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기운에 막힌 씨

< 본문 – 마태복음 13:1-9 >

마가복음 10장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한 부자 청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같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마태복음 19장과 누가복음 18장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한 부자 청년이 예수님 앞에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그는 관리이었고, 부자였으며, 율법을 성실하게 준행하는 모범적인 청년이었습니다. ‘관리’라는 말은 ‘통치자, 우두머리, 지도자’라는 뜻인데, 당시 이 호칭으로 불려지던 사람들은 산헤드린 공회 공회원이나 회당장, 또는 바리새인의 두령, 집권자 등입니다. 그러니까 그 청년은 젊었을 때 이미 사회적으로 상당한 직위에 오른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예수님께서 율법의 계명들을 열거하시며 ‘이것들을 지키라.’고 말씀하실 때, ‘그건 제가 어려서부터 잘 지켜오던 것들입니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율법을 지키는데도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더구나 그는 재물이 많은 큰 부자였습니다.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한다면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쳐 젊은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성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갈급해 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영생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영생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주님께로 와서 ‘영생을 얻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네게 딱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는데,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 말씀은 들은 그 청년은 슬픈 기색을 띠고 근심하며 되돌아갔습니다. 자신이 그렇게도 갈망하던 영생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셨음에도 그는 결국 되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되돌아가는 그의 그 모습을 세 복음서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청년이 재물이 많으므로 이 말씀을 듣고 근심하며 가니라.”(마태복음 19:22) “그 사람은 재물이 많은 고로 이 말씀으로 인하여 슬픈 기색을 띠고 근심하며 가니라.”(마가복음 10:22) “그 사람이 큰 부자이므로 이 말씀을 듣고 근심하더라.”(누가복음 18:23)

  여러분, 이 세 말씀에서 공통점이 둘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그는 재물이 많은 부자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물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라’는 말씀을 듣고서 근심했다는 것입니다. 그가 나중에 예수님의 말씀의 뜻을 깨닫고 예수님께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그는 결국 영생을 얻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신 주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는 왜 영생을 얻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실 때 근심하며 돌아갔을까?’ 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분명하게 그 대답을 가르쳐줍니다. “재물이 많으므로.” “큰 부자이므로.”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이 생겨납니다. 그는 왜 자신의 가진 재물을 포기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재물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재물이 없어 궁핍하게 살가다도 열심히 노력하면 다시 재물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그 청년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그는 모든 것에서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젊습니다. 그리고 젊었음에도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준다 하더라도 그에게는 다시 재물을 모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가진 재물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근심하며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영생을 얻고 싶은 갈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는 왜 재물을 포기하지 못했을까요? 아마도 재물을 다시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그 많은 재산을 내어놓으면 자신의 현재의 삶과 미래가 한꺼번에 다 무너진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에게 있는 그 돈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생을 얻고 싶은 갈망은 있었지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인해 그는 근심하며 돌아갔습니다. 영생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영생보다 자신의 재산이 더 소중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이 청년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여러분 그 청년이었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어떻게 반응하셨겠습니까? 물론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그 청년에게 주신 말씀을 동일하게 주시진 않습니다.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 우리에게는 그 청년이 가진 것만큼의 재물도 없습니다. 그 청년처럼 젊었을 때 성공한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 청년에게 요구하신 것처럼 요구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도 주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인해 근심하며 주님에게서 떠나려 했던 적이 있진 않습니까?

  우리는 세 주째 씨뿌리는 비유에 대한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씨를 뿌리러 나간 농부가 씨를 뿌릴 때 네 가지 땅에 씨가 뿌려졌습니다. 씨가 길가에 떨어졌을 때는 새가 와서 그 씨를 먹어버렸습니다. 천국복음의 말씀을 듣긴 들었지만 깨닫지 못하고, 또 그 말씀대로 살아내지 못했을 때에는 우리 마음에 뿌려진 그 천구복음의 씨앗을 마귀가 빼앗아가버린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흙이 얕은 돌밭에 씨가 뿌려졌습니다. 싹이 나오는 것 같더니만 해가 돋은 후에 뿌리가 없어서 말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말씀을 받았을 때에는 기쁨으로 받지만, 말씀으로 인해 환난이나 박해를 받아야 할 상황에 놓이면 믿음으로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의 삶에 그 어떤 시련이나 박해, 또는 어려움이나 큰 문제가 닥쳐오더라도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에 깊이 뿌리를 내린다면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가시떨기 위에 떨어진 씨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더러는 가시떨기 위에 떨어지매 가시가 자라서 기운을 막았고.”(7절) 여러분, 농부가 뿌린 씨가 가시떨기 위에 떨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22절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해석해 주십니다. “가시떨기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들으나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에 말씀이 막혀 결실하지 못하는 자요.” 말씀을 듣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대로 살자니 여간 걱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그 말씀대로 살 수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그 말씀대로 살면 내 삶이 무너질 것만 같습니다. 내가 꿈꾸고 기대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할 것만 같습니다. 말씀대로 살다간 큰 손해를 볼 것만 같습니다. 그 말씀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할 것같습니다.

