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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06-05 19:17

절망 가운데 찾아온 손길

글쓴이 : 안효관

제목 - 절망 가운데 찾아온 손길
본문 - 열왕기상 19:1-8

2005년 들어서면서 우리 교회는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다음 주가 되면 우리 교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희년 감사예배를 드리게 됩니다. 교회 행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덧붙여진 일들로 인해서 우리는 참으로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의 가정이나 개인적인 일들로도 바쁜 시간들을 달려오셨을 것입니다.
때로는 너무 바쁜 나머지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끌려오듯 오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봉사하느라 너무 지쳐 있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교회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열심히 살아온 분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바로 ‘탈진’입니다. 내 안에 있는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탈진을 경험하게 됩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 모든 교우님들이 더욱 원기를 회복하여 남은 한 해 아름답게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 말씀을 소개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나오는 엘리야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선지자입니다. 구약 성경에 기록된 선지자 가운데 가장 위대한 선지자요, 능력의 선지자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엘리야’를 생각하면 대단히 능력이 많은 하나님의 선지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떠나서 바알과 아세라라는 우상을 섬기고 있을 때, 450명의 우상숭배 제사장들을 갈멜산에서 통쾌하게 무찌른 능력 있는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갈멜산 꼭대기에 하나님의 불을 내리게 해서 온 천하로 이스라엘이 섬기는 여호와가 유일하신 하나님임을 알게 하는 위대한 선지자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엘리야의 모습은 ‘능력의 선지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나약함에 빠져 있습니다. 차라리 자신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깊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엘리야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앞장인 열왕기상 18장의 내용에 대한 전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엘리야는 당시 이스라엘의 신앙과 마음을 빼앗아 갔던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을 갈멜산으로 초청합니다, 그 초청은 여호와 하나님과 바알, 하나님과 아세라 - 그 중에 누가 진짜 하나님인지, 누가 진짜 신(神)인지를 확인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엘리야의 하나님께서 제단 위에 불을 내려 여호와가 참 하나님임을 온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분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바알을 섬기던 선지자 450명을 기손 시내로 데려가서 다 죽이고 맙니다. 엘리야의 대 승리였습니다. 엘리야를 통하여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승리를 거두는 참으로 통쾌한 사건이었습니다.

여러분!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450명과 대결하는 엘리야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홀로 하나님 편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 하나님과 바알 사이에서 어떤 신이 참 신이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바알 선지자 450명은 자기들의 신이 참 신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450:1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450명 앞에서 홀로 서 있는 엘리야는 당당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참 신임을 확신했기 때문에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습니다. 바알 선지자 450명을 죽이긴 했지만, 우상숭배자들을 배후에서 밀어주던 왕후 이세벨은 살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세벨은 왕비라는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우상숭배를 후원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안에 우상숭배가 만연되어 있었던 것은 왕후 이세벨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의 부인 가운데 한 분이 대순진리회 신자여서 대순진리회를 밀어주니까 그 종교가 엄청나게 큰 세력으로 부상하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을 설립하기도 하였고, 분당에 큰 종합병원을 건립했고, 지금도 동두천과 속초 등에서 엄청나게 큰 병원을 짓고 있습니다. 권력 있는 한 사람의 후원이 그렇게 큰 힘이 된 것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상황은 그것보다 훨씬 더했습니다.
이세벨은 자기가 밀어주던 우상숭배자들이 갈멜산에서 엘리야와 대결하다가 모두 죽임을 당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는 엘리야를 죽이겠다고 맹세하는 전갈을 엘리야에게 보내왔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엘리야는 그 길로 브엘세바로 도망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들을 여유 만만한 자세로 물리치던 엘리야의 모습과 ‘죽이겠다’는 이세벨의 협박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 엘리야의 모습! 너무나도 대조적이지 않습니까? 그토록 큰 능력을 행하였던 엘리야가 이처럼 나약한 모습으로 도망해 버린 것입니다. 갈멜산 위에서 능력의 종으로서의 모습을 온 백성들에게 보여준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엘리야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세벨의 협박에 이토록 약해진 엘리야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아무리 믿음이 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엘리야와 같이 깊은 절망과 좌절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능력의 선지자 엘리야가 그랬다면 엘리야보다 믿음이 부족한 우리야 얼마나 자주 넘어지고 절망하고 또 좌절에 빠지겠습니까? 우리가 때로 좌절하고 절망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인간인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정상적인 것입니다.

