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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02-04 10:32

성도와 성자 <2월 4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성도와 성자
본문 - 고린도전서 1:1-3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1997년에 세상을 떠난 테레사 수녀(Mother Teresa, 1910∼1997)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테레사 수녀가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 테레사 수녀를 성자의 반열에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자로 시성(諡聖)되지는 않았습니다. 테레사 수녀의 전기를 다룬 『사랑으로 기적을 일으킨 마더 테레사』라는 작은 책이 최근이 발행되었는데, 그 책에 따르면 ‘로마 교황청이 테레사 수녀를 성자의 반열에 올릴 모든 준비가 끝났고 이제 곧 발표할 날만 남겨놓고 있다’고 전해줍니다.

일반적으로 천주교에서 어떤 사람을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① 첫 번째로 죽은 지 적어도 1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② 두 번째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내 놓았던 순교자이거나, 아니면 살아생전에 특별한 신앙과 인격의 덕목을 갖춘 사람이어야 됩니다.
③ 세 번째는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든지 아니면 죽고 난 다음이든지 최소한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기적이 두 가지 이상 나타나야 합니다. 살았을 때 그 사람이 기적을 베풀었다든지, 아니면 죽고 난 후에 죽은 그 사람을 통해서 기적이 나타나든지,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나타나야 성인 시성(諡聖)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기적 심사라고 하는데, 그 기적 심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성인 서품을 받을 사람은 거의 대부분 그 ‘기적심사’라는 것을 합니다.
테레사 수녀는 두 번째 조건에는 별다른 의의가 없습니다. 그분은 전 세계가 존경할만한 신앙과 인격을 갖춘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조건에는 약간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어떤 기적을 베풀었나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책에 의하면 테레사 수녀가 기적을 일으켰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두 번에 걸쳐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는 것, 치료와 구제활동을 벌이는 동안 많은 기적들이 나타났는데, 특별히 엄청난 양의 식량을 세계 각국으로부터 보조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서 베푸신 기적이었다고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조건은 전혀 맞지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죽은 지 100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조건에는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분을 성인으로 추대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그분이 위대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런 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 ‘천주교에서는 훌륭한 믿음으로 살았던 분들을 성인라고 해서 추대하는데, 우리 개신교에서는 왜 ‘성인’(聖人)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여러분, 개신교에서 성인으로 추대된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없습니다. 우리 개신교에서는 성인으로 추대된 사람이 없습니다. 왜 없는지 아십니까? 성인이 될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요? 아닙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여러분에게 질문 한번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성도입니까?” 이 질문에는 우리가 주저 없이 “예”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성자이십니까?” “여러분은 예수 믿고 성자가 되었습니까?” 아마 이 말에는 쉽게 “예”라고 대답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예수를 믿기는 하지만 성자는 아니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예수 믿으면 우리는 모두 성자입니다. 그러면 다시 한 번 질문하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성자 맞습니까?”
