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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12-18 19:34

성탄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12월 18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성탄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본문 - 마태복음 2:1-8

오래 전에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어떤 여름날, 런던 시 외곽에 있던 한 농가 곁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농가에 들려서 집주인에게 우산 하나만 빌릴 수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주인은 별 생각 없이 집에 있는 우산 중에서 가장 낡아빠진 우산 - 곧 망가질 것만 같은 그런 우산을 하나 빌려주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모시고 가는 주인인 듯한 여인에게 그 우산을 씌워주고는 그곳을 떠나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어떤 사람이 아주 예쁜 봉투에 담긴 편지와 함께 어제 그 집에서 빌려간 낡아빠진 우산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농부는 우산과 편지를 받아들고는 집 안으로 들어와서 편지를 뜯어보았습니다. 그 편지에는 “참 감사합니다.” 그렇게 쓰인 정중한 인사와 함께 그 편지의 맨 마지막에는, 어제 우산을 쓰고갔던 주인 여자의 싸인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 싸인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싸인이었습니다. 어제 농부에게서 우산을 빌려간 사람들은 여왕을 모시고 가던 사람들이었고, 자신의 낡아빠진 우산을 쓰고 간 사람은 다름 아닌 엘리자베스 여왕이었던 것입니다.
그 편지를 받아보고는 농부는 가슴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정성을 다해 그분을 집으로 모셔들여 비를 피하고 가시게 할 걸... 그분에게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우산을 드릴 걸….” 그러나 그렇게 후회해보아도 이미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오래 전 런던 교외에 있는 한 허름한 농가에서 여왕을 여왕으로 알아보지 못한 농부의 이 비극적인 실수와 똑같은 실수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팔레스틴 땅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만왕의 왕이시요 만주의 주이신 예수님께서 유대 땅에 오셨는데, 그분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진 사람들이 그분을 만나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오래 전부터 메시야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상 그렇게도 기다리던 메시야가 오셨음에도 그분을 만나지 못하고, 그분을 영접하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이 이제 한 주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2005년도 성탄절에 우리 가슴에 찾아오실 아기 예수님을 만날 준비를 얼마나 하고 계십니까? 교회당 주변에는 성탄 트리가 불을 밝히고 있고, 우리 찬양대에서는 성탄절 칸타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교육부서 등에서는 성탄 축하잔치를 위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마음에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2,000년 전 유대 땅에 오신 만왕의 왕이신 아기 예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그분을 만나 뵐 수 있는 축복의 기회를 놓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시대에 우리 곁에 가다오시는 주님을 만나지 못하는 불행한 신앙인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신앙으로 다시 한 번 결단하는 귀한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첫 번째 사람은 헤롯 왕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당시 유대 땅을 통치하고 있었던 헤롯 왕은 메시야가 유대 땅 - 자기가 통치하고 있는 바로 그 땅에 탄생하셨다는 소식을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동방박사들이 말하는 ‘유대인의 왕’은 보통 왕이 아닙니다. 구약성경에서 예언한 메시야입니다. 동방박사들은 메시야 탄생을 알리는 병을 보고 유대 땅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에 와서 그 나라의 최고 책임자인 헤롯왕에게 “만왕의 왕 - 구약성경에서 예언한 메시야가 태어나셨다는데 그분이 어디에 계십니까?” 그렇게 물어왔던 것입니다.

