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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04-09 10:22

호산나를 외치는 사람들 (4월 9일 종려주일)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호산나를 외치는 사람들
본문 - 마가복음 11:1-10

요즘 뉴스의 큰 관심거리 중 하나가 미국 슈퍼볼의 영웅 하인스 워드 선수의 방한입니다. 2006년도 미식축구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한 그는 우리나라에서만 영웅이 아니라 미국사회에서도 이미 영웅이었습니다. 슈퍼볼에서 우승한 후에 피츠버그에 돌아오자 25만 명의 시민들이 나와서 슈퍼볼의 영웅 하인스 원드 선수와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들을 환영했습니다.
여러분, 한번 상상해 보세요. 25만 명의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그 길을 통과해 갈 때 그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아마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인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란 책에 보면 로마의 개선장군이 입성하는 장면은 그보다 훨씬 더 열광적이었고 축제와 같았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승리한 장군은 개선장군이 되어 로마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개선식이 있기 전까지는 로마 시내에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수십 일 혹은 수개월이라도 개선식이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성 밖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거대한 개선식의 준비가 끝나면 개선장군은 화려하게 장식된 백마를 타고 호위대에 둘러싸여 로마 신전으로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 행진을 합니다. 그러면 길 주변에 몰려든 수많은 시민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며 개선장군을 맞이합니다. 개선장군 뒤에는 전쟁에서 승리한 군사들이 줄을 지어 들어오고, 그 뒤에는 수많은 전리품들과 전쟁에서 사로잡은 포로들이 뒤따라옵니다. 그 행령은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집니다. 그 날은 로마 제국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입니다. 그렇게 들어오는 개선장군을 열렬히 환호하고 마음껏 박수를 쳐 주는 것은 로마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였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장면은 하인스 워드의 피츠버그 입성이나 로마 개선장군의 로마 입성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행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인스 워드는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환호하는 무리들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피츠버그 시내를 행진했습니다. 로마의 개선장군은 화려하게 장식한 가장 멋있는 백마를 타고 전 로마 시민들이 열렬히 환호하는 거리를 통과해 갑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본문 8절에 보면 “많은 사람들” 예수님을 환영하고 있다고 말씀하고 있지만, 하인스 워드를 환영하는 25만 명의 인파나 로마의 개선장군을 환영하는 로마시민만큼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하인스 워드의 멋진 자동차와 로마 개선장군의 멋진 백마와는 달리 예수님은 아직 길들여지지도 않은 작은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습니다. 30살이 넘은 건장한 청년이 작은 나귀새끼를 탔다면 아마도 그 모습은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심지어는 우스꽝스러웠을 것입니다. 타고 가는 나귀 위에는 그럴싸한 안장도 없고, 화려한 장식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입고 있던 옷으로 깔아준 땀내는 겉옷이 전부였습니다. 로마의 개선장군의 뒤에는 수많은 병사들과 전쟁포로들이 뒤따랐지만, 예수님 뒤에는 겨우 12명의 제자들만이 따라오고 있을 뿐입니다. 개선장군이 가는 길에는 화려한 카펫이 깔리고 길 주변에는 아름다운 꽃과 화분들이 즐비했는데, 예수님께서 가시는 길에는 그런 화려한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벗어서 깔아 놓은 겉옷자기들과 밭에서 잘라 온 종려나무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로마의 개선장군이 가는 행렬은 몇 달 동안 준비한 화려한 것이었지만, 예수님께서 가시는 길에는 아무도 준비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외형적으로 볼 때는 초라하고 볼품없는 행렬일지 모르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행렬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행적을 기록한 4복음서에서 한결같이 이 초라한 행렬을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예수님의 생애에서 중요한 순간이었고, 우리의 신앙에서도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볼품없는 나귀를 타시고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그 사건이 왜 그렇게 중요한 사건입니까?

그것은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을 메시야로 드러내신 첫 번째 사건이자 마지막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예수님은 당신이 메시야이심을 감추어 오셨습니다.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자신이 메시야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멋진 신앙고백을 했을 때 그 고백을 들으신 주님은 그렇게도 기뻐하셨는데, 성경은 이렇게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제자들을 경계하사 자기가 그리스도인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 하시니라.”(마 16:20) 메시야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놓고 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직은 메시야이심을 드러낼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만은 달랐습니다. 비록 로마의 개선장군이나 새로이 왕좌에 오르기 위해서 궁궐로 입성하는 왕처럼 멋진 백마를 타진 않으셨지만, 나귀 새끼를 타고 입성하심으로 당신을 메시야라고 분명하게 선포하신 것입니다.

또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그 사건은 예수님 자신이 이 땅에 평화의 왕이심을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개선장군은 수많은 사람을 죽인 업적 때문에 환영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전쟁포로를 이끌고 가야 더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전쟁과 잔인한 학살이 영웅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전쟁을 통해서 영웅이 되신 것이 아닙니다. 이 땅에 전쟁을 그치게 하려고 당신 자신을 십자가에서 죽으시기 위해서 가시는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의 영웅들은 커다란 백마를 탔지만, 예수님은 조그마한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하늘의 평화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때 천사들은 하늘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예수님의 탄생이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온 축복의 사건이었다면,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은 그 평화를 이루신 사건입니다.

