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키면 보입니다!

< 본문 – 요한복음 20:11-18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n, BC 428-348)은 그의 책 『국가』에서 우리가 많이 들어본 ‘동굴의 비유’를 이야기합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동굴 안에 수족이 사슬에 묶인 채 동굴 안쪽 벽면만을 쳐다보고 있는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평생 사슬에 묶인 채 동굴 안쪽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뒤로 횃불이 있고, 그 불과 그들의 등 사이에는 길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다양한 사람들이 걸어 지나다니는데, 그들은 동굴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만 볼 수 있습니다. 머리를 돌려 뒤쪽 실재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동굴 벽에 드리워진 그 그림자가 실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쇠사슬을 풀고 동굴 바깥쪽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는 처음에는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세계를 식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동굴 밖으로 나가 찬란하게 비추고 있는 태양과 그 태양 빛이 내리쬐는 드넓은 자연을 보게 됩니다. 그는 드디어 세상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동굴 안에서는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평생 동굴 안쪽 벽면만을 쳐다보고 살아야 하는 동료들이 불쌍했습니다. 그래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 동료들에게 ‘뒤를 돌아보라’고, ‘뒤에는 엄청나게 멋진 광경이 펼쳐져 있노라.’고 실상을 말해 줍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를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를 죽이려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쇠사슬을 풀고 동굴 밖으로 나가 태양을 보고 다시 동굴로 돌아온 죄수는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Socrates)를 상징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이성을 통해 그림자의 세계인 동굴에서 벗어나 이데아(참된 실재)의 세계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약 2천 년 후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에 의해서 동굴의 우상으로 재탄생합니다. 개인의 습관이나 선입견, 그리고 편견 등에 빠져서 자신만의 동굴에 갇혀 진리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베이컨은 ‘동굴의 우상’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기만 하면 이제까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가졌던 습관이나 편견 때문에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리고선 마치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인 양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림자요 허상인데도 말입니다.

  여러분, 그런 사람을 어리석다고 생각하십니까? ‘잠시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다니, 한심하구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사실 우리가 그렇게 살아갈 때가 참 많습니다. 오죽했으면 철학자 베이컨이 ‘동굴의 우상’이라고 말했겠습니까? 플라톤의 비유를 베이컨이 우상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것이 쉽게 고쳐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상에 빠진 사람들은 거짓된 진리, 거짓된 신념에 빠져거기에서 헤어나오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잘못되었다고 말해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우상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신앙에서도 그런 우상에 빠져 살아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세상의 헛된 신을 섬긴다는 의미에서 우상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습관에서 쉽게 돌이키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우상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서 특별히 주목할 말씀이 있습니다. 그것은 ‘돌이켜’라는 단어입니다. 14절에 “이 말을 하고 뒤로 돌이켜 예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으나 예수이신 줄은 알지 못하더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6절에서도 “예수께서 마리아야 하시거늘 마리아가 돌이켜 히브리 말로 랍오니 하니 (이는 선생님이라는 말이라.)”고 말씀합니다. 이 두 절 모두에서 ‘돌이켜’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고, 이 말은 마리아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오늘 본문은 부활절 아침에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요한복음 20:1절 이하의 기록에 의하면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됩니다. 안식일이 지난 후 첫날, 이른 아침에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다른 복음서의 기록에 의하면 부활의 아침에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던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 한 사람만이 아닙니다. 여러 명의 여자들이 함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에서는 막달라 마리아 한 사람의 이름만 언급됩니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해줍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무덤을 찾아갔을 때 무덤을 막고 있던 돌이 옮겨져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깜짝 놀란 마리아는 곧장 베드로와 요한에게 달려가서 그 사실을 말해줍니다. 누군가가 예수님의 시신을 다른 데로 옮겨간 것 같다구요. 그 말을 들은 베드로와 요한이 급하게 달려가 무덤에 도착합니다. 무덤 안에는 예수님의 시신을 감쌌던 세마포와 머리를 쌌던 수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을 뿐 예수님의 시신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두 제자는 ‘죽으신 후 다시 살아나실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상하다는 마음을 품고 자기들 집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막달라 마리아만 남았습니다. 아마도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간 후에 다른 여인들은 다시 무덤을 찾지 않았지만, 여인들의 말을 듣고 베드로와 요한이 무덤으로 왔을 때 막달라 마리아만 뒤따라 다시 무덤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에서는 막달라 마리아의 이름만 언급되어 았습니다.

  빠른 달음질로 무덤을 찾아왔던 베드로와 요한이 집으로 돌아가고, 뒤늦게야 무덤에 도착한 마리아가 다시 한번 무덤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여전히 예수님의 시신은 없습니다. 홀로 무덤 앞에 남겨진 마리아는 주님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주님께서 죽으셨다는 것고 가슴이 찢어지듯 슬픈 일인데, 주님의 시신조차 사라지다니! 이것은 슬픔 중에 슬픔이었습니다. 그래서 울다가 무덤을 한 번 쳐다보고, 또 울다가 다시 한 번 무덤 안을 들여다봅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는데, 무덤 안쪽에서 소리가 납니다. “여자여, 어찌하여 우느냐?” 그 물음에 마리아는 의식적으로 대답을 합니다. ‘누군가가 내 주님의 시신을 옮겨간 것같습니다. 주님의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이렇게 답답하여 울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나서 뭔가 이상했습니다. 등 뒤에 누군가가 서 있는 듯이 느껴진 것입니다. 그래서 마리아가 몸을 뒤로 돌이켰습니다. 한 사람의 형상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분이 예수님이시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본문 14절입니다. “이 말을 하고 뒤로 돌이켜 예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으나 예수이신 줄은 알지 못하더라.”

