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없어 말라버린 씨

< 본문 – 마태복음 13:1-9 >

마가복음 10:29-30절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 이 말씀을 최초로 들어야 하는 성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다. 마가복음은 로마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방인 성도들을 위해서 기록된 말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가복음이 기록된 시기를 주후 65-70년 경으로 봅니다. 그 시기에 로마를 통치하던 황제는 그 유명한 네로(Nero)였습니다. 역사적으로 폭군으로 알려진 네로는 불과 17세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고, 네로가 통치하던 주후 64년에 로마에 거대한 화재가 발생하게 됩니다. 기름 창고에서 일어난 화재는 로마 시내 전역으로 퍼저나갔고, 9일 동안이나 계속된 이 화재로 로마 시내의 약 70%가 불에 타버렸다고 합니다. 화재 소식을 듣고 나폴리에서 휴가를 즐기던 네로 황제는 급히 로마로 돌아와서 화재수습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대재앙에 대한 로마 시민들의 민심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네로는 화재로 불타버린 로마 심장부에 새로운 로마를 건설한다는 명목 아래 약 15만 평에 달하는 터 위에 궁전을 건설하게 됩니다. 그러자 ‘네로가 자신의 궁전을 짓기 위해서 방화을 일으켰고, 불에 타는 로마 시내를 바라보면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의 거선 반감을 느낀 네로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 방화의 책임을 기독교에 떠넘기게 됩니다. 당시 기독교는 로마 입장에서 보면 신흥종교와 다름없어, ‘사악한 미신의 종교’ ‘로마 제국에 의해 처형된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이라는 올가미를 씌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황제숭배에 대해서 거부감이 강했던 기독교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네로 황제나 로마의 집권세력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는 일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대화재의 원인이 기독교라고 소문이 퍼지면서 기독교에 대한 로마의 민심은 아주 좋지 않았고, 방화범을 처단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잡아다가 원형경기장에서 공개 처형하는 일들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런 민심에 기름을 붓듯이 네로 황제는 기독교의 대사도였던 베드로와 바울을 차례로 죽이는 일을 자행합니다. 당시 로마에서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처형당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습니다만, 현대의 연구가들에 의하면 당시 로마에는 약 3천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있었고 그 중에 1/10인 300여 명이 순교를 당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이 제국의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기독교를 박해하진 않았다 하더라도, 기독교에 대한 로마 시민들의 불신과 저항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공개 처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신앙인들의 마음에는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나는 두려움입니다. 연약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나도 언제 사람들의 손에 붙잡혀 저렇게 처형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겨났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놀라움입니다. 원형경기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에 맹수의 밥이 되어 죽어가던 사람들, 그리고 온 몸에 양초가 발라진 채 불에 태워져 죽어가는 순교자들은 하나같이 담대한 믿음으로 순교를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손발이 묶인 채 원형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성도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두려움 대신 평온한 얼굴로 죽음을 맞았습니다. 불에 태워져 죽임당한 사람들은 그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살려 달라.’고 몸부림치기는커녕 의연하게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런 힘이 어디에서 났을까? 순교당하는 성도들을 바라보는 로마 시민들도 당황했겠지만, 살아남은 성도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입니다.

