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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10-29 10:36

십자가 신앙으로 산다는 것 <10월 29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십자가 신앙으로 산다는 것
본문- 고린도전서 1:22-25

여러분, ‘러닝머신’이라는 운동기구를 아시지요? 밖에 나가 운동할 시간이 없다거나 밖에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집 안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운동기구입니다. 저는 러닝머신 위에서 뛰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만, 가끔 텔레비전에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비쳐질 때 ‘신앙생활이 마치 저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운동하는 사람이 시속 5km 속도로 달리기를 하고 싶으면 러닝머신을 시속 5km로 맞춰놓습니다. 그러면 러닝머신은 시속 5km라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입니다. 그러면 그 위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그 기계에 맞춰서 시속 5km 속도로 계속 달려야 합니다. 그 기계의 속도보다 빨리 달려서도 안 되고, 그 속도보다 늦게 달려서도 안 됩니다. 좀 더 빨리 달리고 싶다면 시속 10km로 맞춰놓으면 됩니다. 그러면 그 위에서 달리는 사람 역시 시속 10km로 계속 달려합니다. 기계는 10km로 맞춰놓고 달리기는 5km속도로 달리면 안 됩니다. 러닝머신의 벨트가 돌아가는 속도와 뛰는 속도가 같아야 합니다.

우리 신앙도 하나님께서 맞춰놓으신 시간과 속도에 맞게 앞을 향해서 계속 달려가야 합니다. 물론 신앙은 앞만 보며 무조건 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사도 바울이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 4:7)라고 고백한 것처럼, 우리는 믿음의 법칙을 따라 달려가야 합니다. 방향 없이 달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달려가야 할 분명한 결승점이 있습니다. 그 결승점을 통과할 때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빌 3:14)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부르심의 상을 얻는 자리에까지 믿음을 지키며 계속해서 달려가는 그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그것을 사도 바울은 또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엡 4:13)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끊임없이 자라가야 합니다. 신앙은 자라가는 것입니다. 제자리에 멈춰 설 수가 없습니다. 벨트가 계속해서 돌아가는 러닝머신 위에서 멈춰 설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믿음이 성장하지 못하고 멈춰서거나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신앙생활을 하던 어느 순간엔가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앞을 향해 달려가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때론 오히려 신앙이 퇴보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을 향해서 끊임없이 전진하고 달려가야 할 우리의 믿음이 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합니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신앙을 내 생각 속에 가두어 두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름대로 ‘신앙이란 이런 거야’ ‘신앙인은 이렇게 해야 돼, 이정도면 충분해!’라고 생각합니다. 때론 그런 생각이 우리의 신앙을 나태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론 그런 생각이 우리의 신앙생활에 커다란 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을 향해 전진해 가야 할 우리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무거운 짐 때문에 자꾸만 주저앉고 싶어져서 퇴보해 가기도 합니다.

성경은 우리의 신앙이 주님을 닮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믿음이란 주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가신 길을 묵묵히 따라가는 것이 신앙인의 길입니다. 주님께서 가신 길이 어떤 길입니까? 그 길이 바로 십자가의 길입니다. 우리의 신앙에서 십자가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십자가를 지지 않는 사람은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눅 9:23)
그렇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가야 합니다. 십자가를 지지 않고는 주님의 뒤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져야 할 십자가, 그리고 주님께서 내 죄를 대신해서 지고 골고다 언덕까지 올라가 그 위에서 죽임 당하신 그 십자가를 외면한 채 살아갑니다. 힘든 십자가 대신에 우리는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서 십자가 대신에 추구하는 두 가지 유혹이 있음을 말씀하고 있는데, 하나는 표적이고 다른 하나는 지혜입니다. 신앙생활에서 표적과 지혜는 중요한 신앙의 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십자가를 외면한 표적과 십자가 없는 지혜는 우리의 신앙을 잘못 가게 만드는 요소가 될 뿐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신앙은 십자가 신앙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 중심에는 언제나 십자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왜 우리의 신앙이 때때로 중심을 잃고 바람 부는 대로 이리 저리 요동하게 되는지 아십니까? 우리 신앙과 신앙의 삶에서 십자가를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고, 십자가를 지지 않고 편안하게 신앙생활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길에서 십자가를 치워버린다면 우리는 더 이상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왜 많은 신앙인들이 십자가 없는 삶을 살려 합니까? 그 길이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십자가의 길이 결코 쉬운 길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그 길이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만은 또한 아닙니다. 왜냐하면 십자가의 길은 나 홀로 가는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갈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힘을 주십니다. 반드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를 때에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십자가를 질 수 있도록 새 힘을 공급해 주십니다. 나 홀로 십자가를 진다고 생각하니까 그 길이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워 차라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십자가를 피해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십자가를 지고 갈 때에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려 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십자가 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의지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22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그렇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기적을 좋아했습니다. 기적이 일어나야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살아 계실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까? 어느 때에는 5,000명이나 되는 큰 무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도 했고,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니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녔는지 아십니까? 너무너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메시야라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적을 보기 위해서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다.

