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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2-26 05:40

성격, 인격, 품격 <2월 22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성격, 인격, 품격
본문 - 빌립보서 2:5-11

지난 한 주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대한 뉴스를 가장 많이 들어야 했습니다. 카톨릭에서 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이 애도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명동성당에 수십 만 명이 조문했다고 합니다. 어떤 분이 직접 다녀와서 방송에서 다녀온 소감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조문하기 위해서 보통 3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참으로 엄숙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 하나 숨조차 크게 내 쉬지 않을 정도로 엄숙했고, 3시간을 기다리면서도 불평하거나 짜증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시켜서 했더라면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자체가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3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게 했을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질이 급한 것은 세계가 다 알지 않습니까? “빨리 빨리”라는 말이 우리나라 문화를 만들었다고 할만큼 조급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그랬다고 하지 않습니까? 너무 성질이 급해서 하나님께 “인내하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했는데, 이렇게 기도했다고 합니다. “하나님! 제가 성질이 너무 급합니다. 제게 오래 참고 인내하는 마음을 주옵소서. 지금 당장 주옵소서.”
그렇게 성격이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3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도 불평 한 마디 나오지 않고, 엄숙하게 조문행렬에 참여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어쩌면 그게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존경심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분의 신앙과 인품에 대한 존경심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3시간을 기다리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엄숙하게 조문을 하는데, 인터넷에서는 일부 네티즌들이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악플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친일 행각을 벌였던 김수환, 기어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으니 사필귀정”이라든지, “친일 경력이 드러날까 봐 죽을 때까지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라고 악플을 단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너무 다른 모습 아닙니까?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정파나 종교를 떠나서) 애도할 만큼 그분은 참으로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에게까지 악플을 다는 사람의 인격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이 존경받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윌리엄 라이딩스(William J. Ridings)가 쓴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Rating the Presidents)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세계적인 역사학 교수들과 미국 역사의 전문가들 총 719명이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평가한 종합평가서입니다. 그들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부터 42,43대 대통령이었던 클린턴 대통령까지 모두 41명을 5가지 영역에서 심층 분석했습니다. 그 다섯 가지 영역이란 ‘지도력, 업적, 위기능력관리, 정치력, 인사관리’ 등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성격과 도덕성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는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었던 A. 링컨 대통령이었고 꼴지를 차지한 대통령은 제29대 대통령이었던 워런 하딩 대통령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결과가 있습니다. 지도력, 업적, 위기관리능력, 정치력, 인사관리 등 대통령의 능력을 평가하는 5가지 영역의 순위와 성품과 도덕성의 순위가 같았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이 뛰어난 분이 성품이나 도덕성도 뛰어났다는 말입니다. 대통령의 능력은 도덕성과 인품 등 사람됨의 모습과 별도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도덕성이 있는 사람이 지도력을 갖게 되고, 좋은 성격과 인품을 갖춘 사람이 좋은 대통령으로 존경을 받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은 다 다릅니다. 성격은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자라나면서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형성된 그 사람의 고유한 특성이나 이미지를 말합니다. 그 사람만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 그 사람의 성격이 좋다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성격이 다혈질적인 사람(성격이 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긋한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다혈질적인 성격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을 평가할 때 ‘성격 화끈해서 좋네.’ 라고 말할 것이고, 반면 느긋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보면 ‘왜 그리 느려 터졌냐?’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느긋한 성격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반대로 평가할 것입니다. 느긋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보면서 “여유 있어 좋다”고 평가할 것이고, 다혈적인 사람을 보면 “정신 사납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고, 외향적인 성경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누가 더 좋다거나 나쁘다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성격이 좋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는 성격을 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격이라는 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얼마나 잘 가꾸었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앞에 말씀드린 다혈질적인 성격도 잘 가꾸어서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나타날 때에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주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 잘 다듬어졌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인격을 높이 평가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온순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성격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초래하게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인격을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은 얼마나 잘 다듬느냐 따라서 우리는 좋은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좋지 않는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을 어떻게 좋은 인격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인격 - 예수님의 성품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6-11절의 말씀은 초대교회 교인들이 영광송으로 부르던 찬송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초대교회 교인들이 자주 부르던 찬송시를 인용하여 바로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을 때 우리는 예수님을 닮는 성도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본받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지고 살아갈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우리 안에 품고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신앙의 인격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예수님의 마음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예수님의 어떤 마음을 본받아야 예수님을 닮는 인격자가 될 수 있습니까?
오늘 본문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로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몸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여기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예수님의 성품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을 낮추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본래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의 본체이셨다”는 말씀은 하나님이셨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하나님 바로 그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자기를 낮추셨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이 되셨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낮아지신 모습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되신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장 치욕스런 십자가를 지실 정도로 더 낮아지셨습니다.

