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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5-10 10:39

아이다움과 아이의 일 <5월 3일 - 어린이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아이다움과 아이의 일
본문 - 누가복음 9:46-48, 고린도전서 13:8-13

영국의 소설가 윌리엄 골딩(William Gerald Golding, 1911∼1993)은 『파리 대왕』(Lord of the Flies)이라는 소설로 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파리 대왕』이라는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미래 어느 날 한 무리의 소년들이 핵전쟁을 피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무인도 산호섬에 불시착하게 됩니다. 이 어린이들은 이제 문명의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무인도에서 고립된 상태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들은 구조를 받기 위해 집단을 이끌 대표를 선출하게 되는데, 소라를 가지고 있는 랠프라는 아이가 대표로 선출됩니다. 그들은 랠프가 소라를 불면 그 소리를 듣고 한 자리에 모이곤 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지도자 랠프의 지휘를 따라 봉화를 피우고 오두막을 짓는 등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구조 받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대표자 랠프와 멧돼지 사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잭 사이에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고, 결국 랠프를 따르는 무리와 잭을 따르는 무리로 나뉘게 됩니다. 멧돼지 사냥을 좋아하는 잭을 따르는 아이들은 사냥을 즐기면서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가고, 그런 잭 일당에 의해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짐승을 죽이는데 쾌감을 느낀 아이들이 그 섬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점점 광기에 사로잡혀 사람까지 죽이고 만 것입니다. 그들의 살인행위는 계속되었고, 그것이 두려운 아이들은 그 무리를 따르게 됩니다. 이제 잭 일당의 야만과 살인적인 행동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오직 하나 처음에 지도자로 뽑힌 랠프라는 아이뿐이었습니다. 랠프는 자신까지 죽이려하는 잭 일당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겪게 됩니다. 그러다가 무인도에 난 불을 보고 찾아온 구조대에 의해서 구조된다는 것으로 소설을 끝을 맺습니다.

윌리엄 골딩은 이 소설을 통해 인간 사회 안에 잠재해 있는 죄성을 고발합니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아무도 살인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들은 살인을 저지릅니다. 문명사회에서 배운 권력이 싸움으로 비화되고, 그 권력싸움이 살인을 만들어내고 만 것입니다. 이 소설은 오늘 우리 시대에 어린이다움을 잃어버리고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비극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슬픈 자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순진하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해맑게 웃는 모습에서 천사의 얼굴을 보는 듯했고, 맑은 눈동자를 통해 영혼의 세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이들을 보면서 순수함을 쉽게 찾아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영악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아이들에게서 아이다움이 상실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어린아이답다’고 할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 아직도 우리에게는 순수함이 어린아이다운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심성 깊숙이에 뿌리박고 있는 죄와 우리의 삶을 얽매고 있는 현대문명이 현대인들에게서 아이다움을 빼앗아가버렸습니다. 심지어 그 자체로 아이다워야 할 아이들에게서조차 아이다움을 빼앗아가버렸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누가복음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가 크냐?’고 다투고 있는 제자들 앞에 어린아이 하나를 보여주시면서 ‘이런 어린아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지금 제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메시야 왕국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들은 이 문제를 놓고 변론이 일어났습니다. 46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변론’이란 말은 ‘논쟁’이란 말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그들은 그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고, 심지어는 그 문제로 다투기까지 했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불과 1주일 전에 ‘예수님의 제자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누가복음 9:23절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본문 바로 앞에서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말씀하셨습니다. 불과 하루 전인 어제 변화산에 올라간 세 명의 제자들은 변화산 위에서 모세와 엘리야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 죽으실 것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9:31절입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영광 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씀할쌔.”

