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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07-30 10:30

이웃이 보이십니까? <7월 30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이웃이 보이십니까?
본문 - 누가복음 10:25-37

1997년 2월 일본의 국회예산 심의 위원회 회의실에서 질문에 나선 한 국회의원이 질문 대신 다른 국회의원들 앞에서 책 한 권을 읽어주었습니다. 그 책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국회의원들은 눈물을 훌쩍이더니, 그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는 온 회의실이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책은 일본인 작가 ‘구리 료헤이’가 쓴 “우동 한 그릇”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섣달 그믐날 저녁, 부부가 운영하는 ‘북해정’이라는 작은 우동집이 문을 닫으려는 즈음에 아주 남루한 차림새를 한 세 모자(母子)가 들어옵니다. 2번 테이블에 앉은 세 모자는 “죄송합니다만, 우동 1인분만 시켜도 될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안주인은 “물론 됩니다.”라고 말하고는 주방을 향해 “우동 1인분이요!”라고 소리칩니다. 그러자 주방에 있던 본 주인은 1인분 반을 끓여 냅니다. 물론 1인분이라고 하고 말입니다. 세 모자가 그 우동을 맛있게 먹고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우동집을 나서자, 주인 부부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다시 한 해가 흘러 또 다시 섣달 그믐날이 되었습니다. 역시 문을 닫으려고 할 때쯤에 그 세 모자가 우동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역시 우동 1인분만 시킵니다. 그 모자를 지난해와 똑같이 2번 테이블에 안내한 후 안주인은 주방으로 달려가 ‘3인분을 끓여 주면 어떻겠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주인양반은 ‘3인분을 주면 그들이 알아차리고 오히려 민망해질 것’이라며 1인분 만만 끓여 줍니다. 그 가난한 모자는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섣달 그믐날에 우동 한 그릇 먹는 것이 정말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다시 한 해가 흘렀습니다. 우동 값이 올랐지만 섣달 그믐날 밤 10시가 되자 주인은 우동 값을 지난해와 같은 값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2번 테이블에다 “예약석”이라는 종이 푯말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날 밤 10시 반 쯤에 역시 그 모자가 다시금 그 우동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2번 테이블에 앉아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얘들아, 고맙구나. 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졌던 빚도 이제 다 갚았구나. 큰 얘 네가 신문배달을 하며 도와주었고, 둘째가 살림을 도맡아 해 주어서 나도 밖에 나가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었단다.” 그러자 큰 아들이 대답합니다. “엄마, 너무 다행이에요. 지난주 동생이 ‘우동 한 그릇’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상을 받았어요. 12월 31일이 되면 우리 식구가 함께 먹은 그 우동 한 그릇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고, 주인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해 주신 말씀이 꼭 ‘힘내세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라는 말로 들렸어요. 그래서 자기도 그렇게 손님에게 힘을 주는 음식점 주인이 되겠다고 썼어요.”
그 다음해에도 북해정이라는 우동집의 2번 테이블에는 ‘예약석’이라는 푯말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세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십 수 년이 흘렀지만 세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북해정 우동집은 번창해서 깨끗이 내부 수리도 했고, 테이블도 새 것으로 다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그 2번 테이블 만은 새것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고, 12월 31일 저녁만 되면 여전히 그 2번 테이블 위에는 ‘예약석’이라는 푯말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섣달 그믐날 저녁 10시 반 경에 문을 닫으려 하는데 정장 차림을 한 두 청년과 나이 들어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북해정 우동집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우동 3인분을 시켜도 될까요?” 주인 부부는 그 청년들이 남루한 옷을 입고 섣달 그믐날 저녁 10시 반에 찾아와 우동 1인분을 시켜 먹던 그들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된 그들은 그 동안 여기 북해정에서 먹던 우동 한 그릇이 자신들에게 큰 희망이 되었고, 한 아이는 의사가 되었고, 다른 아이는 은행에 취직을 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 저희 세 식구는 저희 일생에 가장 사치스러운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북해정에서 우동 3인분을 시키는 일 말입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던 주인 부부는 그들을 위해 오랫동안 12월 31일만 되면 ‘예약석’으로 비워놓았던 2번 테이블로 그들을 안내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동화이지만 동화 같지 않고 우리 이웃 누군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같이 감동을 줍니다. 우동 한 그릇과 같은 진한 감동의 이야기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짧지만 진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 유대인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났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까지는 36km정도 되는 그리 멀지 않았는 길이지만, 예루살렘은 해발 760m나 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고, 여리고는 해수면보다 250m나 아래에 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주변에 바위들이 많아서 도적이나 강도들이 자주 출현하는 곳입니다.
바로 그 길을 가다가 유대인 하나가 강도를 만났습니다. 가진 것 다 빼앗기고 거반 죽을 만큼 맞고서 길에 버려졌습니다. 옷까지 빼앗기고 죽게 될 정도로 매를 맞은 그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이 위태로웠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제사장이 그 길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사장은 거의 죽게 된 그 사람을 못 본체 하고 지나쳤습니다. 뒤 이어 레위인도 그 곳을 지나가게 되었지만, 그 역시 강도 만난 사람을 피하여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한 사마리아인이 그 길을 가다가 강도 만난 그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나 거의 죽게 된 그 사람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름과 포도주로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자신이 타고 왔던 나귀에 그 사람을 태워서 가까운 여관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여관 주인에게 그 사람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를 치료하면서 드는 비용을 나중에 지불하겠다고 약속하고서 자기 길을 갔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위험을 무릅쓰고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은 강도들이 자주 출현합니다.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주려가다 오히려 자신이 강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 만난 사람을 보자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그을 보살펴 줍니다. 상처를 치료해주고 자신의 나귀에 태워 주막까지 데리고 갑니다.