  여러분, 왜 마리아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아마도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첫 번째는 너무 큰 슬픔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무덤 앞에서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으로 ‘눈물이 앞을 가리어’ 예수님을 예수님으로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예수님이 서 계신 곳 뒤에 환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오시면 예루살렘 동쪽 감람산을 넘어 오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예루살렘 동쪽 감람산 기슭에는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어 수많은 무덤들이 있습니다. 메시아가 오시면 누구보다 먼저 메시아를 만나길 소망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에 돈 많은 사람들은 무덤의 동굴 입구를 동쪽으로 향하게 팝니다. 메시아가 오실 때 메시아를 마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묻히신 무덤은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입니다. 성경은 아리마대 요셉을 부자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무덤은 자기를 위해 미리 파놓은 것이었습니다. 돈 많은 사람이고, 자신이 새로 판 것이라면 분명 그 무덤의 입구는 동쪽을 향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리아가 무덤을 바라보며 울고 있다가 몸을 돌이켰다는 것은 동쪽을 바라보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때는 해가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몸을 돌려 동쪽을 쳐다보는데, 그 앞에 예수님께서 서 계시고 그 뒤로 찬란한 태양이 떠오릅니다. 그러니 마리아는 눈이 부셔 예수님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고, 예수님의 등 뒤에는 태양이 비춰오기에 마리아는 자신의 눈앞에 서 계신 분이 예수님이신 줄 알지 못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거기 서 있다면 동산을 관리하는 사람이거나 무덤을 관리하는 사람쯤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마리아는 아직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신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무덤을 바라보고 울던 자리에서 몸을 돌이켰습니다. 돌이켜보니까 주님이 보였습니다. 아직 그 분이 주님이신 줄 알지 못하지만, 몸을 돌이키니까 주님이 보인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너무 낙심되고 절망적일 때 자신만의 동굴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곳에서 울고만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힘든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홀로 깊이 한숨을 쉬며 울고 있습니다. 몸을 돌이키면 뭔가 새로운 것이 보이는데, 몸을 돌이키려 하지 않습니다. 몸을 돌이킬 힘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고, 때로는 돌이켜 뒤를 돌아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냥 그 자리에서 절망의 눈물을 흘리기만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내 눈에 눈물이 가득하여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 몸을 돌이켜야 합니다. 태양이 비치는 방향으로 몸을 돌이키면 뭔가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마리아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처럼, 절망의 자리에서 몸을 돌이킨다고 뭔가 새로운 길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해답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확실하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돌이켜야 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고 해서 우리가 바로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은혜를 깊이 경험하면서 깊은 신앙의 세계로 나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경우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회심에 대한 간증을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확실한 체험을 하고서 주님께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께로 몸을 돌이켜야 합니다. 삶의 방향이 무덤이 아니라 주님께 돌이켜야 합니다. 무덤은 아무리 오랫동안 바라보아도 여전히 눈물밖에 없습니다. 무덤은 죽은 자의 집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세계 수많은 위인들에게는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무덤들이 남아 있지만, 예수님의 무덤은 지금까지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예수님의 무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요? 우리는 무덤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무덤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거나 새로운 삶을 약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록 눈이 부셔 확실하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주님께로 몸을 돌이키면 우리에게 희망은 시작됩니다. 무덤에서 빛으로 몸을 돌이켜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눈에 뭔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한꺼번에 확실히 보이진 않을지라도, 보이기 시작하면 됩니다.

몸을 주님께로 돌이켰지만 마리아는 여전히 주님인줄 알지 못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고 물으시지만, 마리아는 그저 동산지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 주님께서 마리아를 부르십니다. “마리아야!” 여러분, 예수님께서 ‘마리아야!’라고 부르시는 그 목소리를 상상해 보십시다. 예수님께서 어떤 톤으로, 어떤 감정을 실어 부르셨을까요? 호통치듯, 왜 나인줄을 알아보지 못하느냐고 책망하듯 부르셨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주 사랑스러운 음성으로 마리아를 부르셨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주님의 시신을 잃어버리고 큰 슬픔 중에 울고 있는 마리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무덤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며 낙심되어 있는 마리아에게 주님께서 안심시켜주시듯 ‘마리아야!’라고 부르셨을 것입니다. ‘네가 그토록 찾는 내가 여기 있노라’고, ‘이제는 두려워하지도 말고, 눈물을 흘리지도 말라’고 부드럽게 부르셨을 것입니다.

