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불편함입니다.

< 본문 – 마태복음 9:9 >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로마 천주교회의 면죄부 판매가 회개가 없는 용서와 거짓된 평안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종교개혁을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서 성경을 근거로 반대를 하지만, 로마 교황은 결국 1521년 1월 3일 루터를 파면하고 맙니다. 교황의 파면에도 불구하고 작센 지방의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Friedrich III, 1461-1525)를 중심으로 독일의 영주들은 보름스(Worms) 회의를 열어 루터에게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보름스로 가는 길은 루터에겐 목숨을 건 모험이었습니다. 혹 오가는 도중에 루터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의 공격을 받아 암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루터는 담대하게 보름스 회의에 참석합니다. 보름스 회의에서 루터는 “내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철회할 수 없고 또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쳤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 1795-1881)은 ‘루터가 죽음을 각오하고 보름스 회의에 참석한 것이 유럽 역사상 최대의 장면이며, 보름스 회의에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인류 근대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 정도로 보름스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루터에게 큰 위험을 각오한 것이었습니다. 보름스 회의를 마치고 비텐베르크로 돌아가던 루터는 일단의 무리들에게 납치되어 바르트부르크(Wartburq-사진1) 성으로 가게 됩니다. 이 납치는 프리드리히 3세가 계획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루터의 생명을 위협하기 위함이 아니라, 루터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한 납치였습니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비텐베르크로 가다가 암살당할 수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루터는 대적자들의 눈을 피해 바르트부르크라는 성에서 1년간 숨어 지낼 수 있었습니다. 루터는 바르트부르크 성에 감금되어 숨어지내면서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일 사람들은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을 읽으면서 로마 천주교가 지금까지 얼마나 성경과 동떨어진 교리를 가르쳤는지를 알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루터의 종교개혁을 지지하게 됩니다.