자 그런 상황 속에서 다시 이 말씀을 생각해 보십시다.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 이 말씀이 그들에게 어떻게 들려졌을까요? 우리에게는 이 말씀이 어떻게 들려집니까? 여러분, 우리의 눈이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신의 것을 거끼어 버리는 자는 현세에 있어 백배나 받는다.’는 말씀에 집중되어 있진 않습니까? 그러나 초대교회 성도들, 특히 극심한 박해 가운데 있는 성도들에게는 다른 말씀에 더 집중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는 말씀에 말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 주님과 복음을 위해서 자신의 것을 기꺼이 다 포기한 사람들에게 박해가 있으리라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야?’ ‘주님을 위해서 자신을 것을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에게는 축복이 약속되고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야 라고 말씀해 주셔야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반대로 주님을 위해서 그리고 복음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고 수고한 사람은 반드시 박해를 겪어내야 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실제로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박해를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반드시 영생이 주어진다. 박해를 견디어 내는 성도 중에 영생을 얻지 못할 자가 하나도 없다.’는 말씀은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는 말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왜 예수님께서는 주님과 복음을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일까요? 오늘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예수 믿으면 행복해지고, 예수 믿으면 병에서 치유받고, 예수 믿으면 잘 풀리지 않았던 일들도 형통하게 잘 풀리고, 가정이나 자식들에게 좋은 일들만 가득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해 주신다면 좋을텐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 않으십니다. 믿은 자는 반드시 박해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어쩌면 박해를 받지 않고 신앙생활하는 것은 진정한 신앙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일까요?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씨 뿌리는 비유입니다. 씨를 뿌리러 나간 농부가 씨를 뿌리는데, 씨가 네 가지 땅에 떨어졌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씨는 씨가 땅에 심겨지기도 전에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습니다.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진 씨는 땅에 심겨져 싹이 나오긴 했지만 강렬한 햇빛에 타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시떨기 위에 떨어진 씨는 잘 자라는 것 같았지만, 가시가 자라서 기운을 막아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리고 좋은 땅에 떨어진 씨만이 100배, 60배, 30배의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네 종류의 땅에 떨어진 씨 가운데 우리는 지난주에 첫 번째 씨에 대한 말씀을 나눴습니다. 씨를 뿌린다는 것은 곧 천국복음이 전파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복음이 전해졌지만 그 말씀을 깨닫지 못할 때에는 마귀가 그 전파된 말씀을 빼앗아 가버리는 것이 길가에 떨어진 씨였다고 말씀을 나눴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씀이 전해졌다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좋은 말씀을 들었다 하더라도 그 말씀을 깨닫지 못할 때에는, 그리고 그 말씀을 듣긴 들었지만 그 말씀대로 살아내지 못할 때에는 그 말씀이 내게 아무런 유익이 되지 못합니다.

  오늘은 두 번째로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진 씨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더러는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지매 흙이 깊지 아니하므로 곧 싹이 나오나 해가 돋은 후에 타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고.”(4-5절)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진 씨도 결국 싹이 나오지만 말라비틀어져 열매를 맺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돌밭에 떨어진 씨가 열매 맺지 못한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본문의 말씀에 의하면 씨가 돌밭에 떨어졌을 때 땅에 심겨지긴 했습니다. 그리고 싹도 났습니다. 그런데 햇빛이 비칠 때 그 싹이 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돌밭에 떨어진 씨가 열매 맺지 못한 이유는 햇빛 때문일까요? 아니면 뿌리가 없기 때문일까요?

  우리는 ‘아직 어린 싹인데 어린 싹에 햇빛이 비치다 보니 싹이 자라지 못하고 타버렸기 때문에 열매를 맺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여러분, 이 세상에 자라는 식물 가운데 햇빛이 없이 자라는 식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혹 햇빛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식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식물들은 햇빛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녹색식물들은 햇빛을 통해서 광합성 작용을 일으켜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산에 있는 푸른 나무들도 햇빛이 있어야 제대로 자랄 수 있습니다. 농작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벼나 보리뿐만 아니라 야채나 과일들도 햇빛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자리지 않고, 제 맛을 낼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햇빛은 식물이 성장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싹이 돋아난 후에 햇빛이 비춰지니까 그 싹이 타버렸다고 말씀합니다. 성장해서 열매를 맺어야 할 싹이 햇빛에 타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햇빛 때문에 싹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곡식이나 식물은 햇빛을 받으면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돋아난 싹이 햇빛을 받을 때에 타서 말라비틀어진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오늘 본문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합니다.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고.” 햇빛 때문에 발라비틀어진 것이 아니라 뿌리가 없어서 말라비틀어진 것입니다. 뿌리만 제대로 내렸다면 오히려 햇빛이 비칠 때 그 햇빛 때문에 식물을 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을 것입니다. 결국 햇빛이 문제가 아니라 뿌리가 문제였습니다. 햇빛이 강렬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뿌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해석해 주십니다. 13:20-21절입니다. “돌밭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즉시 기쁨으로 받되 그 속에 뿌리가 없어 잠시 견디다가 말씀으로 말미암아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날 때에는 곧 넘어지는 자요.” 예수님께서는 ‘햇빛’을 ‘말씀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환난이나 박해’라고 해석해 주셨습니다.