지금 예수님의 마음에는 고난과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예수님의 뒤를 따르고 있는 제자들은 누가 높은 자리 올라갈 것이냐 하는 문제로 다투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너무 다른 생각 - 헛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제자들을 깨우쳐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를 제자들 앞에 세우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또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곧 나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라. 너희 모든 사람 중 가장 작은 그이가 곧 큰 자니라.” 높아지고 싶다면 작아지라는 말씀입니다. 어린아이 하나까지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낮아지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진정으로 큰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시 어린아이는 사람들에게 별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사람의 숫자를 셀 때에도 여자와 어린아이는 숫자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어린아이는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진정으로 큰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작은 자를 귀하게 볼 줄 아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이 가볍게 여기는 존재 속에서 세상의 무게만큼이나 큰 무게감을 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누가 크냐고 다투던 제자들에게 어린아이를 보여주신 것은 단순히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를 귀하게 여기라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태복음 18장에 보면, 제자들이 예수님께 “천국에서는 어떤 사람이 큰 사람입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렇게 물었던 것은 자기들 스스로 ‘나 정도는 돼야 천국에서 큰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라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의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들 자기 스스로 큰 존재,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할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 하나를 불러 제자들 앞에 세우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그이가 천국에서 큰 자니라.” 천국은 높아지려 해서 높아질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스스로 낮아지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라고 높임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내가 높아지려고 해서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높아지는 것은 내 몫이 아닙니다. 내 영역이 아닙니다. 내가 힘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란 말씀입니다. 누구를 높여주실 것이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몫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실 일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높아지려는 것이 아니라, 낮아지려 해야 합니다. 우리는 낮아지려는 것만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어린아이를 모델로 세우신 것입니다. ‘봐라. 이 어린아이들이 스스로 높아지려 하는 것을 보았느냐? 이들은 높아지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그 자체로 낮게 사는 사람들이다. 너희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어린아이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서 큰 자가 되기는커녕 천국에 들어갈 수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어린아이는 낮아짐의 대명사입니다. 겸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겸손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겸손한 존재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조금이라도 높아지려는 심리 때문에 굽이 높은 구두를 신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이힐(High hill)이라는 것이 생겨났습니다.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다니면 참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이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왜 저런 신발을 신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하이힐 시는 것 보셨습니까? 어린아이들은 신발이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것을 더 좋아하고, 신발을 신는 것보다 신발을 벗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높고 크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서 어린아이다운 모습을 보시길 원하십니다. 세상의 욕망과 욕심으로 가득 차서 어린아이다운 모습을 잃어버린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서 천국에서 큰 자로로 여겨지는 어린아이다운 모습이 회복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겸손하고 낮아지는 모습으로 살기를 원하시지만, 그것보다 더 기뻐하시는 것은 ‘내가 낮아져야지, 겸손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격과 존재 자체가 겸손하고 낮아진 그 모습을 늘 간직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천국을 소유한 사람으로 사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라이언 화이트라는 소년은 13살 때 혈우병을 앓다가 수술을 받았는데, 잘못된 피를 수혈 받아 에이즈(AIDS)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어른들의 부주의로 소년의 인생은 죽음의 길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을 알면서도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항상 밝게 웃으면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신문기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소년의 이야기는 매일 신문에 게재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소년에게 관심을 가졌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레이건도 그 아이를 찾아가 선물을 안겨주었고, 마이클 잭슨이라는 유명한 가수도 그를 찾아갔습니다. 그럼에도 죽음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라이언은 5년을 더 살다가 18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가 죽기 전에 그의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한 기독교 잡지에 실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아버지가 죽어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들아 미안하다. 이제는 내게 네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구나. 이 아빠가 더 이상 어떤 선물도 해 줄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그러자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빠, 전 지금까지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아빠 같은 선물을 준 사람은 없었어요. 아빠는 저에게 천국 열쇠를 선물로 주셨잖아요. 예수님을 알게 해 주셨고, 아빠 때문에 교회에 나가 예수님을 믿고 영생을 선물로 얻었는걸요.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어요.”