여러분, 종교개혁에 나선 루터는 너무나도 고달픈 삶을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로마 천주교의 교리가 성경과 다르다는 것을 알더라도, 그대로 로마 천주교의 주장을 따랐다면 그는 평생 평탄한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당대 엄청난 힘을 가진 천주교회의 신부였고, 비텐베르크 대학교의 교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평안하게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진리를 따른다는 것 때문에, 거짓된 주장을 그냥 묵과할 수 없기에 로마 교황청에 맞선 루터는 신부와 교수의 직을 박탈당하고, 수없이 많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선한 손길로 루터의 생명을 보존해 주셨습니다. 바르트부르크 성에 감금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고,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함으로서 종교개혁에 동력을 얻어 개혁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비록 바르트부르크에서 감금된 1년의 삶이 종교개혁에 엄청난 동력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거기에서 1년 동안 감금되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루터는 신앙을 위해서, 그리고 바른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평안한 길을 거부하고 불편한 길을 택했습니다. 불편함을 넘어 생명에 위협을 받는 험난한 길이었기만 루터는 끝까지 그 길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바른 신앙으로 사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루터는 불편한 길을 갔습니다. 진리를 따르기 위해서 불편함을 감수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신앙의 길은 원래 불편한 길이었습니다. 어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뿐이겠습니까? 초대교회 성도들은 예수님이 우리의 유일한 왕이심을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로마 황제를 신으로 섬기지 않았기에 순교의 길을 가야 했습니다. 원형경기장에서 맹수의 밥이 되어야 했고, 어떤 사람은 산 채로 불에 태워져 가로등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신앙의 박해를 피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카타콤(catacomb)과 같은 지하묘지나 데린쿠유(Derinkuyu)와 같은 지하도시에 숨어 들어가 살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신앙을 포기했다면 결코 그렇게 고통스럽고 불편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 믿는 것을 포기했다면 그들은 로마제국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박해를 받지 않았을 것이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서 불편하게 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그들은 신앙생활하면서 그런 불편을 감내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신앙생활은 불편하게 사는 것임을 알기에 어떤 이들은 평범한 삶에서보다 더욱 하나님과 가까이하기 위해서 스스로 척박한 사막으로 들어가 수도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신앙생활하는 것 때문에 불편을 겪어 보셨습니까? 신앙생활하시는 것이 지금 내 삶에 불편을 야기하고 있습니까? 신앙생활하는 것이 참 불편하다고 느끼고 계십니까? 정확하게 말씀드린다면 신앙생활하면서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세상의 가치와 방법을 따르지 않는데 익숙한 아주 성숙한 신앙인이든지, 아니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신앙적인 삶을 살려고 전혀 노력하지 않든지.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세상을 온전히 등지면서 세상의 방법을 전혀 따르지 않고, 오로지 믿음으로만 살 정도로 성숙한 신앙인은 사실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세상의 유혹을 받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하나님과만 영적 깊은 교제를 나누겠다고 세상을 떠나서 깊은 사막에 들어가야 했겠습니까? 그들이 사막에 들어간다 한들 세상의 유혹이 전혀 없었을까요? 그렇게 불편을 감수하는데도 그들은 깊은 사막에서 인간적인 욕망과 세상으로부터 끊임없는 유혹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한 우리는 세상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런 세상의 방법을 따르지 않고 믿음의 길을 가려 한다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태복음 7:13-14) 여러분, 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왜 크고 넓은 길이 아닌 좁고 협착한 길로 가라고 하셨을까요? 그게 우리 신앙인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사람들이 가야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길에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한 사람을 생각해 보십시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마태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 마태가 세관에 앉아 있는데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마태의 직업이 세리였다는 뜻입니다. 세리는 당시 유대인들로부터 멸시를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던 상황에서 세리는 동족인 유대인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로마에 바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리들이 동족 유대인들로부터 멸시를 받은 것은 단순히 세금을 거둬 로마에 바치는 로마의 앞잡이라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로마에서 징수한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혹독하리만치 세금을 거둬들여, 일부는 로마당국에 건네주고 나머지는 자신들이 착복했습니다. 동족을 착취하여 자신들의 배를 불리며 살았던 사람들이기에 동족으로부터 미움과 멸시를 당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이방인의 돈을 취급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만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통과해 가는 이방인들에게도 통행세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방인들과 접촉도 잦았고, 이방인들의 돈도 취급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방인들과 접촉하면 부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상 이방인들과 접촉하고 이방인들의 돈을 취급하는 세리들은 종교적으로 부정한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부정한 무리들을 지칭할 때 ‘세리와 죄인’(마태복음 9:10) 또는 ‘세리와 창녀’(마태복음 21:32)라고 표현했습니다. 세리를 죄인이요, 몸을 파는 여인처렴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동족인 유대인들에게는 멸시를 받았지만, 그들은 부유하게 살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세리장 삭개오를 소개할 때 ‘부자’라고 소개합니다. 어디 삭개오만 그러겠습니까? 대부분의 세리들이 부자로 살았습니다. 그랬기에 동족에게 미움을 받고 멸시를 받아도 그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태는 예수님께서 ‘나를 따르라!’라고 말씀하실 때 주저하지 않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 이후 마태의 삶을 어땠을까요? 당연히 세리직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수입이 적어집니다. 지금까지는 미움을 받긴 했어도 부유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궁핍하게 살아야 합니다. 물론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산다는 것이 굶주린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지만, 결코 풍요롭게 살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겨우겨우 생명을 유지할 정도로만 먹고 살았을 것입니다. 세리로 있을 때에는 번지르르한 집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머리 둘 곳 조차 없다.’(마태복음 8:20)고 말씀하신 것처럼, 정한 거쳐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것이 그랬습니다. 편안한 집에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거처할 곳조차 정해지지 않은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합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먹는 것, 잠자는 것, 생활하는 것, 어느 것 하나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더 불편할 뿐입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마태는 기꺼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짧게 기록한 것처럼, 예수님께서 제자로 부르실 때 마태가 주저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시자 즉시 일어나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불편한 길을 가겠다고 따라 나선 것입니다.