요한복음 6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어린 아이가 가지고 있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이야기의 결론에서 성경은 이렇게 당시의 상황을 증언해 줍니다. “그 사람들이 예수의 행하신 이 표적을 보고 말하되 이는 참으로 세상에 오실 그 선지자라 하더라.”(요 6:14) 기적을 보고서 메시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신앙이었느냐? 그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이런 표적을 보고서 예수님을 억지로 임금 삼으려고 했습니다.
뭔가 눈에 보이는 표적과 이적이 나타나니까, 이런 분이 우리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표적과 이적이 가장 크게 보입니다. 그런 표적이 나타나지 않으면 메시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표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한 번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당신이 메시야라는 표적을 우리에게 보여 달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표적을 보여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표적을 구하나 선지자 요나의 표적 밖에는 보일 표적이 없느니라.”(마 12:39) 표적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악하고 음란한 세대”라고 책망하셨습니다. 믿음이 없는 악한 세대이기에 표적을 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악하고 음란한 세대에 보여줄 표적은 십자가에서 죽으심과 부활 밖에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 달리셨을 때에도 십자가 아래 있던 사람들이 이렇게 조롱합니다. “당신이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라면 지금 당장 십자가에 뛰어내려 와라. 그러면 당신이 메시야임을 믿겠다.” 자기들 눈앞에서 이적과 표적을 보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더 이상 표적을 보여주시지 않았습니다. 대신 묵묵히 십자가를 지셨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혹 유대인들처럼, 서기관이나 바리새인들처럼 표적을 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뭔가 내 눈에 보여져야만 믿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의 제자 도마는 사람들로부터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요 20:25)고 말합니다. 주님은 그런 도마에게 “믿음이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혹 우리도 예수님께서 책망하신 것처럼 표적으로 구하고, 눈에 보여야만 믿겠다고 하는 ‘믿음 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의 신앙은 못 자국에 손가락을 넣어보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주님이 지신 십자가를 바라보고 그 십자가를 짐으로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노라.”(갈 6:17)고 고백한 사도 바울과 같은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신앙인들 가운데는 지혜를 얻는 것에서 더 큰 만족을 얻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법 오래 신앙생활을 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입니다. 말씀을 읽어도, 말씀을 들어도 새로운 정보를 얻지 못하면 만족하지 못합니다. ‘지적인 만족’을 얻고, 그것으로 신앙생활의 기쁨을 삼습니다. 그리고 그게 신앙생활을 품위 있게 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오늘 본문 22절에 “헬라인은 지혜를 찾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헬라 사람들은 지혜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헬라에서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인 철학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지적인 만족을 얻는다고 하면 모든 것을 투자해서라고 그것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철인 정치’라고 해서 지적으로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정치이론까지 있었습니다.

헬라 사람들이 얼마나 지적인 만족을 얻고 싶어 했나 하는 것이 성경에도 나와 있습니다.
요한복음 12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 때 유월절을 지내러 온 사람 중에 헬라 사람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이 빌립을 통하여 예수를 만나고자 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그들은 헬라에서 온 대사들로, 예수를 헬라의 왕으로 모시고 가고 싶어 예수님을 만나려고 온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지혜롭게 말씀하시고, 예수님의 지혜가 소문나자, 그런 지혜를 가지신 분이라면 우리의 왕이 되실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는다.”는 것은 예수님 자신이 십자가에서 죽으실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지혜를 찾는 헬라인에도 예수님은 지혜 대신에 십자가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내 지적인 만족을 구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건 잘못된 신앙입니다. 성경을 읽는 것은 지식을 쌓거나 교양을 넓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런 신앙을 가지고 산다면 십자가를 잊어버린 채, 십자가와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세상의 지혜나 지식의 눈으로 본다면 오늘 본문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십자가는 미련하게”보일 뿐입니다. 십자가가 미련하게 보이는 그런 신앙으로 어떻게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십자가는 거추장스럽고, 삶을 멋지게 살아가고 픈 우리의 욕망에 방해물이 될 뿐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려 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십자가를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갈 6:14) 사도 바울은 십자가만 자랑하겠다고 말합니다. 유대인들은 거리끼는 것으로 생각하고, 헬라인들은 미련하게 생각한 바로 그 십자가를 말입니다.

