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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12-17 14:34

기다림이 있는 신앙 <12월 17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기다림이 있는 신앙
본문 - 마태복음 3:1-12

일 년 내내 눈이 덮인 히말라야 산맥의 어느 산골마을에 낯선 아가씨가 나타났습니다. 그 아가씨의 눈망울에는 근심이 가득 서려 있었습니다. 아가씨는 마을 어귀의 강가로 가더니, 강가에 앉아 하루 종일 저 멀리 히말라야 높은 산에서 눈이 녹아 내려 만들어진 강물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산골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왜 이 마을에 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기다리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이상한 행동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그녀는 강물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녀에게 ‘어디서 왔느냐? 무엇 때문에 하루 종일 강가에 앉아 강물만 쳐다보고 있느냐?’고 물어도 그녀는 슬픈 눈망울만 하고 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여전히 강물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덧 수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젊고 아름답던 그 아가씨의 머리가 하얗게 될 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할머니가 된 그 아가씨는 그 때까지도 변함없이 하루 종일 강가에 앉아 강물만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강 위쪽에서 무언가 둥실둥실 떠내려 왔습니다. 할머니가 된 아가씨는 벌떡 일어나 강 위쪽으로 뛰어갔습니다. 물에 떠내려 온 것은 한 청년의 시체였습니다. 그녀는 그 청년의 시체를 물 밖으로 끌어낸 후 그것을 끌어안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그녀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나의 약혼자입니다. 수십 년 전 히말라야의 어느 산에 올라갔다가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평생 이 남자를 기다렸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약혼자가 등반을 하다 실종되자 언젠가 눈이 녹으면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이 강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평생을 기다렸던 것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즐거움이며 또한 고통입니다. 기다림에는 설레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이 우리를 기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간절한 기다림은 또한 가슴앓이를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대강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대강절은 강림절이라고도 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기간이면서 또한 다시 오실 재림의 주님을 기다리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요즘 교회마다 성탄 장식을 아름답게 해 놓았습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환한 불빛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 성탄 장식이나 성탄트리의 불빛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아 참 아름답다. 멋있다. 예쁘게 꾸며놨구나!’ 그런 생각으로 끝나고 있지는 않습니까?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는구나! 흰눈이 와서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되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하고 있진 않습니까?
성탄장식이나 성탄트리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일인 성탄절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상징입니다. 그런데 그 멋진 성탄장식이나 불빛을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예수님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강림절은 분명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이고, 성탄장식이나 불빛은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인데, 우리는 예수님은 생각도 하지 않고 연말이나 휴일만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요즘 신문을 보니까 영국에서는 성탄절 장식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성탄절 장식을 하거나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쓰다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지나 않을까, 성탄절을 너무 티내다가 테러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란 말 대신에 ‘겨울 축제’(winterval)라는 말로 쓰고, 성탄절 인사인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는 말 대신에 ‘Happy Holidays'(행복한 휴일)이란 말을 많이 쓴다는 것입니다.
성탄절의 주인공인 예수님은 빠져버리고 세속적인 축제의 날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기독교 국가인 영국이 말입니다. 기독교 신앙 위에 세워지고 기독교 문화를 선도했던 미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성탄절에서 예수님을 잃어버렸습니다.

며칠 전에 성탄카드를 사기 위해서 기독서점에 들렀습니다. 카드를 사려고 하는데 아기 예수님이 그려진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성탄절 카드 대부분이 성탄트리나 산타클로스, 또는 루돌프 사슴, 선물 보따리 그런 그림으로만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파는 카드라면 그러러니 하겠지만, 신앙인들에게 파는 카드에도 아기 예수님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것은 이미 우리 신앙인의 마음에도 성탄절의 주인공이 더 이상 예수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 아닐까요? 여러분, 우리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이제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성탄절을 기다리면서 여러분의 마음에 예수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예수님을 기다리는 기다림으로 여러분의 마음이 설레고 있습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세례 요한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세례 요한의 모습을 통해서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신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보다 6개월 먼저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세례 요한에게는 분명한 사명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길을 예비하는 것입니다. 세례 요한도 그런 자신의 사명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 3절에서 세례 요한의 사명을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저는 선지자 이사야로 말씀하신 자라. 일렀으되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가로되 너희는 주의 길을 예비하라. 그의 첩경을 평탄케 하라.’ 하였느니라.” 세례 요한의 사명은 주의 길을 예비하는 것입니다. 메시야가 오셔서 메시야의 길을 가도록 그의 첩경을 평탄케 하기 위해서 온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요한복음 1장에 보면 사람들이 세례 요한을 메시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네가 혹시 메시야 아니냐?”고 물을 때에 세례 요한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과 같이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요 1:23)

