은 야곱에게 결코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참 힘든 삶이었습니다.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면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일한 초반기 7년뿐이었습니다. 그는 20년 가운데 14년을 머슴살이하면서 보내야 했습니다. 아내 라헬을 얻기 위해서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죽도록 일만 했습니다. 7년 동안 고생고생하며 사랑하는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게 되었다고 좋아할 순간 외삼촌에게 속아 레아와 결혼하게 되고,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인 대가로 7년을 더 머슴살이해야 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14년 동안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한 것입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레아와 라헬 두 명의 아내를 얻었는데, 자매 사이인 이 두 아내 사이에 얼마나 질투가 많은지, 서로 남편을 차지하겠다고 온갖 권모술수를 다 꾸밉니다. 심지어는 남편으로부터 아들을 얻고 싶다고 자기의 몸종을 남편에게 빌려주어 아들을 낳게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서 결혼 13년 동안 얻은 자식이 아들 열 하나에 딸 하나까지 모두 열 두 명이나 되었습니다.
14년 동안은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머슴살이를 했고 나머지 6년 동안 품삯을 받으며 외삼촌의 양을 치는데, 야곱의 재산이 늘어나자 외삼촌과 외사촌 형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됩니다. 그 시기와 질투가 얼마나 컸던지, 6년을 견디지 못하고 밤중에 아내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몰래 도망쳐 나와야 했습니다.
안에서는 아내들 사이에 남편을 서로 독차지하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집 안에 가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지요, 또 밖에 나가면 처갓집 식구들의 질투의 눈초리 때문에 ‘눈칫밥’을 먹는 것처럼 가시방석 같지요.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이었는지 모릅니다.

밧단아람을 떠나 고향 땅으로 돌아가는 길도 험난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고향 땅이 가까워오자 20년 전 자기를 죽이겠다고 살기등등하던 그 형이 군사 400명을 이끌고 자신을 향하여 오고 있었습니다. 야곱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자기 가족들과 하란에서부터 이끌고 왔던 모든 가축들을 피신시키고, 자기 혼자 얍복강가에 남아서 밤새도록 천사와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형 에서와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까 이번에는 딸로 인해서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인 디나가 세겜 땅에 구경 갔다가 강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이 세겜 족속에게 복수를 하게 되었고, 그 일로 인해서 야곱의 가족은 주변 부족들로부터 미움을 사서 큰 전쟁을 치룰 뻔 했습니다.
세겜을 떠나 고향 땅으로 가던 길에서는 야곱이 가장 사랑하던 아내 라헬이 막내 베냐민을 낳다가 노중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한번은 큰아들 르우벤이 야곱의 첩인 빌하와 통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야곱에게 있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그렇게도 끔찍이 사랑하던 요셉이 짐승들에게 찢겨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입니다. 그 때 야곱이 얼마나 슬퍼했는지 성경은 이렇게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자기 옷을 찢고 굵은 베로 허리를 묶고 오래도록 그 아들을 위하여 애통하니, 그 모든 자녀가 위로하되 그가 그 위로를 받지 아니하여 가로되 ‘내가 슬퍼하며 음부에 내려 아들에게 가리라’ 하고 그 아비가 그를 위하여 울었더라.”(창37:34-35) 그렇지 않겠습니까? 외갓집 밧단아람에서 그렇게 멸시받고 미움 받으면서도 20년 동안이나 참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아내 라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라헬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그는 그 힘든 삶을 잘 극복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도 사랑하던 아내 라헬이 고향으로 오던 길에 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라헬이 낳은 첫 번째 아들인 요셉을 누구보다도 사랑했었습니다. 자기의 생명만큼이나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하는 아들 요셉이 들짐승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니, 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소식이었겠습니까? 이 때의 야곱의 마음은 정말 그 누구도 위로해 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다의 아들인 손자 ‘엘’과 ‘오난’도 장가들자마자 죽고 말았습니다.

