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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7-05 10:15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 <7월 5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
본문 - 요한복음 1:43-51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나 사막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장소입니다. 2008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작가 르 끌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ezio)가 그의 책 『사막』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막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일은 없다. 사막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너무나 덧없이 무너지는 곳이다.”
그렇습니다. 사막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져 내리는 곳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지기 직전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사막을 찾았습니다.
- 다윗은 사울 왕이 자신을 죽이려 할 때에 광야로 도망을 갔습니다. 그리고 그 광야에서 그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며 기도합니다. 그 때 지었던 시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편에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위기를 느낀 다윗에게 광야는 오히려 더 큰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 엘리야도 이세벨이 자신을 죽이려 할 때에 광야로 도망갔습니다. 한 로뎀나무 아래서 죽기를 갈구할 때에 하나님께서는 그를 호렙산으로 부르십니다. 호렙산 역시 광야 한 가운데 있는 산입니다. 그는 호렙산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선지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 예수님께서도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광야에 들어가 40일 동안 금식하셨습니다.

왜 광야(사막)가 많은 신앙인들에게 새롭게 출발하는 장소요 새로운 은혜를 체험하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까? 광야에 들어가면 나 혼자 밖에 없습니다. 먹을 것 마실 것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광야는 오직 하나님만 바라봐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광야입니다. 그러기에 광야는 외로운 곳이지만, 동시에 은혜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철저하게 외톨이로 있어야 하는 곳이지만, 철저하게 하나님만 의지하고 하나님과만 만나는 곳이 또한 광야입니다.

그런 광야에까지 가지 못하지만 집 가까운 곳에서 광야와 같은 은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무화과나무 아래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예수님보다 먼저 공생애를 시작한 세례 요한에게는 여러 명의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제 막 공생애를 시작하신 예수님에게는 제자가 아직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홀로 길을 걷고 계셨을 때, 제자들과 함께 있던 세례 요한이 예수님이 지나가시는 것을 보면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요 1:36) 이 말은 예수님을 향하여 ‘저 분이야말로 메시야’라고 선언한 말씀입니다. 그러자 세례 요한의 제자 중 두 사람이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그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안드레였습니다. 안드레는 예수님을 만난 이후 ‘이 분이야말로 메시야’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형제인 베드로에게 가서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다.”고 전해줍니다. 안드레의 증언을 듣고 베드로도 예수님의 제자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예수님의 제자가 생겨났습니다.

다음 날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빌립을 만나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빌립은 예수님의 부르심을 듣고 곧바로 나다나엘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줍니다.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
빌립은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부르심만 듣고서 어떻게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신 것을 알 수 있었을까요? 성경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줍니다. 본문 44절입니다. “빌립은 안드레와 베드로와 한 동네 벳새다 사람이라.” 빌립이 어떻게 예수님을 메시아로 알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대신, 빌립이 안드레와 베드로와 같은 동네 출신이라는 것만 알려줍니다. 이것은 이미 예수님의 제자가 된 안드레와 베드로를 통해서 빌립이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전제한 말씀입니다. 안드레는 세례 요한의 증언을 통해서 예수님께 갔다가 ‘이 분이야말로 메시야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되었고, 베드로는 안드레의 전도를 받고 예수님을 찾아왔다가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둘은 이미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분명하게 믿고 있었습니다.
빌립은 같은 고향 출신인 이 두 사람에게서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듣긴 들었지만, 자신이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예수님께서 자신을 보시자 ‘나를 따르라’고 부르시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안드레와 베드로를 통해서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예수님께서 자신을 만나시더니, 마치 자신을 아주 잘 아시는 것처럼 제자로 부르시는 것입니다. ‘이 분이 언제부터 나를 아셨지? 내가 이 분께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지? 이 분이 정말로 나에게 관심이 많으셨구나.’ 그것을 생각하니까, ‘이 분이 안드레와 베드로가 말한 대로 정말 메시야가 맞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나다나엘을 찾아가서, ‘내가 메시야를 만났다’고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1장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것을 증언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세례 요한도 자기의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메시아라고 증언했습니다.
세례 요한의 증언을 듣고 예수님을 만났던 안드레도 자기 형제인 베드로에게 ‘우리가 메시아를 만났다’고 증언했습니다.
안드레와 베드로 역시 같은 고향 출신인 빌립에게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증언했습니다.
안드레와 베드로에게 전도를 받은 빌립 역시 나다나엘을 찾아가서 ‘우리가 메시아를 만났다’고 증언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예수님의 증언자들이 됩니다. 간절히 기다렸던 메시아 - 우리 민족을 구원할 메시아를 만났는데, 어찌 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요한복음 4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셨습니다. 사람들 만나는 것이 두려워서 모두 낮잠을 자고 있는 낮 12시에 야곱의 우물에 물을 길러온 이 사마리야 여인도 예수님을 만난 이후, 예수님께서 메시아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곧장 사마리아 성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하여 ‘내가 메시아를 만났다.’고 증언합니다. 사람들 만나는 것이 두려웠던 여인입니다.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때문에 사람들 얼굴을 피해 다녀야만 했던 여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난 후에는 부끄러움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부끄러움보다 예수님을 만난 감격이 더 컸기에 ‘내가 메시아를 만났노라’고, ‘너희들도 그 메시야를 만나야 한다.’고 증언한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입니다. 예수님을 만나서 내 병이 고쳐지고, 예수님을 만나서 내 인생이 변화되고, 예수님을 만나서 출세의 길이 열려지는 것은 본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물론 예수님을 만나서 병이 고쳐지는 역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남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서 용기를 갖고 새롭게 힘을 내서 다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만난 감격으로 ‘내가 예수님을 만났노라’고, ‘내가 내 생명을 구원하신 메시야를 만났노라’고 증언하는 사람이 됩니다.