이세벨 왕후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전갈을 받은 엘리야는 너무 두려워서 브엘세바로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갈멜산에서 유다 왕국의 남단에 위치한 브엘세바까지는 약 350km나 되는 아주 먼 거리입니다. 하루 종일 꾸준히 걸어도 10일은 족히 걸리는, 900리나 되는 거리를 엘리야는 두려운 나머지 단숨에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3-4절에 보면 엘리야는 브엘세바에서 자기의 사환을 그곳에 머물게 하고서 혼자 광야로 들어갑니다. 하룻길쯤 걸어간 다음 한 로뎀나무 아래에 앉았습니다. 로뎀나무가 있는 이곳은 광야입니다. 그곳에는 사람도 없습니다. 집이나 물이나 음식도 전혀 없습니다. 그곳에 엘리야는 혼자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어떤 위기에 처하게 되면 흔히 자기를 도와줄 사람을 찾게 마련입니다. 자기에게 잘해주고 평안히 대해 주는 사람과 함께 있거나 같이 고민하면서 도움을 얻으려 하고, 거기에서 마음에 평정을 찾고 싶어집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군가가 내 옆에서 나와 함께 걱정하고 고민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힘들 때에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사람은 그래도 괜찮은 형편에 있는 사람입니다. 정말 너무 큰 위기가 닥쳐서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다고 생각되어 깊은 좌절에 빠진 사람은 그 때부터 사람을 피하게 됩니다. 사람을 가까이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누군가의 위로나 격려도 내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합니다. 심지어 도와주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조차도 귀찮아집니다. 정말로 큰 어려움에 빠진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가 그렇습니다.
지금 엘리야의 심정이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는 혼자 있고 싶어서 자기의 사환까지도 브엘세바에 머물게 하고서 혼자 광야로 들어갔습니다. 모든 사람이 귀찮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 싫어서 아무도 없는 깊은 광야로 들어 가버린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4절 하반절에 보면 엘리야는 하나님께 죽기를 간구합니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 나는 내 열조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그는 하나님께 좌절에서 나오는 최후의 신음소리를 토하여 내기 시작합니다. ‘내 생명을 거두어 가 달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자신이 살아 있어야 하는 참된 의미를 상실해버렸기 때문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것입니다. “넉넉하오니”하는 말은 “이제 다 끝났습니다” 그런 뜻입니다. 그러기에 더 이상 자기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의미도 없고, 살만한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 절망의 말을 토하여 내고는 피곤에 지쳐 깊은 잠에 빠지고 맙니다. 지금 엘리야는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있습니다. 그리고 도무지 소망이 없어 보이는 그 상황에서 엘리야는 일단 잠이 든 것입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오직 하나님의 처치만 기다리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깊은 절망에 빠져 깊은 잠에 떨어진 엘리야를 그냥 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사랑하셨습니다. 여전히 엘리야를 필요로 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천사를 통하여 엘리야에게 다가가셔서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있는 엘리야의 몸을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어루만지신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새 힘을 주시고 원기를 회복시켜 주신다는 표현입니다. 피곤에 지쳐 있는 몸을 안마하듯이 어루만져서 피곤을 풀게 해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셨습니다. 엘리야는 하나님의 어루만져 주심과, 하나님께서 주신 음식을 먹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8절에 보니까, 엘리야는 그 식물의 힘을 의지하고 40일을 밤낮으로 행하여 하나님의 산 호렙에까지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얘기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읽지 않았지만 9절 이하의 말씀을 보면, 호렙산에 다다른 엘리야에게 하나님께서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세미한 소리 가운데 엘리야를 만나 주셨습니다. 13절에 보면 엘리야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고 자기의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굴 어귀에 나가 섰습니다. 그리고는 다시금 자기의 처지를 하나님께 아룁니다. 10절과 14절에 보면 엘리야는 하나님께 이렇게 항의합니다.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열심이 특심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저희가 내 생명을 찾아 취하려 하나이다.” 무슨 말입니까?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섬길 때에도 나는 하나님을 위하여 열심으로 주의 일을 하였는데, 어찌하여 이세벨이 나를 죽이려고 한단 말입니까? 왜 내게 이런 위기가 찾아온단 말입니까?’ 그런 불만이 가득한 항의였습니다.

