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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12-16 10:33

에브라임의 실수 <12월 16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에브라임의 실수
본문 - 사사기 12:1-6

우리 옛말에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꼬집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부는 하지 않고 말썽만 피우는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을 바라보며 대학 교수님은 이렇게 불평합니다. “우리 대학에 저런 형편없는 녀석이 들어온 것은 수치야.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육이 문제야. 중고등학교에서 뭘 가르쳤다는 거야.” 그러면 중고등학교 교사는 가만 있습니까? 중고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저런 말썽꾸러기 소년을 맡지 말았어야 했어. 초등학교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졸업시켰단 말이야?” 그러면 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런 멍청이를 왜 학교에 보냈는지 몰라. 유치원에서는 도대체 뭘 가르친거야?” 그러면 유치원 교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렇게 훈련받지 못한 얘는 처음 봤어. 도대체 저 애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일까? 어쩌자고 얘를 왜 이렇게 방치해놨지?” 그럼 어머니라고 할 말이 없습니까? 어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불쌍한 내 자식,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얘 잘못도 아니지. 지 애비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뭐.”

내가 책임질 일은 하나도 없다는 듯이 모두가 남의 탓만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남을 탓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인도 사람들은 ‘카르마’라는 것을 믿습니다. ‘카르마’(Karma)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업보를 믿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뭔가 잘못된 일이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일어나면 “내 카르마가 나빠서 그런 거야.”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내 삶을 이유를 내가 알지도 못하는 과거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입니다. 윤회설을 믿는 인도사람들은 전생의 업보가 오늘의 나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다음 세상에서 브라만(Brahman)이라는 높은 계급의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로 태어나기도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나 잘못된 일을 만나면 오늘의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전생의 카르마 때문’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오늘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이제 곧 새해가 되는데 어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사주를 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되고 잘못되는 것을 모두 ‘운명’이라는 것에 맡기려고 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에 태어났느냐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인생에 대해서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요 무책임한 생각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타고난 별자리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황소자리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가 같은 운명의 삶을 살아야 합니까? 세계 수십억의 인구 가운데 같은 별자리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이 모두 똑같은 인생을 살아갑니까? 아니잖아요. 오늘과 내일의 삶은 내가 언제 태어났느냐, 무슨 별자리의 운세를 가지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을 회피하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삶이나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고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비단 우리나라나 인도 등 극히 일부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건 인류가 시작되면서 시작된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창세기 3장에 보면,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따먹는 죄를 범하게 됩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나타나셔서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실과를 네가 왜 먹었느냐?”라고 물으십니다. 그 때 아담이 뭐라고 대답한지 아시지요? “하나님이 내게 주셔서 나와 함께 하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실과는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내 잘못 없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제 갈빗대를 가져다가 만들어 내게 주신 바로 저 여자가 내게 선악과를 주었기 때문에 먹은 것뿐입니다.’ 그런 대답입니다. 자기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입니다. 아내 하와에게만 책임을 전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와를 만들어주지 않으셨다면 내가 죄를 짓지 않았을 텐데 하나님께서 하와 저 여자를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내가 선악과를 먹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하와에게 물으십니다.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그러자 하와가 대답합니다. “뱀이 나를 꾀었기 때문에요.” 하와 역시 내 잘못 없다는 말입니다. 뱀이 꾀었기 때문에 따먹은 것뿐이라는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 이후 우리 인간은 스스로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에게 그 책임을 전가합니다. 때론 ‘내 형편상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함으로써 환경에 책임을 떠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내가 책임을 떠민다고 해서 내가 져야할 책임의 분량이 작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책임을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전가함으로서 우리 스스로 왜소해지고 초라해질 뿐입니다. 책임을 전가함으로서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이 얼마나 못된 죄인이가를 보여줄 뿐입니다.
반대로 하나님의 역사는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사람을 통해,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일까지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을 통해 만들어져가는 것입니다.