  부드럽게 부르시는 주님의 그 음성을 듣고 마리아는 다시금을 몸을 돌이킵니다. 여기서 돌이켰다는 말은 주님께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뜻입니다. 첫 번째 돌이킴이 무덤을 바라보던 얼굴을 무덤 반대편 주님 쪽으로 돌이킨 것이라면, 두 번째 돌이킴은 얼굴만이 아니라 온 몸을 주님께로 돌이켰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부활하신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뒤에 서 계시던 분이 동산지기가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이시라는 것이 분명하기에 “랍오니!”라고 부르며, 주님 품으로 달려들 듯이 돌아선 것입니다. 너무나도 기쁘고 반가워서 주님께로 뛰어갈 듯이 몸을 완전히 돌이키자 주님께서 다급하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붙들지 말라.” ‘나를 붙들지 말라’는 말씀은 마리아가 당장이라도 주님 품으로 뛰어올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마리아는 부활하신 주님을 확인하고는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그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주님이 죽으셨다고 너무나도 슬퍼했는데, 주님께서 무덤에 묻히셨다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는데, 무덤을 찾아왔을 때 주님의 시신이 보이지 않아 누가 주님의 시신을 훔쳐간 것은 아닌가 하고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는데, 그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셨으니 그 감격 그 기쁨인들 어찌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오랜만에 아빠를 만난 어린아이처럼 주님의 품으로 뛰어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께서 자신을 부르시는 부드러운 음성을 들은 마리아는 주님께로 몸을 완전히 돌이켰습니다. 이제 이 돌이킴은 주님의 품에 안길만큼 기쁨의 돌이킴입니다. 그리고 그 돌이킴은 이제 주님을 위해서 내 삶을 다 드리겠다는 헌신의 돌이킴이기도 합니다.

  주님께로 몸을 완전히 돌이킨 마리아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주님을 잃어버렸다는 것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님이 내 눈앞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손을 내밀면 붙잡을 수 있고, 뛰어가면 그 품에 안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주님이 다가와 계시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마리아는 그길로 제자들에게 가서 ‘자신이 주님을 보았노라.’고 답대히 전했습니다. 무덤을 바라보고 슬퍼하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습니다. 그의 마음에는 기쁨으로만 가득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으니까요.

여러분, 몸을 돌이킨다는 것은 슬픔의 자리에서 돌아선다는 뜻입니다. 몸을 돌이킨다는 것은 절망의 자리에서 희망으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몸을 돌이킨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각오요 결단입니다. 몸을 돌이킨다는 것은 의심에서 신앙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몸을 돌이킨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신 주님의 품에 안긴다는 뜻입니다.

  주님은 무덤에 계시지 않습니다. 주님은 더 이상 죽음의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주님은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권세, 죄의 권세를 이기시고 다시 사셨기 때문입니다.

  그 주님께서 오늘도 울고 있는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하여 부드럽고 조용한 음성으로 부르십니다. “마리아야!”하고 부르신 주님께서 오늘은 우리의 이름을 부르십시다. 여러분, 나를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어보셨습니까? 그 음성을 듣고 계십니까? 그 음성을 듣고 우리의 몸을 돌이킬 때 주님을 뵐 수 있습니다.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몸을 돌이키면 새로운 세상이 보입니다.

사도 바울은 부활의 주님을 만난 후에 그의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자신의 과거는 모두 배설물로 여기고 오직 위에서 부르신 부르심의 상을 위해서 힘차게 달려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의 삶에 고난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그의 마음에 있는 기쁨은 빼앗기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빌립보서 4:2) 어떻게 그렇게 기뻐하며 살 수 있을까요? 어찌 우리네 인생길에 힘든 순간이 없겠습니까? 믿음으로 산다고 어찌 고난의 시간이 없겠습니까? 그래도 기뻐하라고 말씀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부활의 주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을, 무덤이 아닌 무덤 밖에서 찬란한 태양과 같은 주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몸을 돌이켜야 합니다. 무덤을 바라보던 눈을 태양을 향해 돌이켜야 합니다. 무덤게 갖힌 주님이 아니라 내 이름을 부르시며 내게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향해 돌이켜야 합니다. 돌이키면 보입니다. 돌이키면 주님이 보입니다. 돌이키면 하늘나라가 보입니다. 돌이키면 영광의 면류관이 보입니다. 돌이키면 하늘의 상급이 보입니다. 돌이키면 구원이 보입니다. 그러니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기쁘게 살길 원하십니까? 돌이켜 주님을 바라보십시다.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서고 싶으십니까? 무덤을 바라보던 눈을 돌이켜 주님을 바라보십시다. 더 굳건한 믿음의 자리로 들어가고 싶으십니까? 돌이켜 주님을 바라보십시다. 그러면 부활하신 주님이 거기에 서 계십니다.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며 언제나 우리 앞에 서 계십니다. 그 주님 손 꼭 붙잡고 담대하게 사십시다. 주님 품 안에서 하늘의 기쁨으로 사십시다. 돌이키면 보입니다. 돌이키면 우리 눈에 분명하게 주님이 보입니다.

< 2023년 4월 9일 주일낮예배-부활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