그렇습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서 예수님보다 먼저 태어났고, 예수님보다 먼저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러기에 세례 요한의 사역은 예수님을 기다리는 사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세례를 베풀면서 언제쯤 자신이 기다리는 메시야가 오실지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메시야가 오셔야 자신의 사명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도 세례 요한이 메시야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구절이 있습니다. 11절입니다. “나는 너희로 회개케 하기 위하여 물로 세례를 주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치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주시리라.”
세례 요한은 지금 자신이 하는 사역보다도 자신의 뒤에 오실 메시야의 사역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신보다 능력이 많으신 메시야 - 그분이 곧 오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자신도 그 분을 지금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시야를 간절히 기다리면서 세례 요한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추호도 나태하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최선을 다해 감당했습니다. 이게 기다림의 비밀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고, 더 나아가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이 대강절에 우리의 삶도 그래야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신 사명의 길에는 추호도 나태함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1992년 다미선교회를 중심으로 예수님께서 곧 재림하실 것이라는 종말신앙이 강하게 부각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미선교회가 잘못한 것이 크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불안을 조성하고 혼란스럽게 만든 그런 것 말고 신학적으로 성경적으로 잘못한 것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1992년 10월 28일 자정에 주님 오신다고 시간을 정한 것이었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단 한 번도 주님이 언제 오신다고 시간을 알려주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또 시간을 알려하는 제자들에게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의 알 바 아니요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7)고 말씀하셨습니다. 재림의 때를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재림의 때를 알려 하지 말고 지금 주님께서 주신 복음사역의 사명만을 충성스럽게 감당하라는 것입니다.

다미선교회의 두 번째 잘못은 삶을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10월 28일 주님 오시는데 뭐하러 일을 하겠습니까? 공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미선교회에 현혹된 사람들은 잘 다니던 직장도 다 때려 쳤습니다.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했습니다. 곧 주님 오시기 때문에 집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집을 팔아 다미선교회에 다 갔다 바쳤습니다. 주님 오실 때가 가까웠기 때문에 기도로 준비해야 한다고 집단 가출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아이 가진 사람은 낙태수술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성경 어디에서도 주님 곧 오신다고 직장이나 학업을 포기하라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일하지 말고 기도만 하라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초대교회 때에도 다미선교회에 현혹된 사람들처럼 살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사도 바울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우리가 들은 즉 너희 가운데 규모 없이 행하여 도무지 일하지 아니라고 일만 만드는 자들이 있다 하니.”(살후 3:10-11) 무슨 말입니까? 주님 곧 오신다고 생각하고는 일하지 않았습니다. 주님 곧 오시는데 뭐하러 일하느냐는 것입니다. 있는 것이나 먹고 말지. 그런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다니면서 교회에 분란을 조장하고 열심히 살려는 사람을 유혹해서 일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사도 바울은 강하게 말씀합니다.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여러분, 대강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일을 대충대충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든 삶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마치 오늘이 내가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말입니다.
대강절이라고 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대강대강 살아도 되는 절기인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강절이란 말은 ‘주님의 강림을 기다리는 절기’라는 뜻입니다. 대강대강 사는 날이 아닙니다.
여러분, 12월 얼마 남지 않는 마지막 날들 동안도 최선을 다해 사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성탄절을 더욱 기쁘게 맞이하시고, 다시 오실 주님 앞에 설 때에도 부끄럽지 않는 모습으로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세례 요한은 메시야를 기다렸습니다. 자신이 기다려야 할 분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자신보다 능력이 있는 분입니다. 자신은 물로 세례를 주지만 그 분은 불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분입니다.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여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하실 심판주이십니다.
그 메시야가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바로 뒤인 13절 이하에 보면,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러 나오실 때에 세례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 또 예수님에 대하여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요 1:29)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세례 요한은 자신이 기다릴 메시야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분이 자신 앞에 나타났을 때에 그분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습니다.

누가복음 2장에도 보면 메시야를 간절히 기다리던 두 분이 아기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시므온’이란 분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안나’입니다. 이 두 분은 정말 간절하게 메시야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아기 예수님이 결례를 행하려 성전에 찾아갔을 때에, 아직 강보에 싸인 갓난아이임도 불구하고 그 아기가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야임을 알았습니다.

