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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6-07 13:39

광풍 속에서의 단잠 <6월 7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광풍 속에서의 단잠
본문 - 마가복음 4:35-41

지난 5월 말은 우리나라에 큰 소용돌이가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도 그렇거니와 북한이 핵실험을 함과 동시에 미사일을 세 발이나 발사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지난 200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북한의 핵실험을 계속 방영하는데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별로 놀라지 않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1차 핵실험 때에도 우리 국민들이 별로 놀라지 않자 세계 언론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저렇게 평안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핵실험이 일어났는데도 전혀 놀라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고 세계가 놀랬다는 것입니다. 이번 2차 핵실험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2차 핵실험은 1차 실험 때보다도 폭발력이 5배-10배 정도 높다고 합니다. 1차 때보다 핵실험이 더 위협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놀라지 않는 걸까요? 저는 나름대로 우스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첫 번째는 북한의 핵실험이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무관심이나 핵에 대해서 전혀 생각해보지 않는 무지함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인의 배짱입니다. 할테면 해보라는 식의 만용적인 배짱이 핵 앞에서도 겁을 내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에 기독교인들이 많아서 그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신앙인들의 신앙이 좋아서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핵실험을 하는데도 우리 마음에 평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은 누구나 평강을 누리며 살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소원대로 평강을 누리며 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평강을 잘못된 곳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시인 다윗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힘을 주심이여!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평강의 복을 주시리로다.”(시 29:11) 평강이 어디에서 옵니까? 평강은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평강은 권력이나 돈에서 오는 것도 아닙니다. 평강은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어떤 사람에게 평강을 주십니까? 이사야 26:3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께서 심지가 견고한 자를 평강에 평강으로 지키시리니 이는 그가 주를 의뢰함이니이다.” 그렇습니다. 주님을 온전히 신뢰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심령을 평강에 평강으로 지켜주십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하나님을 믿는 우리 신앙인의 삶에 늘 평강만 있습니까? 신앙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풍랑은 없습니까? 왜 믿음으로 산다고 하는 우리의 삶에 우리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풍랑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갈릴리 바닷가에서 말씀을 가르치시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바다 저편으로 건너가자.’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에 의하면 그 때가 “날이 저물 때”였습니다. 왜 성경에서는 “날이 저물 때”라는 말을 굳이 써야 했을까요? 그것은 그들이 갈릴리 바다를 건너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때였음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어쩌면 오늘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날이 저물 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바다 저편으로 건너가자.’고 하셨을 때, 제자들은 만류했을지도 모릅니다. 제자들 가운데는 갈릴리 바다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어부출신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릴리 바다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갈릴리 호수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그곳이 호수인 것이 맞습니다. 갈릴리 호수는 남북의 길이가 약 21km나 되고, 동서로는 13km나 되는 아주 큰 호수입니다. 그렇게 큰 호수이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그 호수를 바다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갈릴리 호수의 다른 이름은 디베랴 바다입니다. 갈릴리 호수 서쪽에 ‘디베랴’라고 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주후 18년 경에 갈릴리 지역의 분봉왕이었던 헤롯 안티파스가 도시를 세웠는데, 당시 로마황제였던 티베리우스의 이름을 따서 디베랴라고 붙인 것입니다. 갈릴리 호수 주변에서 가장 큰 도시가 이 디베라였기에 그 후로 갈릴리 호수를 디베랴 바다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갈릴리 호수의 또 다른 이름은 게네사렛 호수 또는 긴네렛 호수입니다. 이 말은 갈릴리 호수가 하프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프’를 뜻하는 히브리어 ‘기노’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이 갈릴리 호수를 바다로 부르는 데에는 단순히 호수가 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갈릴리 호수 북쪽에는 헬몬산이라는 높은 산이 있습니다. 높이가 2814m나 됩니다. 우리나라 백두산 정도로 높습니다. 그 헬몬산은 만년설로 뒤덮여 있습니다. 항상 눈이 덮여 있습니다. 반면에 갈릴리 호수는 해발 마이너스 약 200m정도 됩니다. 주변에 산들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아늑하고 따뜻합니다. 그런데 만년설로 뒤덮여져 있는 헬몬산에서 만들어진 차가운 바람이 계곡을 타고 갈릴리 호수 쪽으로 불어오다가 갈릴리 호수의 더운 바람과 만나게 되면 갈릴리 호수에는 엄청난 돌풍이 일어나게 되고 갈릴리 호수를 뒤집어 놓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일어납니다.