처음 교회에 다니신 분들 가운데는 성경책을 끼고 교회당에 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책을 안 보이게 숨겨 가지고 교회당에 오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교회에 가는 것이 부끄러워서 사람들에게 교회 나가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가까운 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서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이 자라고 나면 교회 다니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신앙생활하는 분들 가운데도 십자가 신앙으로 산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십자가 신앙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자신이 죽는 것입니다. 자아가 죽고, 욕망이 죽고, 욕심이 죽습니다. 세상적인 야망이 포기되고, 주님을 위한 거룩한 마음으로 가득 찹니다. 주님을 위해서 부와 가난을 포기한 삶이 십자가의 삶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적인 가치에 세뇌되어서 세상적인 가치로 우리의 신앙을 판단하려고 합니다. 교회 열심히 다니면서 부자가 되지 못하면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봉사하는데 건강하지 못하면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신앙생활하면 반드시 승진을 하고 출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꼭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세상적인 것들이 포기될 때 우리는 십자가로 사는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서 자신이 가진 세상의 모든 기득권과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포기했습니다. 그는 건강하지도 않았습니다. 부자도 아니었습니다. 세상에서 출세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삶을 살았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난의 길을 가야 했는지 모릅니다. 복음을 전하다가 굶어 죽을 뻔한 일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는 평생 자신이 ‘육체의 가시’라고 불렀던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그는 형편없는 삶을 산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았고, 멋진 삶을 살았습니다. 누구나가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상적인 것 다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도 바울이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는 십자가만 자랑하는 믿음으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거리끼는 것이고, 미련하게 보이는 것이라 하더라도 사도 바울은 거기에 하나님의 능력이 있고, 하나님의 지혜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오직 십자가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십자가만을 붙잡고 살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십자가 때문에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능력은 십자가에 있습니다. 내가 십자가에 죽으면 나는 세상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됩니다. 십자가에 죽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속하여 세상의 굴레 아래서 세상에 지배를 받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죽으면 나를 얽매는 세상은 사라지고, 세상을 이기는 능력이 내 안에서 샘솟듯 솟아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주님은 오늘 우리가 십자가 신앙을 가지고 살기를 원하십니다. 십자가가 없는 신앙은 신앙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를 믿는 순간 이미 우리의 어깨에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들입니다. 이제 죽으나 사나 그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합니다. 그 십자가는 내가 벗고 싶다고 해서 벗어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마치 십자가를 지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십자가와 상관이 없는 사람처럼 생활하기를 원합니다. 때론 십자가를 외면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지는 삶에 하나님의 능력이 임합니다. 십자가를 지는 곳에 하나님의 지혜가 나타납니다. 세상을 이기는 힘은 십자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앗시시의 성자라고 불리우는 성 프란시스(1182-1226년)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평생 소원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받으신 고난의 흔적을 자기 몸에 갖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부잣집에서 태어났습니다. 프랜시스의 아버지는 외아들인 그가 자기의 가업을 이어 큰 부를 누리며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23세가 되던 어느 날 성 다미아노 성당의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던 중 하늘로부터 음성을 들었습니다. “너는 가서 내 집을 세워라. 내 집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음성이었습니다. 그 음성을 들은 프란시스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부와 재물을 다 포기하고 남루한 옷 한 벌만을 걸친 채 맨발로 길을 떠났습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주님의 길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가 1300m가 넘는 베르나 산에서 40일 동안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기도 제목은 두 가지였습니다. “주님, 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두 가지 은혜를 베풀어주옵소서. 주께서 겪으신, 그렇게도 아프고 괴로웠던 고난을 저의 영혼과 몸으로 체험하게 하옵시고, 주께서 희생의 제물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신 그 불타는 충만한 사랑을 저도 당신을 향해 갖게 하옵소서.” 한 참 기도하던 중 새벽에 환상을 보게 됩니다. 천사가 여섯 날개를 펴고 하늘에서 그에게로 오는데, 그 날개에 십자가 형상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 그의 양 손과 양 발 그리고 옆구리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 왔습니다. 고통의 시간이 한참 지난 후 그의 손과 발에 못 자국이 생겼고 옆구리에 창 자국이 생겨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도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 그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의 하나님! 당신은 나의 전부입니다.”
여러분, 프란시스는 자기가 가졌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편안한 삶, 풍요와 세상적인 지위 모두를 포기했습니다. 오직 주님의 십자가만을 사랑하며 그 십자가로 살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런 프랜시스를 어리석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거룩한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삶에는 십자가가 있습니까? 여러분의 앞에 십자가가 분명하게 보이십니까? 그 십자가를 오늘도 바라보며 내 몫에 태인 십자가를 기쁨으로 지고 가는 복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그 십자가가 내 삶에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가 될 것입니다.

<2006년 10월 29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