헤롯왕은 곧 모든 종교 지도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구약에서 약속한 메시야가 어디에서 태어나실 것이라고 예언되어 있는지를 묻습니다. 베들레헴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베들레헴을 향하여 떠나는 박사들을 가만히 불러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이 베들레헴에 가서 만왕의 왕으로 태어나신 분을 만나거든 내게도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그분께 경배를 드리려고 합니다.” 헤롯도 만왕의 왕으로 나신 분이 경배를 받으셔야 할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헤롯의 마음속에는 다른 음모가 숨어 있었습니다. 헤롯은 아기 예수님이 경배를 받으셔야 할 분임을 알았으면서도, 진심으로 그분께 경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헤롯의 마음에는 자신의 자리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의 왕은 나인데 나 말고 누가 감히 왕이 된단 말인가’ 그런 생각 때문에 만왕의 왕이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할 수가 없었습니다. 헤롯은 예수님에 대해서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왕의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경쟁의식이 헤롯을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그 경쟁의식이 헤롯으로 하여금 아기 예수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경배를 드리지 못하게 했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헤롯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예수님에 대한 경쟁의식 때문에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에 나가면 시간이 낭비된다고 생각합니다. 헌금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돈도 든다고 말합니다. 내 시간과 내 재물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 앞에서 교회나 예수님이 나와 경쟁상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쟁이 결국 예수님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헤롯은 그 경쟁심이 너무 강해서 예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베들레헴과 그 지경 안에 있는 두 살 아래의 모든 사내아이들을 무참히 죽이고 마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현대인들에게는 그런 끔찍한 일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교회에 다니지 않고 부인만 교회에 나오시는 분들 가운데는 그런 의식 때문에 힘들게 신앙생활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부인을 교회에 빼앗긴다고 생각하고, 예수님이나 교회를 경쟁상대로 의식해서, 교회에 나가는 부인을 핍박하고 교회에 열심하지 못하도록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교회에 나가는 것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교회에 다니는 분들 가운데도 헤롯과 같은 경쟁의식을 갖고 신앙생활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내 인생과 내 삶에 주인공으로 모시지 못하면 신앙생활하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주님과 내가 경쟁을 하게 됩니다. 주일 오전 예배에는 나옵니다. 그러나 다른 시간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일 예배 드려주는 것만으로도 주님께 많이 양보한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런 마음에 다음 주일이 성탄절인지 뭔지 내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평소 주일처럼 주일 예배 한 번 나와서 예배드리고 가면 내 할 일은 다 한 것처럼 생각됩니다. 특별히 예수님 생일이라고 해서 축하잔치를 한다거나 특별한 헌신을 한다는 것이 귀찮기만 합니다. 시간을 빼앗기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혹 우리 마음에 그런 생각이 있다면 과감하게 버리시기 바랍니다. 우리 위해 오신 주님입니다. 우리의 생명을 살리시기 위해 높은 영광의 보좌를 버려두고 낮고 천한 자리에 오신 주님입니다. 그 주님의 탄생을 감사하고 축하하는 귀한 성탄절이 아무런 감동이나 감각 없이 지나버리거나 경쟁관계처럼 생각된다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헤롯과 우리가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 혹 예수를 너무 열심히 믿으면 손해 볼 것 같다는 생각 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또는 예수 믿긴 믿어도 시간이나 재물을 주님을 위해서 양보(헌신)하지 못하고, 일주일에 단 한 번 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섬기는 데 방해가 되고 있습니까? 헤롯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내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하는 욕심과 경쟁심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게 만든 것처럼, 내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움켜쥐려고만 하는 욕심이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하지 못하게 하고 있고, 성탄에 우리를 찾아오신 주님을 영접하지 못하게 하고 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바라기는 이번 성탄절에는 신앙을 방해하고 하나님을 섬기는 데에 장애물이 되는 모든 욕심을 포기하고, 순수하고 깊은 마음으로 주님을 만나 뵐 수 있는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이 탄생하시던 첫 번 성탄절 때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던 두 번째 종류의 사람은 종교지도자들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대제사장과 백성의 서기관들’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당시 종교지도자들이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헤롯왕을 찾아와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그렇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헤롯은 당시 종교 지도자들인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어떻게 예언되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들은 미가서의 예언을 들어서 베들레헴이라는 곳에서 메시야가 탄생할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정말 정확하게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곳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동방박사들을 통해서 메시야가 지금 태어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아기 예수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 또 메시야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있었지, 그들이 직접 메시야를 만나지는 못한 불행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교회 다니지 않는 분들 가운데 전도하려고 하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보다 성경도 더 잘 알고 찬송도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잘 아는 데 정작 본인은 예수를 믿지도 않고 교회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이 탄생하던 그 시기에 있던 종교지도자들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여러분,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어쩌면 알기 때문에 더 죄가 무거울 수 있습니다. 야고보서 4:17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치 아니하면 죄니라.” 무슨 말씀입니까? 어떤 것이 선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알고 있는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죄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 믿지 않는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교회에 몇 년 다니다보면 성경에 대한 지식이나 기독교 교리에 대한 지식이 저절로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예수님이 인류의 구세주라는 것도 알고 있고,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도 알고 있고, 성경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아는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신앙이 머리에만 있지 가슴에는 없는 사람들입니다. 머리에는 성경이나 신앙에 대한 지식이 참 많은 데, 삶이나 행동에도 신앙의 모습은 없습니다. 성경에 대해서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교회 생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 교회에 나오는 사람에게 잘 알려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가슴에는 신앙의 감격이 없습니다. 자신의 삶에는 신앙적인 냄새도 없고, 신앙적인 삶의 모습이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짱구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머리는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그러나 그 머리를 따라갈 만한 가슴의 뜨거움이나 감격도 없고, 몸으로 실천하는 행동도 없습니다. 신앙생활한다고 하지만 곁에서 보기에는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베들레헴까지 찾아갈 발이 없었습니다. 탄생하신 메시야에게 선물을 드릴 손도 없었습니다. 그분께 경배하려는 - 동방박사들과 같은 벅찬 가슴도 없었습니다. 오직 머리밖에 없습니다. 그게 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의 비극이었습니다.