여러분, 진정한 인격은 낮아짐에서 향기가 납니다. 지위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낮아지는 마음으로 섬기는 사람을 우리는 인격자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낮아져 섬기신 대표적인 사건이 요한복음 13장에 나오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날 저녁에 잡히실 것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죽으셔야 하실 것도 아셨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잡수시던 자리에서 예수님께서는 겉옷을 벗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친히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이건 아주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일반적인 관례에 따르면 종이 주인의 발을 씻겨 줍니다. 제자가 스승의 발을 씻겨줍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주님이시오 스승이시면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습니다. 그것도 허리에 수건을 두루시고 친히 대야에 물을 받아 오셔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이 현상에 대해서 제자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가로막았습니다. “어떻게 주님께서 제 발을 씻기십니까?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제가 선생님의 발을 씻겨드리는 것이 마땅한데 어떻게 선생님께서 저희들의 발을 씻기신단 말입니까?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이 베드로의 말이 사실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렇게 하셨습니다. 제자 가운데 누군가에게 ‘내가 너희 발을 씻길테니 물 좀 떠 오너라’ 그렇게 말씀하시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이 친히 물을 떠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당시 발은 우리의 몸 가운데 가장 더러운 곳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로 그 발을 씻어주신 것입니다. 대충 형식적으로 하신 것이 아닙니다. 아주 정성을 다해 씻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깨끗이 닦아 주셨습니다. 허리에 수건을 두르셨다는 것은 발을 씻기시고는 그 발을 닦아 주셨다는 것을 말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섬김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낮은 자리로 내려가 섬긴다는 것은 신분의 변화나 위치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변화입니다. 모든 사람의 종이 되겠다는 마음의 자세 - 그것이 바로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20세기 말부터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고, 그리더십에 대한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이 바로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이 말은 ‘서번트 리더십’(종의 리더십)이란 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종의 리더십이란 말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ef)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종의 리더십이란 말의 아이디어를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소설인 『동방순례』(Journey to the East)라는 책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그 소설에 보면, 동방으로 순례를 떠나는 순례객에게 모든 뒷바라지를 해주던 레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순례객들을 위해서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했습니다. 그 레오가 그들에게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모든 여행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레오가 사라진 후에 모든 일이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도저히 더 이상 여행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레오가 사라진 후에야 그들은 레오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레오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례객 중 한 사람이 몇 년 후에 레오를 찾아나셨습니다. 그 여행을 후원했던 교단을 찾아간 그는 자신들의 여행에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던 - 그래서 심부름꾼으로만 알고 있었던 레오가 그 교단의 책임자였고, 정신적인 지도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종의 리더십을 말했던 그린리프는 이 레오야말로 전형적인 종의 리더쉽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한 교단의 책임자요 정신적인 리더인 레오가 순례객에게 뒷바라지나 허드렛일을 해준 심부름꾼이었다는 것 때문에 그의 인격에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종처럼 섬김의 삶을 산다는 것이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그의 인격을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낮아졌기 때문에 더욱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예수님도 그러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낮아지셨습니다. 가장 치욕스러운 죽음을 죽으신 것입니다. 그렇다고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셨습니까?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셨다고, 십자가에게 죽으셨다고 예수님께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이렇게 결론을 맺습니다.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신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지극히 높여주셨다는 말씀입니다. 죽기까지 복종하시고 낮아지신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셨고, 모든 무릎을 그 앞에 꿇게 하셨습니다.
여러분, 낮은 자리로 내려간다고 우리의 인격이 손상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높아집니다. 진정으로 낮은 자리로 내려간 사람은 하나님께서 그를 지극히 높여 주십니다.

