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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11-21 10:30

제자들의 기쁨, 예수님의 기쁨 <11월 21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제자들의 기쁨, 예수님의 기쁨
본문 - 누가복음 10:17-24

20세기 최고의 영성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헨리 나우웬(Henri J. M. Nowen, 1932-1996)은 우리가 누리는 기쁨에 두 종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차별화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다른 사람과 뭔가 다르다는 것 때문에 느끼는 기쁨입니다. 이런 차별화에서 오는 기쁨은 영웅이나 스타가 되었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 같은 것입니다. 여러분, 요즘 광저우 아시안게임 보는 기쁨이 솔솔하지요?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많이 땄는데, 제 가슴을 가장 찡하게 만들어준 것은 여자 수영의 정다래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서 인터뷰할 때였습니다. 19살의 어린 나이에 그 수없이 많은 힘든 과정을 겪고 난 후에 딴 금메달이라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우느라고 인터뷰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 때 정다래 선수의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쟁쟁한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1등을 했다는 기쁨의 눈물입니다. 이런 기쁨이 차별화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어떤 경기에서 이겼을 때 느끼는 기쁨, 승진했을 때 얻어지는 기쁨이 다 그런 것입니다. 이런 기쁨은 만들어진 것입니다. 내가 노력해서 얻어진 것에 대한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은 이런 차별화된 기쁨을 얻기를 원합니다. 수능 시험을 치루고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었다는 것 때문에 얻어지는 기쁨도, 또 그 점수로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서 내가 원하는 좋은 대학에 가게 되었을 때 얻어지는 기쁨도 모두 차별화에서 얻어지는 기쁨입니다. 신앙생활할 때에도 그런 차별화에서 얻어지는 기쁨을 누리려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누가복음 18장에 나오는 바리새인입니다. 그는 성전에 올라가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 세리와 같지 않고, 불의하고 죄를 지은 사람과도 같지 않음에 감사합니다.”

