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전주남성교회 > 대한예수교장로회 남성교회 > 실로암

작성일 : 2007-04-30 05:40

실로암 - 내겐 축복이어라 <4월 29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실로암 - 내겐 축복이어라
본문 - 이사야 8:5-8

지난 3월 말쯤 전북지방 경찰청에서 짝퉁 시계를 팔던 30대 형제를 붙잡았습니다. 그들은 중국에서 유명 메이커를 본뜬 짝퉁 시계를 만들어 국내에 들여와서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팔았습니다. 그들이 판 가짜 시계의 가격은 하나 당 약 10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을 산 사람들이 대부분 교수나 의사 등 그래도 사회적으로 상류계층(지도층)에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계를 산 사람들이 자기들이 100만원씩 주고 산 그 시계가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그 사람들이 가짜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비싼 시계를 샀겠습니까? 그들이 가짜임을 알면서도 가짜라도 명품을 손목에 차야 직성이 풀리는 것은 단순히 명품을 갖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심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낮은 자존감’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돈만 있으면 진짜를 사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품은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지만, 진짜와 비슷한 짝퉁이라도 차야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짜인줄 알면서도 비싼 돈을 주고 시계를 사서 자신은 마치 진짜를 차고 다니는 것 같은 착각으로 사는 것입니다.

자존감이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엇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니고, 내가 뭔가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 그대로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무언가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명품족들이 명품을 가져야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명품은 갖지 못해도 짝퉁이라도 가져야 마음에 위로가 되는 사람들은 뭔가를 가져야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얼굴이 예뻐야만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 준다고 생각하고는 많은 돈을 들여서 얼굴을 뜯어고칩니다. 사실 요즘 요행되는 ‘얼짱, 몸짱’이라는 말도 깊이 생각해 보면 낮은 자존감이 만들어낸 사회적인 병리현상일 뿐입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합니다. ‘머리가 나쁜 것은 용서할 수 있어도 얼굴 못생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유미무죄 무미유죄’(有美無罪無美有罪) - 얼굴이 예쁘면 무조건 죄가 없고, 얼굴이 못생겼으면 무조건 죄가 된다는 말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정말로 소중하게 여겨주셨습니다. 얼굴이 예뻐서 소중하게 여기시는 것이 아닙니다. 뭔가 많이 가졌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마태복음 13장에 예수님께서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진주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어느 날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아주 귀한 진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곧 가서 자신의 재산 전부를 팔아 그 귀한 진주를 샀습니다.
이 짧은 비유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진리는 ‘우리가 바로 그 진주’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서라고 반드시 사고 싶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가장 값진 진주가 바로 우리입니다. 저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렇게 소중하게 여겨주셨습니다. 그래서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여호와 보시기에 존귀한 자라.”(사 49:5)
여러분, 하나님께서 나를 그렇게 귀하게 여겨 주시는데 우리 스스로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야!’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나를 소중한 사람으로 여겨주셨고, 나는 하나님 보시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며 산다면 남들보다 가진 것이 적다고 주눅들 필요가 없습니다. 남들보다 좀 잘 생기지 못했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셨다는 이 귀한 사실을 가슴에 가득 품고 사는 사람은 지금의 나를 향하여 불평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보면 “실로아”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실로아는 예루살렘에 흐르고 있는 작은 개천의 이름입니다. 이 개천은 모리아산 남서쪽 계곡인 기혼에서 발원해서 예루살렘을 관통해 흐르는데, 예루살렘 성전예배 때에도 사용되는 아주 깨끗한 물입니다. 이 개천을 아하스 왕 때에 “실로암”이라고 바꾸어 불렀습니다.
예수님께서 소경의 눈에 진흙을 발라 주시면서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 실로암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실로아입니다.
이 실로암이라는 개천은 큰 강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개천입니다. 물 흐르는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고요하게 흐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실로암을 ‘실개천’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비록 작은 개천이지만, 이 실로암은 하나님의 은혜와 권능, 그리고 언약과 축복이 있는 곳입니다. 예루살렘에 끊임없이 생명수를 공급해 준 것이 바로 이 실로암 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 백성들은 작은 실개천에 불과한 이 실로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작고 보잘 것이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애굽의 나일강에 비하면 실개천인 실로암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3,000km 가까이 되는 거대한 앗수르의 유프라테스 강에 비하면 실로암은 동네 개천만도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로암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대신에 애굽의 나일강이나 앗수르의 유브라데스 강을 더 좋아했습니다. 애굽에는 나일강이 있고, 앗수르에는 유프라테스라는 큰 강이 있기 때문에 그 나라들은 강대국이 되었고, 자기들에게는 실로암이라는 실개천에 불과한 작은 개천 때문에 강대국이 되지 못한다고 원망했습니다.

