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엘세바로 올라갑시다!

< 본문 – 창세기 26:23-25 >

여러분, 예전에 ‘아침의 묵상’을 통해서 소개해 드렸던 존 스컬리(John Sculley, 1939-, 사진)라는 사람을 기억하십니까? ‘마케팅의 천재’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와 함께 지금의 애플이 있게 한 공로자입니다. 그는 1970년 입사한 지 3년만인 만 30세의 어린 나이에 펩시콜라의 부사장에 오르는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서 펩시콜라를 코카콜라와 경쟁할 수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웠고,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37세에 펩시콜라 CEO가 됩니다. 스티브 잡스는 그에게 애플사에 와서 함께 일하자며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했습니다. 당시 애플은 애플Ⅲ를 비롯해 연이어 내놓은 컴퓨터의 판매가 실패한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회사는 여러 가지 갈등으로 인해 큰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는 마케팅의 천재라고 하는 존 스컬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스컬리 입장에서는 90년의 역사를 가진 펩시콜라를 세계적인 기업인 코카콜라와 견줄 수 있을 만큼 위상을 올려놓은 상황에서 이제 겨우 창립한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애플의 CEO를 맡는다는 것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스티브 잡스가 한 말 한 마디에 결국 존 스컬리는 펩시콜라를 떠나 애플로 가게 됩니다. 존 스컬리의 인생을 바꾸게 한 그 한 마디는 이것이었습니다.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낭비하고 싶습니까?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습니까?”(Do you want to sell sugared water for the rest of your life? Or do you want to come with me and change the world?) 이렇게 해서 애플의 CEO가 된 스컬리는 애플 매킨토시를 기존 PC 시장을 장악하던 IBM에 대항한 경쟁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엄청난 업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존 스컬리가 펩시콜라를 떠나 애플로 간 것이 잘한 일일까요? 아니면 실패한 선택일까요? 당시 애플은 펩시콜라에 비하면 창립한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애플은 리스크(위험도)도 많았습니다. 만일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면 애플보다는 펩시콜라에 남아 있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스티브 잡스가 한 그 한 마디 때문에 자신의 인생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애플을 다시 일으켜 세웠고,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오늘의 애플이 있게 한 공로자입니다. 현재 애플은 시가 총액 2조 3500억 달러(약 3천조 원)에 달하는 세계 1위 기업이 되었습니다. 반면 펩시 콜라는 약 2천억 달러(약 250조 원)입니다. 현재 가치로 본다면 애플이 펩시콜라의 10배 이상 높은 기업가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존 스켈리는 미래를 보고 자리를 옮겼을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현재가 훨신 더 낫습니다. 모든 여건에서는 펩시콜라에 남아 있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IT산업의 미래를 내다보았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무한히 확장될 IT산업을 꿈꾸었는지도 모릅니다.