빌립도 그랬습니다. 그는 자신과 가장 친한 나다나엘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담대하게 증언합니다.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 빌립이 이렇게 말한 것은 나다나엘이 누구인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다나엘은 누구보다도 율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가 율법에서 말한 메시아라는 말을 듣자 나다나엘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나사렛에서 그런 훌륭한 사람이 나올 수 없다는 말입니다.

나다나엘이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습니다. 나사렛은 갈릴리의 한 작은 동네입니다. 당시 갈릴리는 멸시 받는 곳이었습니다. 갈릴리는 이스라엘 땅 북쪽에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의 중심지는 남쪽 유다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반대로 북쪽에 위치한 갈릴리는 모든 것에서 소외된 땅이었습니다.
수도인 예루살렘에 비해 멀리 떨어진 갈릴리에 사는 사람들은 정치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외세의 침입이 잦았고, 잦은 침략을 받다 보니 포로생활과 이주가 되풀이 되면서 혼혈 인종과 혼합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예수님 시대에 갈릴리는 헬레니즘 문화가 깊숙이 침투해 있어서, 전통적인 유대주의자들로부터 멸시 받기 일쑤였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갈릴리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종교적으로는 화려한 성전이 있고, 수많은 제사장들이 있던 예루살렘과 유대지방에 비해서 종교적인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무식하고 불경건한 사람들이 사는 천한 곳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전통 유대인들은 갈릴리를 멸시하고 조롱했습니다. 마태복음 4:15절에 보면 갈릴리를 “이방의 갈릴리”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분명 갈릴리는 이스라엘 땅임에도 이방사람의 땅처럼 취급당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예루살렘과 유대 사람들로부터만 멸시를 당한 것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동안 그런 멸시 속에 살아온 갈릴리 사람들 스스로도 ‘우리는 버림받은 사람’이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고 말한 나다나엘의 말이 바로 그것을 보여주는 자조 섞인 냉소입니다. ‘이렇게 버림받은 땅에서 어떻게 메시야가 나올 수 있어? 메시아가 오신다면 예루살렘이나 유대처럼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중심지라고 말하는 곳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우리 지역에서는 꿈도 꾸지 마!’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빌립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와 보라!” 그러면서 나다나엘을 예수님께로 인도해 갑니다. 아무리 냉소적이라 하더라도, 나사렛에서는 메시야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 나다나엘이라 하더라도 빌립은 확신이 있었습니다. ‘내가 만난 예수님이 메시아가 확실하다’고 말입니다. 왜요? 자신이 직접 봤거든요.

자신의 생각에는 나사렛 출신이라면 메시아일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빌립이 너무나도 확실하게 이야기하니까, 나다나엘이 빌립을 따라갔습니다.
빌립을 따라오는 나다나엘을 보시고는 예수님께서 먼저 말을 꺼내셨습니다. “보라, 이 사람은 참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 마음에 간사한 것이 없는 진실한 사람이다.” 자신은 예수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전에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의 속마음까지 다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나다나엘이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어떻게 나를 아십니까?” ‘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나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십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에 보았노라.”