이러한 엘리야의 항의에 대하여 하나님은 18절에서 이렇게 대답해 주십니다.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 7,000인을 남기리니 다 무릎을 바알에게 꿇지도 아니하고 다 그 입을 바알에게 맞추지 아니한 자니라.” 엘리야는 ‘나만 홀로 남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세벨의 위협에 무서워서 도망하고 말았습니다.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이세벨의 권력을 당해낼 수 없고, 꼼짝없이 죽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도망치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엘리야 너 말고도 숨어 있는 7000명이 있단다.’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입니다. ‘너처럼 우상숭배의 우두머리 이세벨에 항거하고 있는 하나님의 사람이 너 말고도 7천명이 더 있다’는 것입니다. 엘리야는 자신 혼자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엘리야의 오해였습니다. 하나님은 엘리야의 오해를 풀어주셨습니다.
왕후 이세벨이 혼자 남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할 때에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하나님께서 엘리야의 편에 서 있는 사람 7,000명과 함께 엘리야 곁에 계신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좌절을 딛고 굳건히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좌절의 자리에서 거기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고 오해도 풀리게 됩니다. 오늘 예배드리러 주의 전을 찾아오신 여러분들도 모두 하나님을 만나 뵙기 위하여 이 자리에 오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돌아가지 마시고 오늘 이 자리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시는 은혜가 있기를 축원합니다. 엘리야를 만나 주셨던 그 하나님을 오늘 우리도 만나야 우리를 힘들게 하고 우리를 괴롭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 오늘 엘리야처럼 삶이 너무 힘들고 지쳐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나오신 분이 있다면, 이 시간 세미한 음성 가운데 찾아와 만나주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만나시고 새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 무언가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가정의 문제나 사업의 문제, 또는 자녀의 문제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피하고 싶으신 분이 계신다면, 이 시간 하나님을 만나셔서 그 문제를 해결 받으시기 바랍니다.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엘리야가 광야로 몸을 피했다고,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하나님께서 거두어 가신다고 엘리야에게 주어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풀어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 혹 내 주위에 나를 이해해 주고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 때문에 외로움에 빠져 있는 분이 계신다면, 엘리야를 만나 주셨던 그 하나님을 오늘 만나시고 오해를 푸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만나서 오해는 풀어졌지만, 왠지 엘리야는 선뜻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무언가 자기를 희망 가운데로 내어 미는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당신의 분명한 뜻을 보여 주셨습니다. 엘리야가 살아있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알려 주신 것입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전처럼 능력 있는 선지자로 나서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엘리야에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다메섹과 이스라엘의 왕을 세우는 일, 그리고 자기의 후계자를 만들어 내는 일은 아직도 엘리야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사람 엘리야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살 가치도 없고 희망도 없다고 생각한 엘리야에게 살아 있어야 할 분명한 존재 목적을 불어넣어 주신 하나님은 그것으로 좌절에 빠진 엘리야를 일으켜 세우신 것입니다. 이제 엘리야는 절망 가운데 누워있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큰일을 끝마친 사람에게는 큰 절망이 다가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큰 봉우리를 넘고 나면 깊은 계곡을 만나듯이, 큰일을 끝내고 나면 그 일을 할 때 온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기 때문에 허탈함과 깊은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내가 큰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다음에 오게 될 피로감과 깊은 허무함을 알고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준비도 아울러 해야 합니다. 교회에서 큰일을 맡아 봉사하시던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일이 끝난 후에 다가올 허무함을 다른 방법으로 채울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 준비를 하지 않았던 엘리야에게 하나님께서 절망의 자리를 털고 일어날 방법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새로운 사명을 주신 것입니다. 그가 해야 할 다른 일을 주신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방법이고, 우리가 좌절과 무력감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입니다. 엘리야는 그 비상구를 통해서 좌절과 실망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호렙산에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고 자신이 살아있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알았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엘리야는 그 길로 호렙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엘리사를 찾아갔습니다. 엘리사를 자기의 후계자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사명을 가진 자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잠시 좌절의 자리에 앉았다 할지라도 금방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힘들고 피곤하고 지쳐서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잃어버린 분들에게는 사명이 필요합니다. 무언가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내 신앙이 자라지 않아서 고민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신앙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위하여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 일이 내게 있어야 내 신앙이 자라고 신앙의 좌절에 빠지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사명을 주십니다. 내가 살아야 할 분명한 의미를 주십니다. 오늘 그 음성을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혹 우리 가운데 엘리야처럼 좌절의 자리에 앉아 계신 분은 없으십니까? 사람을 피하여 광야에 홀로 남고 싶은 분 계시지 않습니까? 너무 지쳐서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좌절의 짐이 나를 억누르기에 엘리야처럼 ‘차라리 죽기를 원합니다’ 하고 깊은 절망의 자리에서 고통 가운데 있는 분 계시지 않습니까? 오늘 하나님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좌절하고 때로 절망하는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신앙이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엘리야처럼 엄청난 능력을 행하는 위대한 선지자도 때로 깊은 절망의 자리에서 탄식하기도 했습니다. 엘리야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누구에게든지 그런 인생의 고비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때론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싶을 만큼의 큰 절망이 우리를 짓누를 때도 있습니다. 그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인생여정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문제는 그 절망의 자리에 마냥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내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절망의 자리에서도 어루만지시고 새 힘을 주시는 하나님을 만남으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들이 힘들고 지친 모습으로 있을 때 방관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반드시 찾아오십니다. 세미한 음성으로 우리를 만나주십니다. 그 하나님을 만나야 하고, 그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힘들고 지친 우리의 삶에 용기가 솟아납니다. 엘리야처럼 죽고 싶을 만큼 깊은 절망의 자리에 앉았다 하더라도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명을 부여안고 삶의 자리에로 돌아가야 합니다. 어디엔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에도, 교회에도, 내 삶의 자리 주변을 둘러보면 하나님께서 나를 필요로 하여 쓰시길 원하시는 자리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로 돌아가 힘을 다해 충성해야 합니다.

시편 30편에서 시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시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시30:11) 이 시인의 고백처럼, 우리 모든 교우님들의 삶이 슬픔과 절망의 자리에 예수 그리스도를 모심으로 그 절망의 자리가 변하여 기쁨의 띠를 띠고 기쁨의 춤을 추는 복된 인생의 자리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2005년 6월 5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