유다 백성들은 앗수르와 애굽을 흠모했습니다. 단순히 애굽의 나일강이나 앗수르의 유프라테스 강만을 흠모한 것이 아니라, 그 강대국이 만들어 놓은 문화나 문명을 흠모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종교까지도 흠모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가르쳐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로 그것 때문에 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백성이 천천히 흐르는 실로아 물을 버리고 르신과 르말리야의 아들을 기뻐하나니 그러므로 주 내가 흉용하고 창일한 큰 하수 곧 앗수르 왕과 그의 모든 위력으로 그들 위에 덮을 것이라.”
강대국 앗수르를 흠모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결국에는 자기들이 좋아한 그 앗수르에 의해서 멸망당하고 말 것이라는 준엄한 심판의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고 있는 땅은 하나님께서 이미 오래 전 아브라함 때부터 약속하신 약속의 땅입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은 다른 어느 땅과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가나안 땅보다 훨씬 더 넓고 좋은 땅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0년 동안 살았던 애굽에 비하면 가나안 땅은 너무 좁습니다. 그리고 나일강이 흐르는 비옥한 애굽에 비해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입니다. 애굽처럼 물이 풍부하지도 않습니다. 비가 내려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메마른 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물이 풍부하고 비옥한 땅이기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부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과 축복이 약속된 땅이기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거대한 나일강으로 인해 풍요로움을 주던 애굽 땅을 떠나 왔습니다.

