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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04-22 10:37

절망이 만진 희망 <4월 22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절망이 만진 희망
본문 - 마가복음 5:25-34

지난 4월 17일 미국 버지니아 주에 있는 버지니아 공대에서 끔찍한 총기사고가 일어나 전 세계를 경악케 했습니다. 특별히 그 사건의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연일 그 뉴스를 최고의 뉴스거리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발 그 이야기를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는 지긋지긋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 사건에 얽힌 주변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최근에는 그가 지난 시간들 속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에 관심이 집중 되고 있습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부모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자폐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 줄 만큼 다른 사람에 대해서 폐쇄적인 심리상태로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외톨이로 자라온 것입니다. 부모님은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자식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8살에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그는 사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습니다. 가정에서 애정이 결핍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철저한 외톨이였습니다. 영어를 잘 못한다고, 또 발음이 이상하다고 친구들로부터 놀림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면서 그에게는 친구도 점점 멀어져갔습니다. 그 주변에는 그에게 사랑을 베풀어줄 사람도 없었고, 그의 아픔을 함께 아파해줄 친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의학자들은 그에게 ‘장애’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그를 직접 만나 내린 결론은 아니지만 그가 행한 일련의 행동들을 통해서 내려진 결론은 분명한 장애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에게 붙여진 장애의 종류도 많습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반사회성 인격장애’ 란 사회적응의 여러 면에 걸쳐서 지속적이고 만성적으로, 비이성적, 비도덕적, 충동적, 반사회적 또는 범죄적 행동, 죄의식 없는 행동 또는 남을 해치는 행동을 나타내는 이상성격을 말합니다. 즉 사회의 정상적 규범에 맞추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자기애적 인격장애’ <‘자기애적 인격장애’란 자신이 남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이 있어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우월하다는 느낌 때문에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상성격을 말합니다.> ‘경계성 인격장애’ <‘경계성 인격장애’란 정서 · 행동 · 대인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변동이 심한 이상 성격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인격 장애를 말합니다. 이들에게는 주위의 따돌림을 피하기 위한 지나친 노력, 자살 위협이나 자해행동을 통하여 자신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경향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등 여러 가지로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에게 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는 것은 그 문제를 ‘조승희’라는 한 사람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마치 두 팔이 없는 사람을 우리가 장애인이라고 부르면서 팔이 없어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고 그를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잘못된 행동 역시 무조건 비난하거나 나무랄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의 장애를 방치한 사회적인 책임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는 장애진단을 받을 만큼 철저하게 외톨이가 되었고,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자신의 닫혀진 마음 안에는 세상에서 소외되고 따돌림 당한 분노가 들끓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의 마음속에 갇혀있는 증오심과 분노가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나타난 것입니다.