우리는 ‘성자!’ 그러면 무언가 권위가 있고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성자인가?’하는 질문 앞에서는 쉽게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 믿고 성도가 되긴 했지만 성자를 아니지.’ 그렇게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게 비단 우리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성도’라는 말을 잘못 이해해 왔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바울이 고린도 교회 교인들에게 편지한 글입니다. 2절에 “고린도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입은 자들”이란 말이 나옵니다. 바울은 예수 믿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하여진 우리를 가리켜서 ‘성도’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에 나온 이 ‘성도’라는 말은 ‘성자’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영어로 말하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성도라는 말이 Saint라는 말입니다. 그 Saint라는 말은 곧 성자라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가 ‘성자 어거스틴’ 그럴 때 Saint Augustine이라고 합니다. 성도라고 하는 말과 성자라고 하는 말이 같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예수 믿는 사람을 성도라고 하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예수 믿는 모든 사람을 성자라고 부르는 데에는 주저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예수 믿으면 ‘성도’가 되는 것이고, 그 성도가 ‘성자’가 되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주교에서 그런 것처럼 어떤 기적을 행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든지, 우리 동양에서 말하는 ‘성인군자’처럼 남들이 도달할 수 없는 어떤 도덕적인 경지에 다다라야 성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품이 훌륭하거나 높은 신앙적인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성경에서는 성도라는 말을 성자라는 말과 같이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성도’ 또는 ‘성자’라는 것은 우리가 예수 믿고 나서 열심히 도를 닦고 나서 성취하게 되는 높은 차원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자’는 구별된 사람들 모두를 가리킵니다. 본문 2절에 보면 성도를 가리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진”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거룩하여졌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거룩하다’는 것은 ‘구별된다’는 것입니다. 거룩하여졌다는 것은 구별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구별된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구별되어 성도가 되었습니까?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잘 나서 구별된 것입니까? 아니지요? 그러면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도덕적으로 더 깨끗한 삶을 산 사람들이기 때문에 구별된 것입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잘나서 구별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깨끗하기 때문에 구별된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나님에 의해서 무조건적으로 구별되고 선택되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구별된 성도이고 또한 구별된 성자들입니다.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이나 아이들이나, 남자나 여자나 하나님에 의해서 선택되고 구별된 모든 사람들은 성자라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성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우리 모두는 성자로 태어났습니다. 여러분!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교우들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든지 간에 모두 성자들입니다. 우리 한번 인사하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성자님!” 성자를 대하듯 까듯이 인사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단지 예수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자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성자로 불러주셨는데, 우리 스스로가 ‘나는 성자가 아니야!’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가리켜서 ‘너는 성자다’ 그러셨으니까, ‘아 나는 성자구나’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 사람 예수 믿는다고 하면서 욕심 차릴 것 다 차리고, 제 하고 싶은 것 다 하는데 무슨 성자야’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또 그래서도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성자’라고 불러주신 사람을 내가 내 맘대로 ‘당신은 성자 아니야’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어떻습니까? ‘내가 성자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니까 뭔가 부끄럽지 않습니까? 마치 사람 같지 않는 사람을 보고서 ‘성인군자’라고 불러야 하는 것처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왜 우리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 성자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성자가 아니기 때문에 성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성자이긴 하지만 성자답게 살지 못한 우리의 모습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걸 이렇게 바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그러면 물어보겠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기 때문에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까? 아니면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처럼 살지 못해도 하나님께서 자녀로 불러주셨기 때문에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까?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우리가 자녀가 될 만한 어떤 자격이나 조건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자녀라고 인정해 주셨기 때문에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명기 7:7절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은 연고가 아니라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 이스라엘이 강한 민족이기 때문에 선택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민족들에 비해서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에 부르신 것도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모든 민족 중에서 가장 적은 민족이었습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들을 부르셨습니다. 