약속의 땅이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에 들어온 지 600년 이상이 지났습니다. 600여 년 동안 살아오면서 그들에게 가나안 땅은 더 이상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었습니다. 점점 신앙적인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마침내 주변 강대국들의 땅과 비교하면서 척박한 땅이라고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불평은 ‘실로암’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실로암 시냇물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생명의 젖줄과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은 생명의 젖줄인 실로암 시냇물보다 애굽의 나일강이나 앗수르의 유프라테스 강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 땅에 발을 들여놓을 때에는 젖과 꿀이 흐르던 땅이라고 좋아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었는데, 이제 와서는 불평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생명의 젖줄인 실로암 시냇물까지도 싫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것들을 세상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신앙적인 의미로 생각할 때에는 - 하나님의 언약과 축복이 보장된 땅이라고 생각할 때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는데, 그 땅에서 신앙인적인 의미를 빼버리니까 주변에 있는 그 어떤 땅보다도 비좁고 척박한 땅으로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게 현실적인 생각인지 모릅니다. 가나안 땅은 주변의 어느 땅보다 결코 좋은 땅은 아닙니다. 심지어 아라비아 사막보도다 더 안 좋은 땅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라비아 사막은 지금 지하에서 석유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막이라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 땅 지하에는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막에 자리한 나라들이 지금 세계적인 갑부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땅에는 그런 석유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땅이 비옥합니까? 넓기를 합니까? 주변에 있는 애굽이나 앗수르에 비하면 좁고 척박하기 그지 않는 땅입니다. 그러니 자연 불평이 생기게 되고, 하나님께서 주신 그것이 소중하다는 생각보다는 ‘왜 이런 것을 주셨느냐’고 불평하게 됩니다.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들만 그렇습니까? 우리도 때로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은 모든 것이 다 소중합니다. 소중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적인 가치로 따져서 값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아 보입니다. 심지어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내 손에 들려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손에 있는 것이 더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내게 있는 것의 소중함을 잊어버린 채 남에게 있는 것을 부러워하거나, 나에게 주어져 있지 않은 것 때문에 불평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금 우리의 삶에 주어져 있는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지금 내게 주어져 있는 그것이 하나님의 축복임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내게 주어져 있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임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모든 일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디모데전서 6:6-8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지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이 큰 이익이 되느니라.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족한 줄로 알라는 것입니다. 그게 우리의 삶을 경건하게 사는 비결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가 뭔가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현재보다 나아기는 것이 사실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현재보다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오늘 한 끼 먹을 수 있는 양식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요?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느니라.” 여러분, 맞는 말씀 아닙니까?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는 우리에게, 비록 내 집은 아니라 할지라도 잠을 잘 수 있는 집이 있고, 풍족하지는 못하지만 끼니마다 먹을 수 있는 양식이 있고, 또 다른 사람처럼 값비싸고 유명 메이커는 아니라 할지라도 입고 다닐 수 있는 옷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어차피 많이 있어도 가져가지 못할 것인데 지금 누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감사해야 합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모습으로 만족하십니까?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십니까?
우리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우리는 절대로 만족할 수도, 감사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내게 베풀어주신 것만 바라볼 때에 만족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만 우리 옛말에 ‘바가지와 여자는 밖으로 내돌리면 깨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자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사실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여자들이 동창회 갔다 오는 날이면 부부싸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요? 다른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속이 상해서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기 때문입니다. 좋은 집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 오거나, 옛날에는 나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던 친구가 나보다 훨씬 더 잘 사는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합니다. 그래서 지지리도 못난 남편을 만나 내 인생이 이런가 싶어 바가지를 긁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을 때에는 ‘그래도 내가 시집 하나는 잘 갔지’라고 생각했는데, 비교하니까 비참해 지는 것입니다.
어디 여자들만 그렇습니까? 남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텔레비전이 예쁜 연예인이 나오면 괜히 마누라하고 비교해봅니다. 그러면 여자들이 외출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만 봐도 기분이 상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합니다. ‘아무리 얼굴에 페인트질을 해 봐라. 그런다고 달라지나.’ 그러면서 괜히 화장품 산 돈만 아까워집니다.

여러분,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 봅시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하나님께서 내게 가장 잘 맞는 배필로 주신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내가 이 사람 덕분에 이렇게라도 살지. 이 사람 아니면 누가 나를 구제해 주었겠나?’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지금의 내 삶과 형편을 만족함으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앗수르의 거대한 문화를 보고서 자신들의 문화는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애굽의 나일강이나 앗수르의 유프라테스 강을 보니까, 예루살렘을 가로질러 흐르는 실로암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신앙적으로 생각했다면 절대로 초라하다고 여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이 실로암 시냇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결코 마른 적이 없습니다. 변함없이 흐르는, 말 그대로 ‘생명의 젖줄’입니다. 하나님께 제사드릴 때 쓰여진 귀한 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물을 당신의 백성들에게 주셨습니다.

비록 초라하게 흐르는 물줄기이더라도 그걸 생명의 젖줄이요, 하나님의 언약과 축복이 약속된 시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비록 보이긴 초라해 보일지라도 이 실로암 시내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건 거세게 흐르는 나일강이나 유브라데 강보다 훨씬 더 축복의 물줄기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 비록 초라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축복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자라고 축복을 많이 받은 게 아닙니다. 내 삶의 처지와 환경이 내가 보기에는 불행한 것 같고 초라하게 보일지라도, 지금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심을 믿는다면 지금의 삶보다 더 귀하고 축복된 자리는 없습니다. 모자란 것 같으면서도 결코 주리지 않게 주시는 하나님의 역사 그게 바로 실로암의 축복입니다. 부족하지만 나를 쓰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입니까? 실로암 물이 하나님께 제사드릴 때 쓰여진 것처럼, 내가 하나님의 동역자로 쓰임받는 것은 축복입니다.