두 번째 기쁨은 연대감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다른 사람과 내가 같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앞에 말씀드린 정다래 선수가 울면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는 제 마음에도 진한 감동을 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녀가 우리와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저보다도 더 진한 감동을 느끼며 기뻐했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녀가 그 금메달을 따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저 막연하게 ‘그 자리에 설 때까지 참 많이 힘든 과정을 겪었겠구나’ 그렇게 생각할 뿐이지만, 그의 가족이나 그의 친구들, 또 다른 수영선수들은 제가 느낀 것보다 더 진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고, 저보다도 훨씬 기뻐했을 것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녀가 흘린 그 눈물에 연대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비단 우리나라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좀 더 크게 생각한다면 온 인류가 하나라는 것에서 느끼는 희열과 기쁨이 연대감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먹지 못하고 마실 물도 얻지 못해 굶어죽거나 병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연대감에서 오는 희열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좋은 일로 인해 기뻐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쁨이 연대감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그래서 저는 연대감에서 오는 기쁨을 ‘존재감에서 오는 기쁨’이라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본문에 기쁨이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옵니다. 가장 먼저는 제자들이 기뻐하며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으로부터 전도자로 파송을 받고 전도사역을 마친 후에 기쁨에 겨워하며 예수님께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아주 들뜬 마음으로 이렇게 예수님께 보고합니다. “주님, 주님의 이름이면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
여러분, 당시 제자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지금까지는 예수님의 제자로 예수님을 따라만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예수님께서 그들을 전도자로 파송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가서 복음을 전하는데,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하니까 귀신들이 벌벌 떨고, ‘귀신아 나가라!’고 외치니까 귀신들이 떠나갑니다. 이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제자들의 보고를 받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 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 제자들의 전도를 통해서 사탄의 권세가 꺾이는 것을 예수님께서 보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귀신들이 쫓겨나고 사탄의 권세가 꺾이는 것뿐만 아니라, 뱀과 전갈을 밟으며 원수의 모든 능력을 제어할 권능까지도 제자들에게 주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나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 제자들은 귀신들이 쫓겨나고 귀신에게 명령하면 귀신들이 벌벌 떠는 것을 보면서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이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것보다 더 짜릿한 경험을 평생 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건 별거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생각해 봅니다. 제자들은 전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귀신들이 벌벌 떨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 항복했다 것’만을 보고했습니다. 사실 그게 전도여행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본문 바로 앞인 10:1절 이하에 보면 예수님께서 70명의 전도대를 파송하시면서 그들에게 해 주신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평안을 선언하라. 병자들을 고쳐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라. 두로와 시돈보다 더 강퍅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쳐라. 그러면 그 말씀을 받아들인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말씀들을 제자들에게 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했다면, 그들이 경험한 것은 아주 놀라운 것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문안하고 예수님의 보내심을 받고 복음을 전하러 왔다고 하면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도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또 평안하기를 빌면 예수님의 말씀처럼 어떤 사람은 그 평안의 축복을 거절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기쁘게 그 평안의 축복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 묵을 방도 내 주었습니다. 자기들이 그런 대접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병자들을 만났을 때 기도해주면 병이 나았습니다. 이것 또한 놀라운 사건입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귀신들이 벌벌 떨고 귀신들이 항복하는 것만을 보고합니다. 아마도 제자들이 경험한 것 가운데 귀신들을 이기는 이 경험보다 더 놀라운 경험은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 전도대로 파송 받은 제자들이 경험한 것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경험이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신 가장 큰 이유가 무엇입니까?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서 제자들을 파송하셨습니까? 병자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치도록 하기 위해서 파송하셨습니까? 제자들을 파송하신 근본적인 목적은 그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70명의 제자들을 전도대로 파송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인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가장 먼저 외치신 말씀도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마가복음 1:15)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문 바로 앞인 10:9절에 보면 70명의 전도대를 파송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또 말하기를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에게 가까이 왔다 하라.” 그들이 가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요약한 말씀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이 경험한 가장 큰 기적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외칠 때 그 말씀을 듣고 회개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변화가 가장 놀라운 역사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귀신들이 쫓겨나고 귀신들이 벌벌 떠는 것을 최고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헨리 나우웬이 말한 차별화에서 온 기쁨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일을 했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실제로 당시 귀신을 쫓아내는 일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예수님이나 예수님의 제자들만 한 것도 아닙니다. 