여기 또 한 사람, 현재의 편안함보다는 새로운 내일을 위해 발걸음을 옮긴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이삭입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브엘라해로이에 있을 때 리브가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하나님께서 이삭을 기도를 들으시고는 쌍둥이 아들을 낳게 하셨습니다. 에서와 야곱입니다. 이 에서와 야곱이 장성할 때까지 그들 가정에는 아무런 걱정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그들이 살고 있던 땅에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오래 전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도 큰 흉년이 있었습니다. 그 때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와 함께 애굽에 내려갔다가 큰 곤욕을 치루었습니다. 애굽은 나일강 끝자락에 삼각주의 곡창지대가 있기 때문에 늘 곡식이 풍성했습니다. 그래서 흉년이 들 때 애굽으로 내려갔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흉년이 들자 이삭도 애굽으로 내려가려 했습니다. 그래서 그랄로 내려갑니다. 애굽으로 내려가는 가장 쉬운 길은 지중해 해변 옆으로 나 있는 해변길을 따라 가는 것입니다. 그랄은 그 해변길에 위치한 도시였습니다. 이삭이 그랄에 도착했을 때 하나님께서 이삭에게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창세기 26:2) 그래서 이삭은 그랄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랄은 지중해와 가깝기도 하고 지도에 푸른 색으로 그려진 것처럼 곡창지대였습니다. 아버지 아브라함도 가나안 땅에 흉년이 들었을 때 그랄로 내려가 거기에서 나그네로 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삭도 아버지 아브라함과 같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아브라함의 가족은 그랄 왕 아비멜렉과 친분을 맺게 되었고, 이삭이 그곳에 거주하기에 결코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삭은 그랄에 오랫동안 머물게 됩니다. 이삭은 그랄 지역에 머물며 농사를 짓게 됩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많은 수확을 얻게 됩니다. 성경은 ‘이삭이 농사를 지어 백배나 얻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많은 수확을 거두었다는 뜻입니다. 원래 이삭은 농사꾼이 아닙니다. 아버지 아브라함 때부터 목축업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농사꾼도 아닌 이삭이 농사꾼들이 농사를 짓는 것보다 더 많은 수확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땅에서 이삭은 거부가 됩니다. 성경은 그것을 ‘하나님께서 복을 주셨기 때문’(창세기 26:12)이라고 말하는데, 그랄 사람들은 낯선 나그네가 와서 거부가 되자 이삭을 시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삭에게 해코지를 합니다. 이삭이 아버지 아브라함이 팠던 우물을 사용하는데, 그 우물을 막아버렸습니다. 우물을 막아버렸다는 것은 당시 상황에서는 아주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물이 없이는 목축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존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랄 사람들이 이삭이 사용하던 우물들을 막아버렸다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생존에 위협을 가한 것입니다. 만약 떠나지 않으면 죽일 수 있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는 이삭에게 큰 위기였습니다. 농사를 지어도 늘 풍년입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양과 소떼가 엄청나게 불어났습니다. 성경의 표현 그대로 거부가 되었습니다. 남부러울 것이 없이 살던 이삭에게 그랄 사람들이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기를 직감한 그랄 왕 아비멜렉이 이삭을 찾아와서 조용히 떠나기를 권면합니다. “네가 우리보다 크게 강성한즉 우리를 떠나라.”(창세기 26:16) 왕으로서 자신이 통치하는 지역에서 분쟁이나 갈등이 생겨나는 것을 가만 두고볼 수 없었기에 이삭에게 조용히 타이른 것입니다. 분쟁이 더 커지기 전에 떠나라고 말입니다. 결국 이삭은 그랄을 떠나 그랄 골짜기로 삶의 거처를 옮겨야 했습니다.

  그랄 골짜기로 옮긴 이후에도 이삭의 삶은 형통했습니다. 그가 우울을 팔 때마다 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랄 사람들은 이삭이 우물을 얻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와서 그게 자기들 것이라고 우겨댑니다. 이렇게 어거지를 부리는 이유는 이삭과 싸울 시빗거리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시빗거리가 있어야 전쟁을 해서 이삭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빼앗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삭은 싸움이나 전쟁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 버립니다. 분명 자신의 종들이 판 우물인데, 그랄 사람들이 와서 자기들 것이라고 하자 그 우물을 그들에게 줘버립니다. 그리곤 다시 우물을 팝니다. 이번에도 쉽게 우물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그랄 사람들이 또 와서 그것이 자기들 것이라고 우깁니다. 이번에는 상황에 조금 더 악화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이삭이 판 우물의 이름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랄 골짜기에서 판 첫 번째 우물을 그랄 사람들에게 줘버리고선 이렇게 이름 지었습니다. ‘에섹!’ 에섹이라는 말은 ‘다투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우물의 이름은 ‘싯나’입니다. ‘대적하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말다툼하는 정도였다고 한다면, 두 번째 우물을 놓고는 대적하여 곧 큰 싸움일 일어날 것같은 분위기였다는 뜻입니다. 싸움을 싫어하는 이삭은 그 두 번째 우물마저 그랄 사람들에게 줘버리고, 거처를 옮겨서 다시 우물을 팝니다. 그러자 이제 더 이상 그랄 사람들이 훼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우물의 이름을 ‘르호봇’이라고 지었습니다. ‘르호봇’이라는 말은 ‘장소가 넓다’는 뜻입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넓게 하셨으니 이 땅에서 우리가 번성하리로다.”(창세기 26:22)

  ‘우리의 땅이 넓다!’ 여러분, 이 의미가 무엇이겠습니까? 이제는 아무도 내 영역을 침범해 들어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땅에서 우리가 번성하리로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요, 오늘 본문에 보면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삭이 거기에서 떠나 브엘세바로 올라갔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왜 이삭은 브엘세바로 올라갔을까요? 말씀드린 것처럼, 그랄 골짜기에서 이삭은 이제 평안하고 번성하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그렇게도 괴롭히던 그랄 사람들도 더 이상 이삭을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우물도 충분했고, 브엘세바에 비해서 먹고 살기에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삭은 그곳을 떠납니다. “이 땅에서 우리가 번성하리로다.”라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이삭은 그곳에 계속해서 머물고 싶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삭은 살기에 너무 좋은 곳, 번성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그곳을 떠나 브엘세바로 갑니다. 여러분, 왜 이삭은 굳이 브엘세바로 올라갔을까요?