여러분, 이것이 바로 어린이의 마음이고 어린이다운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 앞에 5살짜리 어린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보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그 아이를 보면서 무엇이 아이답다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아이다움은 단순히 겸손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단순합니다. 일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믿음에도 아이다움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역사를 단순하게 믿어야 합니다.
아이다움은 신뢰성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말씀, 선생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어른들은 사실을 말해줘도 일단 의심부터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세상을 사는 방법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것이 진짜일까, 믿을만한 정보인가 따지지 않고 믿어줍니다.
아이다움은 정직성입니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잘 못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거짓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사람이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지 실험했다고 합니다. 20명의 몸에 소형 마이크를 달아놓고 사소하고 의례적인 말까지 다 포함해서 거짓말을 몇 번이나 하는지 조사했더니, 놀랍게도 한 사람당 하루 평균 200번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7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마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면 좀 더 그 횟수가 적어졌을 것입니다. 아이답다는 것은 정직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다움은 겸손함, 단순함, 신뢰성, 정직성 등입니다. 그리고 그 외에 하나 덧붙인다면 그것은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다움을 회복해야 하지만 여전히 아이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다움은 필요합니다. 아이다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어린아이처럼 말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다움을 간직하되 우리는 자라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은 흔히 ‘사랑장’이라고 말합니다. 고린도교회는 문제가 많은 교회였습니다. 교회 안에 파벌이 생겨나고, 간음의 문제로 교회가 혼란스러웠고, 성도가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어도 되느냐 하는 문제로 논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가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은사를 받은 것은 아주 귀한 것입니다. 방언의 은사, 예언의 은사 등 은사는 정말 귀한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고린도교회의 문젯거리가 되었습니다.
방언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방언으로 기도하니까 방언을 받지 못한 교인이나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이 방언으로 인해서 시험에 빠졌습니다. 또 예언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 예배 중에도 예언을 한다고 불쑥불쑥 나서는 바람에 예배가 예배답지 못하게 되고 교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2장과 14장에서는 이런 은사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를 하면서 그 중간인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방언이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이고 귀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랑을 잃어버리면 울리는 꽹과리(아무 의미도 없고 소음만 일으키는 시끄러운 소리)에 지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예언하는 은사가 있어서 하늘의 비밀을 알려준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아무리 많이 구제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한다 하더라도 사랑으로 하지 않으면 우리 자신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그 어떤 은사보다 귀한 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장을 말씀하기 앞서 12장 마지막 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 내가 또한 제일 좋은 길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그러면서 사랑에 대한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방언이나 예언보다 더 크고 귀한 은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고린도전서 13:4-7절까지입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욕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성을 내지 않습니다.
사랑은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공동번역)
정말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정말 우리의 가정에, 우리 부부 사이에, 우리의 인간관계에 이런 사랑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죽도록 사랑한다고 하는 관계 속에서도 이런 사랑이 쉽지 않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아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사랑한다 하면서 오래 참아주지 못합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사랑한다는 명목 아래 무례를 행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사랑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무례한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됩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것은 사랑이 자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감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의 감정이 있을 때에는 뭐든지 다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이 평생 우리 가슴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라야 합니다. 사랑도 성숙해져야 합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을 사도 바울은 “어린아이의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부분적인 것을 전부인 양 착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의 일입니다.
어린아이의 특징은 부분적인 것을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과 자주 하는 놀이 가운데 하나가 ‘까꿍 놀이’입니다. 엄마가 문 뒤에 숨었다가 갑자기 아이 앞에 나타나서 ‘까꿍’ 그러면 아이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렇게 몇 번 하다보면 아이도 자기 얼굴을 가리고서 까꿍 이러고는 엄마를 보면서 깔깔대며 좋아합니다. 여러분, 왜 아들이 까꿍 놀이를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아이들은 자기가 문 뒤로 숨어서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엄마가 세상에서 없어지는 줄 압니다. 그런데 자기가 ‘까꿍’하고 얼굴을 내밀면 어느새 엄마가 나타납니다. 자기의 까꿍이라는 말 한마디로 엄마를 없앴다가 생겼다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줄 착각합니다. ‘까궁’이라는 자기 말 한 마디로 엄마를 없앴다가 다시 나타나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신기하지요. 그래서 그 놀이를 좋아합니다. 이게 어린아이의 생각입니다. 내 눈에 안 보이면 엄마가 없어지는 줄 압니다. 내 눈에 보이는 그 작은 부분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을 보면서 그것이 ‘다’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똑같이 말씀합니다. 예언이 아무리 귀한 하나님의 은사라 할지라도 그것은 신앙생활에 부분적인 것입니다. 방언 역시 귀한 하나님의 은사이지만, 방언이 신앙생활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것은 부분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 자신이 가진 은사만이 최고이고 다른 것은 별거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린아이 같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부분적으로 알던 것이 성장하여 온전한 것으로 자라가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온전한 신앙으로 자랄 수 있습니까? 그것은 사랑 안에서 자라가는 것입니다. 사랑의 영역이 커지는 것입니다. 더욱 온전한 사랑의 사람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에베소서 4:13절 이하에서 하나님께서는 우리 신앙인들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자라가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왜 자라가야 하는가? 어린아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자라갈 수 있는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자라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사랑 안에서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까지 자라가야 합니다.

사랑 안에서 자라가는 사람은 어린아이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다”고 말씀합니다. 어린아이의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오늘 본문 바로 앞인 고린도전서 13:4-7절에 나오는 사랑의 덕목들과 반대되는 것들입니다. 사랑한다 하면서 오래 참지 못하는 것입니다. 온유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시기하고 자랑하는 것입니다. 자기 유익만을 움켜쥐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어린아이의 일입니다. 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성숙한 사람이 됩니다. 아니 사랑 안에서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면 자연스럽게 그런 어린아이의 일을 버리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 안에서 자라가야 합니다. 독일의 아동문학가인 미하엘 엔데(Michael Ende, 1929~1995)가 쓴 『끝없는 이야기』(The Never Ending Story) 라는 책이 있습니다. 바스티안이란 소년이 책을 읽으면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그 환상의 세계에서 그는 수많은 모험을 하게 됩니다. 그는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변화의 집’에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문을 여는 열쇠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열쇠는 소망입니다. 사랑하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앞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선물로 줄 수 있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그 사랑을 깨닫는 순간 그는 아이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사랑’입니다. 사랑을 통하여 (베푸는 사랑을 통하여)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고,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린아이의 일을 버리고 신앙의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사랑 안에서 자라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믿음도 중요하고 소망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욱 소중한 것은 사랑입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그렇습니다. 사랑을 잃어버린 믿음은 온전한 믿음이 아닙니다. 성숙한 믿음은 사랑 안에서 자라는 믿음입니다. 사랑을 잃어버린 소망은 아무런 능력도 없습니다. 소망이 소망다우려면 사랑 안에서 자라가야 합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믿음이 성장하기를 바라십니다. 여전히 어린아이의 일을 하는 어린아이 같은 신앙의 수준의 머물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우리는 자라가야 합니다. 성숙해져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이 성숙해진다고 해서 어린아이다움까지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이 성숙해지면 성숙해질수록 어린아이다움은 우리 안에 더욱 풍성해집니다. 아이다움을 잃어버린 현대 신앙인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오늘 아이다움을 회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혹 아이다움을 회복해야 하는데, 아이다움은 잃어버린 채 아이의 일만을 움켜쥐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아이다움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성숙한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 버려야 할 아이의 일은 무엇입니까?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는 아이의 일이 있지 않습니까?

< 2009년 5월 3일 주일 낮예배-어린이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