  이 해석의 말씀을 앞의 이야기와 잘 연결해 보시기 바랍니다. 곡식이나 식물이 자라는데 햇빛은 없어서는 안 됩니다. 식물이 성장하고 자라서 열매를 맺는데 반드시 햇빛은 필요합니다. 어떤 식물이나 과일은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당도가 높아지고 상품 가치가 높은 제품이 되기도 합니다. 구름이 많이 끼거나 비가 많이 오면 과일이나 야채 등 채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제맛을 못낸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만큼 적정량의 햇빛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예수님께서 해석하신 말씀에 그대로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천국복음의 말씀을 듣고 믿음의 삶을 시작합니다. 때로는 말씀을 듣고 깨달을 때에는 우리 마음에 기쁨으로 가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깊은 의미가 있는 말씀이구나. 이런 은혜의 말씀을 듣다니!’라며 기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듣고 깨달은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은혜를 받았으니 말씀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합니다. 말씀을 듣고 깨달을 때 얼마나 기쁨이 가득합니까? 듣고 깨달은 말씀대로 다 살아낼 것만 같습니다. 그 말씀대로 살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풍성히 누릴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 단단히 먹고 말씀을 따라 살려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말씀을 따라 살려할 때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우리가 말씀대로 살려할 때에는 반드시 고난이나 시련이나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말씀으로 살려 할 때 주변으로부터 오는 환난이나 박해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대교회 성도들은 온갖 박해와 고난과 환난을 겪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성경 그 어디에서도 그런 박해나 환난, 그리고 고난과 시련을 겪지 않고 신앙생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런 고난과 시련 없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온갖 시련과 박해와 고난의 길이 믿음의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이후 우리가 가야할 길은 좁고 협착한 길입니다. 고난의 길이요 환난과 시련의 길입니다.

우리 믿음의 사람에게 닥친 고난과 시련의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고난과 박해와 시련의 길을 가야만 할까요? 그것은 세상과 다르게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적당하게 타협하며 산다면 굳이 고난을 당해지 않아도 됩니다. 세상의 풍습에 적당히 적응하며 산다면 우리에게 시련은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지만 예수님의 정신이나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세상을 따라 살려할 때에는 고난도 시련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들이기에,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기에 우리 앞에 고난이 있고 시련과 박해가 있습니다. 베드로전서 2:19절에서 말씀합니다.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하나님 앞에 아름다우나”(베드로전서 2:19) 우리가 받는 고난이 정당한 이유 때문이 아닐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부당한 이유로 고난을 받을지라도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참아내라고 말씀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어서 이런 말씀도 합니다.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고 참으면 이는 하나님 앞에 아름다우니라.”(베드로전서 2:20) 부당하게 당하는 고난도 있거니와 오히려 선을 행하기 때문에 당하는 고난도 있습니다. 정직하게 살려 하고, 선을 행함으로 남에게 유익을 주는 사람으로 사는데도 고난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의 8복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마태복음 5:10)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렇게 부당하게 고난을 당하고 선을 행한다는 이유 때문에 시련을 겪기도 하고 의를 위해서 핍박을 받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런 시련이나 고난이나 핍박을 없애 주시겠다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길을 잘 참으며 가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그러면 왜 하나님께서는 우리 믿음의 사람들에게 그런 고난의 길, 시련을 길을 가게 하시는 것일까요? 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백성들이 고난과 시련 속에서 고통당하고 힘든 일을 겪어내게 하시는 것일까요? 예레미야 애가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게 하시며 근심하게 하심은 본심이 아니시로다.”(애 3:33) 그렇습니다. 우리의 아버지되신 하나님께서는 자녀인 우리가 고통당하고 고생하며 근심하며 살길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고난과 시련의 길을 가게 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고난과 시련을 통해서 우리를 성숙한 신앙인으로 단련하시기 위함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신앙인만이 아니라 모든 인생은 고난과 시련을 통해서 성숙해집니다. 세상에서 위대한 일을 한 사람 치고 극심한 시련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신앙의 위인들 가운데 시련과 고난의 과정없이 하나님께서 귀히 쓰시는 사람이 된 경우는 하나도 없습니다. 시련과 고난의 과정이 없이는 신앙과 인격이 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크고 위대한 일을 한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애들은 아프면서 큰다.’고요.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련을 견디어내야 합니다. 고통을 참아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늘 어린아이처럼 살기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라길 원하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고난과 시련의 길을 가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 시련의 과정을 겪어내면서 우리는 성장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도원 씨는 그의 책 『고도원의 정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결국 나를 글쟁이로 만든 것은 고난의 경험이었다. 글의 재료는 행복한 시간보다 불행한 시간, 고난의 시간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재수 없는’ 시간, 일생에서 가장 재수 없는 저점의 시간에 만들어진다. 사람을 믿었다가 한순간에 똥통에 빠진 그 재수 없는 시간이 나를 독서가로 만들었고, 고되고 힘들었던 고난이 나를 글쟁이로 만들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사랑하는 백성들에게 고난과 시련을 주신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을 통해서 우리 정결해지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견디기 힘든 고난과 시련 앞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진실되게 볼 수 있습니다. 고난과 시련이 우리 인생에 부풀려진 모습에서 바람을 빼게 만듭니다. 잘 나갈 때에는 자신이 최고인줄 압니다. 형통한 삶을 살 때에는 내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교만한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련을 겪으면서 ‘나’라는 존재가 그렇게 거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고난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죄가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게 되고, 깨어지고 무너져야 할 자존심과 허울이 얼마나 큰가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 주님을 닮아 겸손하게 살기 위해서는 때로 고난과 시련이라는 풀무불에 던져져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고난과 시련을 허락하신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주님을 의지하며 살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고난과 시련, 어려움과 고통을 겪지 않으면 내 힘으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나님을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 하는 사람들조차도 말입니다. 내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문제 앞에 섰을 때에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 겸손해집니다. 시련의 풀무불에 던져졌을 때 우리는 ‘우리를 구해 달라’고 탄식하며 주님을 손을 붙잡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로 우리가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품 안에 머물길 원하셔서 우리로 시련과 고난, 어려움과 슬픔을 겪어내게 하십니다.