  우리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단어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올라갔다’는 말 속에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그랄 골짜기의 르호봇에 비하면 브엘세바는 약 150m 정도 낮은 지대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라갔다는 표현보다는 브엘세바로 내려갔다고 표현해야 맞습니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브엘세바로 올라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왜 브엘세바로 올라갔다고 표현할 것일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히브리인들의 사고방식 하나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을 모두 올라간다고 표현합니다. 예루살렘은 해발 약 760m에 위치해 있습니다. 상당히 높은 지역에 있는 도시입니다. 예루살렘 남쪽에 위치한 헤브론은 해발 930m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그러니까 헤브론은 예루살렘보다 약 150m나 더 높은 지대입니다. 그럼에도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을 ‘내려간다’고 표현하지 않고 ‘올라간다’고 표현합니다. 이스라엘 땅 어느 곳보다 예루살렘이 높은 지대에 위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간다고 표현한 것은 단순이 높은 지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은 후에 하나님의 성전이 지어진 곳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의 중심은 예루살렘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이 있는 곳을 최상의 위치라고 생각하고, 예루살렘에서 멀어지는 곳은 모두 내려가는 것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말을 신앙적으로 해석한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단연 예루살렘입니다. 그리고 그 예루살렘은 늘 올려다보는 것입니다. 최상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이 모든 것보다 우선이고, 신앙이 모든 것보다 최상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삭이 왜 그랄 골짜기 르호봇을 떠나 브엘세바로 올라갔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르호봇에 살면 모든 것이 넉넉합니다.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그곳은 모든 것이 넓고 넉넉합니다. 주변 환경도 좋습니다. 아무도 그를 대적하거나 위협할 수 없습니다. 살기에 너무나도 좋은 곳입니다. 그런데도 이삭이 굳이 그 좋은 곳을 뒤로 하고 브엘세바로 간 이유는 오직 하나 신앙적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신앙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랄과 그랄 골짜기는 블레셋 땅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굉장히 호전적인 사람들입니다.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입니다. 성경의 이야기에서도 자주 블레셋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블레셋은 이스라엘과 전쟁하는 이야기들뿐입니다. 앞선 이삭의 이야기에서도 보듯이 이삭이 그랄 땅에서 거부가 되었을 때, 블레셋 족속인 그랄 사람들이 이삭을 자기들 땅에서 쫓아내버립니다. 그리곤 이삭이 판 우물까지도 자기들 것이라고 우깁니다. 심지어 이삭과 전쟁을 치루고서라도 이삭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마음까지 갖습니다. 그게 블레셋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반면 이삭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평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소유권까지도 기꺼이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랄 사람들이 이삭이 판 우물을 자기들 것이라고 우길 때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 넘겨주고 맙니다. 그런 이삭의 성품으로 보아 결코 블레셋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과 가까이 하다가는 자기도 블레셋 사람들의 성품을 닮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신앙인의 자세여야 합니다. 신앙인들은 아무리 삶의 여건이 좋다 하더라도 신앙에 유익되지 않거나 자신을 죄악으로 물들이는 환경이라면 그것을 피해야 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죄악이 만연된 곳을 자신의 선한 영향력으로 아름답게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분명 세상의 빛입니다.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의 신앙으로,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우리의 환경을 바꾸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바꾸지 못할 환경이라면 그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보다 그곳을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아브라함의 조차 롯을 생각해 보십시다. 그가 선택해서 가 있는 곳은 소돔성이었습니다. 롯이 그곳으로 옮겨가기 전부터 그곳은 죄악이 만연되어 있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소돔 사람은 여호와 앞에서 악하며 큰 죄인이었더라.”(창세기 13:13) 롯이 아무리 신앙으로 산다 하더라도 그런 소돔 성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더욱이 롯은 신앙적으로 살려는 몸부림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랬기에 결국에는 소돔성이 멸망당할 때 가졌던 모든 것을 다 잃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를 잘 살펴야 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만일 내가 선한 영향력을 끼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내가 악한 환경에 영향을 받을 것 같은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결단을 쉽게 내리지 못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 내가 머물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도 좋기 때문입니다. 신앙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너무나도 살기가 좋습니다. 이 좋은 기회나 환경을 포기하는 것이 너무나도 아깝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곳에 머물러 있으려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우리의 신앙까지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분, 새해에는 과감하게 결단하는 신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랄 골짜기처럼 아무리 살고 좋고 형편이 좋다 하더라도 그 상황이나 형편이 내 신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떠날 수 있는 결단으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삭이 그 살기 좋은 그랄 골짜기 르호봇을 떠나 브엘세바로 올라간 두 번째 이유는 브엘세바에는 아버지 아브라함의 신앙적 숨결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가 창세기 21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브엘세바는 원래 블레셋 사람의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아비멜렉과 언약을 맺고 그 땅 이름을 브엘세바라고 불렀습니다. 브엘세바라는 이름의 뜻은 맹세의 우물입니다. 아비멜렉과 언약을 맺은 후에 아브라함은 그 브엘세바에 에셀 나무를 심고 거기서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아브라함이 브엘세바에 에셀 나무를 심고 거기서 영원하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으며.”(창세기 21:33) 아브라함이 그곳 이름을 브엘세바라고 지었을 뿐만 아니라 에셀 나무를 심었다는 것은 그곳이 곧 자신의 소유라는 의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브엘세바에서 아브라함이 ‘영원하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고 말씀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영원하신 분, 영원히 찬양과 영광을 받으실 유일하신 하나님으로 고백했던 것입니다. ‘영원하신 하나님’(엘 올람)이라는 표현은 성경 어느 곳에도 나와 있지 않는 이곳만의 유일한 표현입니다. 브엘세바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않은 영원하신 하나님으로 경험했고, 영원하신 하나님으로 고백했습니다.