일반적으로 호수에는 큰 파도가 일지 않습니다. 그러나 갈릴리 호수에는 엄청난 돌풍이 일어나면 바다에서처럼 거대한 파도가 일기 때문에 갈릴리 호수를 ‘바다’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특별히 그런 돌풍은 주로 밤에 일어납니다. 그래서 먹고 살기 위해서 고기잡이를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밤중에 갈릴리 바다를 건너가지 않았습니다. 언제 돌풍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는 오랫동안 그 갈릴리 바다에서 고기잡이 했던 어부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밤중에 갈릴리 바다를 건너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 저녁 늦은 시간에 갈릴리 바다를 건너 ‘건너편으로 가자’고 말씀하셨을 때에 만류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가자고 하십니다. 결국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배를 띄워 갈릴리 바다는 건너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돌풍이 일어났습니다. 그 돌풍은 평소 때보다도 훨씬 더 컸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는 그것을 ‘광풍’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마만큼 무서운 돌풍이 불었다는 말씀입니다.
거센 바람만 불어온 것이 아닙니다. 37절 말씀에 의하며, 물결이 배에 부딪혀왔고, 그 물들이 배에 들어와 배에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누가복음 8:23절에서는 “배에 물이 가득하게 되어 위태한지라.”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자 배가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제자들의 마음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곤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다. 누가 가자고 했습니까? 날이 저물 때에 언제 광풍이 불지 모르는 갈릴리 바다를 예수님께서 먼저 건너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그 배에는 예수님께서 타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과 제자들이 탄 배에 광풍이 불어 닥쳤고, 물이 배가 가득하게 되어 가라앉을지도 모를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자고 해서 나섰는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엊그제 새벽기도회 때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보겠습니다. 여러분, 우리 앞에 두 길이 있습니다. 고난이 있는 신앙의 길과 평안하지만 신앙이 없는 길입니다. 이 두 길 가운데 여러분은 어느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예수님과 함께 하는 고난의 길을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예수님은 계시지 않지만 평안한 길을 가시겠습니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해보겠습니다.
-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가면 고생이 눈앞에 훤히 보입니다. 그럴 때에 고생하더라도 그 말씀을 따라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그 말씀을 무시하며 평안히 사시겠습니까?
- 예수님 때문에 손해 볼지라도 신앙의 길을 끝까지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신앙을 무시하고 손해 없는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예수님과 함께 가는 가난한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예수님 없는 부유한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예수님과 함께 하는 고난의 길을 고집하며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예수님 없는 평안과 출세의 길로 가시겠습니까?

때로 믿음을 따라 사는 길에 분명 고난이 있습니다. 예수 믿으면 모든 문제가 풀려지는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예수 믿으면 병든 사람이 다 고침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문제가 풀려질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능력을 베푸셔서 병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은 분명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문제가 풀려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론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고난의 길을 가야 합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손해를 볼 때도 있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고생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수 믿는 길을 가야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거기에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영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면 우리 안에 하늘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하나님께 우리의 삶을 맡기면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 마음을 지켜주십니다.
지난주에 어떤 분과 상담하면서 그런 고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정말 힘들고 어려웠을 때에 성경을 읽고 믿음을 가졌는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마음에 평안을 얻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이상하게도 환경은 힘들고 어려운데 마음은 평안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 4:6-7)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하나님께 아뢰라”는 말씀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라고 바꿀 수 있는 말씀입니다. 고난의 길을 걷고 있을 때에도, 손해를 보고서 억울해 있을 때에도, 아무 이유 없이 고생의 길을 가야할 때에도, 삶에 닥친 문제로 인해 두려움이 엄습할 때에도 하나님께 아뢰면 우리 마음이 평안해 집니다. 하나님의 평강이 우리 마음을 지켜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에 당신의 평강으로 채워주십니다. 하늘의 평강으로 말입니다.