마태복음 12장에 보면 예수님과 바리새인들 사이에 귀신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귀신을 쫓아내시자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비난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이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힘으로 귀신을 쫓아낸 것이다.’ 이 말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졸개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꾸하십니다. “내가 바알세불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면 너희 아들들은 누구를 힘입어 쫓아내느냐?” 이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바리새인들 가운데서도 귀신을 쫓아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너희 아들들”이라는 말은 바리새인의 제자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바리새인들을 통칭한 말이기도 합니다. 바리새인을 통칭한 말이든 바리새인의 제자들을 가리킨 말이든, 예수님이나 예수님의 제자들 말고도 바리새인들 가운데서 귀신을 쫓아낸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이 전도하러 갔다 와서는 귀신을 쫓아냈다는 것 때문에 기뻐서 어찌할 줄 몰라 했습니다. 그 유명한 바리새인들이나 귀신을 쫓아내는 줄 알았는데, 자기들도 그 일을 했다는 것 때문에 기뻐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귀신을 쫓아내신 것을 본 적은 있었는데, 이제 자신들도 예수님처럼 귀신을 쫓아냈다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유명한 바리새인이나 예수님처럼, 자신들도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 때문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자신들도 했다는 ‘차별화에서 온 기쁨’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차별화에서 온 기쁨으로 기뻐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연대감에서 온 기쁨을 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진짜 기뻐해야 할 일은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소속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귀신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 이 말씀은 내 삶에 나타난 어떤 기적 같은 일이나 차별화된 일로 인해서 기뻐하지 말고, 본질적인 것으로 기쁨을 삼으라는 말씀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나라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하나님께 속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으로 기뻐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속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에는 어떤 현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었다는 것에는 어떤 외형적인 현상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하늘나라에 이름이 기록되었다는 어떤 증명서를 발급받은 것도 아닙니다. 하늘나라 주민등록증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손에 뭔가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기뻐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의 기쁨은 바로 그런 기쁨이여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어떤 현상으로 인한 기쁨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귀신이 내 앞에서 벌벌 떨고, 내 말 한마디에 귀신이 나가떨어지는 이런 경험적 현상은 결코 영원하지 않지 않습니다. 언제나 귀신이 내 앞에서 벌벌 떠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수제자라고 하는 베드로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예수님께서 대제사장에게 끌려가 심문 당하실 때에, 아무 힘도 없는 그 집의 계집종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너도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던 사람 아니냐?’는 말 한마디에 그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부인하고 말았습니다. 귀신을 쫓아내고 귀신을 벌벌 떨게 하던 그 위엄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귀신을 쫓아낼 때 느꼈던 희열과 감격을 그 때까지 갖고 있었다면, 그깟 계집종의 말 한마디에 그렇게 비참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은 결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그 어떤 신앙적 체험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신앙적 체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적 체험을 하는 것은 신앙생활하는데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신앙적 체험도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그 신앙적 체험을 잊어버리고 작은 계집종 앞에서 벌벌 떨며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할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름이 하늘나라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잊어버린다 하더라도 명확한 것이고, 영원한 것입니다. 우리의 지갑에 하늘나라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우리가 하늘나라 백성된 자격을 상실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이름을 하늘나라에 기록해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힘으로 하나님께서 하신 그 일을 거부하거나 없앨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하나님께서 하신 일은 분명합니다. 명확합니다. 하나님께서 하늘나라에 기록해놓으셨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것보다 더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고 말씀하시면서 예수님께서도 아주 기뻐하셨습니다. 본문 21절입니다. “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으로 기뻐하사.” 성령으로 기뻐하셨다는 말씀은 성령 안에서 기뻐하셨다는 말입니다. 귀신이 내어 쫓긴 그 기적 같은 현상 때문에 기뻐하신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소속되어 있다는 그것 때문에 기뻐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늘나라에 소속되어 있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으셨기 때문에 성령 안에서 기뻐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21-22절에 기록된 예수님의 기도 속에서 그 사실을 찾을 수 있습니다. 21-22절의 짧은 두 절의 기도문 속에 “아버지”라는 단어가 5번이나 언급됩니다. 심지어 하나님을 향하여 “내 아버지”라고 표현합니다.
예수님은 비록 이 땅에 살고 계시지만, 당신의 소속은 하늘나라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하늘나라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향하여 ‘내 아버지’라고 부르신 것입니다.