나다나엘은 예수님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나다나엘이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에 이미 보셨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때로 예수님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주님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 때에도 우리를 자세히 보고 계십니다. 나다나엘은 예수님을 보지 못했지만 예수님께서는 나다나엘을 이미 보셨던 것처럼, 우리가 주님을 보지 못했을 때에도 주님은 우리를 보고 계십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다윗은 시편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주께서 내 장부를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조직하셨나이다... 내가 은밀한 데서 지음을 받고 땅의 깊은 곳에서 기이하게 지음을 받을 때에 나의 형체가 주의 앞에 숨기우지 못하였나이다. 내 형질이 이루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시편 139:13-16) 어머니의 뱃속에서 자신이 만들어질 때부터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다 보셨고, 다 알고 계신다는 고백입니다. 그 때 나는 하나님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계신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나의 모든 것을 아시고 나의 걸음을 인도하셨습니다. 이게 다윗의 고백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앉고 일어섬을 아십니다. 우리가 길을 걸어갈 때에도, 우리가 캄캄한 잠자리에 누울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보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내 삶의 모든 부분을 다 아신다는 것이 여러분에게는 두려움입니까? 아니면 고마움입니까? 죄를 지을 때에는 하나님께서 내 모든 것을 아신다는 것이 두려움일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지치고 낙심되어 있을 때, 아무도 내 곁에 없다는 생각으로 너무너무 외로울 때, 그 때는 하나님께서 나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내가 남 몰래 눈물을 흘릴 때에 하나님께서 그 눈물을 보십니다. 사람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왕따 당하는 것같은 두려운 마음이 들 때, 내 사정을 하나님께서는 다 아십니다. 너무너무 힘들고 어려운데도 어느 누구에게 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얘기할 수 없어 한숨만 쉬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내 필요를 아시고 채워주십니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 없다고 생각할 그 때 내 모든 형편을 아시는 주님께서 가장 좋은 길로 나를 인도하십니다.
하나님은 나의 형편을 아시는 분입니다. 내 삶을 조용히 지켜보시는 분입니다. 우리를 도우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나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나다나엘이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는 나다나엘을 유심히 보셨습니다. 나다나엘을 향하여 “참 이스라엘 사람이요 그 마음 속에 간사한 것이 없다.”고 말씀하신 것은 나다나엘을 한 번 훌쩍 보고 지나갔다는 말이 아닙니다. 아주 자세하게 관찰하셨습니다. 그의 모습 하나하나,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아주 자세하게 보셨다는 것입니다. 그의 모습을 통해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예수님께서는 나다나엘을 자세하게 보셨습니다.

그러면 무화과나무 아래서 나다나엘이 무엇을 했기에 그렇게 자세하게 관찰하셨을까요?
이스라엘 땅에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나무 둘이 있습니다. 그 하나가 포도나무이고, 다른 하나가 무화과나무입니다. 그래서 성경에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가 자주 나옵니다.
포도나무는 열매를 먹기보다는 포도주를 만들어 음료수로 마십니다. 이스라엘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는 8월과 9월 무렵입니다. 보통 4월부터 시작되는 건기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커다란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 그 웅덩이에 물을 받아놓습니다. 그런데 건기가 끝나갈 무렵인 8월이나 9월쯤 되면 물웅덩이에 저장해 둔 물이 거의 말라버립니다. 그 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목마름을 해갈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포도주입니다. 그러기에 포도주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생명을 살려주는 음료수입니다.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줍니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시작해서 무화과나무는 보통 5번의 열매를 맺습니다. 그런데 가난하게 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12월부터 첫 무화과열매가 열리는 4월까지 여름 과일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부자들이야 말린 대추야자나 좋은 무화과를 창고에 쌓아놓고 추운 겨울 동안에도 맛있는 과일을 먹지만, 가난하게 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열매를 먹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마치 우리 옛날의 보릿고개와 같은 시기가 무화과 첫 열매가 열리기 전 시기입니다.
그러다가 건기가 시작되면서 첫 무화과 열매가 열립니다. 처음 열리는 이 무화과는 그 다음에 열리는 무화과에 비해서 당도가 떨어져 맛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부자들은 첫 번째 열리는 무화과는 따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과일을 먹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릅니다. 주인이 따지 않는 그 무화과 첫 번째 열매는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몫입니다. 주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따서 없애야 맛있는 무화과가 열리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따먹는 것을 허락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 무화과는 아주 귀한 양식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계속 열리는 무화과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아주 중요한 음식이 됩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포도나무 아래와 무화과나무 아래 있다는 것은 아주 평안한 삶 - 먹을 것 마실 것 걱정 없는 행복한 삶을 의미합니다. 열왕기상 4:25절에 보면, 솔로몬 시대를 표현하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솔로몬이 사는 동안에 유다와 이스라엘이 단에서부터 브엘세바에 이르기까지 각기 포도나무 아래와 무화과나무 아래서 안연히 살았더라.”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라는 말은 우리나라 식으로 표현하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스라엘 저 북쪽에서부터 가장 남쪽까지 모든 이스라엘 땅을 말합니다. 그렇게 온 이스라엘이 포도나무 아래와 무화과나무 아래서 안연히 살았다는 것입니다. 먹을 것 마실 것 걱정하지 않고 평안하게 살았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솔로몬 시대에 이스라엘은 아주 잘 살았고, 전쟁도 없는 평온한 삶이었다는 것입니다.

