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열매 - 자비

< 본문 – 갈라디아서 5:22-24 >

누가복음 10장에 우리가 잘 아는 ‘선 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율법교사가 예수님께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묻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났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은 아주 험난하기로 유명합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그 길에 너무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은 해발 760m에 위치한 고지대인 반면 여리고는 해수면보다 250m나 낮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루살렘과 여리고는 고도가 1000m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비탈길입니다. 더군다나 예루살렘과 여리고 사이에는 유대광야가 위치해 있습니다. 1000m 이상의 고도 차이가 나는 가파른 비탈길에다 험준한 광야를 통과해 가야 하기 때문에 아주 험난한 길입니다. 그래서 그곳에는 자주 강도가 출현한다고 합니다. 예루살렘 근처 베들레헴에서 성경번역을 했던 교부 제롬(Jerome, 347-420)에 의하면 4세기 말까지도 그 길에는 강도떼들이 횡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길을 홀로 가던 한 사람이 그 길에서 강도를 만난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야기 가운데 강도를 만난 그 사람이 유대인이었다고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이야기의 내용으로 보아 유대인이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난 그 사람은 가진 것을 다 때앗겼을 뿐만 아니라 죽을 지경이 될 정도로 두들겨 맞고서 버려졌습니다. 그 때 마침 그 곁을 한 제사장이 지나가게 됩니다. 제사장의 역할은 성전에서 희생제물을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고 있었다는 것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장의 직임을 마치고 여리고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여리고에는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여리고는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온화한 날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헤롯대왕도 여리고에 겨울 궁전을 지어서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여리고에서 머물곤 했습니다. 아마 이 이야기에 나오는 제사장이 그 길을 통해 여리고로 내려가고 있었다는 것은 많은 제사장이나 레위인들처럼 그도 거기에 집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리고로 내려가던 제사장은 강도를 만나 죽을 지경이 된 그 사람을 보고도 피해 지나가버렸습니다. 피해 지나갔다는 것은 강도 만난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돌아서 갔다는 뜻입니다. 제사장이 왜 그렇게 강도 만난 사람을 멀찍이 피해 갔는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아마도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는 자기도 강도를 만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체를 만지면 부정해진다는 율법에 따라 부정해지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제사장이 강도 만난 사람을 피해 떠나간 후에 레위인 한 사람도 그곳에 이르러 강도 만난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레위인 역시 제사장이 그랬던 것처럼 강도 만난 사람을 피해 멀찍이 돌아서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하나님과 백성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구별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성전에서 섬기는 것을 통해서만 백성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도 백성들을 섬기고 봉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제사장이나 레위인들은 강도를 만나 언제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생명이 위험에 빠진 사람을 못본 체 하며 지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사마리아 사람이 여행을 하던 중에 그 길을 지나가게 됩니다.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 만난 사람을 보자마자 그 마음에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름과 포도주로 강도 만난 사람의 상처를 씻어주고, 그 상처를 싸매줍니다. 그리고나서 자기가 타고 온 짐승에 태워 그를 주막으로 데려가서는 ‘그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합니다. 강도 만난 사람을 치료하고 보살피는데 들어가는 돈은 자신이 전부 지불하겠다고 말입니다.

당시 사마리아 사람과 유대인들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였습니다. 그 반목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가장 멀게는 예수님 당시로부터 약 천 년 전인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나라가 나눠질 때부터였지만, 좀 더 명확하게 갈등 구조가 이루어진 것은 약 500년 전 쯤인 바벨론 포로 귀환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재건한 반면, 사마리아 사람들은 자기들의 경전인 ‘사마리아 오경’에 따라서 그리심산에 성전을 세웠습니다. 사마리아 사람들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 한 곳도 그리심 산이었고, 메시아가 장차 오신다면 그리심 산에 오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런 신앙적 차이와 역사적 배경 때문에 남 유다의 후손인 유대인들과 북이스라엘의 후손인 사마리아 사람들 사이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신앙적으로나 민족적으로 깊은 갈등과 멸시와 차별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을 이방인 취급을 할 정도였고, 아예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을 만나면 부정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마리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은 지나다니지도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은 철저하게 사마리아 사람들을 무시했고, 멸시했고, 차별했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을 그렇게 차별하고 멸시하는 유대인들이 너무나도 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강도 만난 사람을 본 사마리아 사람은 달랐습니다. 강도 만난 사람을 보자마자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자신들을 멸시하고 무시하고 차별하는 유대인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주막에까지 옮긴 후에 돈을 주며 그를 치료해 달라고 말합니다. ‘만일 치료비가 더 들어가면 여행하고 돌아올 때 자신이 지불하겠노라’고까지 말합니다.