  만일 마태가 불편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다면 결코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태는 자신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고 불편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가 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불편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해서 세리 때 받았던 비난이나 멸시가 사라지고 금새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을 때 자신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눈들이 많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권력자들과 종교지도자들에게 미움의 대상이었던 것처럼,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사람들로부터 존경의 눈초리가 아닌 미움과 분노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습니다. 세리였을 때 못지 않게 불편한 눈초리들이 있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을 기록한 사람은 마태 자신입니다. 자신이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감추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백성들로부터 미움과 멸시를 받았던 세리였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다른 복음서에야 마태가 세리였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마태 자신은 지나간 부끄러운 과거를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마태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감출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당당하게 드러냅니다. 그로 인해서 그에게는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특별히 마태복음은 유대인들을 의식하고 기록한 복음서입니다. 그래서 모세의 율법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하고 있고, 유대인들에게 익숙한 용어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유대인들의 정서나 유대인들의 시선을 고려하여 복음서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이 세리를 얼마나 미워하고 멸시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세리가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복음서를 기록했을 때 유대인들이 혹 ‘저 사람은 세리였던 사람이야!’라고 놀리거나,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세리였던 자신의 과거가 복음을 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자신에게도 불편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태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전에 세리였소! 당신들이 미워하고 멸시하던 세리였단 말이오. 예수님은 이런 나도 제자로 삼으셨고, 나를 사랑하셨소. 이게 예수님의 사랑이오.’라고 외치고 싶어 한 것처럼 당당하게 자신이 세리였다는 사실을 자신이 쓴 복음서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한다는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 대신에 불편한 삶의 길을 선택하여 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기로 작정했다는 것은 세상의 길이 아닌 생명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그 생명의 길은 ‘좁고 협착한 길’입니다. 편안하고 형통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힘든 길을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가 신앙인이라는 것 때문에 불편을 감내하고 계십니까? 신앙생활한다는 것이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며 살고 계십니까? 신앙인이기 때문에 때로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아야 합니다. 신앙인이기 때문에 때로는 싫은 소리를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합니다. 신앙인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하지 못할 때도 있고,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신앙인이기 때문에 때로는 남들보다 더 부지런해야 합니다. 오늘 같은 날도 남들은 휴일이라고 늦잠을 자기도 하고, 휴가철이라고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부지런해야 할 날이 오늘입니다. 늦잠도 자지 못하고 이른 아침부터 바삐 준비해서 교회에 나와야 합니다. 남들처럼 게으름을 피울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불편하고, 불이익을 당하고, 어려움을 겪어낼 때 우리는 주님 품 안에 거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게 됩니다. 일주일 동안 신앙 때문에 한 번도 불편함을 겪어 보지 않는 사람은 주일에 예배당에 와서 주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요 감격이며 행복인지를 느끼지 못합니다. 오히려 교회당에 오는 것이 더 불편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예배의 자리는 평안의 자리가 아니라 가시 방석일 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손해를 보고 억울해도 참아본 사람이 주님 앞에 와서 에배드림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내가 손해 본 것을 주님께서 보살펴 주신다는 사실을 예배를 통해서 느끼고, 말씀을 통해서 깨닫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부끄러운 모습일지라도, 그런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신 그 음성으로 인해 우리는 다시금 믿음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우리는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불편을 겪으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에 살았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덥고 답답할지라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만남도 미뤄놓아야 하고, 누군가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뒷걸음질 쳐야 하고, 가고 싶은 곳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편리하게 사용하던 식당에서도 거리두기를 해야 하고, 여러 명이 함께 회식하며 대화하던 시간들도 갖지 못한 채 때로는 외로이 식사를 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편리함이 사라지고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불편한 시간들이 얼마나 지속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불편함 속에서 지혜를 얻었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코로나가 극심하여 공장이 멈추고 자동차의 매연이 줄어들자 자연이 살아났습니다. 생태계가 회복되었습니다. 평소 가까이 하던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알았습니다. 내가 편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고, 누군가가 고생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오랫 동안 우리에게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의 욕망을 위해 개발에만 힘써 왔는지를 반성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내가 좀 불편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계를 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내가 조금 더 불편해도 된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생태계는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신앙인은 불편을 감수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예수님이 그리하셨던 것처럼 불편하게 사는 것입니다.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며 사는 사람은 결코 신앙인일 수 없습니다. 세리 마태는 불편할 줄 알면서도 기꺼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불편할 줄 알면서도 자신이 세리였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그랬기에 그냥 1세기에 살다 간 수많은 세리들 중 하나로 끝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가 되었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는 마태복음서의 저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불편함을 불편함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그것이 생명의 길임을 기억하며 사십시다. 불편함 속에 하늘의 생명이 깃들어 있음을 기억하며, 기꺼이 불편함을 감내하며 사십시다. 갈라디아서 5:23절에서는 ‘절제’가 성령의 열매라고 말씀합니다. 절제는 스스로 불편함의 자리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서 기꺼이 스스로 불편함을 선택하는 것이 절제입니다.

  불편함은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생명이 싹을 틔워냅니다. 불편함은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방법입니다. 불편함은 자기 절제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길입니다. 불편함은 내 안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통로입니다.

< 2022년 7월 31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