야곱의 이야기를 모두 말 한다면 하룻밤을 꼬박 새워도 다 할 수 없을 만큼,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습니다.
그런 야곱에게 노년에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극심한 가뭄 때에 먹을 것을 구하러 애굽으로 내려갔던 자식들로부터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요셉이 살아 있고,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애굽의 총리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입니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야곱은 그 이야기를 믿지 못했습니다.(창 45:26) 사랑하는 아들이 짐승에게 찢겨 죽었다고 슬픔을 가슴에 묻어 놓은 지가 벌써 20여 년이나 지났습니다. 자다가도 사랑하는 아들 요셉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살아 있다니, 그것도 당시 세계를 주름잡던 강대국 애굽의 총리가 되어 있다니…. 정말 꿈과 같은 이야기 아닙니까?
믿지 못한 아버지에게 애굽에 갔다 왔던 아들들이 요셉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주고, 요셉이 아버지를 모시고 오라고 보내준 수레를 보고서야 요셉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요셉을 보겠다고 급하게 짐을 챙겨 애굽으로 내려왔습니다.

애굽에서 요셉을 만난 야곱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요셉을 본 순간 얼싸안고는 한없이 울었습니다.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들입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입니다. 그 아들을 만난 것입니다.

아버지를 만나 기쁨의 재회를 한 후 요셉은 바로 왕에게 아버지 야곱을 인사시켜드리기 위해서 아버지를 바로에게 모시고 갑니다.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흔적으로 얼굴에는 주름살이 가득했던 노파 야곱과 최고의 권력과 부귀를 누리고 있는 바로 왕이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게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의 내용입니다.

바로 왕을 만나 야곱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바로 왕을 축복해 주었습니다. 자신을 축복해주는 노파를 보니 그 얼굴에 얼마나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는지 다 쓰여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왕이 야곱에게 묻습니다. “네 연세가 얼마뇨?” “당신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습니까?”
나이를 묻는 물음에 야곱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 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한탄 섞인 말과도 같은 이 야곱의 대답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진리와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종종 누군가로부터 나이를 묻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아무 의미 없이 자신의 나이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나이를 이야기해주면서 자신의 인생이나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본문에서 야곱은 나이를 묻는 바로 왕에게 인생의 깊은 고난과 쓴 맛이 묻어나는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입니다. 결코 많은 나이는 아니지요.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나그네 세월에 비긴다면 많은 세월을 산 것이 아니랍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참 헌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여러분, 130살을 산 것이 적게 산 것입니까? 물론 요즘 나이와 야곱 시대의 나이와는 계산 방법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요즘에야 80-90세를 살아도 장수하셨다고 말할 수 있는데, 야곱 시대에는 요즘보다 훨씬 오래 살았습니다. 아브라함은 175세, 이삭은 180세, 야곱은 147세, 요셉은 110세까지 살았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그 시대에 태어나셨다면 아마 150살까지는 충분히 사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삶을 사느냐가 얼마나 오래 사느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야곱의 고백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 야곱은 지금까지 130년을 살았지만 결코 오래 산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 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물론 야곱은 조상인 아브라함이나 이삭에 비하면 오래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단순히 조상들에 비해 많이 산 것이 아니라는 의미만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130년을 살아왔지만, 그 시간들이 참 빠르게 지나가버렸다는 뜻입니다.
시편 90편에서 모세는 인생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 90:10) 모세는 인생의 세월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신속히 날아가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얼마나 빨리 가는지, 마치 독수리가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빨리 날아서 지나가는 것처럼, 인생도 그렇게 빨리 날아간다는 것입니다.

연세 드신 분에게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이 길었습니까? 짧았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인생은 빨리 지나간다’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렇게 빨리 지나가 버리는 인생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세월을 아끼라”(엡 5:16)고 말씀합니다. ‘아직도 내 살 날이 많이 남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성경의 표현대로 말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왜 사람들이 세월을 허비하는지 아십니까? 아직도 내 날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을 생각해 봅시다. 병원에서 “당신은 암 말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 달밖에 살지 못합니다.” 라는 선언을 들었다면, 그 사람이 마지막 주어진 그 한 달을 아무 의미 없이 허비하며 살 수 있겠습니까? 그는 남은 인생을 진지하게 살 것입니다. 뭔가 보람된 일,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려고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의 삶이 그래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의 삶을 (좀 어려운 말로 하면) “종말론적인 삶”이라고 말합니다. “종말론적인 삶”이라는 것은 늘 오늘을, 지금을 내 인생의 마지막처럼 사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주님이 오신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입니다. 내일이 있다고 자만하거나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늘 밖에 없는데 어떻게 게으르게 살 수 있습니까? 오늘 밖에 없는데 어떻게 그 짧은 시간을 헛된 곳에 허비할 수 있겠습니까?