낮은 자리로 내려간다는 것은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발 씻김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주님이요 선생이시기 때문입니다. 제자들로부터 당연히 그런 대접을 받으실 권리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섬김 받으실 권리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사랑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권리를 포기하셨습니다. 오히려 그 권리를 섬기는 데 사용하셨습니다. 친히 사랑하는데 사용하셨습니다. 발을 씻겨주시는 데 사용하셨습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낮아지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낮아지셨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고 섬기셨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예수님께 존귀를 더 하셨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방법입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우리 인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내가 높아져야 사람들이 나를 존경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내 이름이 영화롭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은 흔히 영문 이니셜로 그 이름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는 YS, 김대중 전 대통령을 DJ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MB라는 영문 이니셜이 있습니다. 명박이라는 이름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그렇게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 우리 사회에 갖가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들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 국민들이 2MB라고 조롱했습니다. 2MB는 컴퓨터 용어인데, 아주 옛날에 쓰던 컴퓨터를 말합니다. 그만큼 머리가 안돌아간다는 뜻으로 조롱한 것입니다.
여러분, 대통령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렇게 조롱거리가 되는 세상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최고로 높은 자리가 대통령 자리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최고로 높은 자리에 있는 대통령을 마냥 존경하지 않습니다. 존경받을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존경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존경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강조했던 것처럼 머슴이 되어야 합니다. 종이 되어야 합니다. 낮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존경받습니다. 말로는 낮아진다고 하고서, 자기 주장과 자기 고집만 앞세우기 때문에 백성들이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자리가 존경을 받게 만들어주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존경받을 만해야 존경해 줍니다. 인격이 갖춰져야 합니다. 정말로 낮아져야 합니다. 낮아지면 존경합니다.
우리는 존경받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존경받으려는 것은 예수님을 닮는 인격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낮아지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후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와 또한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한복음 13:14-15)
예수님처럼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섬기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처럼 자신을 낮추어 형제의 발을 씻기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그리하셨던 것처럼, 우리의 가면이나 체면을 다 벗고서 낮아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일본에 다나까 가쿠에이(田中角榮, 1918-1993)라는 수상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다나까 수상이라고 잘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는 목축거래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자 중학교를 중퇴해야 했습니다.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그가 수상이 되기 전에 대장성 장관에 임명되었습니다. 대장성은 일본의 정부 부처 가운데 최고의 엘리트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곳에 초등학교 출신이 장관에 임명되자 부서의 분위기가 이상해졌습니다. 그런데 다나까 장관이 취임연설 5분 만에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듯이 여러분은 수재 중에 수재들입니다. 그런데 나는 겨우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데다, 대장성 일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그러니 대장성 일은 여러분이 하십시오. 나는 뒤에서 책임지는 역할만 하겠습니다.”
그 후는 그는 일본의 수상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높여주고 자신을 낮추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고, 그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장관인 나를 깔보지 말라’고 말한 것이 아니, 그들을 높여주니까 자신이 높아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남을 깎아 내려야 내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내가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남을 높여주면 하나님께서 나를 높여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사는 경쟁사회는 남을 짓누르고 올라서야 성공한 사람이 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남을 높여줄 때 나도 더불어 높아집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은 예수님 자신은 낮아지고 제자들을 높여주신 것입니다. 서로 높은 자리 차지하겠다고 다투던 제자들에게 진정으로 높아지는 비결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주의 우편 자리와 주와 좌편 자리를 꿰차고 앉아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서로를 높여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레오나도르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동시대 사람입니다. 둘 다 이탈리아의 아주 유명한 미술가요 건축가들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앙숙관계였다고 합니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둘은 피렌체 시가 새로 지은 시청의 벽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다빈치가 한쪽 벽면을 맡았고, 미켈란젤로가 다른 쪽 벽면을 맡았습니다. 당시 다빈치는 48살이었고, 미켈란젤로는 25살의 아주 젊고 혈기 왕성했던 때였습니다. 다빈치는 벽화를 구상만 하고 별로 진척이 나가지 않았는데, 젊은 미켈란젤로는 벽화가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젊은 미켈란젤로는 사람들에게 꾸물거리며 그림을 그리지 못한 다빈치를 비난하고 다녔습니다. 그걸 알고도 다빈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모나리자의 모델이 되었던 리자 부인이 다빈치에게 ‘미켈란젤로가 선생님을 욕하고 다닌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다빈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지요. 나는 그의 실력을 알고 있어요. 그는 천재예요. 나보다 훌륭해요.”
여러분, 누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까? 뛰어난 재주를 가졌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비난하고 다니는 미켈란젤로입니까? 재주는 좀 떨어질지 몰라도 자신을 비난하는 젊은이를 향하여 그의 천재성을 칭찬해준 다빈치입니까? 예술적 재능은 미켈란젤로가 훨씬 더 뛰어날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을 비난하는 미켈란젤로를 포용한 다빈치는 인격적으로 더 훌륭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본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이 바로 품격 있는 삶입니다. 인간의 품격은 자리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인격이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혹 우리의 성격에 사람들에게 덕이 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훈련하여 아름다운 인격, 신앙인의 향내가 나는 인격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예수님을 닮은 인격이 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높여주십니다. 품격 있는 사람이 되게 하십니다.

<2009년 2월 22일 주일 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