세 번째로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사건은 사랑을 완성하신 사건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로마의 개선장군이 가는 화려한 행렬은 칭찬과 명예가 주어지는 자리를 향하여 가는 행렬이지만,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가신 예수님의 행렬은 칭찬과 명예가 아니라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사형장을 향해 가는 행렬이었습니다. 그 때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예수님의 발걸음이 골고다 십자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나귀 새끼를 타고 입성하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던 제자들조차도 예수님의 그 길이 죽음을 향한 길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까?’라고 다투었던 몇 시간 전의 생각이 더욱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며 올라오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야 3년 동안 고생하며 주님 뒤를 따라다닌 수고에 대가가 주어지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뭔가 큰 꿈이 이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를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완성하시기 위해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과 원수로 있는 죄인들을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은 오직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죽으시는 것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으로 하늘 보좌를 향하여 가는 구원의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방법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주님은 하나님의 사랑의 완성인 십자가를 향하여 가고 계셨습니다.

여러분, 예수님의 제자들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주님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까? 제자들처럼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것이 로마의 개선장군이 가는 길처럼 명예와 인기와 칭찬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느냐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생각과는 너무 다르게 내게 주어질 뭔가를 바라면서, 내 손에 세상적인 어떤 유익이 주어질 것만을 생각하면서 주님 뒤를 따라 간다면 우리는 지금 대단한 착각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것이 때론 영광의 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난을 통과한 후에만 그 영광이 주어집니다. 십자가가 없이는 부활이 없듯이 고난을 거부하는 길에는 영광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세상적인 야망을 포기하지 못한 채 주님 뒤를 따라가던 제자들과는 달리 주님을 위해 헌신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메시야로, 평화의 왕으로, 사랑의 완성자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수 있도록 도와준 익명의 헌신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나귀의 주인입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제자 둘을 앞서 보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맞은 편 마을로 가라. 그리로 들어가면 곧 아직 아무 사람도 타 보지 않은 나귀 새끼의 매여 있는 것을 보리니 풀어 끌고 오너라. 만일 누가 너희에게 왜 이리 하느냐 묻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이리로 보내리라.” 그 나귀의 주인이 누구인지 성경은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거부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정말 그 사람은 자기의 나귀를 끌어가려는 제자들에게 ‘거 왜 남의 나귀를 끌고 가는거요?’라고 묻고는 “주께서 쓰시겠답니다.”라는 제자들의 말을 듣자 두 말하지 않고 자기의 나귀를 끌어가도록 허락해 줍니다.

본문 5절에서는 “거기 섰는 사람 중 어떤 이들이 가로되 나귀 새끼를 풀어 무엇하려느냐?”고 물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거기 섰는 사람 중 어떤 이들”이란 곧 나귀 새끼의 주인들입니다. 누가복음 11:33절에 이렇게 말씀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귀 새끼를 풀 때에 그 임자들이 이르되 어찌하여 나귀 새끼를 푸느냐?”

나귀의 주인은 “주께서 쓰신답니다.”라는 단 한 마디의 말에 자기의 귀한 재산인 나귀새끼를 주님을 위해서 기꺼이 드렸습니다. ‘무엇에 쓰시려 한다는 말이냐?’ ‘왜 사전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달라고 하시느냐?’ ‘나에게 소중한 것인데 이것을 가져가면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그런 것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마치 주님의 것을 잠시 빌려 보관하고 있다가 주인이신 주님이 ‘이제 내 것을 돌려다오’ 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아무 말 하지 않고 주님께 드렸습니다. 주님이 쓰신다고 하니까 주저하거나 토를 달지 않고 주님께 드렸습니다. 그런 익명의 헌신자가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만왕의 왕으로, 평화의 왕으로, 사랑의 왕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수가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누구를 더 닮아 있습니까? 3년 동안이나 예수님을 따라다녔으면서도 아직도 자신들의 야망을 버리지 못한 채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뭔가 큰 명예가 자신들에게 주어질 것을 기대하는 제자들처럼, 주님을 위해서 헌신하거나 내 것을 포기하고 주님을 위해 드리기 보다는 뭔가 내게 주어지는 것이 없나 하고 기대하는 신앙인은 아닙니까? 익명의 헌신자였던 나귀의 주인처럼 주님께서 쓰시겠다고 하면 두 말하지 않고 주님을 위해 내 것을 포기하고 주님께 드리는 믿음으로 살고 계십니까? 마치 주님께서 당신의 것을 되돌려 달라고 하신 것처럼 모든 소유의 주인이 주님임을 고백하며 사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다 주님의 것 아닙니까? 생명도 내 것이 아닙니다. 언제든지 주님께서 부르시면 세상 것 다 접어두고 떠나가야 합니다. 연세가 많으시든 젊은 사람이든 주님께서 부르시면 모두가 가야 합니다. 목숨이 결코 내 것이 아닙니다. 건강도 그렇지요? 건강하던 사람도 어느 순간에 건강을 잃고 병원 신세를 져야 하고, 오늘 아침까지도 건강했던 사람이 갑자기 건강을 잃기도 합니다. 재산은 말할 것도 없지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하나님께서 불어버리시면 한 순간에 다 날아가 버립니다. 내 것이라고 아무리 움켜쥐고 있으려 해도 안 됩니다.

