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능욕을 지고 영문 밖으로
본문 - 히브리서 13:10-16


  처음 인간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께 범죄한 이후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에덴동산에 살 때에는 그곳에 찾아오셔서 동산을 거니시며 그들과 교제하시는 하나님과 늘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은 죄인된 모습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인간과 계속적으로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가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죄를 지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는데, 그게 바로 제사입니다. 창세기 3장에서 죄를 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난 후, 창세기 4장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창세기 4장 가인과 아벨이 제사를 드린 그 사건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이 드린 제사가 모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제사는 아님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는데, 하나님께서는 아벨의 제사는 기쁘게 받으신 반면 가인이 드린 제사는 받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제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제사는 무엇인가? 어떤 제사는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어떤 제사는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시는가? 창세기 4장에서는 그에 대해서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나중에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율법을 통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방법이 무엇이고, 어떤 마음으로 제사를 드려야 하는지를 알려주셨습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제사를 드리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인간이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과 계속 만나기를 원하셨고, 계속 아름다운 관계를 맺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죄인인 우리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우리의 죄를 씻고 거룩한 모습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죄를 가지고는 하나님을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사에서는 죄로 인하여 죽을 나를 대신하여 짐승을 잡아 제물로 드리는 것입니다. 내 대신 송아지나 양이 죽어 내 죄를 씻음으로 우리가 용서를 받고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런 제사제도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만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제사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하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이스라엘 백성들이 드렸던 그런 제사를 드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께서 희생제물이 되셔서 영원한 제사를 드리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것을 배경으로 한 말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이스라엘의 제사제도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오늘 본문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사진 세 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먼저 사진은 감람산에서 찍은 예루살렘 전경입니다. 이 사진의 앞쪽 골짜기가 기드론 골짜기입니다. 기혼샘이라는 샘이 흐릅니다. 그리고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으로는 힌놈의 골짜기라고 하는 골짜기가 있습니다. 이 힌놈의 골짜기는 예루살렘 성에서 배출된 쓰레기들이 태워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늘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늘 쓰레기를 태우는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힌놈의 골짜기입니다. 그래서 지옥을 뜻하는 ‘게헨나’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힌놈의 골짜기’를 뜻하는 히브리어 ‘게 힌놈’이라는 말이 나중에 헬라어로 ‘게헨나’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힌놈의 골짜기는  ‘꺼지지 않는 지옥불’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또 하나의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예루살렘 성에서 힌놈의 골짜리로 내려가는 곳에 위치한 ‘분문’이라고 하는 문입니다. 성경에서는 좋은 어감으로 분문이라고 번역했지만, 쉽게 번역하면 ‘똥문’입니다. 이 문을 통해서 예루살렘의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이 힌놈의 골짜기로 버려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쓰레기들이 많이 버려지기 때문에 예루살렘 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거지들과 나병환자들이 바로 이 문 앞에서 구걸하면서 먹고 살았고, 구걸하지 못한 거지나 나병환자들은 힌놈의 골짜기에 버려진 쓰레기를 뒤져서 먹고 살았습니다. 쓰레기들과 각종 오물들이 태워지면서 늘 매캐한 냄새가 난 그곳에 산 사람들은 지옥에 사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힌놈의 골짜기에서 어린아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해골을 발굴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해골이 발굴된 것을 놓고 크게 두 가지 해석을 합니다. 첫 번째는 역대하 28:3절과 33:6절을 근거로 몰록의 신전이 있었던 곳이라는 해석입니다. 