여러분, 부자가 된다는 것이 축복인 것만은 아닙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부자가 반드시 축복인 것만은 아닙니다.
펄벅 여사가 쓴 ‘대지’라는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공 왕룽은 아주 진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농부였습니다. 그런데 농사를 지어 놓으면 메뚜기 떼가 와서 곡식을 다 갉아먹어버렸습니다. 어떤 때는 홍수가 나서 농작물을 다 쓸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해에는 가뭄 때문에 농사를 망치기도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왕룽 부부는 도시로 떠났습니다. 도시로 나온 이 젊은 부부는 리어카를 사서 장사를 했습니다. 남편은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뒤에서 밀고,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돈이 모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척이나 고생하며 힘들게 사는 삶이었지만 이들 부부는 행복했습니다. 그들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돈을 벌어서 고향으로 내려가 많은 논을 사서 머슴을 거느리며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드디어 돈을 많이 벌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넓은 땅을 사서 일꾼을 부리는 대지주가 되었습니다. 얼마 동안 이 부부는 그들이 꿈꾸었던 것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지주가 되어 할 일이 없어진 남편이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여자 하나를 데리고 들어오더니 조강지처를 문간방으로 내보내고, 첩을 안방에 들어 앉혔습니다. 고생만 하던 조강지처는 아침 저녁으로 따뜻한 밥을 지어 올리고는, 자기는 차가운 부엌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느 날 조강지처는 부엌 부뚜막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며 밥을 먹다가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그 때가 좋았는데, 그 때가 좋았는데.”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남편이 앞에서 리어카를 끌고 아내가 뒤에서 밀며 행복하게 살던 그 때가 행복했었다는 중얼거림입니다.

이 부부에게는 많은 재산이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불행을 가져다주는 재앙이 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가난하고 없이 살 때, 고생하면서도 단란하게 살 때가 훨씬 더 행복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졸졸졸 흐르는 실로암 시냇물을 보면서 답답해 했습니다. 그들은 큰 물이 흐르는 유프라테스를 흠모했습니다. 예루살렘에도 그런 물이 흘러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게 소원이라고 한다면 소원대로 이루어 주마. 대신 너희가 원하는 그 큰 물이 너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아라. 그 물은 너희에게 복을 주는 물이 아니라, 너희를 덮쳐 너희를 망하게 하는 물이 될 것이다.”
마치 펄벅의 대지에 나오는 왕룽 부부에게 많은 재물이 불행을 가져다 준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이 소원하던 유프라테스 큰 물은 그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물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앗수르의 침공을 받아서 엄청난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여러분, 작은 실로암 시냇물, 이게 축복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축복의 샘터입니다. 그들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기뻐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이렇게 생각하며 사십시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면, 부요함뿐만 아니라 가난함도 행복입니다.
건강뿐만 아니라, 질병도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면 축복입니다.
형통함뿐만 아니라, 고난도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면 고마운 선물입니다.
초가삼간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공만이 축복이 아니라, 때로는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일까지도 우리에게 축복일 수 있습니다. 그게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신앙입니다. 작은 실로암 시내를 축복으로 아는 것이 참된 신앙입니다. 지금의 내 작은 모든 삶이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떻습니까? 혹시 삶의 여건이 너무 힘들어서 불평하며 짜증내며 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질병 때문에, 가난 때문에, 고난 때문에, 힘든 문제 때문에 불평하며 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힘들고 어려워보여도 지금 바로 이 순간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축복의 자리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내 옆에 소리도 없이 흐르는 작은 실로암 물줄기가 내겐 축복입니다. 그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습니다. 애굽의 나일강이 축복이 아닙니다. 앗수르의 유프라테스 강이 축복이 아닙니다. 아무개처럼 부자가 되는 것이 축복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처럼 성공하고 출세한 것이 축복이 아닙니다. 지금 내 삶에 흐르는 하나님의 은혜가 축복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부자로 만드신 후에 ‘너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출세한 후에 ‘너는 정말 내게 소중한 사람이란다’ 그렇게 말씀하지도 않으십니다. 내 있는 모습 그대로 - 그게 바로 하나님께서 지금 내게 주신 축복입니다. 지금 내 모습 이대로를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실로암이기 때문입니다.

<2007년 4월 29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