  그 때 이삭도 아브라함과 함께 있었습니다. 이삭은 브엘세바가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어떤 곳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던 곳, 영원하신 하나님께 예배드렸던 곳이 바로 브엘세바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브엘세바에는 아버지 아브라함의 신앙의 고백과 경험이 살아 숨쉬는 땅이었습니다. 그 아버지의 신앙고백과 경험은 세상 다른 어떤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그걸 알기에 이삭은 살기 좋은 르호봇을 떠나 신앙의 자리 브엘세바로 올라간 것입니다.

여러분, 2023년을 맞이했습니다. 우리에게 2023년이 어떤 해이기를 원하십니까? 아픔이 있는 분들에게는 치유의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경제적으로 쪼달리고 힘들었던 분들에게는 풍요로움의 은혜가 가득한 해 되길 기도합니다. 아직도 풀려지지 않은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문제가 풀려지고 형통한 한 해가 되기를 빕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2023년은 하나님을 깊이 경험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삭이 아버지 아브라함이 영원하신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던 브엘세바로 올라가자 하나님께서 이삭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이 번성하게 하리라.”(본문 24절)

  살기 좋은 르호봇을 떠나 아버지 아브라함의 신앙의 숨결이 있는 브엘세바로 올라갔더니 하나님께서 이삭에게 나타나 복을 주셨습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을 기억하며 떠나온 이삭에게 하나님께서도 아버지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아브라함을 위하여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서 우물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어 나오는 이야기에서는 자신을 쫓아냈던 그랄 사람들이 이삭에게 와서 서로 언약을 맺자고 제안합니다. 이삭과 좋지 않은 관계로 지내는 것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삭의 명성과 영향력이 커진 것입니다.

  여러분, 올해 우리가 믿음을 먼저 생각하고 믿음의 길을 선택하여 간다면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그리고 이삭에게 약속하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복을 주실 것입니다. 믿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하나님께서 거기에 합당한 보응을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새롭게 맞이한 2023년, 올 한 해는 우리 모두 신앙으로 결단하며 사는 한 해가 되십시다. 여유롭고 풍요로운 환경에 취해 죄악 가운데 머물지 말고, 담대하게 용기를 내어 믿음의 길을 선택하며 사십시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에게 복을 내려 주실 것입니다.

< 2023년 1월 1일 주일낮예배-신년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