조승희 씨 이야기가 뉴스의 관심거리가 된 가운데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 준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33살의 한 주부가 죽으면서 자신의 장기를 14명에게 기증하여 14명의 생명을 살린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제주도에 사는 이 주부는 지난 3월 27일 감기로만 알고 있었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면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단순히 감기 후유증일 수 있다며 ‘좀 더 두고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에 귀까지 들리지 않더니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더 큰 병원으로 옮겼더니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뇌를 보호하고 있는 막에 세균이 침범했다는 것입니다. 계속된 치료에도 이 주부는 깨어나지 못하고 결국 심장만 뛰는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인 4월 17일에 뇌사상태에 빠진 이 여인은 헬기를 이용해서 서울삼성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18일 결국 그녀는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했던 아내를 보내면서 남편은 처가 식구들과 상의한 결과 아내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장기는 14명의 생명을 살리는 귀한 일에 쓰여졌습니다. 그 남편은 자신의 이름과 아내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정말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자신의 마지막을 통해 14명의 귀한 생명을 살린 아름다운 신앙인의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33살의 주부가 자신이 죽어가면서 자신의 남은 장기를 다 내어주며 14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자신이 받았던 놀라운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을 먹고 살았기에 최후의 순간에는 자신도 작지만 결코 작지 않는 사랑을 베풀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으로 세상과 통하던 사람은 자신의 죽음에서조차 값진 삶을 보여주었지만, 외톨이가 되어 세상과 통할 수 없었던 한 젊은이는 32명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비극을 낳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비극 가운데 하나가 외톨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실 때부터 더불어 사는 존재로 지으심을 받았습니다. 아담이 홀로 있는 모습을 좋지 않게 여기신 하나님께서 서로 의지하며 돕고 살라고 아내인 하와를 만들어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사람은 더불어 살아갈 때 존재가치를 인정받게 되고, 또 서로 사랑하면서 마음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가운데는 원치 않는 이유로 인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외된 채 외톨이가 되어 마음에 깊은 상처와 고통을 끌어안고 절망 가운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 나오는 여인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 여인은 12년 동안이나 혈루증으로 고생스런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12년 동안 병으로 고생했다는 고통보다 그녀를 더 괴롭게 만든 것은 외톨이로 살아야 한다는 소외감이었습니다.
예수님 당시 혈루증은 고치기 어려운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어떤 병에 걸렸던지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참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병이라 하더라도 고칠 수 없는 불치의 병이라고 하면 병으로 인해 당하는 고통보다 이제 곧 죽어야 한다는 두려운 현실이 더욱 고통스럽기 마련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인은 12년 동안이나 혈루증으로 고생해야 했습니다. 그 여인의 상태를 26절에서 이렇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많은 의원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있던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 그녀는 처음 혈루증이 발병되었을 때 그 병을 고쳐보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잘 고친다고 소문난 명의를 찾아가 보아도 고칠 수가 없었습니다. 좋다는 약을 다 먹었어도 효험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제법 많던 재산도 다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12년입니다. ‘12년’이란 세월은 이제 더 이상 고칠 가망성이 없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병을 고침 받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것도 그녀에게는 고통이었지만, 또 다른 고통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외톨이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경학자들은 이 ‘혈루증’을 현대 의학으로는 ‘만성 하혈증’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자궁 안에 종기가 생기거나 어떤 이상이 생겨서 불규칙적으로 계속해서 피가 흐르는 병입니다. 당시 율법에 의하면 이런 병에 걸린 사람은 부정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레위기 15:25절 이하에 보면, 출혈하는 여인은 부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여인만 부정할 뿐 아니라 그 여인이 잠자는 자리도 부정하고, 그 여인이 앉는 의자도 부정합니다. 부정한 그 여인이 닿는 곳이면 전부가 부정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이 앉았던 의자나 침상에 접촉된 사람 역시 그 여인과 똑같이 부정해졌습니다. 그러기에 그런 여인은 가정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부정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결국 그런 여인은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습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사람과 만남이 금지된 여인입니다. 가족과도 함께 살 수 없습니다. 그렇게 12년의 세월을 살았다면 이미 가족은 가족이 아닙니다. 친구도 친구일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그녀는 철저하게 외톨이 인생을 살아온 것입니다.
12년 동안 병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했고, 이제는 고칠 수 있다는 희망까지도 다 버려야 했던 여인입니다. 더구나 아무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여인, 철저하게 외톨이로 살아온 여인,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여인입니다. 이 얼마나 절망적입니까?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외톨이로 절망 가운데 살아가던 이 여인에게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게 바로 예수님에 대한 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병을 고치시는 분이라는 것을 소문을 통해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경건하다던 사람들이 아무도 가까이 하려 하지 않던 죄인들과도 함께 식사를 하신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부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도 직접 손으로 어루만지시며 고치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소문을 들은 여인에게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예수님만 만나면 내 병을 고침 받을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예수님을 만나서 내 병을 고침 받으면 지난 12년 동안 자신을 고통 가운데로 몰아넣었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의원이 고쳐주지 못한 병을 고침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정한 여인이라고 낙인찍혀 아무도 가까이 하지 못한 채 외롭게 고독 가운데 살아가야 하는 그 고통도 해결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여인은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망설여졌습니다. 부정한 여인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예수님을 찾아가 만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이 하혈을 하는 부정한 여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또 만에 하나 예수님께서 자신의 간청을 못 들으신다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여졌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장 야이로의 죽어가는 딸을 고치시기 위해 회당장의 집으로 가고 계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행하실 기적을 보기 위해 예수님과 함께 야이로의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온통 사람들의 시선이 예수님께 집중되어 있을 때에 무리들의 틈바구니에 몰래 들어가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에게 희망은 오직 하나 그것뿐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곳에도 희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그 희망은 너무나도 강렬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예수님 앞에 당당히 나설 용기는 없어도 예수님 뒤로 가서 아무도 몰래 예수님의 옷자락만 만져도 내 병이 나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는 군중들의 틈바구니로 몰래 들어가 예수님의 뒤에서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습니다.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진 그 여인은 손은 단순히 옷자락을 만진 손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희망을 만진 손이었습니다. 절망이 희망을 갈구하다가 유일한 희망을 향해 손을 내밀어 희망을 만진 것입니다.