  그 이유를 오늘 본문은 두 가지로 요약해 줍니다. 하나는 염려이고 다른 하나는 재물의 유혹입니다. 여러분, 염려가 무엇입니까? 염려가 무엇이냐고 정의하라면 망설일지 모르지만, 요즘 뭐가 염려되느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말이 생각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마태복음 6:31) 여기서 ‘염려하다.’는 말은 헬라어로 ‘μερίμναω’(메림나오)입니다. 이 말은 ‘나누다, 분쟁하다.’(μερίζω)는 말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염려한다는 것은 마음이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둘 또는 여럿으로 나뉘어 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당연히 하나님입니다. 하나님께 우리의 시선을 집중하면 염려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 집중하지 못하고 환경을 바라보고, 나의 능력을 재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내 나름대로 생각하느라 정신을 빼앗기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마음은 염려에 노예가 되고 맙니다.

여러분, 성경에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 중에 하나가 염려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염려하는 것이 하나도 소용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 할 수 있겠느냐?”(마태복음 6:27) 그렇지요? 키 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구나 남들보다 키가 작은 사람은 키가 더 크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염려한다고 키가 커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의 단적인 예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디 키만 그렇습니까? 우리가 고민하는 것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우리가 염려한다고 해서 바꿔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잘 압니다. 캐나다의 자가인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는 그의 책 『모르고 사는 즐거움』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며, 30%는 이미 일어난 것이고, 22%는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사소한 것이며, 4%는 걱정해봤자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나머지 4%는 우리 힘으로 충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일이다.’ 걱정하거나 염려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염려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우리에게는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버지 하나님은 우리의 상황을 우리보다 더 잘 아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인생 전체를 바라보시며 우리에게 필요를 채워주십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에 염려가 일어날 땐 하나님께 맡기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베드로전서 5:7) 하나님께서 우리를 돌보시기에 염려할 것 없다는 말씀입니다. 염려는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 맡기면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십니다. 우리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까지도 능력의 하나님께서, 우리를 너무너무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해 주십니다. 빌립보서 4:6-7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나신 하나님이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우리 마음에 염려가 밀려올 때 그것을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맡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의 마음을 지켜주십니다. 염려는 마음과 생각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마음에 하나님의 평강으로 가득하면 염려할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각에 하나님께 대한 신뢰로 가득하다면 우리의 생각이 염려로 인해 여러 가지로 나눠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평강으로 가득할 것이고, 기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믿음으로 사는 우리 신앙인들은 염려를 하나님께 맡기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염려에서 해방되어 사는 사람들입니다. 초대교회 때에는 성도들의 이름 앞에 ‘티테디오스’(Titedios)라는 말을 붙여 불렀다고 합니다. ‘티테디오스’라는 말은 ‘염려에서 해방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티테디오스 베드로’ 그러면 ‘염려에서 해방된 사람 베드로’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도 이 티티데오스라는 별명이 붙여졌으면 좋겠습니다. ‘티테디오스 효관!’ ‘티테디오스 아무개!’ 기도의 아버지라 불리던 조지 뮬러(George Muller, 1805-1898)는 ‘염려의 시작은 믿음의 끝이며, 참된 믿음의 시작은 염려의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염려는 결코 믿음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염려로 가득하다면 결코 신앙의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세상살이에 대한 염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말씀을 들어도 우리의 삶에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 염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우리의 염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전부를 하나님께 맡기면 됩니다.

말씀을 들었지만 말씀이 열매 맺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재물의 유혹 때문입니다.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늘 재물에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돈이나 물질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믿음으로 살려 한다 해도 여전히 현실에 발붙이며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삶이기에 우리가 돈과 무관하게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돈과 무관하게 살 순 없이지만,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성경에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도행전 4:34-35절입니다. “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이는 밭과 집 있는 자는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매 그들이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 줌이라.” 초대교회 성도들이 자신의 소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놓았다는 아름다운 모습을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 가운데 재미있는 것은 성도들이 밭과 집을 판 것을 가져와서는 ‘사도들의 발 앞에’ 놓았다는 표현입니다. 이것이 성경적인 해석은 아닐지 모르지만, 돈은 발아래에 있어야 합니다. ‘발 앞에’ 또는 ‘발아래’라는 말은 우리 인간이 돈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돈을 지배한다는 뜻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온통 머리에 돈생각으로 가득하여 돈이 지시하는 대로 살아갑니다. 돈이 부르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돈을 따라 가고, 돈이 보이는 곳이라면 남을 짓밟고서라도 먼저 달려가서 돈을 움켜쥐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돈을 너무너무 사랑하여 돈을 꼭 끌어안고 삽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성경은 이렇게 경고합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디모데전서 6:10) 돈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신앙에서 위험한 일인지를 가르쳐주는 말씀입니다. 돈을 사랑하여 돈을 따라다니다가 인생의 길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신앙에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돈은 우리가 지배하고 다스려야 할 대상입니다. 그래서 늘 발 아래에 있어야 합니다.