여러분,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자기들을 차별하고 미워하고 멸시하는 유대인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준 이유가 무엇일까요? 동족인 유대인 제사장과 레위인, 백성들을 섬겨야 할 제사장과 레위인들도 다 피해 가던 상황인데 사마리아 사람은 왜 그를 그렇게 도와준 것일까요? 우리는 그 이야기에서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을 그렇게 정성을 다해 도와준 이유를 설명하는 단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불쌍히 여겨’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성경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신약성경언어인 헬라어로 ‘불쌍히 여기다’는 단어는 스플랑크니조마이(σπλαγχνίζομαι)입니다. 이 말은 내장 또는 창자를 뜻하는 스플랑크논(σπλάγχνον)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래서 ‘불쌍히 여기다’(σπλαγχνίζομαι)는 말은 ‘창자가 녹아내릴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한다면 ‘애간장이 탄다.’는 말입니다. ‘애간장’에서 ‘애’는 창자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고, ‘간장’은 간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애간장이 탄다’는 말은 창자와 내장이 다 타들어가듯 안타깝고 초조하여 걱정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말이 성경에 나오는 불쌍히 여기다는 말과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불쌍히 여긴다는 것도 그렇게 애간장이 타는 감정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경에서 ‘불쌍히 여기다’(σπλαγχνίζομαι)는 말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누군가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셨다는 말씀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불쌍히 여기셨다는 말씀이 등장할 때면 예외 없이 그곳에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14:14절에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그 중에 병자를 고쳐 주시니라.”라고 말씀합니다. 불쌍히 여기시고 곧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마태복음 15:32절에서도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내가 무리를 불쌍히 여기노라.”라고 말씀하시고는 떡 일곱 개와 작은 생선 두어 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마태복음 20:34절에 “예수께서 불쌍히 여기사 그들을 눈을 만지시니 곧 보게 되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리고를 지나가시다가 두 시각장애인이 예수님께 ‘우리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간청할 때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이 들어 그들의 눈을 고쳐주신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나병환자를 불쌍히 여기시고는 그를 고쳐주셨고,(마가복음 1:41) 외아들을 잃은 나인 성의 과부를 보시고도 불쌍히 여기셔서 죽은 아들을 살려 주셨습니다.(누가복음 7:13) 그게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1:8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 여기서 말한 그리스도의 ‘심장’이 바로 불쌍히 여기다라는 단어의 원형인 스플랑크논(σπλάγχνον)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은 바로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이었고, 사도 바울도 그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빌립보 교회 교인들을 사랑하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다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신 후에 예수님께서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던 율법교사에게 되물으십니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그러자 율법교사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사마리아 사람이 자비를 베풀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강도 만난 사람을 불쌍히 여겨 도와주었다고 말씀하셨을 뿐입니다. 그런데 율법교사는 그의 행동, 그의 마음이 자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자비를 베푼 자’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자비를 베푼 자’가 누구입니까? 강도 만난 사람을 보자마자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어 그에게 다가가 그를 고쳐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분명 예수님께서는 그를 ‘사마리아 사람’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율법교사는 ‘사마리아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지 않고, ‘자비를 베푼 자’라고 대답합니다.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요? 만일 제사장이 자비를 베풀었다면 그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입니다. 레위인이 자비를 베풀었다면 그 레위인이 강도 만난 자의 이웃입니다. 만일 어떤 유대인이 지나가다가 강도 만난 자를 보고 불쌍히 여겨 자비를 베풀었다면 그가 이웃입니다. 이웃은 자비를 베푼 자입니다. 그의 신분이 누구인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얼 하는 사람인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비를 베풀었느냐 아니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여러분, 자비는 예수님의 마음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누가복음 6:36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아버지의 자비로우심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 하나님은 자비로우신 분입니다. 자비는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는 아버지이신 하나님의 성품인 자비를 본받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의 자비로우심을 본받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면 됩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립보서 2:5)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방법은 우리에게 허락하신 성령께 온전히 순종하는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는 예수님을 닮아갈 수도,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을 온전히 의지할 때에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갈 때 하나님의 성품이신 자비의 마음을 닮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는 자비가 성령의 열매라고 말씀합니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단순히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정도라면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동정심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자비, 하나님의 성품으로서의 자비는 단순한 동정심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창자가 녹아내릴 정도로 깊은 동정심’이라면 그건 분명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실 때 그런 자비로우심 때문에 우리에게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죄로 인해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너무나도 안타까워하시며, 마치 당신의 창자가 녹아내릴 정도로 안쓰러워하셨기 때문에 사랑하는 독생자를 보내셔서 십자가에 죽게 하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것입니다. 