그런 간절한 희망을 품고 절망의 손을 내밀어 희망이신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자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12년 동안 그렇게도 자신을 괴롭히던 그 혈루증이 깨끗하게 고침 받은 것입니다. 본문 29절에 말씀합니다. “이에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마르매 병이 나은 줄을 몸에 깨달으니라.” “혈루 근원이 곧 말랐다.”는 말씀은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는 순간 병이 깨끗하게 고침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병의 치료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완전한 치료였다는 뜻입니다. 이제 그녀는 12년 동안이나 자신을 괴롭혔던 그 모든 병과 소외됨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스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이 나은 줄 몸에 깨달으니라.”는 말씀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수님의 옷에 순을 대는 순간 자신의 병이 깨끗하게 치료된 것을 금방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때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너무 힘든 문제가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에 깊은 절망의 한숨 밖에 없는 삶과 같은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내 삶이 온통 절망으로 둘러 쌓여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영원한 희망이신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십니다. 우리가 믿음의 눈을 떠서 하나님을 바라보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언제나 희망이 되어 주십니다.

열왕기하 6장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람 군대가 이스라엘을 침공해 들어왔습니다. 이스라엘을 침공한 아람 군대는 가장 먼저 하나님의 선지자 엘리사를 제거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을 점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밤중에 몰래 엘리사가 머물고 있던 도단 성을 포위했습니다. 많은 군사와 막강한 무기로 무장한 아람 군대가 작은 성 도단을 겹겹이 둘러쌓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엘리사의 종이 일찍이 일어나 성루에 올라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밤새 엄청난 아람 군대가 도단 성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았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종은 급히 엘리사에게 뛰어갔습니다. 그리고는 곧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아란 군대가 이 성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꼼짝 없이 죽게 생겼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그 종의 말이 맞습니다. 이스라엘 나라 전체가 싸워도 이길지 모르는 엄청난 군대가 도단이라는 작은 성을 포위하고 있으니, 정말 큰 일 아니겠습니까? 이건 게임이 안 되는 싸움입니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데 어떻게 도망치겠습니까? 그래서 엘리사의 종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엘리사에게 상황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엘리사는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태연합니다. 그리고는 그 종이게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와 함께 한 자가 저와 함께 한 자보다 많으니라.” 우리의 군대가 아람 군대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엘리사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도와주실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늘의 천군과 천사를 보내 자신을 지켜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그 믿음의 눈으로 보니까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 같아 보여도 절망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기도합니다. “원컨대 저의 눈을 열어서 보게 하옵소서.” 엘리사의 기도를 들으시고 하나님께서 종의 눈을 열어 보게 하셨습니다. 영의 눈이 떠져서 보니, 하나님께서 보내신 불 말과 불 병거가 도단 성을 빙 둘러 있었습니다. 아람 군대보다 훨씬 더 강한 하나님의 군대가 엘리사와 도단 성을 지키고 계신 것입니다.

때로 엘리사의 종이 보았던 것처럼 아람 군대가 우리를 둘러 우리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위를 빙 둘러 있는 문제와 고통과 어려움 때문에 살아갈 용기와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불 말과 불 병거로 엘리사를 지켜주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우리를 지켜주십니다. 그러기에 영의 눈을 떠 하나님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절망이 없습니다. 아무리 깊은 절망의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하나님께서 만들어 주신 희망의 길이 있습니다. 그것을 믿음의 눈으로 찾는다면 우리는 낙심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절박한 희망을 가지고 옷자락을 만지긴 했지만 그렇게 순간적으로 병이 치료되었다는 사실에 여인은 적지 않게 놀랐을 것입니다. 너무 놀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주변을 돌아보시면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내게 손을 대었느냐?”
예수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밀고 밀치면서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댄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병을 고침받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진 사람이 있었고, 그렇게 해서 병이 치료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예수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여인은 더 이상 자신이 한 행동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예수님 앞에 나와 엎드려 지금까지 자신이 한 행동을 낱낱이 아뢰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상황을 설명했는지도 모릅니다. 혈루증을 앓기 시작한 때부터 지난 12년 동안 이 병을 고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었는지, 또 부정한 여인이 되어 외톨이로 살아온 지난날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리고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예수님의 옷자락만 만져도 고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되었고, 오늘 이렇게 예수님 뒤에서 예수님 옷자락을 만지게 되었다는 사실까지 자세하게 예수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여인의 말을 조용히 듣고 계시던 예수님께서 여인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찌어다.”