여러분, 진정한 도움은 내가 넉넉하기 때문에 돕는 것이 아닙니다. 부족하지만 부족한 중에서도 어려운 사람을 보면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돕는 것입니다. 안전하거나 평안하기 때문에 돕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라고 불쌍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에서 돕는 것입니다. 그게 진정한 도움입니다.
지난 두 주 동안 강원도와 경기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홍수 피해를 당한 후에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다시 비가 쏟아져서 삶의 희망조차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첫 번째 홍수가 났을 때 이런 뉴스가 우리를 감동케 했습니다.
지난 15일 강원도 인제의 한 마을에 3m높이의 집채만 한 파도가 마을 40여 가구를 집어삼키고 말았습니다. 마을 주민 몇 사람이 마을 회관 옥상에 올라가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구조 헬기는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그 주변에서 중국 등산을 위해 훈련을 하고 있던 8명의 전문산악인들이 가지고 있던 로프를 이용해서 그들을 구조해 주었습니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한 후에 그들이 있던 마을 회관은 거대한 물줄기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참으로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들은 곧 이어서 다른 곳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하나 하나 구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물줄기를 헤치며 생과 사를 넘나드는 4시간의 사투 끝에 그들은 50여명의 주민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50명의 주민을 구한 전문산악인들은 고맙다며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주민들의 간청도 뿌리친 채 서울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수해지역인 강원도에서 국회의원과 몇몇 정치인이 골프를 친 일이 있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위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도 하겠다던 정치인들이 너무나도 어이없는 짓을 했던 것입니다. 또 충청북도 어느 군수는 모두가 홍수 피해 복구 작업에 정신이 없을 때에 노래주점에 가서 술을 마시며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런 국회의원이나 군수에 비하면 목숨을 걸고 몇 시간씩 주민들을 구한 산악인들,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주민들의 호의도 뿌리친 채 갈 길을 갔던 그들은 어쩌면 오늘날 우리 시대의 선한 사마리아 사람들입니다.