하나님의 소유를 삼으시기 위해서 부르셨습니다. 레위기 20:26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게 거룩할지어다. 이는 나 여호와가 거룩하고 내가 또 너희로 나의 소유를 삼으려고 너희를 만민 중에서 구별하였음이니라.” 애굽에서 노예로 종살이하고 있을 때에 그들은 바로의 소유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후에는 더 이상 애굽 왕 바로의 소유가 아닙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소유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시기 전에는 우리 모두가 죄의 종이었습니다. 죄의 종이 되어 영원한 죽음인 지옥을 향해 가던 불쌍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순간 우리의 신분이 완전히 바뀌어졌습니다. 죄인이었고 죄의 종이었는데, 이제는 하나님의 자녀요 성자가 되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성자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이제 우리는 성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테레사 수녀처럼 로마 교황청에서 성자 심사를 해서 거기에 통과해야 성자라고 불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성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성자가 되었기 때문에 성자답게 살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에 우리의 과제가 있습니다. 성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성자가 되었기 때문에 성자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제 우리는 성자답게 살아야 합니다. 성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자이기에 성자답게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성자가 성자답게 살지 못하면 그건 부끄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성자로 불러주신 이유는 그냥 옛날처럼 죄의 종으로 죄나 지으면서 살라고 우리를 거룩한 자리에, 성자의 신분으로 불러주신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우리가 살아야 할 ‘성자다운 삶’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성자다운 삶을 사는 것입니까? 그것은 한마디로 ‘구별된 삶’입니다. 세상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죄의 종으로 살던 그 삶의 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에서 살 때에는 돈이 좋았고 명예가 좋았지만, 이제는 예수님이 우리의 최고의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구별된 삶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입만 열면 다른 사람을 욕하고 흉보고 거짓말을 일삼는다 하더라도, 예수 믿고 하나님에 의해서 성자로 구별함을 받은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서로에게 덕을 세우는 말을 하고, 남에게 유익을 주는 선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진리가 아닌 길을 가더라도 우리는 묵묵히 진리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구별된 삶을 사는 우리의 삶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세상사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세상의 쾌락을 즐기며 살지라도, 우리는 천국을 바라보면서 천국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울지라도, 우리 하나님의 사람들은 예수님처럼 내가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희생하면서 사랑을 베풀어 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게 구별된 삶입니다.

거지로 살던 사람이 왕자가 되었으면 거지의 습관이나 생활태도는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왕자답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궁중의 법도를 배우고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하여 왕자답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입니다. 왕자는 왕자처럼 살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성자는 성자답게 살아야 합니다. 성자이기를 방해하는 모든 옛사람의 성품을 벗어버리고 하나님 안에서 진리와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사람으로 살아야 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때 베스트셀러였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누가 경험한 이야기가 아니라, 동화처럼 전해져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출처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주 귀한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제목은 ‘랍비의 선물’입니다.

한 때 큰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던 어떤 종교단체가 있었습니다. 그 교단에 속한 신도수도 많았고 그 교단 소속 수도원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렇게 번창하던 그 교단은 17세기와 18세기에 불어닥친 수도원 박해운동과 19세기에 거세게 일어난 세속주의 물결의 영향을 받아서 모든 세력을 다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러 지방에 퍼져있던 수도원과 성당들이 다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곤 그 교단의 중심역할을 감당했던 수도원 하나와 그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도사 5명밖에 없습니다. 그 수도원에 남은 5명은 수도원 원장과 수도사 4명인데, 그들은 모두 70이 넘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곧 몰락을 눈앞에 둔 교단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하루는 그 5명의 수도사들이 모여 몰락해가는 수도원의 미래를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수도원을 살릴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을 의논하게 되었고, 산속 깊은 곳에 지혜로운 랍비가 살고 있으니 그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자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수도원 원장이 대표로 지혜로운 랍비를 찾아갔습니다.
랍비를 찾아간 수도원 원장은 랍비에게 지금까지 되어진 일들을 설명하면서 수도원이 곧 몰락하게 되었는데, 수도원을 되살릴 수 있도록 조언을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도원 원장과 랍비는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수도원을 되살릴 수 있는 어떤 방법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도원 원장이 돌아가려 하자 랍비가 이런 말을 해 줍니다. “제가 아무런 조언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당신들 5명 가운데 한 사람이 메시야라는 사실입니다.”