이 말씀은 ‘네가 절망과 소외와 고통의 자리에서 내게 희망을 두고, 내 옷자락이라도 만지면 고침을 받을 것으로 믿고 왔다면 네가 믿었던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는 말씀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왔기에 가지고 온 그 믿음대로 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믿음을 가지고 나오면 주님은 그 믿음에 하늘의 놀라운 축복을 부어주십니다. 절망의 자리에서 희망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왔던 그 여인에게 주님은 ‘믿음대로 고침을 받고 이제 평안한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주님 앞에 나오실 때에는 꼭 믿음을 붙잡고 믿음을 가지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믿음대로 됩니다.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짜증나는 얼굴로 주님 앞에 나오면 그는 여전히 짜증나는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실 줄로 믿고 즐거운 마음으로 주님 앞에 나오면 주님께서 긍휼히 여기셔서 문제를 해결해 주십니다. 몸이 아프다고 얼굴에 오만가지 상을 하고 나오면 그는 평생 오만가지 상을 하고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인처럼 주님의 옷자락만 만져도 주님께서 고쳐주실 것으로 믿고 나오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건강을 회복시켜주시고, 우리의 심령에 평강을 주십니다. 아무리 절망의 자리에 서 있다 하더라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면 주님은 우리의 손을 붙잡아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가 가진 희망대로 되어지는 축복을 내려 주십니다. 내가 주님 앞에 가지고 온 믿음대로 주님은 우리에게 역사하십니다. “네 믿음대로 될지어다.” 주님은 오늘도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가운데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 1813-1855)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가정은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범한 두 가지 범죄 때문에 평생 고독하고 우울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 하나는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 너무 가난하여 황량한 벌판에서 양을 치면서 심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기 힘들어 언덕에 올라가 하나님을 저주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토록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만든 게 하나님이었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을 저주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아버지의 본부인이 병으로 일찍 죽자 아버지가 자기 집의 하녀를 강간하여 임신을 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사람이 자기의 첫째 형이었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은 후에 아버지는 그 하녀를 아내로 맞아들였고, 8명의 아내를 낳게 됩니다. 그 8형제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사람이 바로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였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자기 형 7명 가운데 5명이 일찍 죽었습니다. 그는 그게 하나님께서 그의 가정에 내린 저주였다고 생각했습니다. 23살 때 아버지의 그런 부정을 안 그는 걷잡을 수 없는 방탕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25살 때에 ‘레기네 올센’(R. Olsen)이라는 16살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그 여인과 결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의 사랑하는 여인이 하나님의 자주를 받은 자신과 결혼하여 불행하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랑하는 여인과 파혼하게 되었고, 그 후 그는 더욱 깊은 절망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우울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에게는 척추병이라고 추측되는 질병이 있었는데, 이것 역시 아버지의 죄로 주어진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런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서 철학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절망이야말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건 단순한 철학적 단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경험 속에서 나온 진실한 고백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그 절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길거리에 쓰러진 후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의 나이 42살 때 말입니다.

여러분, 키에르케고르만 절망을 경험합니까? 아닙니다. 우리 모두 원치 않는 깊은 절망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믿음이 깊은 사람도 절망에 자리에 서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인 모세도 끊임없이 하나님을 배신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면서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민 20:10).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가뭄 앞에서 절망하여 약속의 땅을 버리고 애굽으로 내려갔습니다.(창 12:10-20). 가장 위대한 선지자 엘리야도 왕비 이세벨의 위협 때문에 절망하여 광야의 한 로뎀나무 아래로 도망가 하나님께 죽여 달라고, 생명을 거두어 가 달라고 간청했습니다.(왕상 19:4).
우리의 삶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시련이 있다는 것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에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와 같은 세월이 있다는 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절망의 자리에서 희망을 보지 못하는게 불행일 뿐입니다.
아무리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그래서 깊은 절망의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그 순간에 우리의 손을 하나님을 향하여 내밀면 하나님께서는 절망 가운데 내민 우리의 손을 꼭 붙잡아 주십니다. 결코 절망의 자리에서 내민 우리의 손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반드시 붙잡아 주십니다. 그리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우리의 삶의 자리를 옮겨 주십니다.

12해 혈루증으로 고생한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진 그 손은 절망 중에서 희망을 만진 손이었습니다. 희망을 붙잡는 손이었습니다. 희망을 향하여 내민 손을 하나님은 절대로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그 손에 희망과 함께 하늘의 축복과 평강으로 채워주십니다.
2차 세계 대전 때에 나찌에 의해서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 유대인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가스실에서 죽어갈지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하나님이 계시는 한 우리에겐 소망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도 이렇게 외쳐야 합니다. “주님이 계신 한 우리에게 절망은 끝이 아닙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때로 너무 힘들고 너무 어려워서 절망의 자리 같아 보일지라도 희망을 손을 주님께 내밀어 주님으로부터 희망의 능력을 공급받아 승리의 삶을 살아가시는 우리 모두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2007년 4월 22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