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낼 만한 자, 나는 말구요!

< 본문 – 출애굽기 4:10-17 >

오래 전 영국 런던의 한 길모퉁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갈 나이임에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구두를 닦으며 살아야 했던 것입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남의 구두를 닦아 생활비를 벌며 힘들게 살고 있었지만, 이 소년의 눈dms 반짝거렸고, 얼굴에서는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남의 구두를 닦아 주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 소년에게 구두를 맡기던 한 신사가 그 모습을 보고 “날씨도 춥고 손도 시린데, 구두닦는 것이 고생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아닙니다, 선생님. 고생스럽지 않아요. 저는 구두를 닦는 게 아니라 희망을 닦고 있거든요.”이라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이 소년이 바로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입니다. 그는 다복한 가정에서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영국 해군 경리국 사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상당한 봉급을 받았지만, 사치와 낭비가 심해 가족은 재정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그가 12살 되었을 때 가족은 완전히 재정적인 파탄상태에 이르렀고, 아버지는 채무 관계로 인해 감옥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장남이던 찰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구두를 닦으면서도 늘 희망을 잃지 않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아버지를 감옥에서 빼내 올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에서 쓰여진 소설이 우리가 잘 아는, 구두쇠인 스크루지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입니다.

  찰스 디킨스는 가정이 경제적으로 파탄이 나 어쩔 수 없이 길거리에서 구두닦이를 해야 했지만, 그는 그 밥벌이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구두를 닦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삶의 여건이 힘들고 고달플지 모르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며 했습니다. 그에게는 희망이 있었고, 그 희망이 그로 하여금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하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찰스 디킨스처럼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너무나도 하고 싶은 일이기에 힘들지만 참고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같은 소시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동기로 일을 하고 있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다고 생각하며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감격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론 내가 하고 싶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자신을 그곳으로 부르셨다는 분명한 확신과 함께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너무나도 완강하거 거부했던 사람입니다. 결국에는 해야 하면서도 말입니다. 모세가 미디안 광야에서 양떼를 치고 있을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시더니 ‘애굽으로 가서 애굽 땅에서 노예생활하고 있는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인도하여 내라’고 말씀하십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를 수 없노라고 거부합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없다고 말한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호렙산 근처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나타나실 때부터 생각해 보십시다. 하나님께서 처음 모세를 부르실 때 하신 말씀이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애굽기 3:5)였습니다. 여러분, 왜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신 것일까요? 신을 벗으라는 것의 첫 번째 의미는 ‘너는 이제부터 나의 종’이라는 것입니다. 옛날에 종들은 신을 신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는 순간 모세는 하나님의 종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종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바로에게 가라! 애굽에 가서 내 백성을 거기에서 인도하여 내라!’라고 말씀하실 때 종인 모세는 무조건 그 말씀을 따라야 합니다. 그 어떤 이유를 붙여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모세는 하나님의 종임에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모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출애굽기 3:11) 한마디로 말하면 ‘나는 이스라엘 자손을 인도하여 낼 능력이 없는 사람입니다.’라는 뜻입니다. ‘나같이 무능한 사람이 어찌 이스라엘을 인도하여 내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정말 모세는 무능한 사람일까요? 네 맞습니다. 모세는 무능한 사람입니다. 모세가 무능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하나 있습니다. 출애굽기 3:1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모세가 그의 장인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의 양떼를 치더니.” 모세가 호렙산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가 80세였습니다. 미디안 광야로 피신한 지 40년의 세월이 흘렀을 때입니다. 그 40년 동안 모세는 자신의 양떼가 아닌 장인 이드로의 양떼를 치고 있었습니다. 야곱과 비교해 보십시다. 야곱은 형 에서가 자신을 죽이려 하자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처가살이를 하며 20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20년 후에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 야곱은 부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4명의 아내, 그리고 12명의 자식, 뿐만 아니라 재산도 많았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이에 그 사람(야곱)이 매우 번창하여 양 떼와 노비와 낙타와 나귀가 많았더라.”(창세기 30:43) 야곱은 20년 동안 타지 생활을 하면서 큰 가족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어떻습니까? 그는 야곱보다 두 배의 시간을 처가살이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자신의 양떼가 아닌 장인의 양떼를 치고 있습니다. 40년 동안 그가 자신을 위해서 이루어놓은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었다는 말씀입니다. 야곱은 능력이 많은 사람인 반면, 모세는 자신의 가정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무능한 가장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자신은 무능한 존재라고, 그래서 거대한 나라 애굽의 바로에게 갈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때로 그렇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생각해 볼 때, 내가 능력이 있어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신다고 생각 드는 분이 몇 명이나 될까요? 우리가 주의 몸된 교회에서 목사로, 장로님으로, 안수집사님과 권사님으로, 집사님이나 교사나 찬양단원으로 섬길 때 우리에게는 그 직분을 감당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 직분을 감당하기에 지혜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하고, 능력도 부족합니다. 모자라도 너무 많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우리를 당신의 일꾼으로 부르셨습니다. 우리를 일꾼으로 세워 주님의 일을 감당케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그렇게 부족하고 무능한 우리들인데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우리를 일꾼으로 쓰실 뿐만 아니라, 그런 우리를 통해서 교회가 든든히 세워져가게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능력으로 본다면, 우리가 일한 것으로 본다면 우리 교회가 이렇게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하나님의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기적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무능하나,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힘주시고 이끌어 주시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우리의 부족하고 무능한 것이 다 감춰집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나는 무능하여 이스라엘을 인도해 낼 수 없습니다.’