여러분, 삶이 힘드십니까? 힘들 때일수록 나보다 더 힘들고 고통 가운데 괴로워하는 이웃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주님이 가지셨던 사랑의 마음으로 잠시만 쳐다보시기 바랍니다. 내 힘든 삶보다도 더 힘들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우리가 그들에게 베풀었던 그 작은 사랑을 주님은 영원히 기억하실 것입니다.
마지막 주님의 재림 때에 주님께서는 오른 쪽에 있는 양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마 25:35-36) 그 때 그들이 대답합니다. “주님, 언제 우리가 주님을 그렇게 공궤하였습니까?” 주님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들에게 대답하십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돌볼 수 있는 작은 자 하나에게 사랑의 마음으로 베풀고 도와준 그것이 바로 주님을 섬기는 것이고, 주님은 그것을 영원히 기억하십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내가 지금 작지만 작은 사랑을 베풀 수 있을 때에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시기 바랍니다. 지금 내 가까이에 있는 그 이웃에게 내민 내 사랑의 손을 주님이 기억하십니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힘들다고 이웃을 향해 폈던 사랑의 손을 거두어들인다면 우리는 영원히 다시금 그 팔을 뻗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힘들다고 어려운 이웃을 향한 사랑의 마음까지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영원히 주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두 번째 이유는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을 싫어했습니다. 남 유다가 멸망한 이후 바벨론이 정책적으로 사마리아 지역에 이방 사람들을 강제로 이주시켰습니다. 이방인들과 뒤섞여 살면서 사마리아 지역에 살고 있던 유대인과 이방인들 사이에 결혼하는 일들이 생겼고,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순수한 혈통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방인의 피가 섞었다는 이유로 사마리아 사람들을 이방인보다 더 미워했습니다. 멸시했고 상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을 만나면 부정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마리아 사람은 자기들을 그렇게도 미워하고 멸시하며 상종조차 하지 않았던 바로 그 유대인에게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이런 사마리아 사람의 사랑은 위대하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사마리아 사람이 베푼 사랑은 마치 하나님의 사랑과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에, 그래서 하나님과 원수로 있을 때에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주셨습니다. 그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대신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하심으로 우리를 죄에서 건져내시고, 당신의 자녀를 삼으사 우리로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 때 우리는 주님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죄에 빠져 죄 중에 헤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우리를 위해서 하나님께서 가장 크고 고귀한 사랑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 사랑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그 사랑을 받은 우리는 지금도 그런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내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내 도움을 필요로 한 그 사람이 나에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이든, 나에게 큰 상처를 주거나 손해를 입힌 사람이라 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도와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 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마 5:46-47) 예수의 제자인 우리들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면 예수의 제자인 우리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죄악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세상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입니다.
심지어 강아지들도 누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다 압니다. 집에서 강아지를 키워도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는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재롱을 피우지만, 자기를 귀찮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꼬리를 내립니다. 강아지들도 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면 우리도 강아지나 다름이 없습니다.

강아지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드리겠습니다.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시는 분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이나 조깅을 해서는 안 된답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다가 강아지보다 빨리 가지 못하면 ‘개보다 못한 사람’이 되고요, 강아지와 같이 가면 ‘개와 똑같은 사람’이 되고, 강아지보다 더 빨리 가면 ‘개보다 더 한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마리아 사람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멸시하는 유대인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와주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삶으로 보여준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세 번째 이유는 끝까지 책임지는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강도 만난 사람을 본 사마리아 사람은 정성을 다해 그를 치료해 줍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를 자기 나귀에 타우고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데나리온 둘을 주면서 주막 주인에게 자기 일을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이 사마리아 사람은 지금 여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사업 때문에 여행을 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서 여행을 하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행 중에 있었고, 여행 도중에 강도 만난 그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강도 만난 그 사람 때문에 여행하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정성껏 보살펴 준 후에 그는 자기의 계획대로 여행의 길을 계속 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계획했던 여행이 끝나고 돌아올 때에 강도 만난 사람을 치료하거나 보살펴 줄 때 들어간 경비를 자신이 책임질 테니 잘 돌봐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의 상처를 싸매주고 보살펴 줄 사람이 있는 주막까지 데리고 온 것만으로도 그는 아주 좋은 일을 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치고 실천해야 할 제사장과 레위인들도 그를 못 본 체 하고 피해 가버렸지 않습니까? 그러니 동족도 아닌 사마리아 사람, 그것도 유대인들로부터 멸시당하고 설움당한 사마리아 사람이 그냥 지나간들 아무도 그를 향해 못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처를 싸매주고 주막까지 데리고 간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일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마리아 사람의 사랑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계속해서 돌봐줄 수 없으니 주막 주인에게 그를 맡기고 자기의 길을 계속 갔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와서 치료해 준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말합니다.