광풍이 일어 배가 가라앉을 것만 같은 위기 속에서도 예수님은 단잠을 주무셨습니다.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제자들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입니다.
여러분, 당시의 배 안에서 일어난 상황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캄캄한 밤입니다. 한 치의 눈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어둠이 갈릴리 호수에 짙게 내려져 있습니다. 더구나 광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끊임없이 파도가 배전을 때리고 있습니다. 배를 부숴버릴 것같이 몰아치던 파도가 배 안으로 들어오면서 배 안에는 물이 고이기 시작하더니 배가 점점 가라앉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정신없이 배 안에 들어온 물을 퍼내기 시작합니다. 오랜 어부 생활에서 터득한 경험을 가지고 어떻게든 살아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습니다. 배가 갈릴리 바다에 침몰하는 것은 시간문제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한 켠에서는 예수님께서 깊은 단잠에 빠져 있습니다. 제자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안한 모습으로 주무시고 계십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웠습니다. 그냥 조용히 ‘예수님 일어나세요.’ 그렇게 깨웠겠습니까? 아마도 소리쳤겠지요. 곧 죽을 것만 같은데 얼마나 큰 소리로 깨웠겠습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39절에 예수님께서 깨어나셨다고 할 때 그 정확한 의미는 ‘완전히 깨어났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께서 잠을 자고 계실 때에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깊이 잠이 드셨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은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왜 주님께서 그렇게 깊이 주무실 수 있었습니까? 주님에게는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상황에서도 주님은 두려움이 없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깨어나 바람을 꾸짖으시고 바다더러 ‘잠잠하라. 고요하라.’고 외치셨습니다. 그러자 정말 거세게 몰아치던 바람이 그치고, 그렇게도 흉용하게 뛰놀던 바다도 잔잔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제자들을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는 말씀은 ‘어찌 이게 무서워할 일이냐?’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사실 이게 무서워할 일이 아닙니까? 그럴 상황에서 예수님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단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런데도 예수님께서 왜 무서워하느냐고 책망을 하십니다. 제자들에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예수님은 그것을 믿음의 문제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바꿔 말하면 믿음이 없기 때문에 무서워했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단잠을 주무실 수 있었는데, 제자들은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공포에 떨어야 했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대로 갈릴리 호수를 호수라고 부르기도 하고 바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호수라고 부르지 않고 바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39절과 41절에 모두 바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왜 오늘 본문에서는 갈릴리 호수를 바다라고 불렀을까요?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바다’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입니다. 바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 그들의 마음에는 이미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해왔습니다.
일반적으로 갈릴리 호수 그러면 사람들의 마음은 평안합니다. 그러나 갈릴리 바다 그러면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들려집니다. 호수로 부르느냐 바다로 부르느냐에 따라서 같은 갈릴리 호수일지라도 마음에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오늘 본문에서는 갈릴리를 호수라고 부르지 않고 바다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지금 제자들의 마음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그들의 마음에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마치 자신들의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광풍과 파도로 인해 배가 파선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광풍과 파도로 인해 파선될 위기에 처해 있는 배와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제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때로 갑자기 우리 인생에 불어 닥친 광풍이 그렇습니다.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나 어려움이라면 두려워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찌해 볼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우리 마음에 두려움이 몰아칩니다. 그리고 때론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죽게 된 것을 왜 돌아보지 않으십니까?” 하고 절규하기도 합니다.