그런 하나님의 자비 때문에 우리가 구원을 받은 것이지요. 하나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지 않으셨다면, 우리를 바라보실 때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애타하는 마음이 없으셨다면 우리는 구원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그런 자비하심 때문에 우리가 구원받은 백성이 되어 예배의 자리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로마서 12:1절에서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하나님의 자비를 덧입은 우리이기에, 그 자비하심을 받은 우리이기에 우리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는 영적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죄인인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를 향해 자비를 베푸신 하나님의 자비 덕분입니다. 하나님의 자비가 없었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거룩하신 하나님께 예배드릴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그런 자비로우심으로 구원받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닮는다는 것은 어떤 마음으로 산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신약성경 언어인 헬라어 자비를 뜻하는 단어가 여럿이 있습니다만, 오늘 본문에서 성령의 열매로 말씀하고 있는 자비는 ‘크레스토테스’(χρηστοτης)입니다. 그 말을 영어성경에서는 ‘kindness’로 번역했고, 우리나라 공동번역 성경이나 현대인의 성경 등에서도 ‘친절’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자비는 곧 친절입니다. 우리는 친절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칠 때에도 ‘사람을 대할 때에는 언제나 친절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친질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을 대할 때 친절하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할 때 친절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대할 때 다정하고 상냥한 것,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자비로서의 친절은 조금 더 그 의미가 깊습니다. 친절이란 하나님께서 그 사람에게 주신 고유한 가치를 누리도록 돕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비가 우리에게 베풀어진 이유는 우리가 처음 창조될 때 누려야 할 인간의 가치를 회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거룩한 존재, 하나님과 교제하며 행복하게 사는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에덴 동산에서와 같이 행복을 누려야 할 우리가 죄에 빠져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죄의 짐을 지고 힘들고 고달프게 살아가는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우리를 회복시켜 하나님과 깊은 영적 교제를 누리며 사망의 길이 아닌 생명의 길을 가게 하시려고, 힘들고 고달픈 인생이 아니라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삶을 살게 하시려고 독생자를 보내주셨습니다. 그게 하나님의 자비입니다. 그리고 그게 친절입니다. 그 자비를 베푸시되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하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가장 적절하게 주시는 방법으로 우리를 사랑하신 것입니다. 그게 자비이고 친절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자비로 병자를 고치신 것도 그런 친절의 모습으로 하셨습니다. 병자들을 고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셨습니다. 병을 고쳐주시되 당신을 드러내거나 당신이 칭찬을 받으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병을 고치시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그게 바로 친절(자비)입니다. 그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셨습니다. 죄인이라고 정죄하지 않으시고 죄에서 구원해 주셨습니다. 병들고 아픈 몸이라고 책망하지 않으시고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이방인이라고 차별하거나 멸시하지 않으셨습니다. 최대한 우리를 배려하시는 주님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본받는다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가장 먼저 친절해야 합니다. 나보다 조금 못났다 하더라도 무시하거나 멸시하지 않고 나와 다름없는 인격적 존재로 대해 주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심지어 나를 핍박하고 나에게 해코지하는 사람에게까지도 그들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귀한 존재로 말입니다. 우리 신앙인의 삶은 가장 기본적으로 친절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 대해 친절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준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강도 만난 사람은 자신을 멸시하는 유대인입니다. 그런데 사마리아 사람은 그가 나를 멸시하고 차별한 것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강도를 만나 매를 맞고 고통 중에 있는 그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는 존재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누구인지를 따지지 않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도와주었고, 그것이 바로 자비를 베푸는 일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 자비를 구약성경에서는 인자하심(헤세드, הסד)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그 하나님의 인자하심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인간됨의 가치를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머무를 때에만 우리는 하늘의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다윗은 우리가 잘 아는 시편 23편에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고백하면서 이렇게 시를 마무리 짓습니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편 23:6)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 안에 영원히 머물러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자비하심 안에 말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자비하심 안에 머무를 때,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본받아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가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힘들고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그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품 안에 머무를 때, 성령 안에 머무를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그 자비를 베푸는 자로 살 수 있습니다. 자비는 성령의 열매이기 때문입니다.

< 2022년 10월 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