라고 고백한 모세에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출애굽기 3:12) 하나님께서 반드시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네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내 능력으로 너를 도와주리라’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겠다고, 내가 능력으로 너를 도와주겠노라고 말씀하신다면 하나님을 의지하고 가야 맞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모세는 여전히 가지 않으려고,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그 다음엔 이렇게 핑계를 댑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내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서 ‘너희 조상의 하나님이 나를 보내서 왔다’라고 할 때 그들이 내게 ‘그 하나님이 누구냐? 그 이름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쉽게 말하면 ‘너는 보낸 분이 도대체 누구이길래 우리가 네 말을 들어야 돼?’ 라며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기에 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고대 근동에서는 왕이나 군주가 사신(使臣)을 보낼 때, 그 사신에게 자신의 권위를 전적으로 위임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인장을 주거나 왕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주었습니다. 그래야 그 사신이 전한 말이 권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세가 누구의 이름으로 가느냐 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도 그것을 아시고 당신의 이름을 밝혀 주십니다.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밝히지 않으셨던 당신의 이름을 말입니다. 그 이름은 “나는 스스로 있는 자”입니다. 이 말을 조금 더 쉽게 번역한다면 ‘나는 나야!’라는 뜻입니다. 거기에서 나온 하나님의 이름이 여호와(야훼)입니다. ‘나는 나야!’라는 이 이름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그 이름은 단순히 하나님의 이름을 나타내는 명칭이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피조물처럼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알파와 오메가이신 분입니다. 창조된 분이 아니라 창조하시는 창조주이십니다. 그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을 택하셨고, 그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분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서 그대로 전하면 된다고, 그러면 그들이 네 말을 들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모세는 그 말씀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핑곗거리를 찾습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나를 믿지 아니하며 내 말을 듣지 아니하고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네게 나타나지 아니하셨다 하리이다.”(출애굽기 4:1) ‘모세 너 거짓말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기에 애굽에 갈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여호와 하나님,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너에게 나타나셨고 너를 우리에게 보내셨다는 증거가 없지 않으냐?’고 말하며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손에 들려진 지팡이를 땅에 던지라’고 하시고선 그 지팡이를 뱀이 되게 하셨습니다. 왜 하필 지팡이를 던져 뱀이 되게 하셨을까요? 성경에서 뱀은 하나님의 대적을 의미합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유혹하여 죄에 빠지게 한 것도 뱀이었고, 악인들을 상징하거나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애굽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지팡이를 던져 뱀이 되게 하신 후에, 그 꼬리를 잡으라고 말씀하시며 다시 지팡이가 되게 하신 것은 그 어떤 악의 세력도, 또 애굽과 바로의 권능도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모세의 손에서 꼼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능력의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모세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내신 하나님은 사탄의 세력을 이기신 하나님이십니다. 애굽과 바로의 권력도 이기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 능력을 보여주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를 믿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세에게 이번에는 모세의 손을 품에 넣어 나병에 걸리게 하십니다. 그리고 다시금 손을 빼니 나병이 나았습니다. 당시에 나병은 불치의 병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세상 그 어떤 의술로도 고칠 수 없는 병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순식간에 그 불치의 병까지도 낫게 하시는 능력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믿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습니다. 그리곤 또 다시 핑곗거리를 찾습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오 주여, 나는 본래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자니이다. 주께서 주의 종에게 명령하신 후에도 역시 그러하니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니이다.”(10절) 여러분, 모세가 원래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일까요? 사도행전 7:22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모세가 애굽 사람의 모든 지혜를 배워 그의 말과 하는 일들이 능하더라.” 모세는 처음 40년 동안 애굽의 왕궁에서 자라면서 왕자의 신분으로 애굽의 학문을 배웠던 사람입니다. 고대 세계에서 왕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학문이 있는데 그게 바로 수사학과 웅변술입니다. 사람들을 잘 설득하여 자신의 지도력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말을 잘하는 법과 사람들을 설득하는 법을 배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애굽의 왕자로 자란 모세 또한 말 잘하는 법에 대해서 분명 배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은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말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미디안 광야에서 40년 동안 양떼를 치면서 말하는 기술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양떼를 치면서 수사학이나 웅변술을 써먹을 일이 없기 때문에 예전에 배웠던 것을 다 잊어버렸습니다. 모세가 자신은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또다른 이유는 애굽에 가지 않을 핑곗거리를 삼기 위해서입니다. 조금 잘 못한 것을 부풀려서 원래부터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애굽에 가 봐야 바로를 설득할 수도 없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설득할 수도 없어 자신은 부적격자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모세의 변명도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래 네가 말을 잘 못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그게 애굽에 가지 못할 이유가 되진 못해. 입을 지은 자가 나야. 말 잘하고 못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정해주는 거야. 내가 함께 하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말씀하시면서 ‘정 네가 말을 못한다고 하면 네 형 아론이 있잖아. 말 잘하는 아론이 너를 대신해서 너의 대변인처럼 모든 말을 해 줄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모세는 변명할 거리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수단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오 주여!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13절) 이 말 뜻이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 뭐라 말씀하셔도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안 됩니다. 보낼 만한 사람을 보내십시오. 저 말구요 다른 사람이요.’