여러분, 우리는 박해와 시련, 고난과 어려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식물이나 곡식이 해빛이 없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처럼, 박해와 시련, 고난과 어려움 없이는 우리가 건강한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박해와 시련을 겪어내며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뿌리가 든든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햇빛 때문에 싹이 말라비틀어져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뿌리가 제대로 박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난이나 환란을 이겨낼 믿음의 뿌리가 없으면 우리의 신앙도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오히려 내게 주신 은혜 때문에 교만하여 넘어지는 자가 되기도 하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축복 때문에 하나님의 품을 떠나는 불신앙의 자리에 가기도 합니다. 우리는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 신앙은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할까요?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고난과 시련 중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하나님의 사랑에 우리의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합니다. 때론 시련을 당하고, 때론 고난을 겪어내야 하고, 때로는 어려움 가운데 있다 하더라도 그 모든 상황에서도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우리가 고통 속에서 근심하며 사는 것은 하나님의 본심이 아니십니다. 우리를 책망하시고 징벌하실 때조차도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등을 돌리고 하나님을 외면할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에는 결코 변함이 없으십니다.

  그 하나님의 변함없는 사랑, 크신 사랑에 우리의 신앙을 깊이 뿌리 박으십시다. 그러면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와도 넉넉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이겨낼 힘을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서 시련을 없애주시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이겨낼 힘을 주십니다. 그래서 우리로 성장해 가게 하시고, 더욱 순수한 믿음으로 하나님의 품 안에 거하게 하십니다.

  여러분, 혹 시련 가운데 있는 분 계십니까? 내 힘으로 견디기 힘든 고난 속에서 힘들어하는 분 계십니까? 고난이나 시련, 박해와 어려움이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사랑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지 않았기에 힘든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깊이 뿌리를 내려 힘든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아름다운 신앙의 열매를 맺는 성숙함으로 나아가십시다. 그것이 시련을 주신 하나님의 뜻이요 기대입니다.

< 2023년 3월 1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