그러기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주님께서 쓰시자고 할 때에는 그것이 무엇이든지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주님께 드리시기 바랍니다. 건강 있을 때에 봉사하시고 열심히 헌신하시기 바랍니다. 조금 넉넉하게 있을 때에 더 움켜쥐기 위해서 안달하지 말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나누고 하나님의 선한 사역을 위해서 드리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많이 쌓아 놓아도 누가복음 12장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처럼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는 말씀을 들을 때에는 그 모든 것이 다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나귀새끼의 주인처럼, “주님의 것이니, 주님께서 쓰시겠다면 언제든지 드리겠습니다. 저에게도 필요한 것이지만 주님이 먼저 쓰셔야지요.” 그런 믿음으로 사는 우리 모든 식구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예수님께서 나귀새끼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에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했습니다. 개선장군이 가는 길처럼 화려한 양탄자는 없을지라도 사람들이 자기들의 옷을 예수님이 가시는 길목에 펴 드렸습니다. 어떤 이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베어다가 길에 펴기도 하고, 양손에 들고 흔들기도 하며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찬송하리로다. 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라고 소리쳤습니다. “호산나”라는 말은 원래 어려움에 빠진 사람이 왕이나 하나님께서 도움을 청할 때 울부짖으며 하는 말입니다. “지금 구원하소서.”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찬양할 때 기뻐 외치는 소리, 환호하면서 지르는 소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호산나’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메시야로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메시야도 예수님께서 의도하신 모습과는 다른 메시야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도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던 제자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이요 사랑의 왕으로 나귀를 타셨는데, 호산나를 외친 사람들은 그런 왕이 아닌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로마의 정권을 몰아내고 이스라엘의 독립을 가져다줄 정치적인 메시야로 환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왜 예수님께서 나귀를, 그것도 아직도 한 번도 사람이 타보지 않은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지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자기들의 기대와 자기들의 희망만으로 예수님을 향하여 ‘호산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여러분,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삶이 주님께 맞춰져야 하는데, 주님을 우리의 생각에 맞추려고 하는데서 문제가 생겨납니다. 신앙은 우리의 삶을 포기하고 주님께 우리의 생각과 삶을 맞추는 것입니다.
호산나를 외치는 수많은 군중들처럼 아무리 큰 소리로 찬양하고 큰 소리로 기도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생각이 주님께 맞춰지지 않으면 우리의 신앙은 빈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빈 깡통이 소리는 요란하다”는 말이 있듯이, 알맹이는 없고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과 같은 신앙이 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겨납니다.

호산나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가 생겨났습니까? 예수님께서 자기들의 기대에 맞는 것 같을 때에는 열렬하게 환영했습니다. 옷을 펴서 길에 펴드리고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그 가지를 흔들면서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한결같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습니다. 호산나를 외치던 바로 그 입술로 ‘살인자 바라바는 놓아주고 예수님은 죽이라’고 소리를 친 것입니다.

여러분, 호산나를 외친다고 다 좋은 신앙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아를 포기하지 않은 채, 자신의 욕심이나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은 채 호산나를 외치는 사람들은 겉모습은 아름다운 것 같지만 결국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데 앞장서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자기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못했던 제자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자기들의 생각과 욕망대로 되지 않자 예수님을 팔아버린 가롯 유다가 나오는가 하면 천한 계집 종 앞에서 예수님을 세 번씩이나 부인한 베드로도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군병들에게 잡혀가실 때에는 그 제자들 전부 예수님을 버리고 저 살겠다고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신앙생활은 빈 깡통처럼 요란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을 주님께 맞추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수많은 무리들처럼 호산나를 크게 외쳐 부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의 생각을 포기하고 주님의 마음을 품고 주님을 닮아가는 겸허함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나귀새끼를 주님이 필요로 하신다면 기꺼이 드리겠다는 익명의 헌신자처럼 말없는 헌신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오늘 종려주일부터 시작된 이번 한 주간(고난주간)에 나귀의 주인처럼 주님을 위해 우리가 가진 것 무엇이든 주님께 드릴 수 있는 아름다운 믿음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경건하게, 큰 소리로 외치진 않지만 우리의 전부를 드릴 수 있는 아름다운 신앙의 삶으로 주님의 마음을 품고 주님을 닮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2006년 4월 9일 주일낮예배-종려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