여러분,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내 아버지’라는 사실을 믿으십니까?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내 아버지가 되신 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십니까? 하늘의 하나님을 향하여 ‘아버지’라고 부르고 계십니까?
하나님께서 내 아버지시라면 나 역시 아버지가 계신 하늘나라에 소속된 사람입니다. 비록 죄악이 판을 치고 어둠의 세력이 득실거리는 이 땅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소속은 하나님께서 계신 하늘나라입니다. 하늘나라의 백성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는 엄청난 축복이 주어집니다. 하나님의 자녀에게는 ‘자녀됨의 권세’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한복음 1:12)

자녀된 권세를 가졌기 때문에 귀신을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힘으로 귀신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세상 권세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귀신을 벌벌 떨게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이 배웠다 하더라도, 말 한마디로 귀신을 쫓아낼 수 없습니다. 귀신을 쫓아낼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자녀된 권세밖에 없습니다. 귀신을 이기실 수 있는 분은 하나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권세를 우리에게 주셨기에 우리가 귀신을 이기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제자들이 귀신을 쫓아냈다고 기뻐한 것은 사실 그것보다 먼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귀신을 쫓아낼 수 있는 권세를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더 중요한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귀신을 쫓아낸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하늘나라의 백성이 되었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자녀됨의 권세를 가졌기에 귀신을 쫓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됨의 권세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녀됨의 권세 역시 일차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아버지가 되셨다고 하는 것이 가장 먼저이고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자녀됨의 권세는 그 다음입니다. 그 권세는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 권세를 누리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나의 아버지가 되신다는 그 사실입니다.
그것을 기쁨으로 삼는 사람은 권세 없는 자처럼 살아도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박국 선지자의 고백이 바로 그런 고백 아닙니까?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하박국 3:17-18)
그렇습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하며 사는 사람은 가진 것이 없어도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남들처럼 출세하지 못해도 기죽고 살지 않습니다. 시험을 잘못 치렀다고 나는 실패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들 보기에 떳떳한 직장에 다니지 못한다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때론 실수하고 넘어질지라도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조금 초라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고백하며 사는 사람들은 때로 환난이나 고통이 다가와도 자포자기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닥쳐와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사도행전 13장에 보면 복음을 전하다가 어려움을 당한 제자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도 바울과 바나바가 제1차 전도여행 중이었습니다. 함께 전도여행을 떠나왔던 마가 요한은 힘들다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비디시아 안디옥에 이르러 복음을 전하는데, 유대인들이 바울 일행을 대적하여 힘들게 했습니다. 심지어 귀부인들과 성내의 힘 있는 사람들을 선동하여 그들을 심하게 박해하여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쫓아내고 말았습니다. 마가 요한이 떠나감으로 인해서 전도여행이 힘들어졌습니다. 더군다나 유대인들의 박해로 너무너무 힘들었고, 결국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쫓겨나는 그들을 성경은 이렇게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기쁨과 성령이 충만하니라.”(사도행전 13:52)
상황으로 보면 기뻐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도에 동행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힘들다고 되돌아가버리고, 가는 곳마다 유대인들의 박해로 인해 복음전도가 쉽지 않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하나님을 향하여 왜 이렇게 힘든 일만 계속되느냐고 불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기뻐했습니다. 기쁨이 충만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런 힘든 상황을 초월한 믿음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을 성경은 ‘성령이 충만했다’고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기뻐하셨다’는 오늘 본문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늘의 하나님이 아버지이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더 아름다운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힘들고 어려움이 가득한 발걸음이지만,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주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혹 삶이 힘드십니까? 내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인생의 짐 때문에 쓰러질 것만 같습니까? 계획한 대로 풀려지지 않아서 밤잠을 설치고 괴로워하고 계십니까?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나를 향하여 빙그레 웃으시며 힘을 주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기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기뻐하셨던 바로 그 기쁨을 우리도 맛보며 살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의 삶이 힘들더라도 말입니다.

밥 호프(Bob Hope, 1903-2003)라는 미국의 ‘코미디의 제왕’라고 불리던 전설적인 코미디언이 있었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과, 우리나라 6.25전쟁, 월남전 등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수도 없이 많이 다닌 미국의 애국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에 관한 일화가 있습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전쟁에서 부상당하여 돌아온 군인들을 위한 대대적인 위문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는 밥 호프를 그 공연에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밥 호프는 너무 바쁜데다가 선약이 있어서 그 공연에 출연할 수가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밥 호프가 없는 위문 공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감독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위로해 주는 아주 중요한 자리에 당신이 꼭 필요하다.’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결국 밥 호프는 ‘5분 정도만 얼굴을 보이고 내려와도 좋다’는 조건으로 그 공연에 출연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공연 당일, 5분을 약속하고 무대에 올라간 밥 호프는 모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5분이 지났는데도 끝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20분, 30분이 넘는데도 그의 공연은 계속되고, 결국 40분 동안 공연을 하고서야 무대에게 내려왔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밥 호프가 그렇게 오랫동안 공연해 준 것이 고맙기도 할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밥 포프가 눈물을 흘리며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서 감독이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밥 호프는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앞줄에 있는 두 친구 때문입니다.”
공연장 맨 앞줄에는 상이군인 두 사람이 열심히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에서 한 사람은 오른팔을 잃었고, 다른 한 사람은 왼팔을 잃었습니다. 오른팔을 잃은 사람은 왼손을, 왼팔을 잃은 사람은 오른손을 사용해서 둘이 함께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서 밥 호프는 공연을 일찍 끝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두 사람은 나에게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 팔을 잃어버린 두 사람이 힘을 합하여 함께 기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된 기쁨을 배웠습니다.”

여러분, 한쪽 팔을 잃었다고 기쁨까지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것이 우리의 기쁨을 빼앗아갈 수 없습니다. 차별화에서 오는 기쁨, 상황에 오는 기쁨이라면 그것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대감에서 오는 기쁨, 하늘나라에 소속되어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를 수 있다는 것으로 인한 기쁨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 그 무엇이 그것을 빼앗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 안에서 기뻐하라.”(빌립보서 4:4) 그 기쁨만이 참된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 2010년 11월 21일 주일 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