역대하 28:3절과 33:6절에 보면 남 유다가 바벨론에 멸망당하기 직전에 이 힌놈의 골짜기에 몰록신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몰록이라는 우상의 특징은 아이들을 불에 태워 제사를 드린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다 말기에 이 힌놈의 골짜기에서 그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유골들이 그 때 몰록에게 바쳐져 불에 태워진 사람들의 유골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또 하나의 해석이 있습니다. 그것은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 힌놈의 골짜기에는 거지와 나병환자들의 집단 거주지였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 성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버림 받은 사람들입니다.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부정하다고 생각해서 만나는 것조차 꺼려했습니다. 그렇게 힌놈의 골짜기에서 구걸하며 살거나 쓰레기를 뒤져 겨우겨우 먹고 사는 사람들이 죽으면 예루살렘 성내에 있는 사람들처럼 좋은 자리에 무덤을 만든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힌놈의 골짜기 구석구석에 방치 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수많은 해골들이 발굴된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두 가지 해석이 모두 맞다고 생각됩니다. 대부분 예루살렘의 귀족이나 권세 있는 사람들은 예루살렘 동쪽에 위치한 감람산에 무덤을 만듭니다. <세 번째 사진> 감람산에 무덤을 만들 정도로 부유하거나 권세가 없는 일반인들은 예루살렘 동편에 있는 공동묘지에 무덤을 만듭니다. 그들이 예루살렘 동쪽에 무덤을 만드는 것은 메시야가 오시면 예루살렘 동쪽에 있는 황금문(Golden Gate)을 통해서 예루살렘에 들어오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메시야를 맞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거지나 나병환자들처럼 버림받은 사람들은 감히 무덤을 만든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냥 버림받는 삶을 살다가 죽을 때에도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은 버림받은 채 죽고, 죽은 후에도 무덤 하나 갖지 못한 채 버림받는 것입니다. 그게 당시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오늘 본문 12절에 “그러므로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케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신 것은 예루살렘 성문 밖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 안에 있는 빌라도의 사저에서 심문을 당하셨고,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라고 불리는 고난의 길도 모두 예루살렘 성 안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님께서 성문 밖에서 고난을 당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장소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고난 받으신 이유를 설명해 주는 말씀입니다.

  본문 11절에는 “이는 죄를 위한 짐승의 피는 대제사장이 가지고 성소에 들어가고 그 육체는 영문 밖에서 불사름이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 레위기 4장에 나와 있는 속죄제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구약에는 다섯 가지 종류의 제사가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속죄제입니다. 속죄죄는 백성들이 죄를 지었을 때에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드리는 제사입니다.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드리는 속죄제는 송아지나 염소 또는 양을 제물로 드립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제물로 드릴 짐승을 회막 문 앞으로 끌고 와서 그 짐승의 머리에 안수를 합니다. 자신의 죄를 모두 그 짐승에게 전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제사장은 그 짐승을 잡아 피는 회막 안으로 가지고 가서 손가락에 찍어 성소에 일곱 번 뿌립니다. 뿌리고 남은 피는 모두 회막문 앞 번제단 아래에 다 붓습니다. 그리고 짐승의 내장에 붙어있는 기름과 콩팥에 붙어있는 기름과 콩팥은 번제단 위에서 불에 태웁니다. 그리고 나머지 - 가죽과 고기와 머리와 다른 내장들은 예루살렘 성 밖에서 불에 태워야 합니다.
  여러분, 예루살렘 성 밖에서 불에 태워야 한다면 어디에서 태우겠습니까? 바로 힌놈의 골짜기에서 태웁니다.
  다섯 가지 제사 가운데 속죄제를 제외한 다른 제사에서는 제물의 일부를 태우고 나머지 고기는 제사장이 먹든지 백성들이 나눠 먹을 수 있습니다.(화목제물) 그런데 유독 속죄제물로 드려진 짐승은 모두를 불태워야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속죄제이기 때문입니다. 그 짐승에 안수함으로 인간의 온갖 더러운 죄가 그 짐승에게 다 전가되어서 짐승이 죄로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갖 죄로 더러워진 속죄제 짐승은 모두 불에 태워야 합니다. 일부는 번제단에서 불태워지고 나머지는 모두 성문 밖에서 불에 태워졌습니다.

  오늘 본문 11절은 바로 그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속죄제의 제물로 드려진 짐승이 성문 밖에서 불에 태워지는 것처럼 우리 인간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예수님께서도 영문 밖에서 죽으셨다는 것입니다. 모든 인류의 죄를 다 짊어지고 하나님의 어린양이 되어 속죄제물이 되신 예수님께서 무엇 하나 남기지 않으시고 우리를 위해서 다 불태워 주셨다는 것입니다.
  영문 밖에서 속죄제의 짐승이 불태워지는 것처럼, 예수님께서도 우리를 위해 영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셨습니다. 자신을 불태워 죽으셨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예수님께서 고난 받으시고 죽으신 것은 예루살렘 성 안이지만, 속죄제의 짐승이 영문 밖에서 불에 태워지는 것을 비유하여 예수님께서 영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에 죽으심을 구약 제사 - 특히 속죄제의 짐승에 비유로 설명하면서 이렇게 권면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능욕을 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13절) 예수님께서 영문 밖에서 속제제물이 되어 고난을 당하시고 죽으신 것처럼, 우리도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자는 것입니다.
