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별미

< 본문 – 창세기 27:1-4 >

여러분,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주지육림(酒池肉林)이란 글자 그대로 풀어쓴다면 ‘술로 만든 연못과 고기로 이룬 숲’이라는 뜻입니다. ‘극히 호화스럽고 방탕한 술잔치’를 비유한 말입니다. 이 사자성어가 나온 배경은 중국 최초의 왕조인 하(夏)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桀)왕입니다. 주전 1,600년 경에 멸망한 것으로 알려진 하나라는 반전설적인 나라입니다. 그 하나라의 마지막 왕은 포악하고 사치스럽기로 유명한 걸(桀)왕입니다. 걸왕은 애첩 말희(妺喜)라는 여인에 반해 사치를 즐기는 그녀를 위해서 거대한 연못을 만들고, 그 연못에 술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 연못은 배를 띄울 수 있을 정도로 큰 연못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뭇가지마다 고기를 걸어두어 아무 데서나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주지육림입니다. 그런 주지육림으로 술판을 벌이기 위해서 백성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거둬들임으로써 백성들은 등을 돌렸고, 그런 향략에 빠져 나라를 돌보지 않아 결국 500년을 이어오던 하나라는 상(商)나라의 탕왕에 의해서 멸망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하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왕이 술안주로 즐겨 먹던 음식이 곰 발바닥 요리였다고 합니다. 곰 발바닥 요리는 팔진지수라 하여 중국에서 가장 진귀한 요리 8가지 가운데 최고로 꼽는 요리입니다. 술안주로 그런 최고급 곰 발바닥 요리를 즐기던 걸왕은 나라의 정사를 보살피지 못하고 결국 나라를 멸망에 이르도록 만들고 말았습니다.

하나라의 걸왕에게 곰 발바닥 요리는 사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나라가 멸망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 요리였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즐기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 음식이 평범한 것이라면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텐데, 그 즐기는 음식이 남다른 것이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는 특별한 음식을 즐기던 한 사람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가 바로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입니다. 이삭은 별미를 즐겼습니다. 그 별미란 다름 아닌 사냥한 들짐승으로 만든 음식입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입니다. 나이가 많아 눈이 잘 보이지 않던 이삭은 자신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이 죽기 전에 큰아들 에서에게 마음껏 축복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에서를 불러 “내가 이제 늙어 어느 날 죽을는지 알지 못하니 그런즉 네 기구 곧 화살통과 활을 가지고 들에 가서 나를 위하여 사냥하여 내가 즐기는 별미를 만들어 내게로 가져와서 먹게 하여 내가 죽기 전에 내 마음껏 네게 축복하게 하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이삭은 왜 에서에게 축복을 해 주겠다고 하면서 자신이 즐기는 별미를 만들어 오라고 하였을까요? 이삭이 별미를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그 다음에 나오는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이삭이 에서에게 ‘사냥하여 자신이 즐기는 별미를 만들어 오라.’고 하자 에서는 곧장 사냥하러 갑니다. 그러는 사이에 에서와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 이삭의 아내인 리브가가 아들 야곱과 짜고 아버지가 즐기는 별미를 만들어 가지고, 야곱을 에서처럼 꾸미고서 눈이 먼 이삭을 속이고 야곱이 형을 대신하여 아버지의 축복을 받아내게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서 ‘이삭이 즐기는 별미’라는 말이 두 번 반복하여 나타납니다.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9절에서 리브가가 야곱에게 이렇게 합니다. “내가 그것으로 네 아버지를 위하여 그가 즐기시는 별미를 만들리니.” 그리고 14절에서는 리브가 이삭이 즐기는 별미를 만들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평소에도 이삭은 별미를 즐기는 사람이었고, 리브가도 이삭이 어떤 별미를 즐겨 먹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랬기에 에서가 사냥하러 간 사이에 이삭이 즐겨 먹던 별미를 만들어서 마치 에서가 사냥하여 잡은 들짐승으로 별미를 만든 것처럼 이삭을 속이고 야곱이 축복을 받도록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삭이 즐기는 별미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우리가 흔히 ‘별미’라고 하면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삭이 즐기는 별미는 맛있게 요리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이삭이 즐기는 별미는 사냥한 들짐승으로 만든 음식이었습니다. 만일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면 에서보다도 오랫동안 주부생활을 해온 리브가가 더 잘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두 아들만 놓고 보더라도 에서보다도 야곱이 더 음식을 잘 만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에서는 사냥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음식을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25:27-28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 아이들이 장성하매 에서는 익숙한 사냥꾼이었으로 들사람이 되고 야곱은 조용한 사람이었으므로 장막에 거주하니 이삭은 에서가 사냥한 고기를 좋아하므로 그를 사랑하고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하였더라.” 에서는 자라면서 사냥꾼의 기질을 발휘해서 사냥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반면 야곱은 조용한 사람이라 장막에 거주했습니다. 야곱은 장막에 거주하면서 어머니 리브가로부터 음식 만드는 비법을 잘 전수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야곱이 팥죽을 쑤었을 때 사냥하고 돌아오던 에서가 그 팥죽을 보자마자 군침이 돌아 장자의 명분을 건네주고서라도 그것을 먹고 말았습니다.