엔도 슈사꾸(遠藤周作)라는 일본 작가가 쓴 『침묵』이란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17세기 일본 선교에 나선 포르투갈 선교사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입니다. 일본에서 선교하던 신부가 배교했다는 소식을 접한 그의 제자 3명이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서 일본에 들어와 박해 가운데 선교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선교를 하다가 붙잡히고 맙니다. 당시 일본이 예수 믿다가 발각된 사람을 죽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닷가 모래에 온 몸을 묻고서 얼굴만 남겨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점점 바닷물에 얼굴이 잠겨 죽게 됩니다. 주인공인 로드리꼬 신부는 붙잡혀서 예수님의 사진에 침을 뱉고 사진을 발로 밟고 예수님을 저주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습니다. 만일 그가 시킨대로 배교하고 예수님의 얼굴이 그려진 성화를 밟고 지나가면 해변 모래에 생매장되어 있는 친구 신부와 성도들을 살려주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친구 신부와 성도들이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에 의해서 생매장되어 죽게 될 것이란 협박을 받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로드리꼬 신부는 ‘내가 어떻게 주님의 얼굴을 발로 밟을 수 있느냐’고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기도합니다. “하나님, 왜 이런 상황에서 침묵하십니까?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그렇게 절규하는 로드리꼬 신부에게 조용한 주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밟아라. 성화를 밟아라.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서 존재하느니라...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너희와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고통당할 때 외면하고 계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함께 고통을 나누고 계실 뿐입니다. 우리가 고통 가운데 울고 있을 때에 하나님께서 방관하고 계신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울고 계십니다. 내가 문제 앞에서 두려움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에 하나님께서도 나와 함께 괴로워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단 침묵하고 계실 뿐입니다.

광풍 속에서 예수님은 제자들 곁을 떠나신 것이 아닙니다. 침묵하고 단잠을 주무시고 계시지만 여전히 그들과 함께 하십니다. 주님과 함께 한다면 배가 침몰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믿음 없던 제자들은 주님이 주무시고 계신 그 배가 갈릴리 바다 밑으로 침몰할 것같이 두려워 떨었습니다.
주님은 아셨습니다. 이 풍랑을 지나 건너편 거라사인의 땅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주님께서 괜히 바다를 건너가자고 말씀하셨겠습니까? 건너가자고 말씀하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거라사인의 땅에 가셔서 하실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라사인의 땅에서 군대귀신에 들려 고통당하고 있는 한 사람을 고쳐주시기 위해서 광풍이 일 수 있는 위험한 중에서도 바다를 건너가자고 하신 것입니다. 주님에게는 분명한 사명과 목적이 있었습니다. 반드시 바다를 건너가셔야 하고, 건너가서 하셔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지금 갈릴리 바다에 배가 침몰하지 않을 것을 아셨습니다. 그게 믿음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에게는 그런 사명과 목적이 없었습니다. 사명과 목적을 잃어버리니까 여기에서 죽을 것만 같습니다. 배가 침몰되고, 인생이 여기에서 끝날 것만 같습니다. 그러니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 인생에도 원치 않는 풍랑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다. 우리가 믿음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 풍랑을 헤치고 우리는 목적지까지 가야 합니다. 아니 갈 수 있습니다. 목적지까지 가야 우리 인생이 끝납니다. 그 전에는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믿음을 가지면 광풍이 불어 닥쳐도 주님처럼 두려움 없이 단잠을 잘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눈으로 풍랑을 바라보면 두려움뿐입니다. 지금 내 인생이 끝날 것만 같은 생각이 우리를 사로잡고 맙니다.
그러기에 믿음이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믿음을 가진 사람과 믿음 없이 사는 사람은 마음에서 차이가 납니다. 광풍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니라 마음에 평온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우리의 인생에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니라 마음에 두려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시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에 저희가 그 근심 중에서 여호와께 부르짖으매 그 고통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광풍을 평정히 하사 물결로 잔잔케 하시는도다. 저희가 평온함을 인하여 기뻐하는 중에 여호와께서 저희를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시는도다.”(시 107:28-30) 하나님은 분명 우리를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십니다.
여러분, 그 인생의 항해 길을 믿음으로 평온하여 기쁨 중에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제자들처럼 믿음을 잃어버리고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가시겠습니까? 선택은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 2009년 6월 1일 주일 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