그 마지막 말을 듣고 수도원 원장은 수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수도원에 남아 있던 4명의 수도사들은 원장이 대단한 비법을 가지고 올 것으로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수도원 원장이 돌아와서 하는 말은 ‘우리들 중에 메시야가 있다더라’ 라는 수수께끼와 같은 말만 가지고 돌아오자 적지 않게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도원에 있던 5명의 수도사들은 랍비의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 중에 메시야가 있다고? 우리 5명중에 한 사람이 메시야라? 그렇다면 누가 메시야일까?’ 서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 수도원 원장이 메시야 아닐까? 그래 정말로 메시야가 우리들 중에 있다면 수도원 원장이 틀림없이 메시야일거야. 그는 오랫 동안 우리들의 지도자로 봉사해 왔잖아. 어떻게 생각해 보면 토마스 수사가 메시야일지도 몰라. 그는 분명 성스러운 사람이야.’ 수도원에 있던 5명의 노(老)수도사들은 이렇게 서로가 나름대로 ‘누가 우리들의 메시야일까?’ 아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모두 자신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은 일반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늙은 수도사들은 제각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누구가 메시야인지 모르기 때문에 서로를 깊이 존중하면서 마치 메시야를 대하듯이 서로를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시 내가 메시야는 아닐까?’하는 생각에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도 존경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이 자리 잡은 그 곳은 경치가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따금씩 사람들이 소풍 삼아 수도원을 찾아와서 잔디밭에 앉아 놀거나 수도원 주변 오솔길을 산책하다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5명의 노(老) 수도사들이 서로에게 존경하면서 까듯이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도원의 분위기가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노 수도사들이 서로를 존경하는 모습을 보면서 거룩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어떤 이상한 매력과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더 자주 수도원을 찾게 되었고, 단순히 소풍이나 산책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수도원에서 명상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늙은 수도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그 수도원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신앙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젊은이들 중에는 나이 많은 수도사들이 서로를 깍듯이 존경하면서 경건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수도원에 입문하기로 결심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수도원은 옛 명성을 되찾고 번성해 갔습니다. 랍비의 선물 - ‘당신들 가운데 한 사람이 메시야입니다’ 하는 그 한 마디 말이 퇴락해 가는 수도원을 다시 살렸고, 그 수도원은 그 지역에 빛과 영성의 중심지가 되어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경에서 말하는 성자다운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깊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오늘의 우리 교회도(한국교회도) 다섯 명의 노(老) 수도사들처럼 서로를 메시야로 생각하고, 서로를 성자(聖者)라고 생각하고 서로 존경하며 서로를 섬기는 마음으로 교회를 섬긴다면, 쓰러져가는 수도원이 다시 일어선 것처럼 한국교회에도 새롭게 부흥의 불길이 타오를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을 마치 주님을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한다면 내가 속한 모든 공동체는 정말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이 수도원 이야기에서 누가 메시야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5명 모두가 그 수도원을 위한 메시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그러면 우리 교회를 위한 메시야는 누구입니까? 내가 우리 교회를 위해서 부르심을 받은 이 시대 우리 교회의 메시야입니다. 누가 우리 교회에서 존경받고 대접받아야 할 성자입니까?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존경받고 섬김 받아야 할 성자들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존경스러운 성자를 대하듯 까듯하게 서로를 존경하고 서로 섬기는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신앙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를 성자로 불러주시고 그에게 성자의 신분을 주셨습니다. 잘 낳든 못 낳든 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고 이 교회당에 나오는 모든 분들은 다 성자입니다.
성경에서 ‘성도’라고 표현된 성자들이 모두 온전한 삶을 산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사람에게는 다 허물이 있었습니다. 위대한 신앙의 사람들도 모두 실수하며 일생을 살았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성자들도 부족한 모습이 있습니다. 실수하면서 살아갑니다. 허물투성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자가 아닌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사도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성자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을 향하여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 좇아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고 간구하고 있습니다. 그 간구는 오늘 우리를 향한 간구이기도 합니다. 바라기는 우리 교회 모든 믿음의 식구들은 ‘부족하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성자로 불러주셨다’는 이 귀한 사실을 잊지 않고 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성자이기에 성자답게 사는 일에 영적인 에너지를 쏟으며 사시기 바랍니다. 나만 성자인 것이 아닙니다. 함께 부르심을 입은 우리 모두가 성자입니다. 그러기에 누구를 만나든지 - 교인을 만나든 가족을 만나든 서로를 성자답게 귀하게 여기며 존경하는 우리의 모습이 되기를 바랍니다. 바로 거기에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이루어집니다.

<2007년 2월 4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