분명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은 리브가이고, 늘 리브가 곁에 머물렀던 야곱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삭은 리브가나 야곱이 만든 음식보다는 에서가 사냥한 들짐승으로 만든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에서가 사냥한 고기를 마지막으로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에서에게 사냥하여 자신이 즐기는 별미를 만들어오라고 특별히 부탁을 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왜 이삭은 에서가 사냥한 들짐승으로 만든 음식을 그렇게 좋아했을까요? 소설가 이승우 씨가 쓴 『사랑이 한 일』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아브라함의 조카 롯, 이스마엘의 어머니 하갈, 그리고 이삭과 야곱 등 네 명의 성경 인물을 그들의 입장에서 변명해주는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삭이 에서가 사냥한 고기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네 사랑하는 아들 독자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아브라함은 순종하여 아들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산으로 올라갑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이 자신을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번제로 드린다고 하는 것을 이삭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신 것이고, 아버지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들을 바치라는 것이 그에게는 시험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만일 아버지 아브라함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아들을 바치라고 요구하지 않으셨을 것이고, 아버지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아들인 자신을 번제로 드리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사랑이 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어떻게 아버지가 사랑하는 자식을 죽여 번제로 드리려 할 수 있는지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모리아 산에서 번제물이 될 뻔한 이삭은 그곳에 홀로 남아 하룻밤을 지내게 됩니다. 죽음을 경험하고 하룻밤을 지새우고 산을 내려오는 그의 눈 앞에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이복형 이스마엘이 떠올랐습니다. 이스마엘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브라함은 하갈과 이스마엘을 쫓아낼 수 밖에 없었지만, 물 한 가죽 부대와 약간의 빵만 가지고 떠나간 이스마엘도 자신처럼 죽음의 자리로 내몰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복형 이스마엘을 찾아갑니다. 이스마엘은 광야에서 능숙한 사냥꾼이 되어 있었고, 그를 찾아갔을 때 처음으로 야생동물로 만든 음식을 맛보게 됩니다. 그는 그것을 먹고 있지만, 허기진 배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먹었습니다. 그것은 배가 허기져서가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혼란과 죽을 것 같은 고뇌로 인한 마음의 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삭이 에서가 사냥한 고기를 즐겨 먹었던 이유는 그가 사냥하여 만든 야생고기가 맛있거나, 에서가 뛰어나게 요리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삭의 마음에는 오래전 번민과 고통 속에서 찾아갔던 이복형 이스마엘이 해준 것과 같은 종류의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삭은 에서가 사냥해 온 들짐승으로 만든 요리를 먹을 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먹었던 것입니다.