야고보서 2장에 보면 우리 시대에도 그런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고보서 2:19절에 보면 참 재미있는 말씀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네가 하나님은 한 분이신 줄을 믿느냐? 잘하는도다. 귀신들도 믿고 떠느니라.”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하나님은 한 분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구주라는 사실도 믿고 압니다.’ 그렇게 고백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고백으로 우리가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단이나 마귀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단도 하나님이 한 분이시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인류의 구세주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고, 또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단이나 마귀의 그런 믿음은 머리로만 믿는 지식적인 믿음입니다. 그러기에 그 믿음이 사단과 마귀를 구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이라고 한다면 마귀나 사단처럼 머리로만 믿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 인격을 통해서 하나님께 항복하고 하나님께 우리 자신을 드려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신앙입니다.
여러분, 신앙은 하나님께 항복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도 예배를 드리는데, 이 예배라는 것도 하나님께 항복하고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항복하지 않고 하나님께 우리 자신을 드리지 않고는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나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예수님도 알아야 합니다. 교회 생활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아는 것이 나로 하여금 하나님께 순종하고 항복하는 삶을 살게 하지 않는 한 그 아는 것은 우리의 신앙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머리만 키우는 ‘짱구 신앙인’이 되어갈 뿐입니다.
여러분, 머리만으로 신앙생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신앙생활은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과 발과 같이 구체적인 행동이나 삶이 함께 해야 합니다.
오늘 여기 모인 모든 믿음의 사람들은 머리로만 신앙생활하는 분들이 한 분도 없기를 바랍니다. 뜨거운 가슴과 열심 있는 행동, 헌신을 통하여 주님을 만나는 기쁨이 가득한 행복한 신앙으로 살아가시고, 그 가슴에 찾아오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세 번째로 만왕의 왕으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불행한 사람 가운데 하나는 마굿간 주인입니다. 누가복음 2:7절에 보면 “맏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당시 베들레헴에는 호적하라는 아구스도의 명령에 따라 호적하기 위해서 고향을 찾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여관에는 방마다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새해가 되면 새해 첫날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겠다고 동해안이나 남해안을 찾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동해안 바닷가에 7년 정도 있으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 동해안에는 여름 휴가철 이상으로 연말연시가 되면 숙박시설마다 초만원을 이루곤 합니다. 유명한 숙박 시설은 오래 전에 예약이 다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작은 여관 같은 곳에는 아예 예약을 할 수 없습니다. 당일에 오는 사람들에게 비싼 값을 받고 방을 빌려주기 위해서 여관 주인들이 아예 예약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데 이렇게 한번 생각해 봅시다. 만일 대통령이 새해맞이를 하기 위해서 그곳에 찾아간다면, 그래도 대통령을 위해서 내어드릴 방 하나가 없을까? 대통령이 오신다면 아마도 다른 사람이 예약한 것을 취소하고서라도 대통령을 위해 방을 마련하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호텔 주인들마다 서로 자기 호텔에 모시려고 난리가 날 것입니다.