  여러분, 보세요. 모세가 핑곗거리를 댈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그게 핑곗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직접 능력을 보여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모세는 자신은 안 가겠다고 말합니다. 더 이상 핑곗거리가 없자, 다른 사람을 보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이 때 하나님의 심정이 어떠셨을까요? 14절에 말씀합니다. “여호와께서 모세를 향하여 노하여 이르시되.” 하나님께서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노하셨을까요? 우리 성경은 아주 간결하게 ‘노하셨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성경 원래의 의미는 아주 강렬하게 분노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렇게도 말귀를 못 알아듣느냐?’고 말입니다. ‘왜 이렇게 고집이 세냐?’고 말입니다.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로 핑계를 대려고 하느냐?’고 화를 내셨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모세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모세를 향하여 분노하시는 하나님의 심정이 이해되십니까? ‘애굽의 내 백성에게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하려고 온갖 변명거리를 다 찾아냅니다.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주시면서 가라고 하시는데도 끝까지 안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모세의 모습이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닙니까?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믿음으로 살아야 할 우리들인데, 우리는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믿음의 길이 아닌 세상의 방법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믿음의 길, 말씀의 길을 따라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도, 온갖 핑곗거리를 대면서 내 방식만을 고집합니다. 세상은 믿음으로 살면 손해 보기에 믿음을 따를 수 없다고 변명합니다. 믿음의 길을 따르면 세상에서 왕따를 당하기 때문에 믿음의 길을 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합리화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무리 말씀하셔도 마치 귀를 닫아버린 사람처럼,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게 우리의 모습 아닙니까? 그런 우리를 모습을 보시면서 하나님께서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온갖 핑계를 대면서 사명의 자리에 서려 하지 않습니다. 모세처럼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무능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너와 함께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데도 또 다른 핑계를 댑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심지어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경험했으면서도 어떻게든 사명의 자리에 들어가려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애타게 부르시는데도 우리는 ‘하나님, 보낼 만한 자를 보내십시오. 저는 말구요!’라고 말합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 나보다 훨씬 잘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자신에게 책임이 없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다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2022년을 보내고 2023년도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19로 3년 동안 교회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엔데믹(endemic) 시대를 맞아 교회는 교회로서의 사명을 더 잘 감당해야 합니다. 그 사명을 위해서는 헌신하는 일꾼들이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은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이사야 6:8)라는 하나님의 탄식 소리가 가장 크게 드릴 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찾으십니다. 하나님께서 보낼 사람을 말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누구를 보낼까?’ ‘누가 갈까?’ 찾으시는 하나님의 음성 앞에 우리는 응답해야 합니다. 오늘도 일꾼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음성 앞에 뭐라고 응답하시겠습니까? 모세처럼 ‘하나님 저 말구요. 보낼 만한 사람을 보내세요.’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이사야처럼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이사야 6:8)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1960년대까지 교회의 선지자적인 역할을 감당한 에이든 토저(Aidem W. Tozer. 1897-1963) 목사님은 오늘날의 교회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믿는 자가 성장하지 않고 항상 어린아이에 머물러 살만 찌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믿는 자가 교회 안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참관만 하고 있다는 것이고, 셋째는 믿는 자가 서로 일치되지 않고 분열과 다툼만 일삼는 것입니다.

  여러분, 토저 목사님이 피를 토하며 외친 그 문제의 주인공이 혹 우리는 아닙니까? 혹 나를 두고 하신 말씀처럼 들리진 않으십니까? ‘하나님, 보낼 만한 자를 보내세요. 제 말구요!’라고 말하는 우리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라고 말씀하실 때,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고 응답하는 우리이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 가라 하신 길을 갈 때,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일을 감당할 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와 함께하시고 우리에게 감당할 능력을 공급해 주십니다.

< 2022년 12월 4일 주일낮예배 >