너무나도 힘들 때,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 한 것이 사랑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향해 과묵하고 결의에 찬 얼굴로 칼을 빼어 자신을 내리치려 할 때 느꼈던 그 두려움과 고통을 잊게 해 준 것이 바로 이복형 이스마엘의 집에서 먹었던 들짐승 요리였습니다. 어쩌면 이삭은 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에서에게 사냥하여 자신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본문에 ‘내가 즐기는 별미’라는 말에서 ‘즐긴다’는 말은 과도하게 집착할 정도로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즐긴다’는 말의 구약성경 언어는 ‘아하드’(אהד)입니다. 본래의 뜻은 ‘사랑한다’입니다. 그 단어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할 때도 쓰이고, 남편이 아내를 ‘사랑한다’고 할 때도 쓰이는 단어입니다. 심지어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할 때도 ‘아하드’라는 그 단어를 씁니다. 창세기 22장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고 말씀하실 때, ‘사랑하는 아들’의 ‘사랑하는’도 아하드(אהד)라는 이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너무너무 사랑하여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 시험을 받아야 했을 만큼 이삭을 향한 사랑은 지극했습니다. 그런데 이삭에게 그 단어는 ‘자신이 즐기는 별미’에 적용됩니다. 그는 에서를 편애할 정도로 ‘에서가 사냥하여 만든 별미’를 너무나도 좋아했습니다. 단순히 좋아했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별미를 끔찍이도 사랑했고 좋아했던 것입니다. 아니 사냥한 들짐승으로 만든 별미에 남다른 집착을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지 아십니까? 육체적인 배고픔은 맛있는 음식을 먹든, 아니면 맛없는 음식을 먹든 음식이 들어가면 배가 부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비극 중에 비극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것을 저주요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말씀합니다. 학개서 1:6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가 많이 뿌릴지라도 수확이 적으며 먹을지라도 배부르지 못하며 마실지라도 흡족하지 못하며 입어도 따뜻하지 못하며 일꾼이 삯을 받아도 그것을 구멍 뚫어진 전대에 넣음이 되었느니라.” 여러분, 많이 뿌릴지라도 소득이 없다면,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면, 아무리 마셔도 목마름이 해갈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비참하겠습니까? 그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징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육체에 내린 징벌이라면 먹을 것이 아예 없어야 합니다. 마실 물을 얻지 못해야 합니다. 그런데 먹을 것도 있고 마실 것도 있습니다. 먹을 것이 있어 먹어도, 마실 것이 있어 마셔서도 해결되지 않는 허기가 있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는 것은 육체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혹 우리에게도 그런 적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아무리 많이 먹어도 여전히 먹지 않는 것처럼 허전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줄 모릅니다. 아무리 멋진 풍광을 본다 하더라도 마음에 감동이 없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건 우리의 마음이 공허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이 공허하면 세상 그 무엇으로 채우려 해도 결코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 마음이 공허할 때 왜 우리는 그 공허함에서 빨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입니까? 그 이유는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음이 공허하다고 생각될 때 무엇가에 정신을 쏟으면 공허함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무언가에 집착하고 내 마음을 다 내어준다 하더라도 그 공허함을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현대인들이 스스로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하는 것이 바로 돈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다른 것 다 잃어도 돈을 가지면 평안할 것이라고 거짓된 가르침으로 우리를 세뇌시킵니다. 그래서 기를 쓰고 돈을 벌려고 합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돈이 많으면 삶이 편리하다는 것입니다. 돈이 많으면 좋은 음식,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기차를 타더라도 KTX 특실을 타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고, 멀리 해외에 가더라도 비행기 1등석을 타고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도 크고 좋은 차, 사고가 나도 내 생명을 보호해 줄 것같은 차를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넓고 깨끗한 집,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집에서 악락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으로 우리의 공허한 마음이 채워질까요? 물론 일시적으로 만족을 누릴 순 있을 것입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 가졌다고 기분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마음에 빈자리를 채워주진 못합니다. 일시적으로 좋은 것을 누리느라 스스로 빈자리를 바라보지 않기에 공허함을 잠시 잊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영혼과 마주했을 때, 영혼이 탄식하는 소리를 듣게 될 때 우리가 스스로 위안을 삼았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이삭을 생각해 보십시다. 그는 에서가 사냥하여 잡아온 들짐승으로 만든 별미에 집착했습니다. 그것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마음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삭은 별미를 즐겼습니다. 그 별미가 자신의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또다시 별미를 찾아야 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삭은 자신의 눈이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게 되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곧 죽음이 자신 앞에 다가와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에서에게 ‘사냥한 들짐승으로 별미를 만들어오면 내가 죽기 전에 네게 마음껏 축복해 주겠노라’고 말합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그렇게도 좋아하던, 아니 그렇게도 집착하던 그 사냥한 들짐승으로 만든 별미를 먹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삭이 마지막 별미를 먹고난 후,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자신이 먹고 싶다고 한 별미 때문에 가정에 큰 회오리가 몰아닥쳤습니다. 에서가 사냥하러 간 사이에 아내 리브가와 아들 야곱이 짜고 거짓된 별미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조급한 마음 때문에 사리분별이 잘 되지 않던 이삭은 야곱을 에서라고 속이는 속임수에 넘어가 야곱에게 축복을 해 주고 맙니다. 그 일로 인해서 자신이 받아야 할 축복을 야곱이 가로챘다는 것을 안 에서가 야곱을 죽이려 하고, 야곱은 결국 집을 떠나 하란으로 도망가 거기에서 객지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20년 동안이나 말입니다.