‘세월이 빨리 간다’고 이야기하면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분도 계실 것입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나 어린아이일수록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왜요?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젊을 때에는 ‘왜 이렇게 빨리 시간이 안 가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말이 있잖아요? 20대에는 시간이 시속 20km 속도로 가고, 40대에는 40km로, 50대에는 50km로, 60대에는 60km로, 70대에는 70km로 간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내가 느끼기에 시간이 빨리 흘러가든지, 천천히 간다고 생각되든지 중요한 것은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은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인생을 마감 지으면서 이렇게 자신의 삶을 회고합니다. “관제와 같이 벌써 내가 부음이 되고 나의 떠날 기약이 가까웠도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딤후 4:6-8) 참 멋진 고백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고백은 나이가 많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산 사람은 언제나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모두 이런 멋진 고백을 할 수 있도록 오늘을 최선을 다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나이가 얼마입니까?” 라고 묻는 물음 앞에 야곱은 대답합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걸어왔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비긴다면 얼마 살지 못한 것입니다.” 야곱은 자신의 인생이 나그네였다고 말합니다. 비록 130년을 살아왔지만, 그건 모두 나그네 길이었을 뿐입니다.

성경은 우리네 인생을 나그네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나그네입니까?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얼마 동안 살든지 우리는 모두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나그네에게는 ‘내 것’에 대한 집착이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집이라 하더라도 언젠가 훌훌 털고 떠나가야 합니다. 경치가 아름다워 장관을 이루는 멋진 곳이라 하더라도 그곳에 천 년 만 년 살 수 없습니다. 금새 그곳을 떠나야 합니다.
누군가가 비유했던 것처럼, 지구는 여관방에 불과합니다. 나그네인 우리 인생은 짤막한 인생을 나그네로 살다가 지구라는 여관방을 비워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나이를 묻는 물음 앞에서 이런 인생의 진실함을 배워야 합니다. 시편 90편에서 모세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내 나이가 얼마인가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 인간은 지혜로워진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을 나그네라고 깨닫는 사람은 욕심에서 자유할 수 있습니다. 뭔가 내 것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우리 마음에 욕심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야고보 사도가 말씀한 것처럼, 그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게 되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이루게 됩니다.(약 1:15)