야곱에게는 12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이스라엘의 12지파가 유래되었습니다. 12명의 아들 가운데 첫 번째 아들은 르우벤입니다. 그런데 12지파 가운데 예수님은 어느 지파에서 태어나신 줄 아십니까? 유다지파입니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만큼이나 장자를 중요시 여깁니다. 그런데 인류의 메시야이신 예수님은 장자인 르우벤 지파에서 태어나신 것이 아니라 유다 지파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왜 예수님께서 장자 지파인 르우벤 지파에서 태어나지 않으시고 4번째 아들인 유다 지파에서 태어나셨을까? 저는 그 이유를 창세기 43장과 44장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요셉이 애굽의 국무총리로 있을 때 가나안 땅에도 극심한 기근이 들자, 야곱의 아들 10명이 애굽으로 양식을 사러 갑니다. 두 번째 양식을 사기 위해서 애굽으로 내려가려 할 때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애굽의 총리가 다시 올 때에는 집에 남아 있던 막내를 데리고 오지 않으면 양식을 주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야곱은 요셉이 죽은 줄 알고 자기의 사랑하는 아내 라헬이 낳은 아들 베냐민만은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양식을 구하러 갈 때에도 베냐민은 함께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양식을 사러 갈 때에는 이 베냐민을 꼭 데려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 야곱은 베냐민만은 절대로 데리고 가서는 안 된다고 하고, 애굽에 갔다 왔던 아들들은 베냐민을 데리고 가야만 양식을 사올 수 있다고 한참을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그 때 앞에 나선 사람이 네 번째 아들 유다였습니다. 유다가 아버지를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아버지, 내가 베냐민을 책임지겠습니다. 만약 베냐민에게 무슨 일이 생겨 아버지께로 돌아오게 못한다면 그 벌을 제가 영원히 받겠습니다.” 결국 그런 유다의 설득으로 인해 아버지 야곱은 베냐민을 애굽으로 보내게 됩니다.
애굽에 가서도 그랬습니다. 국무총리인 요셉이 베냐민의 자루에 은잔을 넣어 베냐민을 가두어두려고 했을 때, 유다가 또 나섭니다. “이 아이 대신이 차라리 제가 종이 되겠습니다. 이 아이가 아버지께로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 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나를 결박하여 종을 삼으시고 이 아이는 아버지께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유다는 가족이나 다른 형제들에 해(害)가 가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책임을 지려 했습니다. 그렇게 책임을 지려는 유다야말로 메시야의 조상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도 그렇지 않습니까? 예수님은 아무 죄도 없이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시는 고통이 너무나도 큼을 아셨기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할 수 있거든 십자가를 지지 않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온 인류의 죄를 구속하시기 위해서는 반드시 십자가에 지셔야 함을 아셨기에 “하나님의 뜻이라면 십자가를 지겠다”고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자신 때문에 십자가를 지신 것이 아닙니다. 온 인류의 죄 - 다른 사람의 죄를 모두 책임지고 십자가를 지신 것입니다. 그런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온 인류에게 구원이라는 놀라운 선물이 주어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는 책임을 회피한 에브라임에게 임한 징벌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사사기 11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므낫세 지파 길르앗의 가문에 입다라는 사람이 태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불행하게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기생과 하룻밤 잠을 잤는데, 그만 그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사람이 입다였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이미 정식 아내도 있었고, 그 아내에게서 태어난 아들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비천하게 태어난 입다는 그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다가 결국 쫓겨나고 맙니다. 입다가 커가면서 본처의 자식들이 아버지의 유산의 일부라고 입다에게 주지 않기 위해서 쫓아내고 만 것입니다.
쫓겨난 입다는 이스라엘 땅에 살지도 못하고 이방 지역인 돕 땅에서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떠돌이 생활을 하던 하층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입다는 그들의 두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큰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이스라엘과 암몬 자손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군사적으로 약했던 이스라엘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입다를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입다에게 이스라엘의 군대장관이 되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주기 싫어서 쫓아내고선 이제 나라가 어려우니까 도움을 청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사람의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특별히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의 원수가 내일은 친구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은 원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는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언젠가 반드시 만나야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가능하면 모든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이 이렇게 말씀하지요.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롬 12:18) 그렇습니다. 우리는 가능하면 모든 사람으로 화목하게 지내야 합니다.