  “그 능욕을 지고”라는 말씀은 주님께서 당하신 고난, 주님께서 받으신 능욕을 우리도 그대로 지자는 것입니다. 그 능욕을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기자가 이 말씀을 쓸 때 - 이 말씀을 받는 사람들은 고난 가운데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단지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들이 받아야 했던 고난을 히브리서 11:35절 이하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더 좋은 부활을 얻고자 하여 악형을 받되 구차히 면하지 아니하였으며 또 어떤 이들은 희롱과 채찍질 뿐 아니라 결박과 옥에 갇히는 시험도 받았으며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에 죽는 것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으니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치 못하도다.) 저희가 광야와 산중과 암혈과 토굴에 유리하였느니라.”(35-38)
  이것이 당시 신앙인들이 받은 고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을 받아야 했고, 깊은 산속이나 동굴 속에서 숨어 지내야 했고, 발각되는 날에는 돌에 맞아 죽기도 하고 칼로 베임을 당해 죽기도 하고, 톱으로 몸이 잘려 죽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양이나 염소의 가죽을 입고 광야로 쫓겨나가 더위와 갈증과 굶주림으로 죽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신앙인들에게 더욱 고난의 현장으로 나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고난을 피해 도망다니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 아니요, 또 고난을 없애달라고 기도하면서 고난의 때가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소극적인 신앙으로 살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주님을 닮아 고난의 현장으로 능동적으로 나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주님도 우리를 위해 능동적으로 고난을 당하신 것처럼 우리도 고난을 회피하지만 말고 주님처럼 고난의 자리로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고난의 때에 주님을 닮아 나아가야 할 고난의 현장은 어디입니까? 그게 바로 주님이 고난당하신 영문 밖입니다.
  영문 밖이 어떤 곳입니까? 삶과 죽음의 경계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힌놈의 골짜기에서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멸시 받고 사는 사람들, 먹을 것이 없어 구걸해서 먹고 살아야 하고, 쓰레기더미를 뒤져서 썩은 음식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본문 16절에 말씀합니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눠주기를 잊지 말라. 이같은 제사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느니라.” 영문 밖으로 나아가서 고난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고 나눠주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영문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아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고난을 받으셨고, 그들을 살리시기 위해 친히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당시 사람들로부터 죄인이라고 정죄 받고, 부정한 사람이라고 멸시 받은 사람들에게 주님은 먼저 찾아가셨습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사랑의 손으로 그들을 품어 주셨습니다. 나병환자를 만나는 것조차 부정하다고 정죄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를 손으로 만지시며 그들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세리와 죄인들이라고 놀림 받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셨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셨습니다.

  우리도 그런 주님을 닮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멸시하면서 관심 밖으로 밀쳐버린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찾아가야 합니다. 찾아가서 나눠주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게 십자가 정신이요 십자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힘들다고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하자고 미뤄서도 안 됩니다. 지금 히브리서 편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그 어떤 고난이나 어려움보다 더 힘든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보다 더 가난했고, 우리보다 더 육체적으로 연약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보다 삶이 더 힘들었습니다. 단지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향하여 오늘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처럼 능욕을 지고 영문 밖으로 나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은 영광스런 곳으로 가기를 좋아합니다. 성공이 있고, 출세가 있고, 부귀영화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에게로 가지 않으셨습니다. 영문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영문 밖’과 대비되는 ‘영문 안’은 어떤 곳입니까? 거기는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이 있는 곳입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헤롯이 막대한 돈을 들여 크고 화려하게 증축하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런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면서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예루살렘 성 안에는 세상에서 출세하고 싶은 사람들이 세상적인 욕망을 안고 찾아가는 곳입니다. 명절이 되면 신앙의 이름으로 수십만 수백만 명이 모이는 곳입니다. 거기에는 먹을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습니다. 밤이면 찬란한 불빛으로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성공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합니다. 자연스럽게 더 화려한 곳으로 발길이 옮겨집니다. 더 큰 욕망을 위해서 더 크고 화려한 세상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예수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세상의 죄가 만연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들끓고 있고, 세상이 준 권세를 가지고 메시야를 죽이기 위해서 혈안되어 있는 곳이 영문 안입니다. 종교의 이름은 있으나 생명을 잃어버린 곳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곳에서부터 영문 밖으로 나오신 것입니다. 메시야를 거부하는 영문 안에서 메시야를 간절히 기다리는 영문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모든 것이 배부르고 넉넉하기에 변화를 거부하는 그들에게 고난을 받고 십자가를 지고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는 영문 밖으로 가셨습니다.