돈을 많이 벌겠다고 아등바등하며 살 필요가 없습니다. 좀 자유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신앙적으로 생각할 때에 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좀 더 부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신앙적인 부유함보다는 돈이 좀 더 넉넉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심지어는 신앙을 핑계 삶아 돈에 대한 욕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돈이 좀 더 많아지면 주님을 위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다. 많진 않지만 지금 주어진 것으로 조금씩 주님이 기뻐하시는 데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단언하건대 돈이 더 많아진다고 해도 주님을 위해서 더 좋은 일을 위해서 그것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돈이 적기 때문에 무슨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과 신앙이 부족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돈에 목말라 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나그네이기 때문에 오늘 내게 주어진 것으로 만족하며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천상병 시인을 아십니까? 그분은 욕심 없이 세상을 살다가 간 사람 가운데 한 분입니다. 비록 가난하게 살았지만, 마음만은 부자였습니다. 1967년 동백림 사건 때 누명을 쓰고 폐인이 될 정도로 극심한 고문을 받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엄청난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좋다. 참 좋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그의 그런 마음을 잘 담은 시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귀천(歸天)’이란 제목의 시입니다. 그는 이 시에서 세상살이를 ‘소풍’에 비유하였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아름다운 여행은 마음에 그리는 목적지가 있을 때에 가능합니다. 우리도 나그네입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소풍 나온 천진한 유치원 아이처럼 산다면,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인생길을 참 멋있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소풍 가는 사람처럼 산다면 더많이 욕심을 부릴 것도 없고, 싸우거나 다툴 일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야곱은 말합니다. “나그네길 인생이 험난하기 그지 없었노라”고. 인생을 오래 살면 살수록 험난한 인생을 살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가끔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합니다. “오래 살다보니 별꼴을 다 보겠네.”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맞는 말입니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게 된 것입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그런 꼴 보지 않아도 됩니다.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야곱이 지금 회상한 지난날의 험악한 삶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지난 날 130년 동안 살았던 세월들을 가만히 돌이켜보니, 사람 노릇하지 못하고 부끄러웠던 시간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야곱은 가나안에서 애굽까지 사랑하는 아들 요셉을 만나러 먼 길을 가면서 자신의 지난 130년 동안의 세월을 뒤돌아보았을 것입니다.
배고픈 형 에서를 꼬드겨서 떡과 팥죽 한 그릇으로 형의 장자권을 가로챈 것이며, 형이 아버지께 드릴 별미를 만들기 위해서 사냥을 하러간 사이에 어머니와 작당을 해서 아버지를 속이고 축복을 가로챈 것이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끄러운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밧단 아람에서는 자기가 좋은 양을 얻기 위해서 온갖 술수를 부렸습니다. 13명의 자식들 가운데 특별하게 요셉만을 사랑했다가, 결국 형제들의 시기 때문에 그 사랑하는 아들을 20년 이상 죽은 줄로만 알고 슬픔에 잠겨야 했던 일들이며, 모두가 부끄러운 일들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부끄러운 자기의 생애 속에 보이지 않게 흐르는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길입니다. 자신은 언제나 부끄럽게 살아왔는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자신을 꾸짖지 아니하시고 늘 보호해 주시고 인도해 주셨습니다.
형 에서를 피해서 외갓집으로 도망가던 첫날밤에 하나님께서 야곱의 꿈에 나타나셔서 “네가 어디를 가든지 내가 너를 지켜 주리라”고 약속해 주셨습니다.(창 28:15) 처갓집 식구들이 야곱을 시기해서 도저히 그곳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가 없게 되었을 때에도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너는 이제 이곳을 떠나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해 주셨습니다.(창 31:13) 에서가 군사 400명을 이끌고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할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던 야곱을 얍복강가에서 만나주신 분도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모든 일에 간섭하시고 도와주시고, 보호해 주셨습니다. 그건 야곱이 잘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여러분 창세기를 주의 깊게 읽어보세요. 야곱이 하나님 마음에 들도록 살았던 적이 얼마나 되나? 거의 없습니다. 야곱은 언제나 자기만을 위해서 살았습니다. 자기 욕심에 이끌려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야곱을 늘 사랑하셨고, 야곱의 든든한 보호자요 후원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여러분, 우리 하나님은 야곱만 지키시는 하나님이십니까? 야곱의 하나님은 오늘 우리의 하나님이요 나의 하나님이십시다. 내가 뭔가 하나님께 잘 해드려야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뭔가를 해드리기 이전에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시게 할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를 지켜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며 살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를 보호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런 하나님의 사랑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내기 위해서 늘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신앙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부족하고, 부끄러운 것이 많고, 죄악 투성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셨고, 지금도 나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언제나 기쁘고 행복합니다. 늘 웃으며 살 수 있습니다. 실수를 해도, 때로는 죄를 지어도, 때론 하나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허물이 있을지라도, 그것 때문에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럴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제 2009년 12월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달만 지나면 우리는 모두 나이를 한 살씩 더 먹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나이 앞에서 좀 더 진지하게 신앙을 깊이 성찰 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여러분, 바로 왕이 야곱에게 “당신이 연세가 얼마입니까?” 라고 물었듯이, 누군가가 여러분의 나이를 묻는다면 여러분은 무어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단순히 숫자만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뭔가 대답할 아름다운 신앙의 고백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9년 12월 6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