  이삭은 자신이 집착하던 별미 때문에 야곱을 곁에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럼 이삭이 그렇게도 사랑하던 에서는 이삭 곁에 남아 있었을까요?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야곱이 고향 땅으로 돌아올 때 에서는 ‘세일 땅 에돔 들’(창세기 32:3)에 머물러 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이삭이 살고 있던 헤브론(창세기 35:27)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에서가 언제 아버지 곁을 떠나갔는지 모르지만 이삭은 야곱을 멀리 하란으로 떠나보내고 에서마저 에돔 땅으로 떠나보낸 후, 두 늙은 부부가 외롭게 살아야 했습니다.

  ‘즐기던 별미를 먹고 죽기 전에 축복하겠다’고 말한 후 곧 이삭이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야곱이 20년 동안 객지 생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한참 후에야 이삭은 18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눈이 잘 보이지 않은 이삭은 거의 20년 가까이를 아내 리브가와만 외롭게 살아야 했다는 뜻입니다. 곧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20년 이상 더 살았습니다. 그것도 외롭고 쓸쓸하게 말입니다.

  이삭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 덕분에 참 많은 복을 누리며 살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 누려왔던 행복한 시간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즐기던 별미’ 사건 이후로 고달픈 인생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아들 모두 멀리 떠나보내야 했고, 앞도 잘 보지 못한 노인으로 20년 가까이 부부만 외롭게 지내야 했습니다. 그 때 하란으로 피신갔던 야곱이 얼마나 보고 싶었겠습니까? 에돔의 척박한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랑하는 아들 에서, 자주 자신에게 별미를 만들어주던 그 아들 에서가 얼마나 보고 싶었겠습니까? 그런데 이삭은 노년이 참 불쌍해지고 말았습니다. 그 원인이 바로 ‘즐기던 별미’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 중국 하나라의 걸왕이 즐기던 주지육림(酒池肉林)이 없기에 우리가 초라하게 사는 것 아닙니다. 이삭이 즐기던 별미를 먹지 못해서 우리 인생에 즐거움이 없는 것 아닙니다. 우리 마음이 공허할 때, 그 공허한 마음과 영혼에 만족을 주는 것은 결코 세상의 음식이 아닙니다. 공허한 마음은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질 때에만 만족할 수 있고, 기쁨의 찬송을 부를 수 있습니다. 시편 107:9절에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가 사모하는 영혼에게 만족을 주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심이로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만족한 인생을 사는 비결은 여호와 하나님을 사모하며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 영혼에 은혜로 채워주십니다. 그 은혜로 충만할 때 우리는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모하는 영혼에게 만족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때로 우리도 즐기던 별미가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마음에 허기짐으로 인해 영혼이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직장이나 사업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마음에 흡족할 만큼 성과가 얻어지지 않아 공허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예배를 드리고 난 후에도 내 영혼에 하늘의 기쁨이 채워지지 않고 여전히 공허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세상의 것으로 우리의 허기진 마음, 공허한 영혼을 채우려 하지 마십시다. 세상의 것은 결코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별미일 뿐입니다. 우리의 눈을 밝혀줄 선악과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우리에게 결코 만족함을 주지 못합니다.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만족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하나님을 사모할 때 우리 영혼에 채워주시는 은혜뿐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만이 우리 영혼에 만족을 줍니다.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하고, 하나님을 사모함으로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은혜로 만족함을 누리며 사십시다. 그것만이 참된 위로이며, 참된 만족입니다.

< 2022년 8월 28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