한 때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미은행장이 아들에게 쓴 편지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 아이들을 많이 만들어 놓아라. 그 중에 하나 둘은 안 그랬다면 말 붙이기도 어려울 만큼 예쁜 아가씨로 자랄 것이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아이들은 흔히 여자아이들에게 관심을 사기 위해서 여자 아이들을 짓궂게 괴롭히곤 합니다. 그러나 나는 장난으로 하는 것일지라도 그것 때문에 마음 상한 일이 있으면 평생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서 베풀어놓은 작은 친절 하나가 나중에는 큰 기쁨이 되어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그래야 합니다. 조금만 친절을 베푼다면 우리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 조심해서 마음 상하지 않게 - 은혜스럽고 덕스럽게 하면 그것이 그에게 유익을 줄 뿐 아니라 결국은 나에게도 큰 은혜가 되어 돌아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내 작은 이익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세 번째는 내 자존심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잠간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뜻하지 않는 말을 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오랫동안 후회하곤 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말할 껄’하는 생각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그 당시의 감정 - 흥분된 감정이거나 화가 난 감정이거나 간에 그 감정 때문에 말에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번 우리 입에서 나간 말은 내가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뱉은 말이든 그리고 그게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닐지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인간관계가 악화됩니다.
여러분, 가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말을 했다거나 누군가에게서 말로 상처를 받았을 때, 대부분의 경우 그건 내 진심이거나 그 사람의 진심이 아닙니다. 순간의 감정에 복받쳐 하는 말이었는데 그게 서로에게 큰 상처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 5:24) 여기서 ‘정’이란 말이 바로 감정을 말합니다. 우리의 감정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입다는 형제들의 이익 때문에 쫓겨난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입다를 쫓아낸 형제들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결국 자기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입다를 찾아와서 자기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합니다.
입다는 기꺼이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군사를 이끌고 나가서 암몬 자손을 쳐서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에브라임 사람들이 입다에게 찾아와서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암몬을 무찌르러 나갈 때에 왜 자기들에게는 기별하지 않고 갔느냐’는 것입니다. 그러자 본문 2절에서 입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와 나의 백성이 암몬 자손과 크게 다툴 때에 내가 너희를 부르되 너희가 나를 그들의 손에서 구원하지 아니한고로.” 무슨 말입니까? 불렀다는 것입니다. 불렀는데도 오지 않고서 왜 이제 와서 딴 말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당시는 국가가 형성되기 이전입니다. 흔히 그 시대를 지파동맹체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이루어지기 전에 지파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나도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힘이 약했습니다.
사사기에 보면 사사들이 전쟁을 하러 나갈 때에는 각 지파별로 연락을 취해서 전쟁에 나갈 군사를 모집했습니다. 국가에 상비군이 없기 때문에 전쟁이 날 때마다 각 지파에 가지고 있던 군사와 자원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군대를 형성해서 전쟁에 나가게 됩니다.