  가셔서 당신의 생명을 주셨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신 것처럼 영적으로 배고파 지쳐있는 그들에게 자신의 살을 빵으로 주셨습니다. 자신의 피를 흘려 그들에게 영원한 생수로 주셨습니다. 자신을 다 나눠주시기 위해 영문 밖으로 나가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가 그런 주님의 뒤를 따라 영문 밖으로 나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결코 쉽지 않습니다. 평안한 삶을 살 때에도 의도적으로 고난의 현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려울 때에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야 합니다. 주님이 거기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결단으로는 고난의 현장으로 가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주님처럼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십자가를 앞에 놓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능욕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갈 수 있는 믿음을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주신 힘으로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힘을 주시면 우리는 찬송하며 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본문 15절에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로 말미암아 항상 찬미의 제사를 하나님께 드리자 이는 그 이름을 증거하는 입술의 열매니라.” 우리는 찬송을 부르며 주님의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능히 그 길을 갈 수 있게 해 주십니다.

  여러분,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주님의 고난을 본받아야 합니다. 내 삶이 힘들 때일수록 더욱 주님의 길을 가야 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삶이 넉넉해지고 좀 더 부유지면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생각해도 안 됩니다. 힘들 때, 적게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주님을 닮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부유할 때에도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눔의 기쁨 속에 살아갈 수 있습니다. 건강해지면 봉사하고 건강해지면 이웃을 위해 뭔가를 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주님처럼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오늘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이 내게는 최선의 때입니다. 아니 오늘밖에 없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탄광노조가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이것은 전쟁을 치루고 있는 국가 비상시에 큰 타격을 줄 대사건이었습니다. 탄광이 파업을 해서 자원이 공급되지 못한다면 전쟁을 계속할 수 없고, 결국 전쟁에서 패망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탄광 노동자 수천 명이 당시 런던에서 가장 큰 강당이었던 팔라디엄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 때 수상이었던 윈스톤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965)이 직접 그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이렇게 연설했습니다.
  “나치는 머지않아 패배하고 런던 거리에서는 전쟁 승리의 축하행렬이 있을 것입니다. 그 때 공군에서 봉사한 사람들은 ‘우리는 격추될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에서 싸웠다’고 자랑할 것이고 해군에서 나라를 섬긴 사람들은 ‘우리는 잠수함의 위협을 무릅쓰고 험한 파도와 잠수함의 위험 속에서 싸웠다’고 자랑할 것이며, 보병으로 일선에 섰던 사람들은 ‘우리는 총알받이가 되어 적의 탱크 앞에서 싸웠다’고 자랑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자랑을 할 사람들은 여러분 탄광노동자들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말하기를 ‘우리는 가장 깊은 지구의 뱃속에 들어가 석탄을 캠으로써 비행기를 날게 하고 군함을 움직이게 하고 탱크를 전진시켰다’고 가슴 펴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은 세계적으로 어려운 때입니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때에 우리는 또 한 번의 고난주간을 맞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번 고난주간을 어떻게 보내시렵니까? 여전히 영문 안에서 성공과 출세와 부귀영화만을 꿈꾸며 세상의 욕망을 따라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어렵고 힘들지라도 주님의 뒤를 따라 ‘능욕을 지고 영문 밖으로’ 나아가시겠습니까?
  나중에 하겠다는 말은 언제나 변명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나중이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이 최선의 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지금 비록 힘들지라도 주님이 십자가를 지고 영문 밖으로 나가신 것처럼 우리도 영문 밖으로 나아기를 원하십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계십니까? 출세와 부귀영화가 있는 예루살렘 성을 향해 가고 계십니까? 아니면 고난의 현장에서 신음하는 이웃들을 위해 영문 밖으로 가고 계십니까? 지금 우리 눈에 화려한 예루살렘의 성공이 보입니까? 아니면 오늘의 영문 밖에서 힘든 가운데 고통 하는 이웃의 아픔이 보이십니까?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계십니까?

< 2009년 4월 5일 주일 낮예배-종려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