그런데 2,000년 전 베들레헴에는 만왕의 왕으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맞을 여관방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만왕의 왕이 오셨는데, 그분을 맞을 방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다행히도 메시야를 잉태한 마리아와 요셉은 마음씨 좋은 사람이 마굿간이라도 빌어서 추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에 아기 예수가 탄생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그런데 왜 요셉과 마리아에게 마굿간을 빌려준 그 주인은 만왕의 왕이신 아기 예수님이 자기 집에서 태어나셨는데도 그분께 경배하지 못하고 왜 만나지 못했습니까?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가장 빨리 가장 쉽게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마굿간 주인 아닙니까? 그런데 그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늘에서는 천군천사의 찬양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멀리서 동방박사들이 찾아와서 경배하고 예물을 드립니다. 베들레헴 주변에서 양치기 하던 목자들도 찾아와서 경배를 드리고 갑니다. 그런데 왜 유독 가장 가까이에 있던 마굿간 주인은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겠습니까? 아마 예수님은 그 마굿간에 며칠 동안 머물러 있었을 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와 산모를 데리고 바로 먼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며칠 동안이나 자기 집에 구세주가 누워 계시는데도, 그리고 여러 사람이 메시야에게 경배하기 위해서 들락거렸는데도 마굿간 주인은 메시야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분께 경배 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빠서 그랬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정신이 팔려서 자기 마굿간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습니다. 마굿간 주인은 어느 누구보다도 메시야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에 있었음에도 너무 바빠서 정말로 중요하고 귀한 손님인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우리 주변에 먹고사는 문제에 너무 바빠서 가까이에 찾아오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일에 정신을 빼앗겨서 정작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때문에 더 중요한 자신의 영혼과 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 좀더 좋은 것을 소유하고 좀더 넉넉하게 먹고살겠다고 아무리 많이 돈을 벌고 긁어모아도, 영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참으로 불쌍한 사람입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예수 믿을 시간이나 기회를 놓쳐버리고, 구원받을 만한 때가 되었는데도 그 때를 뒤로 미뤄놓는다면, 그 사람은 마굿간 주인과 다름없는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6월 나치 독일에게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다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세계 정복의 야망을 꿈꾸고 있던 히틀러가 가장 신임하던 장군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명장 ‘롬멜(Erwin Johannes Eugen Rommel) 장군’입니다. 롬멜 장군은 독일이 유럽과 전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서 프랑스를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 남부 해안을 지키고 그 지역을 요새화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5월 말쯤, 며칠 간 그곳 날씨가 좋지 않았습니다.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작전을 전개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룸멜 장군은 며칠 간 좀 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6월 6일이 아내의 생일이고 해서 롬멜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독일 베를린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의 생일 다음 날 새벽 룸멜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룸멜 장군이 없는 독일군은 연합군의 공격에 무참히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룸멜 장군이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베를린으로 돌아간 것이 결국 독일에게 결정적으로 패배를 안겨다주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작은 일 때문에 중대한 것을 놓치고 실수를 하는 경우가 역사 속에서 종종 일어났습니다. 물론 먹고살기 위해서는 땀 흘려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더 중요한 영혼의 문제를 외면하고 영혼이 피폐해 진다면 그보다 더 불행한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6:31-33) 정작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힘써야 할 것은 먹고 마시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올바른 영혼으로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혹 우리도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로 인한 염려 때문에 주님을 위한 열심이 사라져가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봉사해야 할 때에 봉사하지 못하고,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헌신해야 할 시간에 헌신하지 못하고,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하나님께 드려야 할 것을 드리지 못하는 우리의 신앙은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매여 살면 평생가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종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처럼 먹고사는 문제는 하나님께 다 맡겨버리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추구하는 보다 큰 마음으로, 보다 큰 신앙으로 살면 우리의 영혼은 날마다 풍요로워지고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오늘 말씀드린 사람들처럼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축원합니다.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주님을 영접하지 못한 헤롯처럼 열심히 신앙생활하면 무언가 내가 손해 볼 것만 같아 하나님께 전적으로 헌신하지 못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 것은 다 알면서도 정작 행동과 삶으로 옮기지 못해서 메시야를 만나지 못한 종교지도자들처럼 머리로만 신앙생활하지 마시고 가슴속에는 구원의 감격을 안고, 행동으로 살아있는 신앙을 살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굿간 주인처럼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황, 가장 좋은 조건인데도 먹고사는 현실적인 문제에 정신 팔려서 가까이에 찾아오신 주님을 만나지 못하는 비극 주인공이 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가오는 이번 성탄절에는 이기심과 욕심, 머리만의 신앙, 먹고사는 문제, 이런 것을 다 떠나서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주님을 만나는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함께하시기를 축원합니다.

<2005년 12월 18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