사마리아 사람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1회성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사랑입니다. 끝까지 책임지는 사랑입니다. 이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수해로 고통당한 우리 이웃들을 위해 헌금을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1회성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1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헌금은 오늘 하루 한 번 할찌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직접 수해 현장까지 가서 우리의 몸으로 봉사하면 좋겠지만 우리의 사정이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습니다. 사마리아 사람도 여행을 계속했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할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시며 가슴 아파하실 우리 주님의 마음으로 우리의 사랑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그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지난 1월에는 폭설로 고통당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한 주 헌금을 하고, 예배당이 무너진 군산의 한 교회를 찾아가 우리의 사랑을 전달했습니다. 피해당한 것에 비하면 우리 교회가 전달한 것이 크지는 않지만 그것을 받아든 목사님 내외분과 장로님이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모릅니다. 교회들이 관심 갖고 헌금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다는 것에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폭설로 피해를 당하거나 홍수나 태풍으로 피해를 당할 때 정부의 보조가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가옥이 피해를 당했거나 논밭이 피해를 당하면 충분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보조가 어느 정도 나옵니다. 그러나 교회당이 피해를 당하면 아무리 큰 피해를 당해도 정부에서 보조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교회는 너희 교회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폭설이나 홍수, 또는 태풍에 피해를 당하는 교회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 있는 교회들입니다. 농어촌의 미자립교회들, 제대로 된 건물도 갖추지 못하고 가건물이나 조립식으로 지은 교회들이 큰 피해를 봅니다. 그래서 그런 교회들은 피해를 당해도 우리가 돕지 않으면 일어설 힘이 없습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지극히 작은 자 하나”가 바로 그런 교회일수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는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묻는 어떤 율법사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이야기를 마치시고는 이렇게 질문하십니다. “누가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겠느냐?” 율법사는 대답합니다.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는 말씀은 ‘누가 이웃인지 찾지 말고, 너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거든 그가 누구인지 따져 묻지 말고 네가 그의 선한 이웃이 되어 주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우리 주변의 힘들고 어려운 사람에게 선한 이웃이 되어 주기를 원하십니다. 우리 교회가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선한 이웃이 되어주길 원하셔서 우리 교회를 세워주셨습니다.
“좋은 친구를 원하거든 네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 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먼저 친구와 이웃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여러분, 좋은 친구와 좋은 이웃을 찾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녀 보세요.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좋은 친구 좋은 이웃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좋은 친구 좋은 이웃이 되어주려고 나가면 사방에 내 친구와 이웃들이 있습니다.

좋은 이웃이 되어주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초의 여유’라는 글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면서 오늘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닫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3초만 기다리세요. 정말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출발 신호가 떨어졌는데 앞차가 서 있어도 경적을 울리지 말고 3초만 기다려 주세요. 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는지 모르니까요.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3초만 서서 기다려 주세요. 그 사람 아내나 아이가 정말 아플지도 모르니까요.
친구와 헤어질 때 그의 뒷모습을 3초만 보고 있어 주세요. 혹시 그 놈이 가다가 뒤돌아 봤을 때 웃어줄 수 있도록.
길을 가다가 아니면 뉴스에서 불행을 맞은 사람을 보면 잠시 눈을 감고 3초만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그리할 것이니까요.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때에라도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내가 화낼 일이 정말 보잘 것 없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세요.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다 한 아이와 눈이 마주 쳤을 때 3초만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세요. 그 아이가 크면 분명 내 아이에게도 그리 할 테니까요.
죄 짓고 감옥 가는 사람을 볼 때 욕하기 전 3초만 생각해보세요. ‘내가 그 사람의 환경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고요.”
그렇습니다. 3초면 내가 누군가의 좋은 이웃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눈에는 나의 작은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내 이웃이 보이십니까? 우리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때로 그들 중에는 오늘 본문에 나오는 강도를 만나 거의 죽게 된 지경 빠진 사람처럼 정말 간절하게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내가 섬기고 도울 이웃이 보일 것입니다.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움에 빠져 있는 이웃이 말입니다. 사마리아 사람처럼 조건을 따지지 않고 주님의 사랑으로 그들에게 우리의 팔을 뻗어 주의 사랑을 나누고 전하는 사랑의 사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2006년 7월 30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