재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멸망의 길로 간 사람,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호수아 7장에 나오는 아간입니다. 요단강을 건너와 여리고 성을 점령할 때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아주 분명하게 명령하셨습니다. “이 성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은 여호와께 온전히 바치되.”(여호수아 6:17) 여기에 ‘바치다’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헤렘’(חֵרֶם)이라는 말인데, 이것은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봉헌한다.’는 뜻입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인간은 결코 사용해서는 안 되고, 오직 하나님의 것으로 봉헌된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헤렘!’이라고 선포하시면 인간이 결코 탐내거나 자기 것처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여리고성을 점령하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여리고 성에 대해서 ‘헤렘!’이라고 네 번에 걸쳐 선포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것이니까 절대로 욕심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간은 여리고성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외투 한 벌과 금과 은덩이를 보고 탐이 나서 몰래 훔쳐다가 자신의 장막에다 감춰놓았습니다. 그 일로 인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후에 벌어지는 아이 성 전투에서 패배해야 했고, 아간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죽임을 당해야 했습니다.

  사도행전 5장에서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가 그랬습니다. 다른 성도들이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의 재산을 사도들의 발 앞에 가져다놓자, 그들도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의 소유를 다 팔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 바치기가 아까웠는지 얼마는 감춰두고 나머지만 사도들의 발 앞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누군가가 ‘네 재산 다 팔아서 바쳐야 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자원하여 재산을 처분했습니다. 처분한 재산 가운데 일부만 바쳐도 그들은 훌륭한 일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일부를 바치면서 자신의 재산 전부를 바친 것처럼 거짓말을 했습니다. 결국 그들 부부는 성령을 속인 죄로 두 사람이 한 날에 죽음을 맞아야 했습니다.

여러분, 아간의 이야기와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야기가 조금 지나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우리에게 아주 엄격하게 경고하신 이야기입니다. 결코 탐욕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재물에 대한 탐욕은 결국 신앙을 잃게 만들고, 들었던 말씀에 열매를 맺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수시로 우리 마음을 유혹하는 탐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탐욕의 노예가 되지 않고, 우리 안에 심겨진 말씀의 씨앗이 열매 맺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만족하며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늘 공급해 주신다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탐욕이란 내게 없어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을 욕심내는 것입니다. 내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더 많은 것을 누리려 하다 보니 탐욕이 생겨나고, 탐욕에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만족하며 살아야 합니다. 내 작은 삶에 함께 하시고, 내 삶을 선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나를 맡기며 하나님께서 주신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비유에서 예수님께서는 ‘가시떨기 위에 떨어진 씨는 가시의 기운에 막혀 열매를 맺지 못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씨앗이 열매 맺지 못하도록 막아버린 가시의 기운은 바로 세상의 염려와 재물에 대한 유혹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면서 염려되는 마음이 없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 염려에 끌려 살면 안 됩니다. 맥스 루케이도(Max Lucado) 목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크리스천은 염려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염려를 이기는 사람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염려를 이기고 염려에서 해방된 사람들입니다. 내 힘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염려를 하나님께 맡김으로 염려과 걱정에서 해방되어 평안과 기쁨 속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신앙인들은 탐욕과 욕망의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야 합니다. 탐욕은 우리로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게 만들고, 결국에서 신앙에서 떠나게 만듭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은 결코 말씀으로 열매를 맺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말씀을 듣고 말씀을 따라 살려할 때 반드시 세상의 염려가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몰래 숨어들어올 것입니다. 그 염려가 내 마음을 지배하지 않도록 모든 염려를 하나님께 맡기기십시다. 그러면 말씀이 내 심령과 삶에서 아름다운 열매로 맺혀질 것입니다. 말씀을 듣고 말씀을 따라 살려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에 탐욕은 늘 존재합니다. 그럴지라도 결코 탐욕에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탐욕이 내 마음에 솟구쳐오를 때,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오늘도 우리에게 베풀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십시다. 그러면 하나님의 사랑에 감동되고 은혜 안에서 만족함을 얻어 말씀이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염려에서 해방 된 자로, 그리고 탐욕의 노예가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담대하게 살아감으로 우리의 삶에 귀한 열매들이 가득하시기를 소망합니다.

< 2023년 2월 19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