무화과나무는 단순히 열매만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4월부터 9월까지 건기에는 태양빛이 아주 강렬합니다. 그럴 때에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아주 좋은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무화과나무는 나뭇잎이 넓기 때문에 더없이 좋은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아무리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더라도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한 것이 중동 지역의 날씨입니다. 그러기에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는 시원해서 쉼을 갖거나 공부하기 아주 좋은 장소였습니다.
예수님 당시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다”는 말은 율법을 공부하고 있다는 뜻의 속담처럼 여겨졌습니다. 무화과나무가 좋은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랍비와 율법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 무화과나무 그늘에 모여 율법을 읽고 토론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성경인 율법서(토라)는 아무나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인쇄술이 좋아 책으로 막 찍어내던 시기가 아니라, 반드시 손으로 써야했기 때문에 율법책을 살려면 1년치 봉급을 다 줘야 될만큼 굉장히 비쌌습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율법책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무화과나무 아래 모여서 율법책을 가지고 있는 랍비와 함께 율법을 읽고 토론하곤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 아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열심히 읽던 나다나엘을 유심히 보셨던 것입니다. 율법에 대한 열정,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 말씀을 더 알고 싶어 랍비들과 토론하면서 말씀을 깨달아가는 모습을 보신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을 사모하고 말씀을 열심히 듣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이스라엘 사람이고, 그런 사람의 마음에는 간사한 것이 있을리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나다나엘을 보시자 “이 사람은 진짜 이스라엘 사람이고,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간사한 것이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말씀을 사모하는 사람은 말씀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불순물들이 제거됩니다. 그래서 간사함이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변화됩니다. 말씀을 통해서 은혜를 체험하는 사람이 진짜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성경책을 들고 교회에 다닌다고 진짜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을 사모하고 말씀 안에서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진짜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여러분, 무더운 여름이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여러분은 주로 어디에 계시겠습니까? 시원한 에어컨 아래가 우리의 자리가 아니라 무화과나무 아래에 우리의 자리를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고 말씀을 통해서 거룩한 사람으로 변화되어가는 계절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곧 여름수련회가 시작됩니다. 이번 여름수련회는 재미있게 노는 수련회가 아니라 말씀을 사모하고 말씀을 통해서 변화되는 무화과나무 아래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그런 수련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세기 초 아프리카 가나의 정치가이자 교육자였던 제임스 애그리(James Aggrey)는 이런 이야기로 국민들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어떤 농부가 사냥꾼에게 독수리 새끼를 사서 닭장에 넣고 병아리와 함께 키웠습니다. 닭들과 함께 자란 이 독수리는 몸집이 큰 독수리가 되었는데도 전혀 날지를 못했습니다. 독수리를 날게 하려고 농부는 독수리를 지붕 위에 올려놓아 보았지만, 역시 날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독수리 연구가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독수리 연구가는 이렇게 권면해 주었습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서 독수리를 벼랑 끝에 놓아 보시오.” 농부는 그 말대로 했습니다. 높은 산 벼랑 끝 바위에 올려진 독수리는 눈앞에 펼쳐진 넓은 세상을 여러 번 둘러보더니 결심을 하든 큰 날개를 활짝 펴고 날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에서는 그렇게 날게 하려고 해도 날지 않던 독수리가 높은 산 위에서 넓은 세상을 바라보더니 날기 시작하더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독수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닭장 속이 아닙니다. 독수리는 넓은 세상이 보이는 높은 산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독수리가 독수리다워지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이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입니까? 출세의 자리입니까? 평안의 자리입니까? 세상의 즐거움과 쾌락의 자리입니까? 우리 신앙인의 자리는 무화과나무 아래여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는 자리입니다. 바로 그 자리에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우리는 눈여겨 보십니다. 말씀을 사모하여 말씀대로 살려는 우리를 하나님께서는 주의깊게 보시고, 우리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아시고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것들로 채워주십니다.

< 2009년 7월 5일 주일 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