여러분, 대강절에 우리는 예수님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기다림의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평화를 주시기 위해서 오신 아기 예수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성탄절이 가까워 오면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오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기다립니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가지고 올 선물을 기다립니다.
혹 우리도 산타클로스를 기다리고 있진 않습니까? 쾌락과 화려함의 산타클로스를 기다리고, 부자가 되게 해주는 요술 방망이를 선물로 줄 것만 같은 산타클로스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가 말입니다.
성탄절의 가장 귀한 선물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져다 줄 그 어떤 선물도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선물로 기다려야 합니다.
여러분, 성탄절의 최고의 선물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다른 어떤 것이 우리의 기다림의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기 예수님은 마구간 구유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분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분 자신이 우리에게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선물로 받는 사람은 우리 주님께서 주신 은혜 안에서 살게 됩니다. 그분이 주실 모든 것을 누리며 사는 축복이 주어집니다. 주님의 손에 들려져 있을 것만 같은 축복을 바라보는 자에게는 주님은 빈손을 보이실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그분만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우리 주님께서 모든 축복과 은혜의 풍성함이 되십니다.
여러분, 대강절에 우리가 기다려야 할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신앙인의 기다림의 대상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세상을 쾌락이나 즐거움도 기다림의 대상이 아닙니다. 주님이 주실 것만 같은 축복도 우리의 기다림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 강보에 누인 예수 그리스도 - 그분만이 우리의 모든 것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그 분만이 우리의 전부이시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의 삶은 결코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세례 요한의 모습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약대 털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 띠를 띠고 음식으로는 메뚜기와 석청을 먹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경건과 절제의 삶을 살았던 예언자들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세례 요한 역시 예언자들처럼 절제와 경건한 삶을 살았음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세례 요한에게는 동방박사들이 선물한 황금과 유향과 몰약과 같은 값진 것들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기다렸고, 기다렸던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주님은 화려한 곳에 오신 분이 아닙니다. 마구간에 태어나신 예수님에게는 화려함이란 없습니다. 주님은 이 땅에 사실 때에도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여우도 거처할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날개를 접어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지만, 예수님에게는 그런 것조차 없으셨습니다. 그분은 태어나실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너무 화려한 모습으로 주님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의 화려함 속에 주님이 오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경건한 마음속에 주님이 오십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주님을 기다리는 광야와 같은 마음일 때 주님은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의 희망이 되시고, 우리의 평화가 되어주십니다. 화려한 곳에는 주님이 서실 자리가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마음을 화려하게 꾸밀 것이 아니라 아기 예수님을 모실 마구간으로 꾸며야 합니다. 그래야 바로 그 자리에 주님이 오십니다. 쾌락의 화려함이나 물질만능주의의 화려함 속에는 주님이 오셨다가도 되돌아가실 것입니다. 비고 빈 마음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기다림에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인내가 없는 기다림은 기다림이 아닙니다. 기다림에 실패하여 불행을 겪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왕인 사울입니다. 사무엘상 13장에 보면, 사울이 왕이 된 지 2년 쯤 되었을 때에 블레셋과 전쟁을 하게 됩니다. 당시 블레셋 군사는 사울 왕이 이끌던 이스라엘 군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았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려웠습니다. 싸우기 위해서 모였던 군사들은 하나둘씩 떠나 가버렸습니다. 급한 마음에 사울은 사무엘 선지자에게 ‘전장으로 와서 불안에 떨고 있는 이 백성을 위해 번제를 드려 달라’고 초청했습니다. 사무엘 선지자는 기꺼이 가겠노라고 말하고선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1주일을 기다리는 사울 왕의 마음은 초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래도 1주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도 사무엘 선지자는 약속한 날짜에 오지 않았습니다.
조급한 나머지 사울 왕은 자신이 직접 하나님께 번제를 드렸습니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입니다. 번제는 제사장이 드릴 수 있는 것인데 사무엘이 오지 않자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사울 왕 자신이 번제를 드려버린 것입니다.
번제를 드리고 나자 사무엘 선지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사울 왕을 책망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도다... 여호와께서 왕에게 명하신 바를 왕이 지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그 백성의 지도자를 삼으셨느니라.”(삼상 13:13-14) 하나님께서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을 왕으로 세우시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왕이 된 지 겨우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사울 말고 다른 사람을 왕으로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사울 왕은 하나님께 버림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다림에 실패한 사울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고 말았습니다.

대강절은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우리는 이 절기에 기다림을 배워야 합니다. 하나님의 때가 조금 늦어질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주님은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림에 지쳐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기다림에 실패해서는 안 됩니다.
기도하고서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때가 되어야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십니다. 하나님의 때가 되어야 하나님께서 우리를 높이십니다.
시편 37:7절에서 시인은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아 기다리라.”고 말씀합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주님의 은혜가 임하고 주님의 권능이 임합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다시 오실 주님이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 주실 것입니다.

이 대강절을 기다림의 신앙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성탄절에 말구유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시고, 언젠가 다시 오실 주님을 만나 뵐 수 있는 주님의 축복된 백성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2006년 12월 17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