입다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나라에 있는 군대를 이끌고 암몬 자손과 싸우러 간 것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자 각 지파에 비상연락을 취한 것입니다. 그래서 군사를 모집했고, 모집된 군사를 데리고 전쟁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에브라임 지파 사람들은 ‘전쟁을 해야 한다’고, ‘그러니 전쟁에 나갈 사람은 모이라’고 연락을 할 때에는 모른 체 하다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니까 생떼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에브라임 지파가 이렇게 생떼를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역사상 에브라임 지파는 가장 큰 지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에브라임 지파를 장자지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나중에 솔로몬의 아들 때에 이르러 이스라엘은 두 나라로 나뉘게 됩니다. 여로보암을 중심으로 10지파가 만든 나라가 북이스라엘이고, 솔로몬 왕의 아들 르호보암을 중심으로 유다와 베냐민 2지파가 만든 나라가 남 유다입니다. 북 이스라엘은 10개의 지파가 만든 큰 나라였는데, 때로 그 북 이스라엘을 ‘에브라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에브라임은 12지파 가운데 중심이 되는 지파였습니다. 에브라임은 다른 지파에 비해 물질적으로도 축복을 받았고, 큰 지파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런 에브라임이 이스라엘 12지파에서 장자처럼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암몬과의 싸움에서 자기들이 제외되었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전쟁의 영웅인 입다에게 항의한 것입니다. 자기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 같은 두려운 생각이 든 것입니다. 자존심이 그들을 가만 두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조롱합니다. 본문 4절입니다. “이는 에브라임의 말이 너희 길르앗 사람은 본래 에브라임에서 도망한 자로서 에브라임과 므낫세 중에 있다 하였음이라.” 이 말이 길르앗과 에브라임 사이에 전쟁을 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에브라임 사람들이 길르앗 사람들을 멸시하고 무시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우리 말로 풀어 말한다면 ‘짬도 안 되는 것들이 전쟁에서 이겼다고 까불고 있어?’ 그런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입다가 이끄는 길르앗 사람들과 에브라임 지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참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길르앗 사람은 므낫세 지파 가운데 한 가문입니다. 그리고 그 길르앗과 싸우는 에브라임은 이스라엘 12지파 가운데 가장 힘이 세고 강한 지파입니다. 싸우면 당연히 에브라임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쟁에서 길르앗이 이겼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에서 다윗이 이긴 것처럼 작은 길르앗이 큰 에브라임을 이긴 것입니다. 에브라임은 철저하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전쟁에 패하여 도망하던 사람들까지 요단 나루턱에서 다 잡혀 죽었습니다. 5-6절의 말씀이 바로 그 말씀입니다. 길르앗 사람들이 요단 나투턱을 점령하고서 검문을 실시합니다. 에브라임으로 도망하는 사람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입니다. 검문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배를 타고 요단강을 건너려는 사람에게 ‘십볼렛’이라고 말해보라고 합니다. 에브라임 사람들은 십볼렛이란 발음을 하지 못하고 ‘씹볼렛’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에브라임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낼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경상도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서 섬진강 나루턱에서 검문을 하면서 배를 타고 건너려는 사람에게 ‘쌀’이라고 발음해보라고 합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쌀’이라는 발음을 잘 못하고 ‘살’이라고 발음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쌀’ 그러지 못하고 ‘살’ 그러면 틀림없이 경상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길르앗 사람들도 요단 나루턱에서 ‘십볼렛’ 그렇게 발음하라고 해서 ‘십볼렛’이라고 발음하지 못하고 ‘씹볼렛’ 그러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에브라임 사람임을 알고 다 죽였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에브라임은 길르앗과의 전쟁에서 처절하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날 죽은 사람이 무려 4만 2천명이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에브라임 지파가 암몬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누구 책임입니까? 자기들 책임입니다. 그런데 나라가 어려울 때 와서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외면하다가 전쟁에서 이기니까 자기들 자존심 때문에 가서 항의했습니다. 그리고는 길르앗 사람들을 조롱하고 무시하다가 전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처절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자기들의 자존심을 내세우려다가 오히려 자존심이 무참히도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할 때 내게 도울 힘이 있다면 힘껏 도우시기 바랍니다. 교회가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그렇게 말할 때에 뒷짐 지고 있지 말고 힘껏 도우시기 바랍니다. ‘내 체면에 그런 일을 어떻게 해!’ 그런 생각하지 마시고 내가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야 합니다. 교회에서는 자기의 자존심을 버리고 낮은 자리에 내려갈 때에 진정으로 존경과 인정을 받게 됩니다. 자기의 자존심을 버리고 낮은 자리에 나려가서 겸손하게 섬길 때에 하나님께서 바로 그런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그 사람을 높여 주십니다.

에브라임은 책임은 면하고 자존심만 세우려하다가 엄청난 비극을 겪어야 했습니다. 오늘 하나님은 우리에게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공을 가로채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자존심을 앞세우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우리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자존심을 포기하고 주님을 위해서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주님이 그랬지 않습니까? 우리 주님은 하늘 영광의 보좌를 버리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모든 자존심을 다 버리셨습니다. 그리고 낮고 천한 이 땅에 오셔서 가장 참혹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죄의 대가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셨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이루셨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나의 자존심을 십자가에 내려놓고 주님을 위해, 교회를 위해 책임을 지는 사람을 통해 당신의 사역을 이루어 가십니다.
여러분 깊이 생각해 보십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고 말입니다. 나는 책임을 회피하고 내 자존심을 내세우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자존심은 십자가에 못 박고 하나님을 위해 교회를 위해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입니까?

< 2007년 12월 1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